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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약 그리고 우울증

나는 원래 조울증이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정신과에 다니며 심리상담과 각종 상담을 받으며 설명들은 나의 증세들은 내가 기억하는 한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쭉, 이어져 왔던 증상들이다.


내 스스로도 조금은 의심했다. 주위에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들은 많은걸? 걔네 보면 장난 아니던데? 공황이 오면 길거리에 주저앉아 숨도 못 쉬고. 울고. 


나는 아닐거야. 그렇게 생각했다.


요즘은 조울증을 진단받고 꾸준히 약을 먹고 있다. 몸이 늘어지고, 원래 없던 의욕이 더 없어지지만 그래도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저녁약을 먹고 나면 쭉 늘어지기 때문에 일상의 사소한 일들에 분노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왜냐하면 저녁약을 먹으면 나는 축 늘어져서 맘 편히 잠들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기억하는 한 평생 불면증을 달고 살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밤에 자려고 하면 죽는 것이 무서워서 눈물을 흘리다 몰래 거실 기둥 뒤에 숨어 어머니가 보는 티비 방송을 훔쳐보다 어머니 일어나실 적 쿵쾅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침대에 뛰어들어 자는 척을 했다.


나이를 먹고 나서는 사는 게 무서웠다. 매달 나가는 월세가 무서웠고, 그런데도 미친듯이 카드를 긁어 매달 할부금에 쫒겨 사는 자신이 무서웠다.


글에서 보이는 만큼 우울한 사람은 아니다.

누굴 만나도 대화하기 좋다고 하고, 내가 우울해하면 친구들이 신기해할 정도다. 내 스스로도 우울을 대상화해서 가운을 걸치고 와인을 마시며 우울한 나에 취하며 즐거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병증을 인정하고 나서의 이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힘들었던 것, 내가 혼자 꾹꾹 눌러왔던 것들이 천천히 치유되는 느낌은 술먹고 클럽에서 노는 그런 얕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다.



예전에 잠시 먹던 다이어트 약을 다시 받아왔다.

하도 낮에 기력이 없어 뭘 하질 못하고, 잠만 자고 자꾸 뭘 먹게 되어 기껏 뺀 살이 다시 찌기 시작했으니까. 아침약과 함께 나비 모양의 알약을 삼키면 식욕이 사라지고 기운이 난다. 마약이라고 금지하는 각성제인 애더럴, 암페타민과 별다를 것 없는 작용 기제를 가진 덕이다. 살도 빼고 정신도 깨어 책이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다.


항우울제와 식욕억제제를 먹는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걱정하고, 또 색안경을 낀다.


하지만 나는 내 인생에서 이만큼 계획적이고 행복하게 살아본 적이 없었다. 충동과 욱하고 올라오는 성질, 가끔 찾아오는 우울이 다스려지고 손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대신 의욕적으로 운동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게 만들어 주는 알약들.


최근에 다큐멘터리를 하나 봤다. 애더럴의 오남용에 대한 다큐였다. 나는 그 사람들에게 깊이 공감했다. 비록 애더럴을 먹어본 적이 없어 100% 동감할 순 없지만, best of me를 이끌어 내는 것을 많이 도와주기도 한다.


또, 선입견과 다르게 최상의 나를 추구하는 과정은 오히려 나를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나의 불완전성에 화내고, 또 나의 실패에 우울하기보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마음놓고 푹 쉴 수 있다는 자유. 이런 해방감. 


적어도 나는, 이런 해방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모든 약의 작용 기제와 부작용, 복용 용량과 스케쥴을 체크하여 식단까지 맞게 짜서 휴식기와 복용기를 제때 지킨다면, 약은 위험하지 않다. 위험한 건 그렇게 하지 않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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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우울제 먹음

유니작, 아빌리파이, 벤즈트로핀
이렇게 3가지 처방받음.
유니작은 세로토닌 재흡수를 차단해 뇌에 상대적으로 많은 세로토닌이 남아있도록 한다고 하고,
아빌리파이는 도파민 균형을 유지시켜주는 약으로 업되면 다운시켜주고 다운되면 업시켜준다고..
벤즈트로핀은 아빌리파이 복용 부작용을 막기 위해 먹는다고.
그니까...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 세로토닌을 뇌에 모았는데 세로토닌은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유지와 관계가 있다보니 도파민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아빌리파이를 같이 먹는거고, 아빌리파이는 손떨림과 같은 파킨승 유사 증상의 부작용이 있다고 하니 그 때문에 벤즈트로핀을 같이 처방해줬나봐.
여기까지 매우 이해가 돼.
근데 막상 좀 먹어봤더니 1)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졸립고 2)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도 갑자기 어지러움이 생기고 3) 오금이나 아랫배 등의 근육이 갑작스레  뭉치거나 통증이 생기고 4) 입이 바짝 마르고 5) 머리가 멍하고 6) 동작이 둔해지고... 뭐랄까 부작용의 종합판 같은 느낌?
그래서 병원에 얘기했더니 아빌리파이와 벤즈트로핀은 빼고 유니작만 먹어보자고 하네.
그래서 오늘은 유니작만 먹었어.
근데 말이야...
나 약빨이 무지무지 잘 듣는 체질인가봐. ㅋㅋㅋ
병원에 다시 물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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