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넙치

- 홍수 5


하루마다 한 길씩 마음의 바닥으로 내려갑니다

어디서 왔지?
[["synd.kr", 7], ["unknown", 294]]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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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마음은 어쩌면 커다란 가마솥과 같다. 
가마솥 하나만으로는 그저 무엇을 담는 용기로밖에 사용될 수 없지만, 아궁이에 달리고, 밑에서 불이 올라오고, 안에 뭐가 들어 있느냐에 따라, 맛있는 쌀밥을 지을 수 있는 용도, 힘든 하루를 보낸 소에게 여물을 쑤어줄 수 있는 용도, 밖에 나갔던 가족을 위해 이런저런 음식을 보온하는 용도, 식어빠진 구황작물을 보관하는 용도, 고양이가 추운 바람을 피해 숨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할 수 있다.
인간이라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 자체로는 어디에도 쓸모없는 존재이다가, 어떤 상황에 놓이느냐에 따라 쓰임이 달라진다.
그런 것이 마음이다. 마음은 어쩌면 가마솥과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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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오늘 하루도 떨어트리면 부서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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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음

늙었어.
아침보단 밤에 더 쌩쌩하고
밤새도 힘들지 않았었는데
이젠 아침엔 원래 힘이없고
저녁엔 피곤해서 힘이 없고
게다가 낮잠도 자는데.
더 게을러진건지 늙은건지
어찌됐건 하루종일 골골
몸도 마음도 난 20대인거 같은데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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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연애

참재밌네요..
회사에서 일하는척 키보드를 치는데
지나가는 한 직원이 저를 보면서
얼굴 안아파요? 하루종일 웃고있네 ㅋㅋㅋ
그리고 거의 매일 만나지만
헤어질땐 늘 아쉽네요.
이래서 결혼하나봐요
결혼 해서도 이런 마음이 계속 유지될까 두려움이 없잖아 있지만
그래도 하고 싶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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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하루는 울게 하시고
하루는 웃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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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감

예를 들면 상을 받는 것처럼 자랑할만한 결과가 있어야 소감도 써볼텐데..
답답한 마음을 소감으로 써보자면 이렇다.
난 왜 이리 못났을까... 라는 생각이 하루에 딱 열두번든다.
초기나 지금이나 자학의 횟수는 동일한데 자학의 정도와 회복에 걸리는 시간은 갈수록 늘어난다.
힘들다.
더 많이 준비해했어도 역시 부족했겠지만 힘들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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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너의 하루였으면 좋겠어,
내 눈짓으로 일어나고 내 목소리로 잠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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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직업

비가내린다. 가로등아래 여름을살았던 벌레들마냥 빗줄기가 살아 날아다닌다. 
모자를벗고외투를벗고 비를 흠뻑 몸에 적시고싶다. 
하지만 하루내내 비를맞고 일했다. 
낭만적인 직업인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루가끝나고 주차를하고 왼쪽엔가로등불이 차안엔 실냉들불이 얼굴엔 스마트폰 불이 입술엔 담뱃불이 그리고 
내 마음엔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타다남은 내 꿈의 등불이 아직 켜져있다. 
비가 아무리와도 꺼지질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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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오호라. 이게 웬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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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쯤 거리에서

한 달 쯤 거리에서
- TS엘리엇의 「황무지」를 보고
수만 키로, 혹은 수억 광년쯤 지나다보면
제가 그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대가 계신 사막 한 가운데에서
한달여 쯤 걷다보면 저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온실 속 화초
유리병에 갇힌 밀랍인형
가장 작은 마트로슈카
짧은 하루 속에서 울렁이기만 하는 메아리입니다.
한 달이면
그리움만 조금 남아있을 줄 알았는데
한 달이라
아직도 느껴지는 외로움은 잔인하게 가슴을 후벼팝니다.
그대에게
상처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날카로웠기에
그런데 이제는 이 게 내 마음을 후벼 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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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하루중 내가 그대를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있을까
질리지도 변하지도 시들지도 않는 내사랑
보구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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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감기

베개를 끌어안자 더운 숨이 베갯잇에 부딪혀 얼굴로 되돌아왔다. 머리가 웅웅 울리고 코언저리가 뜨겁다. 일어나고 싶은 동시에 일어나기 싫어서 갈등하다가 결국 번데기처럼 이불을 둘둘 만 채로 구물구물 일어났다. 기회를 엿보고 있었는지 허리를 세우자마자 세찬 재채기가 튀어나왔다. 아, 왔다, 왔어… 어쩐지 어제부터 낌새가 수상쩍더라니.
 방전되어 있던 핸드폰에 밥을 주고 전원을 켜자 문자 서너 개가 한꺼번에 떴다. 일어났어요? 저는 지금 일 마무리하고 버스 타요. 열한시쯤이면 터미널 도착할 거예요. 미열 때문에 멍멍한 손끝으로 늦은 답장을 보냈다. 조심해서 와. 근데 나 감기 왔나 봐. 올 때 종합감기약 하나만… 거기까지 보내고 또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깊게 잠들지도 못하고 넘실거리는 수면에 이리저리 떠다녔다. 잠결에 문이 열리는 소리, 이마를 짚는 찬 손과 A의 먼 목소리를 들었다.
 많이 아파요? 오면서 죽 사 왔어요. 약이랑 먹고 자요.
 대답만 겨우 하고 한참 정신을 못 차리다가 간신히 상 앞에 앉아 죽을 떴다. 분명 새우랑 당근 같은 게 보이는데 무슨 맛인지 알 수가 없다. 없는 식욕에 억지로 씹을수록 머리가 무거워진다. 오로지 의무감으로 반 그릇을 비운 뒤 약을 먹고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폭 떨어지듯 꾼 꿈에는 내가 걸린 감기가 사람의 모습으로 나왔다. 놈은 자신의 오랜 친구인 몸살과 열도 데려왔다. 그것들과 놀다 보니 한겨울인데 나는 점점 따끈따끈해지고, 줄줄 흘러 바닥으로 퍼져갔다. 킬킬 악독하게 비웃는 것들에게 팔다리를 허우적대다가 벌떡 일어났다. 이게 무슨 개꿈이야. 식은땀으로 등과 머리가 축축했다. 숨을 들이쉬자 내내 꽉 막혀 있던 콧속으로 시원하게 바람이 들어온다. 뻐근했던 몸이 조금 개운한 듯도 했다. 약이 잘 듣나. 누워서 마른세수를 하다가 또 잠들었다.
 좀 살만해진 저녁. 나는 소파에 반쯤 누워 시집을 보고 A는 옆에서 키위를 잘랐다. 팔랑팔랑 넘어가는 책장 사이로 A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키위가 미네랄이랑 비타민이랑 뭐더라, 미네랄이 많대요.
 이미 수십 번 읽은 시집은 책장을 덮어도 눈을 시리게 했고, 조곤조곤 말하는 네 목소리는 어딘가 봄볕 같은 데가 있었다. 하루 동안의 병 앓이로 가슬가슬해진 몸이 금세 녹녹해진다. 어느새 접시에 산처럼 쌓인 키위를 한 조각 찍어 먹자 입 안에서 무르고 신 과육과 까만 씨가 자박자박 씹혔다.

 해가 지나간다. 감기도 과일도 끝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