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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오후엔

아무래도 사라지는 날이면
아무래도 슬퍼지는 날이면
오후엔 자살을 할까
오후엔 커피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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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람이  얼만큼 잘수있나 싶게 금요일 밤에 잠들어 일요일 오후에 침대에서 벗어났습니다.
쭉 잘수는 없었으나 일어나면 또자고 반복해서 몸이 아플정도의 지경이 되어서야 영차~ 몸을 일으킨거죠..
라면끓여 밥까지 말아먹곤 배가 아파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어요.
속은 아직 잠에서 덜깼었나 봅니다.
병 나겠어요.
정신을 빨리 차려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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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연습실 B-3

“꿈은 보통 황당한 내용이 많지.”

납작한 토슈즈가 바닥을 툭툭 두드린다. 죽어 누워있는 나무들은 기름을 먹어 매끈했다. 

“…하지만 그래서 꿈인거야.”

살해당한 나무들이 잘리고 가공되어 이 연습실의 마룻바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 비스듬한 햇빛이 유리로 된 벽을 뚫고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나는 한 번도 행복한 꿈을 꿔 본 적이 없어.”

나뭇결을 따라가던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발 끝으로 돌아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 그 위로 쭉 뻗은 다리를 감싼 얇은 검은색 레깅스. 짧은 워머티가 미처 가리지 못한 배꼽. 골반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잘록한 허리. 어깨를 위로 움츠리면 물이 담길듯한 깊은 쇄골. 사슴처럼 여린 목과 아름다운 얼굴.

그녀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졌다가 사라졌다. 나는 무언가, 그녀의 이야기에 끼어들 문장을 찾고 있었다. 무척 신중하게. 아무 단어나 주워 내뱉는 것은 그녀가 나에게 가진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을 때,

“만약… 네가 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한 꿈이겠지.”

나는 마음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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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마나가하 섬 - 히마와리 도시락과 기타 정보

사이판 평생 한 번 가봤지만 마나가하 섬에서 도시락먹고 스노클링한게 너무 재밌었고 제주항공의 저렴한 가격과 적당한 스케쥴에 놀라 글로 남겨본다.
한국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에 있는 사이판은 울릉도의 1.6배 정도 크기의 섬이고 북마리아나 제도의 수도로 미국령이다. 
사이판행 뱅기표는 10월 제주항공 홈페이지에서 확인해 보니 특가는 최저가가 85,000원 (공항세 제외) 할인가는 평균 130,000원 정도이다. (편도)
마나가하섬은 사이판 마이크로비치에서 쾌속보트로 5분 거리에 있는 무인도로 섬 둘레에 산호들이 자연적으로 방벽을 이뤄 파도가 적고 수심이 얕다.
얕은 수심이라 비교적 안전하고 성인 가슴 높이 정도의 깊이에도 열대어들이 바글바글해서 (빵가루라도 뿌리면 저글링 러쉬) 남녀노소 쉽게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물 색깔도 매우 맑고 터질듯한 파란하늘과 맞닿은 수평선이 촤악! 펼쳐져 있어서 누워만 있어도 기분이 막 좋아진다. 다만 얕은 곳에도 산호가 많아서 아쿠아슈즈가 있어야 편하게 놀 수 있고 태양이 너무너무 강력하니 선블럭은 필수고 온몸을 감추면 더욱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포인트 하나! 대략 오전 10시부터 점심 이후 오후 2시까지 엄청난 숫자의 한중일 단체관광객이 모래사장과 바다를 가득메우고 있어 열대어는 커녕 사람들 발꼬락만 구경하다 실망할 수 있으나 오후 1시이후 슬슬 단체팀이 빠지면 마나가하의 여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섬에 입장할 때 입장료를 $5 받고 있으니 여행사나 구매 상품에 입장료가 포함인지 아닌지 확인해야하고 섬안에서 파라솔은 $15, 의자는 $20 정도로 대여할 수 있다. 섬 안에는 오후 4시까지만 머무를 수 있다고 하니 나올 시간을 여행사나 상품판매자와 미리 약속해야한다.
마나가하 섬으로 들어가는 비용은 현지에서 몇몇 여행사에 물어보니 성인은 1인 당 $35, 어린이는 $25. 물어본 중 가장 저렴한 곳은 $20 이었는데 네고가 매우 가능해보였다.
한 가지 확인 못한 것은 타시투어라는 곳에서 (여러가지 정황상 이 회사가 마나가하 내부에서 "마나가하"라는 브랜드로 음식판매와 파라솔 대여 등을 담당하는 사업자로 보인다) 주요 호텔들에 버스셔틀을 운행하며 섬까지 데려다 주던데 이 곳 가격은 확인 못했다. 아마도 이곳이 최저가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들어가고 나가는 시간의 자유도는 조금 떨어질 듯.
이제 본론인데 섬안에 음식을 팔긴하지만 가격이나 맛을 고려할 때 도시락을 사가는게 좋다. 여행사나 상품판매자가 음식과 음료수를 담을 아이스박스와 스노클을 빌려주는지도 확인해야한다. 아! 돗자리도 빌려주더라.
도시락은 검색하면 좀 나오는데 "히마와리 호텔" 1층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도시락이 짱짱맨이다. 다른 곳 도시락은 먹어보지도 사보지도 못했으니 웃기는 소리지만 가격이나 맛 모두 후회하지 않을 퀄리티다.
주먹밥과 샌드위치, 유부초밥과 김밥. 참치회덮밥이나 구운 연어 도시락, 햄도시락과 생선구이 도시락 등 다양한 도시락을 팔고 있으며 아침 일찍가면 깍둑 썰어진 메론도 살 수 있다.
하얏트나 피에스타 리조트에서 약 1km ~ 1.5km 거리로 성인 도보로 15분 정도 걸린다. 택시타면 $5+ 달라고 할 듯. DFS 갤러리아 기준으로는 700m ~ 1km 정도로 보인다. 현지에서 한국어 관광지도 하나 구하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우리가족은 도시락 4개(아침밥까지), 주먹밥, 스팸주먹밥. 메론 2개. 물과 음료수 이렇게 구입했는데 대충 $23 정도 들었고 과자나 빵(슈퍼마켓에서 같이 구매할 수 있다)을 좀 더 사왔어야했다고 후회했다.
대충 정리해보면...
비용
- 배편(아이스박스,스노클,돗자리) - $20~$35
- 입장료 - $5
- 파라솔 - $15 (의자 $20)
- 도시락과 간식 - 알아서...
준비물
- 돗자리
- 선크림, 태닝 오일
- 스노클 (사이판서 구매 시 $12 정도)
- 구명조끼 (아이들용. 어른도 있음 좋지)
- 도시락과 간식
- 마실 물 등 음료수
- 아쿠아슈즈 (사이판에서 구매 시 $10 정도)
- 열대어 먹이 (식빵이나 팝콘)
편의시설
- 화장실
- 샤워시설 (물 엄청 안나와!)
- 음식점
- 라이프가드
팁!
- 오후 2시가 넘어야 한적하다.
- 파라솔이 잔뜩 펴진 바로 앞 바다 말고 안쪽으로 조금 돌아간 곳에 있는 바다에 열대어가 더 많다!
아... 언제 주말에 올빼미로 함 다시 갔다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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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카페 - 미디어카페 후

요즘 주말에 자주 오게되는 홍대 카페 "미디어카페 Hu:"
7월 28일날 오픈한 "후"는 큰길가에 있지만 2층이고 "미디어카페"라는게 카펜지 뭔지, 내가 들어가도 되는 곳인지 잘 모르겠어서 첫 방문이 쉽지 않지.
이 곳의 장점이라면 작업이 가능한 분위기 좋은 홍대 근처 카페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조금 한산하다는 것. 약간 늦은 오후시간에 와도 자리가 있지. 홍대에 있는 다른 괜츈한 카페들은 셤기간에 도서관 자리 맡듯 해야하더라고...
머핀이랑 파니니 팔고, 아메리카노는 영수증 있으면 1,000원에 리필되고 스벅 창가 바 자리처럼 바에는 콘센트가 있고 (무려 2구짜리야! 전원이 충분하다구!) 몇명 이상되는 인원이라면 돈 내고 사용할 수 있는 유리로 오픈된 독립 공간도 있어.

참석하거나 구경해본적은 없지만 다양한 행사들도 있더라구. 원래 컨셉이 "문화를 만드는 공간플랫폼" 이라니까 아무래도 뭔가 문화행사들이 꽤 있겄지.
아무튼 여기 괜츈함!
공식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ediacafehu/
관련기사 :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70236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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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회

이른 오후 시간에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간다. 기둥 옆에 세워져있는 SM520V 를 찾아내곤 리모콘으로 잠금을 풀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처럼 운전석 자리를 열지 않고, 뒷문을 열어서 들어가 앉아 수납공간에 넣어 둔 형형색색 이쁜 자갈을 만져본다. 이 차에 영원히 있을 악세사리이자, 이 차가 닳아서 없어지더라도 내 옆에 평생 머물 그런 자갈이다.  잠시 감상의 시간을 보내고 정신을 차리곤, 운전석으로 돌아간다. 
스마트폰 거치대에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끼우고, 네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벽제, 추모공원'을 입력한다. 도착 예정시간은 49분 뒤.
네비게이션의 안내양이 이끄는대로 길을 간다. 가는 길에 보이는 강변북로 변 주유소 겸 편의점. 일년정도 됐을까, 어머님이 타고 가던 차가 가벼운 접촉사고를 당하고, 저기에 계시는걸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난 합정동 어느 술집에서 후배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이려던 찰나였는데, 미처 한잔을 마시기도 전에 연락이 와서 바로 집으로 택시를 타고 돌아가 이 차를 타고 그 장소로 향했었다.
저 멀리 능곡의 아파트들이 보이고, 그 장면을 마치 정물화처럼 느끼며 스쳐지나, 벽제 화장터 앞을 지난다. 중남미 문화원이라는 이정표가 보이니, 그 가을의 장면이 다시 떠오른다. 절과 단풍, 그리고 거대한 불상, 그 시선이 머무는 용미리의 쓸쓸함.
어느덧 그곳에 도착을 하고 나서, 차를 안전한 위치에 주차한 뒤 내려서 무거운 걸음을 내딛었다. 마치, 등 위에 납을 잔뜩 달고, 두 손에는 물통을 가득 든 채 가는 기분이 들었다. 
잠시, 너럭바위 위에 앉아있다가 나도 모르게 벌렁 드러누워 예전을 기억해냈다. 이런 저런 기억들과 다양한 체취들, 그리고 손 끝의 감각들이 하나하나 살아나서 주변을 떠돌다가 구름처럼 사라지곤 한다.
눈을 뜨고 슬그머니 앉아보니, 주변에 고양이 두마리, 까마귀 한마리, 직박구리 두어마리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고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얘들아, 나 죽은거 아냐'
작별 인사를 드리고, 짧았던 면회시간을 다시 그리워하며 길을 떠났다. 언제나 난 길 위에 있고, 언젠가는 이정표가 없는 그런 갈림길에 설 것이고, 그 때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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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그녀에 대한 너의 기억은 한참 미화되었다. 심지어 내게 최악이라고 했던 첫 만남까지도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귀찮아서 잠자코 듣다가도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왜곡이라, 나는 몇 번이나 네 말을 자르고 이의를 제기해야 했다. 물론 전부 기각당했지만.
 “이쯤 되면 싫어도 의심을 하게 돼.”
 “뭘.”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세뇌? 뇌 실험? 루드비코 고문이라도 당한 거 아냐?”
 “너는 걔가 무슨 북괴로 보이냐?”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아마 대판 싸우겠지. 대답 대신 참을 인 자를 속으로 꾹꾹 눌러 썼다. 침묵하는 내 정수리에 대고 녀석은 그녀가 얼마나 예쁘고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고취했다. 하나님 부처님 저 멍청한 얼굴 한 열 대만 때리게 해 주십쇼…. 울화가 치미는 동시에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고, 시간은 잘 갔다. 작은 조바심들을 짐처럼 쌓아둔 채 지내던 어느 오후. 중간에 낀 수업이 갑자기 휴강하는 바람에 시간이 붕 떠버렸다. 볕도 좋은데 들어가서 잠이나 잘까. 그러나 텅 비었을 거라 생각했던 문창실에는 비슷한 이유로 잉여가 된 동기 놈들이 구석 소파에 앉아 떠들고 있었다. 조용히 자기는 글렀군.
 “징그럽게 붙어서 뭐하냐?”
 “오, 김꽁. 너도 와서 걸어.”
 “미친… 또 내기해?”
 “건수잖아.”
 내가 질린다는 표정을 했으나 다들 킬킬 웃어대느라 바빴다. 건수라는 건 호구의 연애사업 얘기였다. 대망의 실연 일이 과연 언제가 될까 하는 돈내기. 공책에 날짜며 이름이며 써놓은 걸 죽 훑는데 판돈이 죄다 앞쪽에 몰려 있었다. 이 주 아니면 한 달.
 “이래서 무슨 내기를 해?”
 “그럼 니가 일 년에 걸래? 배당금은 쩔겠네.”
 “…아니 미쳤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자 점퍼가 버스럭거린다. 놈이 좋아 죽는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눈망울이 크고 서글서글한 것이 사람 홀리기에 좋아 보였다. 아마 곧 헤어지겠지. 언제고 무참히 깨졌던 지난 연애처럼 이번 연애사업도 망할 것이다. 그러니까 언제 망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뜯어 먹히느냐 그게 문제였다.
 “그 새끼는 정신을 못 차렸어. 저번에는 과제 갖다 바치다가 방학하니까 황 됐잖아. 호구 같은 새끼.”
 “아 그래서 걸 거야 말 거야?”
 나는 갈등했다. 의리와 실리 사이 중에. 사실 도박이나 복권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는, 잃을 확률보다 따낼 확률만을 생각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한 달 반.”
 그래도 가장 긴 기간에 거는 것이 나름의 의리요 혹시 정말 된다면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길이 아닌가, 기막힌 합리화를 했다. 만약에 내가 따게 되면 위로주라도 사 줘야지, 그런 생각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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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사람은 저마다 자기만의 보물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마음속으로만 품고 있는 사람도 있다.
그 보물은 개개인의 믿음에 따라 수만가지 형태로 생각할 수 있다.
누군가에겐 집이 될수도 있고, 차가 될수도 있다.
재능이기도 하고, 지식이기도 하다. 또는 건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것도 원하지 않는다.
물론 나에게도 보물이 있다. 게다가 난 그 보물을 이미 곁에 두고 있다.
햇살이 이리도 따가운데도 지칠 줄 모르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어린 소녀딸.
또래 아이들과 장난을 치며 이리저리 뛰어 노는 모습이 마치 토끼가 깡총깡총 춤을 추는 것 같다.
공원 벤치에 앉아 딸 아이의 모습을 지켜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가질 않는다.
가끔씩 눈이 마주치면 슬쩍 손을 흔들어 보인다. 그럴 때마다 아이도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3시 40분이었다.
슬슬 소아과 예약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곧 아이와 함 께 병원에 가봐야 했다.
왠지 아이의 행복을 가로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예약 시간에 제때 가지 못하면 진료시간만 더더욱 늦어질 것이었다. 아이도 병원에 있는걸 싫어하니 매도 일찍 맞는게 낫다고, 그렇게 생각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병원에 갈 시간이다. 이제 그만 준비하자꾸나."
아이는 뜀박질을 멈추었다. 더 놀게 해달라며 눈으로 호소하듯이 내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못내 아쉽다는 듯 순순히 내 말을 따라주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신나게 웃고 달리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아이가 느릿느릿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이에겐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와 나란히 걸으며 말을 꺼냈다.
"이따 병원 갔다 와서 맛있는 초콜릿 사줄게."
"...몇 개?"
"음... 두 개?"
아이의 반응은 덤덤했다.
"좋아, 아빠가 인심 썼다. 세 개!"
아이는 하는 수 없나, 라고 생각했는지 이내 만족스러워 했다.
"네? 정밀 검진이요?"
"예. 사진으로 보면 아이의 순환기 계통에 아무래도 의심이 가는 점이 있습니다. 좀 더 정밀한 검사를 진행해보고 진단을 내려야겠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우두커니 선 채 의사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다.
순환기 계통에 문제가 있다? 즉, 아이의 심장에 문제가 발견되었단 말인가?
"아, 일단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이의 심장 쪽에 무언가 미세한 입자가 형성되어 있어서 자세한 것은 검사를 더 진행해..."
믿을 수가 없다. 다른 아이들이 매 환절기마다 골골거릴 때 같이 등산을 다닐 정도로 건강한 아이였다.
그런 아이에게 심장병이라니, 있을 수가 없다.
의사는 자기 얼굴을 보는지 허공을 보는지 모를 나에게 이것 저것 설명하려 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 한다.
그러나 내 머릿속은 이미 새하얘질 대로 새하얘져 있었다.
그저 방금 전 공원을 나서며 아이와 한 약속만이 떠오를 뿐이었다.
어쩌면 오늘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할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