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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당신

눈이 오면 다시 끄적이는 시. 뇌까리는 시. 

시 하나로 형용되는 아스라한 시간과, 그 눈에 은닉된 사람. 

하여 어느 날, 눈녹듯 사라질 사람. 

참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람. 

시 한 편의 발자욱 받으며 소리 없이 떠나가려무나. 


어느 먼 곳의 반가운 소식이기에
이 한 밤 소리없이 흩날리느뇨 

추녀끝 호롱불 여위어가고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에 매어
내 마음 허공에 등불을 걸고
나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어느 먼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내려 내리고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김광균 [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