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메뉴

둥지

아가새는 언젠가 둥지를 떠난다. 조용한 숲의 안갯길 위를 지나, 너른 하늘 위를 비행한다. 나도 그런 꿈을 꾸는 어린 새이고 싶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때가 되면 석양을 향해 고요히 떠나는 용감한 새가 되고싶다. 푸른 희망을 가득 실은 듬직한 새.

다른 글들
0 0

아주 짧은 시간

스쳐지나가던
구름연기를 잡아
펜촉에 꾹꾹 묻혀
책갈피처럼 끼워넣었다
그리고 석양에 비추인 달처럼 허물어지는 생각
0 0

하늘

눈부시게 떠오르는 아침해를 보니 당신이 떠오릅니다.
길게 늘어진 구름을 보니 당신이 떠오릅니다.
점점 짙어지는 붉은 석양을 보니 당신이 떠오릅니다.
당신의 하늘에도 내가 있기를.
1 0

고양이 신사

"조심해서 들어가고, 내일 봐!"
"응 너도 조심히 들어가~"
작은 사거리에서 단짝 친구와 인사하고 집으로 향했다.
오늘도 바쁜 하루가 다 지나가 피곤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오늘은 다른 날들 보다 일찍 하루가 끝났다. 거리에 석양이 아름답게 물들어서 사진 몇장을 찍었다.
배고프다...집 가면 밥부터 먹어야지. 
저녁 메뉴를 한창 고민하고 있었는데...
"으아 깜짝이야-!"
웬 검은 물체가 바로 앞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은 다이아몬드 같은 푸른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윤기나는 검은 털을 자랑하듯 우아하게 걸어나갔다.
"우와...진짜 예쁜 고양이네."
나는 홀린듯 쳐다보다 이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집으로 들어와 과제 프린트물을 책상에 던져놓고 씻으러 들어갔다. 
"아아-개운하다."
다 씻고 나와서 침대에 드러눕자 몸이 노곤해졌다.
"하아...귀찮은데 저녁 뭐 먹지...시켜먹을까."
핸드폰에서 배달 음식을 찾아봤다. 
고민하다가 치킨으로 결정을 내렸다.
배달이 오길 기다리며 sns를 보고 있었는데 아주 가까이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약간 놀라 창문 밖을 봤는데 창가에 검은 고양이가 앉아있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원룸은 1층이라 창문이 낮다. 그래도 고양이가 앉아 있던 적은 없었는데 이 고양이는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것 같았다.
"너 아까 그 고양이 맞지? 왜 여기있어, 난 먹을거 못줘."
창문을 약간 열어서 고양이에게 살며시 손을 뻗었다.
그랬더니 살짝 피하는가 싶더니 머리를 들이밀었다.
"너 손 타는구나. 야생 고양이가 아닌가?"
'띵동'
"아, 치킨 왔나보다-"
나는 돈을 들고 얼른 후다닥 뛰어나갔다.
먹을 생각에 신나게 치킨을 상으로 가져왔는데 어느새 이 고양이가 내 방안에 있었다. 깜빡 잊고 창문을 않닫은 것이다.
"야 너 들어오면 어떡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검은 고양이는 얌전히 앉아 파란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보석처럼 아름다운 그 눈에 홀릴것만 같았다. 
0 0

사랑

 넌 해질 녘 석양을 등지고 내게 고백했고 내가 입고있던 흰 티셔츠엔 너의 그림자가 담겼다. 너의 그림자, 그것이 우리의 첫사랑이었지.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 흔한 손 잡기조차도 너는 내게 허락조차 구하지 못했고 나는 네게 허락마저 해줄 생각이 없었다. 너는 나를 양분으로 타는 불이었고 나는 네게 다가가지 않으려 스스로 몸을 굳히는 장작이었으니, 일방적으로 네가 지는 관계였다.
 우리의 끝은 눈싸움과도 같았지. 눈 쌓이는 3교시, 운동장에서 벌이던 눈싸움. 내게 실수로 눈뭉치를 맞췄던 아이를, 너는 그 아이가 울 때까지 금방이라도 찢어져 피가 날 것 같은 맨손으로 눈을 던졌지.
 너는 어렸으니 나 같은 사람을 좋아했을 테고, 나도 어렸으니 거절이라는 예의를 몰랐어. 네가 며칠 밤낮을 새며 고민했을 짝사랑의 상대가 왜 하필 사랑이란, 설렘이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나였던 걸까.
 지금도 가끔씩 생각해. 소식 없는 나의 무례한 이별 통보와 그 이후에 눈에 띄게 삐뚤어졌던 너를. 네가 그날 이를 악물고 던졌던 눈뭉치가 실은 네가 어떻게든 참아냈던 눈물 조각이었다는 것을.
 누군가 나에게 사랑을 묻는다면, 나는 가장 먼저 네가 있던 기억을 떠올리겠지.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그 시절 너의 마음을. 그리고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고 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