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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졸

과거에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 아버지와도 막역한 사이로 지냈었고, 이런저런 교류가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그 사람에게도 부고를 알렸다. 당연히 와서 가시는 길에 인사를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명복을 비네'
라는 문자 메시지만 왔다.
....
그리고 며칠전 알림이 왔다. 그 사람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메시지였고, 난 순간 갈등했다. 
'가야지' '가지마 병신아'
두번째 인성을 따라서 가지 않았고, 치졸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그가 나랑 비슷한 나이였다면, 나도 당당하게 문자로 '명복을 비네' 라고 보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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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back.

With some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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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니다.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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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 nothing

내가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잘 모르기 때문이지. 그렇다고, 잘 아는 것에 대해서도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지.

정말 중요한 것은, 나만 아는 진실도 절대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건 타자에게선, 잘 모르는 것이거나, 잘 알지만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니까, 그로 인해 다른 인지적 편향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야.

당신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스스로 제대로 알고 말을 하는 것인가? 적어도, 고등교육을 받았으면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 그냥 내가 지금 옳다고 믿는 것을 그대로 주창하면 속이 편한 것일까? 의문이 많아.

그러니까, 그냥 술이나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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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이른 오후 시간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기둥 옆에 세워져있는 SM520V 를 찾아내곤 리모콘으로 잠금을 풀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처럼 운전석 자리를 열지 않고, 뒷문을 열어서 들어가 앉아 수납공간에 넣어 둔 형형색색 이쁜 자갈을 만져본다. 이 차에 영원히 있을 악세사리이자, 이 차가 닳아서 없어지더라도 내 옆에 평생 머물 그런 자갈이다.  잠시 감상의 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리곤, 운전석으로 돌아간다. 
스마트폰 거치대에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끼우고,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벽제, 추모공원'을 입력한다. 도착 예정시간은 49분 뒤.
네비게이션의 안내양이 이끄는대로 길을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강변북로 변 주유소 겸 편의점. 일년정도 됐을까, 어머님이 타고 가던 차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하고, 저기에 계시는걸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난 합정동 어느 술집에서 후배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려던 찰나였는데, 미처 한잔을 마시기도 전에 연락이 와서 바로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가 이 차를 타고 그 장소로 향했었다.
저 멀리 능곡의 아파트들이 보이고, 그 장면을 마치 정물화처럼 느끼며 스쳐지나, 벽제 화장터 앞을 지난다. 중남미 문화원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니, 그 가을의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 절과 단풍, 그리고 거대한 불상, 그 시선이 머무는 용미리의 쓸쓸함.
어느덧 그곳에 도착을 하고 나서, 차를 안전한 위치에 주차한 뒤 내려서 무거운 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등 위에 납을 잔뜩 달고, 두 손에는 물통을 가득 든 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너럭바위 위에 앉아있다가 나도 모르게 벌렁 드러누워 예전을 기억해냈다. 이런 저런 기억들과 다양한 체취들, 그리고 손 끝의 감각들이 하나하나 살아나서 주변을 떠돌다가 구름처럼 사라지곤 한다.
눈을 뜨고 슬그머니 앉아보니, 주변에 고양이 두마리, 까마귀 한마리, 직박구리 두어마리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얘들아, 나 죽은거 아냐'
작별 인사를 드리고, 짧았던 면회시간을 다시 그리워하며 길을 떠났다. 언제나 난 길 위에 있고, 언젠가는 이정표가 없는 그런 갈림길에 설 것이고, 그 때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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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상

냥냥이 떠난지 삼년 됐구나. 아마 이 시간정도에 내 책상위에서 그 마지막 숨을 내쉬었을 것 같다. 방문이 열리고 내가 들어오길 기다렸을텐데, 11시에 들어가서 뜬 눈으로 무지개 다리를 건넌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가 품에 안고 꿈에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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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어떤 이별도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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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날씨를 확인하고, 대충 옷을 맞게끔 입고, 신발을 신은 뒤, 나를 배웅해주는 고양이의 머리와 배를 한번 만져주고 집을 나선다. 지금 시간을 확인하고, 산책 중 들을 음악을 선택하고, 담배도 한대 깊게 피운 다음,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발이처럼 걸어나간다. 
얼마 가지 않으면 바로 공원이 나오고, 그 공원 옆에 토끼굴이 있다. 아, 토끼굴이라는 말 너무 이쁜 것 같다. 그래서, 지나갈때마다 내가 엘리스가 되는 기분이 든다. 저 동굴 끝에 나가면 분명 케익과 물약과 열쇠가 있을거야. 먹으면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겠지. 하지만, 얄미운 토끼는 시계나 쳐다보고 늦었다고 하고선 도망갈거지만. 아 무슨 생각을 하는거지. 그렇게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 도착한다. 
이제 고민이다. 왼쪽으로 갈까 오른쪽으로 갈까. 행주대교쪽으로 갈까, 여의도쪽으로 갈까. 언제나 내 결정은 행주대교 쪽이다. 당연한게, 그쪽은 사람이 별로 안다니고, 나무도 많고, 뱀도 다니고, 가끔 고라니나 오소리, 수달도 볼 수 있다. 
보폭은 최대한으로, 다리는 쭉쭉 펴면서 허리는 고추(!)세우고,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배에도 힘을 주고, 가슴은 내밀고, 텅은 당기고, 두 팔을 자연스럽게 스윙 스윙 스윙 댄스. 
그렇게 한 30분을 걷다보면, 인천공항을 향해 질주하는 전철을 지나서, 인천공항을 향해 달리는 차를 위한 다리 언저리까지 이르게 된다. 그맘때쯤, 숨을 깊에 들이마시면서, 주머니의 담배를 만지작 거린다. 아 한대 필까말까. 아냐, 마지막에 펴야지. 라고 생각하곤 뒤로 돌아 갓.
돌아가는 길은 조금 더 속도를 내 본다. 보폭은 약간 더 넓게, 가랑이야 찢어져라. 음악도 마침, 월광 소나타. 힘을 내서 걸을 수 있는 음악이긴 개뿔, 그럴리가 없잖아. 그래도 힘을 내서 걸어 본다. 가끔 뱀을 본 곳에서는 나름 주위를 살핀다. 뱀한테 물리는 것이 겁이 나서 그러는 건 아니다. 내가 혹시라도 뱀을 밟을 수 있잖아. 미안하니까 주의하는거다.
그렇게 또 20분 정도 걷다보면, 또 다른 토끼굴이 나온다. 저 앞에 빨간 눈의 토끼녀석이 시계를 쳐다보곤 도망가는걸 본다. 쫓아가야지. 이번에 잡으면 반드시 토끼탕을 끓여버릴테다. 토끼는 탕으로 먹는게 제일 맛이 좋거든. 그렇게 쫓아가보면, 역시나 토끼는 사라지고, 공원 산책길이 나온다. 
폐타이어 등을 재가공해서 포장한 공원길이 참 좋다. 걸을때 뭔가 폭샥폭샥한 느낌이 들면서 기분이 므흣해진다. 게다가, 조용하기도 하고 나무도 많아서 나름 운치가 있다. 중간에 있는 정자에서 언제나 앉아서 쉬고 싶은데 늘 그냥 지나치곤 한다. 혼자 앉아서 쉬는게 뭔 청승인가 싶기도 하고, 거기 기둥에 걸려있는 빗자루를 보면 뭔가 쓸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래서 조용히 패스. 파인더. 어?
장애인 재교육시설을 지나 허준박물관 주차장을 지나 박물관 주유소를 지나 한강자이아파트 앞에 오면 비로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고 여유를 즐긴다. 이런걸 끽연이라고 한다지. 검지와 중지 사이에 꼬나들은 마치 장팔사모와 같은 흰 담배 한대가 나의 전승을 알려준다. 이 담배가 꺼지기 전에 적장의 목을 베고 오리다. 는 뭔, 그냥 담배 끄고, 편의점에 들어가서 맥주 한캔을 사고 이제 친해진 편의점 종업원과 가벼운 응원을 서로 나누곤 집으로 간다.
산책은 즐겁다.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게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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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중요한 가치로 보는 것들이 사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사소하거나 필요없는 것이라는 사실을 느낀다. 내가 복잡하게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쓸데없이 진지하게 생각하는건지 아니면 멍청해서 그런건지 이제 더 이상 모르겠다.
가치 중심적 사고방식이 익숙한 나로써는 큰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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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유일하게 스스로 제어가 불가능한 영역에 감정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다. 고삐 풀린 송아지마냥 하얗게 서리가 내린 겨울 논바닥 위를 뛰어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보는 내내 마음이 위태롭지만, 그 천진난만함에 마음이 놓이는 이상한 기분이다. 최근 내 감정은 뭐랄까, 한없이 극과 극을 오간다. 서서히 소진되는 감정의 게이지를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찬소주를 부으면 게이지가 차 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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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

심지에 붙을 붙이자 금새 올라오는 듯 하더니 그대로 사그러들기를 여러번 하였다. 몇번째 부싯돌을 부딪힌 이후에야 불길이 살아났다. 그 전의 노력들의 결과임에 분명하지만, 난 구태하게 지금의 행동이 이 불길을 살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붙은 심지가 언제 또 꺼질지 알지도 못한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내리거나 내가 숨만 거칠게 쉬어도 꺼질게 그런 약한 심지니까 말이지. 일희일비. 거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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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기억이 싫어서
이리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싫은 기억이
다시 남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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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나태했다. 그건, 내 의지보다 남에게 기대하는 바가 많았다는 뜻이다. 여태 그렇게 살지 않았고, 그렇게 살지도 않을 것이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서 쉬고 싶었던 것 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그럴때가 있으니까. 이젠, 늘 하던대로, 두 다리에 힘 빡 주고 허리를 고추(!)세우고, 가슴을 쭉 펴고, 턱을 당기고, 시선은 15도 위로 향한채 다시 걸어가야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늘 다른 것이 만사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뭔가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 내 장점 아니던가.

중요한 것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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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을 쓸 수가 없지. 뭔가 기능이 정지해버린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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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

산수유 축제를 보고 있자니, 성탄제가 생각나고, 성탄제가 생각나니 아버지 생각이 난다. 
그 언젠가 내가 어렸을때 무척 아팠을 때가 있었는데, 우리 집에서 동네 병원까지는 뭐 대략 300미터정도의 거리가 있었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볼에 느껴지고, 아버지는 그런 나를 업고 병원으로 달려 가셨다. 나는 열이 너무 올라 그 장면이 블러처리가 된 고흐의 그림처럼 기억에 각인되어 버렸다. 
그리고 높은 체온을 가르며 가슴팍으로 들어온 차가운 청진기와 이런저런 신체의 체크. 난 엉덩이 주사와 링거를 맞고 아버지의 따듯한 손이 얼굴에 있음에 안도감을 느끼며 깊은 잠에 빠졌다.
그 모든게 내 혈액 속에 흐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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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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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어떤 한 수준에서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기 위한 것을 도약이라고 일단 정의하자.
언제나 도약의 순간에는 버리는 것이 있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무거운 물체는 도약하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만 하니까 말이지.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본질적 욕심이 있어서 쉽지 않아. 그래서 항상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서 버둥거리며 기어서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지. 
요즘 알파고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거야. 생각보다 빨리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우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그걸 못쫓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을거야. 이런저런 채널을 통해 미래 사회에 일자리가 없어지고, 아니, 이미 없어지고 있고, 점점 인간이라는 존재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 말이지.
문제는, 뭔가 막연히 바뀌는 것을 원하고 있다는거야. 손에 쥐고 있고, 등에 짊어지고 있고, 주머니 속에 가득 찬 잡동사니 어느 하나도 버리지 않으려고 해. 내가 지금 사는 그대로 다음 수준으로 넘어가려고 해. 등가교환이라는 말이 있잖아? 뭔가를 얻기 위해서는 뭔가를 내줘야 하는 것인데, 그걸 어기려고 해. 그러니까 늘 힘이 드는거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런거야. 언제나 버릴 준비를 하고, 재빠르게 다음 수준으로 뛰어서 넘어갈 순간에 주저함이 없어야 해. 그곳이 지옥일수도 있어. 하지만, 지금 서 있는 이곳도 비슷하다면, 도전해볼만 하잖아. 넘어갔더니 지옥이면 또 빠르게 넘어가면 그만이야. 일단 하고 보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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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골

시장에 가서 한우 사골 2kg 을 사왔다.
어제 저녁에 찬 물에 담가서 핏물을 빼기 시작해서, 조금전 2시에 마무리했다. 그리고, 곰솥을 꺼내서 거기에 사골을 넣고, 사골이 간신히 다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서 한번 끓여냈다. 국물을 다 버리고, 사골을 꺼내 찬물에 하나하나 행구고 붙어있는 찌꺼기들을 제거했다. 
이제부터 대 장정의 시작이다. 사골을 곰솥에 넣고, 물을 가득 붓고, 가스 타이머를 6시간에 맞춘 뒤 1차 끓이기 시작. 저녁 9시경에 마무리 되겠지. 베란다에 내놔서 한껏 식힌 다음 위에 응결된 기름을 걷어내고 우러난 국물을 따라내고 다시 물을 붓고 2차 끓이기를 해야지. 이것 역시 6시간동안이다. 그 다음 똑같은 작업을 거쳐 3차 끓이기를 마치고, 세가지 국물을 한군데 넣어서 섞어야지. 아 맞다, 3차 끓이기 할 때 양지머리 덩어리를 넣고 두시간정도 같이 삶아야 한다. 
사골곰탕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 영양학상으로 크게 도움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을 끓이는 것이니까,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단지, 이 마음이 순결하지 못하다는 것에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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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들끓는 수많은 단어들의 임계점 위에서 위태롭게 다물고 있는 두터운 입술과 가득차있는 문장들을 제어하기 힘든 정도로 넘치는 신피질 사이에서 고생하고 있는 심장의 아련함을 침묵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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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음은 어쩌면 커다란 가마솥과 같다. 
가마솥 하나만으로는 그저 무엇을 담는 용기로밖에 사용될 수 없지만, 아궁이에 달리고, 밑에서 불이 올라오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맛있는 쌀밥을 지을 수 있는 용도, 힘든 하루를 보낸 소에게 여물을 쑤어줄 수 있는 용도, 밖에 나갔던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음식을 보온하는 용도, 식어빠진 구황작물을 보관하는 용도, 고양이가 추운 바람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자체로는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이다가,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그런 것이 마음이다. 마음은 어쩌면 가마솥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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