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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나왔다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지만

환자복을 입고 병실에 누워있었는데

이제 다 나았다며 

차를 몰고가는데

초록색이었다. 

근데 차가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어마어마하게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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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

어두컴컴한 병원 1인실 안,
여느때와 같이 텅 빈 냉장고가 웅웅거리며 울고 있었고,
달은 깨끗하다 못해 휑하기까지 한 병실 바닥으로 자신의 빛을 쏟아내고 있었다.
침대에 누워있던 그는 점점 눈꺼풀이 내려오는것을 느끼며 죽음을 체감했고,
그의 일생이 그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가슴 아프고도 즐거웠던 시간들,
그는 파란만장했던 이세상 소풍을 끝내기로 마음먹고 서서히 눈을 감았다.
어느새 웅웅거리던 냉장고 울음소리도 끊기고 병실 안은 정적 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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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같은

침대에 누워서 창 밖을 바라보자 하늘에서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리었다. 울적하게 만들기는 정말 나같은 놈이네, 나는 속으로 애꿎은 하늘에게 비아냥 거렸다.
너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아직 이 곳에 있으려나, 아니면 저 먼 곳에 있으려나. 뭐..상관없지 하지만 다치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너와 내가 다시 만날 때까지. 나는 조그맣게 중얼 거렸다. 

병원에 있는 건 정말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고양이 밥주기, 고양이 놀아주기, 고양이랑 이야기하기, 고양이랑 합체하기 같은 건 당연히 못하고 산책하는 것마저도 꿈도 못 꾸었으니까. 
다리 뼈가 부러진 나는 다리를 나의 몸보다 높이고선 그저 침대에 누워있는 것 밖에 하지 못하였다. 뭐..해 볼만한 일은 몇 개 있었지만...
핸드폰하기, 핸드폰이 없어서 패스. 게임기로 게임하기, 게임기는 형제들이 가져오지 않아 패스. 보나마나 집에서 오소마츠 형이나 쥬시마츠가 하고 있겠지. 
또 가끔씩오는 형제들과 이야기하기, 하지만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 상황이 벌어져 강력하게 패스. 특히 톳티 녀석..자기 옷사는 걸 왜 나한테 골라달라고 하는거냐. 어짜피 자기가 사고싶은 어울리지도 않는 귀여운 옷 살꺼면서. 
그리고 책읽기. 앞의 것들보다 가장 해 볼만한 일이고, 유일하게 해 보았던 일. 하지만 책 읽을 때 허리가 아파서 오래 할 수는 없어서 패스. 
그래서 안 타는 쓰레기 같은 내가 선택한 일은 침대에 누워서 창 밖을 바라보거나 매일 같이 바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를 보는 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 힘들텐데도 뭐가 그리 단단한지 얼굴의 가면을 벗지 않고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킥..정말 힘들게 사네. 뭐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느날이었다. 내가 있는 6인실 병실 내 옆자리신 할머니가 완치 되셨다. 숫기가 없는 나에게, 쓰레가 만도 못한 나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도 나눠주시고, 매일같이 병실의 아침을 알리셨던 할머니가 이제 이 병실에서 나가신다고 하니 기쁜 일이었지만 조금의 서운함이 내 마음에 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고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할머니께 인사드리며 생각했다.
목발을 짚고 마중을 나가고 싶었지만 손사래를 치며 나오지 말라고 하시던 할머니에 나는 나가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할머니가 나가시기 직전에  잘 챙겨먹으라고 남겨주신 간식을 먹으며.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지겠네, 라고 생각하던 참에 간호사가 침대 끝에 이름표를 바꾸는 것을 보았다. 쳇..아직 빈자리 느끼지도 못했는데 벌써 들어오다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윽고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네다섯명의 사내놈들이 병실에 들어와 침대로 걸어왔다. 사내놈들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정색 양복, 검정색 셔츠, 검정색 신발 그리고 각각 다른 넥타이 색을 착용하고 있었다.
토하겠네 토하겠어 지들이 무슨 007을 찍는 것도 아니고 뭐람, 이라고 생각했다. 4명의 남자 중 핑크색 넥타이를 한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각각의 침대를 분리시키는 용도로 있는 커튼을 촤아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쳤다.
"정말 형들도 참 이렇게 공개적인 병실을 구하면 어떻게?" 
"이에에...톳티 정말 콕 집어서 이야기 하다니 예리하네 그렇게 콕찝으면 형아 아프다구?" 
중저음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나는 기겁했다. 에엑..형아라니 우리집 쓰레기 장남이 하는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네. 
기겁을 하고있자 약간의 차가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보다 좋은 병실이 있기는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말이지?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딱히 문제는 없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통적인 사람이니까" 
"뭐어..쵸로마츠 형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여기 어때? 괜찮아? 쥬시마츠형?" 
"하잇! 여기 좋아! 조용하기도 하고! 근데 나는 여기 몇 일동안 있어야 하는 거야?"
다 들린다 이놈들아 여기는 병원이라고 병원, 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우리 형제들이 올 때면 이처럼 시끄러웠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뒤늦게서야 병실에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다음에 형제들이 오면 밖으로 나가자고 해야겠다. 나는 침대 옆에 있는 개인 사물함에서 읽을 책을 꺼내며 생각했다.
쿠소마츠가 가져다 준 책은 뭐려나..설마 자신의 옷장 컬렉션이 있는 잡지라던가 잡지라던가, 잡지는 아니겠지. 나는 책을 찾아 내 앞으로 가져왔다.
다행히도 나의 눈 앞에 있는 책은 안쓰러운 잡지 책이 아닌 '어린왕자' 였다. 어릴 때 읽었던 어린왕자라..뭐 조금은 읽을 만 하겠군, 라고 생각하며 나는 책을 펼쳤다.
이로써 나는 사내놈들의 이야기를 나의 귀에서 차단하려고 했다.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의도치 않게 들려오는 소리에 어.쩔.수.없.이 듣게되었다. 마치 우리형제를 보는 듯하여 재미있어서 그런건 아니라고 말 할 수..없..다.
"음..쥬시마츠 아무래도 이번 달 말까지는 무리 아니겠어? 솔직히 지금 네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니까 편히 쉬어도 될꺼 같은데? 맞지 쵸로마츠?"
"응 뭐 맞기는 하지. 이번 달은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또 무력을 사용하는 건 카라마츠 형이 맡을 수 있으니까"
"응응 게다가 쥬시마츠형 이번에는 꽤나 크게 다쳤다고? 평소 같았으면 반나절 안에는 일어났어야 하는거 이번에는 하루를 넘겼었으니까"
뭐..뭐야 이놈들..? 정말 007이라도 찍는거야? 무력을 사용한다니, 반나절 안에 일어나지도 못 할 만큼 크게 다쳤다니. 소설 속의, 드라마 속에서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리자 나는 저 놈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생겼다.
아냐아냐...진정하자 이치마츠..너 같은 쓰레기가 남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위험한 거다..위험한 거라고. 이제는 그만 엿들어야 한다..그만해야되. 내 머리 속에서는 빨강색 빛의 알람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 말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고. 나 역시 그 모든 사람에 속하는 듯, 나의 귀는 옆 침대의 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
"응! 그럼 나 이번 달까지 휴가라고 생각하고 쉬면 된다는 거?"
"뭐..그렇지 비상금은 네 개인 사물함에 넣어둘께 필요할 때 쓰고. 그리고 이번에 열심히 했으니까 푹 쉬고 다시 투입 될 준비하라고 쥬시마츠?" 
단호하고 냉철해 보이는 듯 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에게 이야기 했다. 침대에 있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구, 라는 짧은 말을 말했다.
이윽고 단호한 그 남자의 핸드폰으로 생각되는 것에서 진동이 울렸다. 남자는 진동을 확인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앗, 밑에 이치마츠랑 카라마츠 형한테 연락 왔다. 오소마츠형, 톳티 이제 가야해. 쥬시마츠 잘 있을 수 있지?"
"우리 쥬시마츠 형은 잘 할 수 있...아 조금 걱정 되기는 하는데..."
"에이 걱정 말라구 우리 쥬시마츠는 씹동정 체리마츠가 아니라서 잘 있을 수 있어 고작 12일이라고?" 
"확실히 그건 그렇게..쿡" 
귀여운 척 하는 남자는 능글거리는 남자의 말에 동의 하며 비웃었다. 풉..저기에도 씹동정 체리가 있나보군..우리 라이징 시코마츠처럼.
문득 나는 지금쯤 냐짱 지하 라이브를 가서 '냐짜아앙!!!' 을 외치고 있을 쵸로마츠 형을 떠올렸다.
냉철한 말투를 가진 남자는 화가 난 듯 거기에 있는 놈들에게 이야기 했다.
"어이, 따지고 보면 너희들도 씹동정인건 똑같잖"
"하이잇! 나 잘 있을 수 있으니까 잘 가라구! 아 톳티 나가기 전에! 나 커튼 좀 치워줘 불편해!"
침대에 있는 남자는 냉철한 말투를 가진 남자의 말을 끊고서는 말했다. 그렇게 냉철한 남자는 말을 뺏기고 침대에 누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쥬시마츠으! 나 너한테 뭐 잘못한거 있냐?, 라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울먹거리는 남자를 능글거리던 남자가 토닥이었고귀여운 척 하는 남자는 침대에 누운 남자가 요청한 것을 들어주었다.
그 상황의 주범인 침대의 남자는 그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아 뭔가 저 장면을 보고 있으니까..기시감 같은게 느껴졌다.
"어이 쥬시마츠 12일 후에 만나 그 때까지 푹 쉬고"
"쥬시마츠, 진짜 너도 나 놀리는 거냐고!?!"
"쥬시마츠 형! 쵸로마츠 형은 신경쓰지 말구 밥 잘 먹고 잘 쉬고 있어! 회복에만 집중하기야!" 
세 사내놈들은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에 침대의 남자에게 신신당부와 인사를 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병실은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정말 못말리는 형제들이구나, 밖으로 나가는 세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옆에서 느껴지는 눈빛에 옆 침대를 바라보자 나를 보고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것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있는 남자. 뭐...뭐지 왜 나를 보는 거야,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한마디가 나갔다. 
"아....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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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내가 주로 다니는 동선이 싫다.
세브란스 병원과 장례식장, 요양병원. 그 길 위를 덜리는 버스. 그날 아버지는 이런 말을 하셨다.
"내가 이 길을 이젠 돌아갈 수 없겠구나"
그때 내가 하던 짓이라곤, 응급요원들에게 핸드폰으로 글을 써서 보여주는 것 뿐.
'아버지가 말기암인데, 당신께서는 모르고 계십니다'
그 문자를 보고 20대 후반으로 보이던 응급요원은 눈시울이 붉어졌고, 난 창피함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렇게 결국, 아버지는 세브란스 응급실에서 한기에 내내 떨고 계셨고, 난 기껏해야 모실 수 있는 근처 병실이 있는 요양 병원을 알아보고 아버지께 내 외투를 덮어드리는 짓 밖에 할 수 없었다.
아버지의 그 말씀대로 결국, 살아서는 집에 못가시고, 벽제 화장터를 거쳐 한 줌의 유골로 큰 손자 품에 안겨 집에 잠시 들리셨다.
이 길이 싫지만, 그래도 다녀야한다. 매일, 이 길을 다니며 이 생각을 늘 하겠지. 나도, 이젠 늘 집에서 나올땐,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각오를 하게 된다. 우린, 길 위에서 살다가 길 위에서 생을 마치는 그런 인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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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코스모폴리탄

이 곳은
누군가에겐 암흑이고 공포요 짐이겠지만
나에겐 그저 낯선 도시일 뿐
그래서
가벼운 아침을 맞이하게 한다. 
가벼운 마음,
텅 빈 머리,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