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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에게

지금은 멀어졌어도 그 시간들이 다시 오지 않을까


네가 좋아하던 영화들, 노래들, 음식들. 내게 너무 많이 남아 있어. 뭐 아직까지도 그렇게 선택하진 않지만, 종종 생각이 나. 이렇게 글을 쓸 때. 나는 경험이 적어서, 그 기억들이 크거든.

네 취향이 내 취향이 될 때.

네게 좋은 것들만 주고 싶어 발품 팔던 날들.


하나도 안 그리워. 그 시간들 따위 다시 안 와도 돼.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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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너와 나는 비를 맞고 있었다. 비는 쉼 없이 내렸고, 나는 발이 잠겨 움직일 수 없었다. 그렇게 너에게 묶여있었던 것 같다. 너는 나에게 무력감을 선물했다. 물이 턱까지 차올랐을 때에야 알았지. 네가 내 발에 족쇄를 채워놨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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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때로는 소리를 지륵
때로는 안심을 띄우고
때로는  미움을띄우는구나
내 마음과도 비슷한 정치는
시민들의 작은한켠의 두려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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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간단한 외상 통증은 쉽게 가라앉고 사라진다.
그리고 나중에 그 아픔이 있었던 것 조차 잊는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 깊이 쿡 쿡 쑤시고 있는 그 마음 속 수많은 상처자국들.
가끔 너무 힘들면 상처를 꺼내 어루만져서 낫게 해 주고 싶은데. 왜 더 아프면서 고치기가 힘들까
왜 마지막까지 마음을 누르며 있을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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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때 꿈을 꾼다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어
어차피 깨면 없어질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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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지구상의 모든 강한 것들을 압도하는, 모든 힘의 정점에 있는 그것, '시간'
첨단 과학으로 발달한 21세기에서도 시간을 이기는 것은 아직 찾지 못하였다.
시간은 우리를 끊임없이 미래로 인도하고, 우리의 발자국은 '과거'가 된다.
우리는 계속 걸어가야만 한다. 우리는 같은 발자국을 다시 한번 밟을 수는 없다.
우리는 끊임없이 걸어가지만, 가끔은 이상한 것을 밟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마다 신발이 더러워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한층 성숙해진다.
우리는 과거의 발자국을 기억해내어 새로운 길을 찾아내고야 만다.
반면, 발자국을 오로지 평평하고 안정된 길에만 남기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결코 나중에 올 재앙에 대비하지 못한다.
죽음이라는 우리들의 마라톤의 종지부는 그 누구에게도 예외가 없다.
어떤 길이든지 꿋꿋이 견뎌내어 걸어가는 사람.
오직 안전한 길만 걸은 사람.
천천히 걸은 사람. 빨리 뛰어간 사람...
이 많은 사람들도 결국엔 자신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을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인생을 걸어올 동안에 무엇을 했었든지 결국 허무하다.
인생이라는 마라톤은 결국 상 따위는 주지 않으니까.
그래도 꿋꿋이 위대하게 걸어갔던 사람들의 발자국은 모든 이들의 이정표가 되어준다.
태평양을 항해하는 사람의 북극성 같이, 미로를 헤매는 사람의 빵 부스러기 같이,
가장 높은 산을 오르는 사람의 세르파 같이 그 발자국은 우리를 도와준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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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그 쓸쓸함

난 사랑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랑 그 쓸쓸함' 따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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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예전에 불렸던 내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처음에는 아내였고
아이가 생겼을때는 엄마였다
그래도 나는 열심히 살았고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내 이름조차도 기억나질 않고
누구 엄마, 누구 아내 였던 내가
더 익숙해졌고, 당연해 졌다
가끔 온전한 나로서의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할때가 있지만
엄마이자 아내로서 나에게
내 시간 따위는 존재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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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구역질이 난다.
4알이나 먹었던 감기약 때문인지
혹은 내일이 온다는 기분 때문인지
내일이 온다는 것을 앎에도 무엇하나 하지 않은 나 때문인지
사실 이런 기분은 단순히 오늘이 일요일 밤이라서가 아니다. 오늘 아침에도 나는 느꼈다. 매일이 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고된 하루가 끝나고 끝나고 끝나서 잠에 드는 그 시간만이 계속 반복된다면.
자기비하만으로 물드는 시간이 아니다. 다듬어지지 않은 글 따위로 나른 동정하는 시간 따위는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무엇에 취한건지 핑핑 돌아가는 시야 사이에서 나는 날 끄집어 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이 울적지근하고도 뻑뻑한 것은 밖으로 나오고 싶어 나를 긁어내리고 갉아먹는다. 차라리 그가 나였으면 한다.
시간이 두렵다.
잡히지도 않은 채 흘러가는 시간이. 오늘이라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일이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다. 어느날 나는 내가 서 있는 시간선상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그 선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그러면 더 이상 내일이 오지 않으려나. 간신히 외줄을 타던 나는 사실 외줄을 걷고 있던 것이 아닌 발바닥에 외줄이 박혀있단 사실을 알아채는건 아닐까.
그럼에도 내일은 온다.
내가 이 모든 것을 이겨내지 못하더라도 그것은 날 찾아오기에 눈을 감는다.
나는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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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
그런 시간이 있는 법이다.
수채화 물감같은 잿빛 감정은 
늘 그럴 법한 때에 찾아온다.
가을 바람이 불고, 동네 아이들이 공을 차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노을의 시간에.
별다른 일이 있지도 않은데

이 바람냄새를 맡을만큼의 여유도 없을 때.
내 머리카락 끝까지, 운동화 끝까지 못나고 미워질 때.
어느새 삶에 고여있던 사랑이나 희망 따위가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는 때.
그럴 때면 그냥 숨죽여 있는다.
이 감정이 찰랑거리다 흘러넘치지 않도록.
내 남은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리지 않도록.
음악 하나를 줄창 틀어놓고
풀이나 흙을 기는 개미 따위를 보는 것이다.
마음의 파동이 가라앉고
다시 땅을 디딜 힘이 날 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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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나는 어릴때 그림자를 무서워했다. 검은 것이 내가 하는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 무섭게 보였다. 마치 나를 곧 대신할거 같았으니까. 나는 그것이 내 행동을 따라하는걸 싫어했지만, 한편으론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 그것이 다르게 움직였으면, 더욱더 무서웠을테니. 그것이 나에 대해 모든걸 배워서, 나를 곧 대신 할 정도로 힘이 생겼다고 생각할수 있으니까말이다. 
시간이 지나고, 빛에 대해 배우고, 여러가지 지식을 배우면서, 그림자는 무서운거따위가 아니라, 그냥 자연중 일부라는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엄청 힘겨워 보이는 듯한 그림자를 보게 된다. 마치 나의 어두움들을 다 가져가 숨긴듯한 그림자말이다. 난 그림자를 무서워 했다. 아니 난 여전히 그림자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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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꿈이라기엔 믿을 수 없을 만큼 생생한 꿈을 꾸었다
생생하고도 아름다웠다
너무나도 아름다워 그것이 현실이 아닌 것을 알았다
꿈에서 깨자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뼛속 깊이 살을 파고들었다
차라리 꿈따위 꾸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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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놓아주세요. 나를 두고 가세요.

그토록 나를 아프게만 할 거라면
차라리 내가 사무치도록 놓아주세요. 
미련히도 그대보다 내 자존심 놓는걸 택한
나를 이제는 놓아, 저 멀리로 가버려 주세요.
두고가세요, 두고가세요.
비참한 정 따위로 뒤 한번 돌아보지 마시고
여태껏 그래왔듯이, 이제는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