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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 <Faye Cornish / Unsplash>

뚝 뚝

뚝, 뚝. 당신의 눈에서 물이 떨어진다. 햇빛이 당신의 눈에, 당신의 눈물에 반사되어 빛난다. 아, 우는 모습조차도 아름다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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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뚝

모르고 있었다면 거짓이겠지
그럼에도 지적을 받았을 때는 꽤나 당황했다
정확히는 외면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랑 대화를 하다보면 뚝뚝 끊기는 듯한 나의 말투 때문에 소통이 아닌것 같다 분위기가 저절로 냉랭해진다 그래서 뭔가 실수하지 않았을까 나를 싫어하나? 등의 생각으로 자연스레 이어진다고.
하지만 가정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지금까지는 이렇다 할 문제점을 느끼지 못했다  이것때문에 싸움이 일어난 적도 없고.... 그런데 친구에게 그런 소리를 듣다니 아무래도 심각했나 보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개선시키기 위해서 바로 실천했다
....했는데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변화가 없다
약간 우울해 졌는지 내 자신이 한심해 지기도 했다 그래서 이 기분을 날려버리기 위해서 다 집어치우고 TV부터 켰다
뉴스가 나온다
아나운서가 쭉 말하는걸 보고 대본을 그대로 읽는거라면 나도 길게 말 할 수 있을거 같았다
이어서 나오는 드라마를 보고 연습한다면 나도 막힘없이 술술 떠들수 있지 않을까 싶다
뇌속 이상과 당장의 현실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우울감이 한층 더 격양된다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져두고 침대에 도망치듯 들어갔다 이럴때 SNS를 한다면 놀림감만 추가된다
......애초에 놀려줄 친구가 별로 없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절실하게 바뀔 필요성은 못 느끼겠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인건 싫다
앞으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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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뚝

뚝.. 뚝..
흐른다.
오늘도 너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른다.
내가 너의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그래서 너의 얼굴에선 눈물이 흐른다.
뚝.. 뚝..
흐른다.
오늘도 나의 얼굴에는 눈물이 흐른다.
나 때문에 너의 얼굴에 눈물이 흘러서.
그래서 나의 얼굴에선 눈물이 흐른다.
"미안해.."
너의 얼굴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데.
"괜찮아"
나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너.
그런 너의 얼굴에
눈물이 뚝 뚝.
그런 너의 모습에
나도 뚝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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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뚝

뚝 뚝 끊어지는 말들에 말을 내뱉는
나조차도 답답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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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바람이 내려앉은 언덕에는 별이 쏟아져 내리었다. 암흑의 밤을 수놓았던 별들과 은하수는 환한 빛을 현현했다. 몽환적인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자 눈동자에 그 밤하늘이 반사되었다. 닿을 것만 같아 손을 뻗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바람이 스칠 뿐이었다. 구름아, 아름다운 빛을 가리지 말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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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

비오는 가을의 스산하고 찬기운. 오늘은 완벽히 내가 좋아하는 날씨이다. 차갑게 살끝을 스치는 바람이 낯설지만 반갑다. 아스팔트 바닥에 얕게 고인 빗물에 신호등 불빛이 반사되어 번쩍인다. 초록하게, 빨갛게 일렁이는 아스팔트 위 빗물. 이런 모습을 나는 사랑한다. 오늘의 날씨를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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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왜 거울은 항상 대부분의 글에서
자아성찰의 도구로 이용될까
그냥 빛이 반사되서 우리 눈에 들어와
나의 표면적인 모습을 보여줄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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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괜스레
부아가 나서
새 신발 끝으로 벚꽃을 짓이겼어요.
짙푸른 교복을 입고 빙그르르 도는 네가,
벚꽃 그늘 아래서 반사되어
너무나도 빛나 보였거든요.
아아,
아직도 나는 가끔
네가 나오는 꿈을 꿔요.
커다란 꽃다발을 품고
마지막으로 사진 한 번 찍자며 다가오는 너에게
왜 더 따뜻한 말 못해 주었나,
왜 더 친절하게 못 대했나,
계속 후회하고 있어요.
나는 지금도 2월 19일에 멈춰 있어요.
너는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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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에 맑은 눈으로 어둠을 한참 바라본다. 음영은 아무 깊이 없이 잔상처럼 보일 뿐이다. 내 손을 쭉 뻗어 눈 앞에 흔든다. 때로는 아기 손 같다. 때로는 그림자로만 보인다.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내가 하는 일련의 행위를 따져본다. 왜 이러나? 나도 몰라. 굳이 내 손을 무어하러 꺼내 보나? 손 안에 무엇이 있나? 그걸 계속 보면 뭐라도 나오나? 손 안에 자아가 있나? 있다고 할 수 있나? 꽤 오래 손을 허공에 뻗곤 한다. 의미를 찾은 적은 없다. 그런 반사적인 행동도 자신의 일부라 규정할 뿐이다. 지금 생각을 써보자면 '아무 것도 없다'. 손을 아무리 보아도 아무 것도 없다. 뭔가 찾는 것인지 기묘한 의식인지 그런 건 모른다. 이후로도 가끔 이유없이 손을 쭉 뻗어서 한참 쳐다볼 것이다, 잡념에 잠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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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탣X탷]
세자에서 왕이 되는 탷과 호위무사 탣이 보고 싶어 쓰는 고전물
시대는 중요하지 않지 일단 주종 관계의 소녀와 탣옹이가 보고 싶은 거니까.
W. 命月

<전지적 작가시점/무조건 왼 탣, 대화문은 T=탣옹이 H=소녀 /편의상 탷은 소녀롭>
노쇠한 선왕의 다음 왕위 계승을 위해 4형제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며 누가 왕이 될지 고민하긴커녕 대립하고 싸우니 신하들의 시름이 깊어져 선왕의 귀에도 들어가 병세가 심해져. 그중에 둘째인 소녀는 솔직히 다른 형제보다 월등히 똑똑하며 더 현명하고 왕의 어진 미를 보여줘. 그러나 왕의 일에도 관심이 없을뿐더러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선뜻 나서질 않아 그래서인지 다른 형제들도 거즘 제외하고 나중에 이용하고 잘라내야겠다고 생각하지. 대부분의 신하들은 소녀가 선왕의 뜻을 이어받을 왕이 되길 원하지만 다른 형제들 중 첫째가 검을 정말 잘 다뤄 무(武)에 능하고 모아둔 사병도 꽤 있어서 의견 표출을 잘 못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지. 그걸 얼결에 알게 된 호위무사 탣옹이가 자신의 능력을 살려 소녀를 왕위에 앉히고자 소녀가 모르게 –알게 되면 안 된다 말릴 소녀라– 비밀리에 암살 자객들을 모집하고 훈련을 해. 그리고 두 달 뒤에 3형제의 행패가 가장 심해졌을 때 탣옹이의 계획이 세상에 펼쳐지지 그리곤 본인도 맡은 임무가 있기에 수행하러 떠나기 전 세자인 소녀에게 탣옹이가 본인이 소녀를 위해 쓴 시 하나를 읊어도 되겠냐 물어. –사실 둘은 좋은 주종 관계이기도 하지만 무사인 탣옹이가 문(文)에도 능하기에 소녀가 약주를 할 때 서로 시를 써 읊어주기도 해. 또 둘만 있을 땐 어색하다며 탣옹이에게 현이라 부르라는 소녀지. –
T-현님. 소인이 현님을 위해 쓴 시를 한번 읊어보아도 되겠사옵니까.
그럼 평소에도 많았던 일이기에 말없이 쳐다보며 고개를 두어 차례 끄덕이는 소녀야.
그에 말하듯 조용히 시를 읊어내는 탣옹이고.
T-현님께선 소인의 달이시옵니다. 별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제 명을 다하게 되면 사라지지요. 허나 현님께선 달처럼 소인의 하늘에 낮이고 밤이고 언제나 떠 계실테니요.
현님께서 하루하루 달라지시듯 달도 하루하루 모양을 다르게 합니다. 달이 태양빛을 반사해 빛나듯이 현님께선 현님의 어짐과 현명하심에 신하들과 백성들이 감명함을 반사해 빛을 내고 계십니다. 그러하여 현님께선, 소인의 하나뿐인 소인 머리 위의 가장 빛나는 달이십니다.
묵묵히 듣던 소녀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무의식 속에 꽃피워나가는 걸 언뜻 느끼며 탣옹이에게 확인하듯 이렇게 물어, 그냥 평소처럼 지은 시라면 쉽게 답하지 못했을 질문으로 말이야.
H-그러는 넌, 넌 달이라 칭한 내게 무엇이느냐.
–이쯤 되니 보통 관계가 아니란 느낌이 들겠지.– 그런 소녀의 질문에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완강함과 아련함 그 어디즈음의 목소리로 탣옹이가 답해.
T-무사 김탣옹. 소인은 현님의 어두운 밤이 되겠사옵니다. 그 어떤 날의 밤보다 어둡고 어두워 달이신 현님께서 무엇을 하시든 누구도 알지 못하게 감추고 현님께서 그 어떤 이의 별 보다 밝게 빛날 수 있게 더욱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되겠습니다.
탣옹이의 대답이 중간쯤 되었을까 소녀는 무의식중에 꽃피운 두려움을 확실하고도 완벽하게 알아채. 탣옹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건지 그 시와 대답 속에 숨은 의미를 다 알아버렸고 멈추라 하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어. 어느 순간부터인가 탣옹이의 대답 속엔 완강함이 더욱더 짙게 묻어났고 이미 늦어버렸거든. 계획된 일은 탣옹이가 시를 읊는 걸 신호로 시작되었던 거야. 그럼에도 소녀가 이제야 알아챌 수 있었던 건 소녀의 거처가 궐의 가장 깊숙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소녀만 느낄 정도만의 발걸음으로 호위를 했던 탣옹이가 훈련하고 지휘하였기에 가능한 거였지. 그렇게 모든 걸 알게 된 소녀가 멍하니 있던 걸 탣옹이가 침소로 모셔두고 곧바로 선왕을 음해하러 가 노쇠한 왕이 탕약을 마실 시간이었거든. 그렇게 왕의 탕약에 독을 넣어 음해하고 소녀는 일주일 뒤에 왕위에 올라. 그리곤 탣옹이는 그 후에 계획을 소녀에게 말해 소녀는 극구 반대하며 말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탣옹이는 소녀를 위해 소녀가 뒤집어 쓰게 되면 안 되기에 선왕을 음해한 게 본인이다 음해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본인이 세웠다 자백해. 그걸 또 소녀를 싫어하는 세력들이 놓칠 리가 없지. 반대세력의 계략으로 –아니 선왕을 살해한 역적이기도 해서– 탣옹이는 처형을 당하는 위기지 여기서 탣옹이를 풀어준다면 선왕을 살해한 반역 죄인을 풀어주었다 상소를 올려 괴롭힐 반대세력들이 많은지라 그리고 또 그렇게 하면 둘의 관계가 들통날 것 같아 소녀는 탣옹이를 처형하라 해. 근데 그걸 소녀가 탣옹이가 죽는 그 모습을 소녀가 볼 수가 없었던 거야. 반대세력도 본인을 지지하는 세력도 탣옹이도 모르게 처형 집행관을 매수해 탣옹이를 처형해 즉사시키지 않고 가사(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다른 지역으로 시체를 옮기지. 말로는 역적의 시체조차 보고 싶지 않다고.
                                            ***
탣옹이를 그렇게 보낸 후 소녀는 탣옹이가 죽었음을 인증하기 위해 삼석년 간 혼자 지내 다른 호위무사 없이. 계획대로 시간이 지난 후 소녀는 자객도 매수해 자신의 신변을 위협하곤 본인이 안전한 것 같지 않으니 소녀 본인에게 맞는 호위무사를 찾겠노라 하고 탣옹이가 보내진 지역으로 탣옹이를 찾아떠나 그리고 9년간 변한 모습의 탣옹이를 데려오지. 물론 탣옹이라는 걸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목소리도 얼굴도 알려진 게 없었거든. 아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이미 삼석년 전 그날에 같이 보내버렸으니 진짜 알려진 게 없을 수밖에. 그래도 불안했던 소녀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얼굴 윤곽 실루엣만 비치는 검은 천을 갓 끝에 덧붙이게 하고 탣옹이가 입고 쓸 모든 옷과 신발, 검집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선사해. 그렇게 데려온 탣옹이는 많은 신하들 앞에서 "동이"라 다시 이름 붙혀져. 그리고 자객을 보냈을 거라 생각되는 신하들을 이잡듯 뒤지지 역시나 반대 세력에서 자객을 보내려 한 듯 꼬투리가 잡혀 반대 세력들을 참수도 하고 유배를 보내 거기서 사약을 먹여 사형하지. 그렇게 반대 세력을 모두 물려낸 소녀는 세자 때와 같이 어질고 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해 신하들과 백성들을 잘 이끌어 나갔고 호위무사 "동이"로 다시 돌아온 탣옹이도 소녀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안전히 모셔 훗날 칭송을 받는 왕과 신하가 되었다고 해..
끝은 언제나 망하지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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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으로 한쪽 벽을 짚은채 끝없이 나아갔다
얼마를 걸었을까 감도 오지 않는다. 입에선 불쾌하고 텁텁한 단맛만이 느껴졌다. 그냥 이 어두컴컴한 돌 무더기 안에서의 생존법을 찾는게 더 빠르지 않을까ㅡ.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칠때 쯤.
빛이 보였다.
왁자지껄한 소리, 물이 빛을 반사하여 산란되는 무지개. 하지만 벽면은 여전했다. 즉, 꼬여먹을대로 꼬인 인생 끝자락에서 허무맹랑한 전설만을 믿고  내려온 결과, 지하마을에 당도하였나보다. 아름다운 판타지를 맛본 경외감이나 감탄사보다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래서 자살을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는건가.
한 걸음 나아가고저 하니 발이 쑥 꺼졌다. 지칠대로 지치니 비명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개죽음은 싫은지 균형을 잃기 전 벽 옆면에 튀어나온 돌 뿌리를 구명줄 삼아 손으로 꽉 붙들어맸다. 다행히 쑥 꺼진 발을 되감아 원려대로 서 있을 수 있게됐다.
후ㅡ. 심호흡 한번 하고.
왜. 무엇때문에 눈 앞에 보이는 길을 걷지 못하고, 전설을 맞이한 채로 죽을뻔 했는지. 판타지가 못 먹는 감이 될뻔했는지 생각해보자.
이미 돌아가는 방법은 돌무덤에서 길을 헤메며 다 잃지 않았던가. 돌아간들 기다리는건 무의미함 뿐이니 배수진의 상황이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던가.  나는 무엇때문에 검열되어 발을 들일 수 없는가? 내가 아는 전설 속 주민들은 어떠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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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론도

론도 [ ronde ] 
① 원무곡을 가리키며, 원무 또는 그 노래를 이르는 말이다. 둥근 원을 만들어 춤추면서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다.
② 하나의 주제가 다른 여러 개의 주제와 섞여서 등장하는 특징을 가진 악곡 형식을 가리키기도 한다.
론도가 울린다.느리게 빠르게 낮게 높게,그는 노래를 듣는다.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여인들의 상아빛 팔들이 하늘로 향했다가 원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가없는 사랑을 주었건만,내겐 당신이 전부였건만.여인들의 찟어질듯한 소프라노가 울린다.
내게 배신의 칼날이 되어 돌아오네,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왕자다운 몸짓으로, 품위를 잃지않는 귀족다운 동작으로.
그는 여인들의 창백한 젖무덤 위, 깨진 알조각처럼 흩어진 진주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모든일들이 벌어진 까닭에 대해 생각한다.다시 고개를 저으며
그는 시트를 발로 밀쳐내고 일어나 앉는다. 땀으로 흠뻑 젖은 등을 침대헤드에 기댄채 숨을 몰아쉰다.
창백한 오른손이 덜덜 떨리지만 힘겨운 동작으로 주름진 이마를 문지른다.'말도안되는 꿈이야'이를 악문다.
눈살을 찌푸린후 침대에서 일어난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그의 무릎은 떨림 하나 없이 멀쩡히 움직인다.'이것봐 내가 말도 안된다고 했지'
그는 침대 정면에 있는 시디장에서 제목도 보지않고 막무가내로 시디를 뽑은뒤 플레이어에 넣는다.
재생을 누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차분한 바이올린 소나타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는 한숨을 쉬며 방문을 나선다.
부엌에 있는 스테인레스 싱크대 위로 커피메이커를 돌리고나서야 쉼없이 솟아나오는 불안감이 가라앉는다.
그의 집은 무엇이든 누르고 입력해야 작동이 된다. 그의 집에 놀러온 친구들은 몸서리를 치며 못말리는 아날로그맨이라며 야유한다.
개자식들 뭐든 직접하는게 최고인것도 모르고, 버튼하나 눌러서 미사일이나 쏴재끼는 새끼들이...
커피메이커에서 흐린 아메리카노가 주르륵 떨어진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머그컵에 설탕을 붓는다.
침대를 정리하기 위해 침실로 들어서자 기묘한 리듬으로 바이올린이 울부짓는다. 악마의 트릴. 그는 어색하게 웃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웃어야 하는법,난 아무렇지 않아요 아빠.
그는 머그컵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고 무릎을 꿇은뒤 기도하기 시작한다.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하지만 그걸로 부족할때가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바닥에 무릎을 댄채 하느님 아버지에게 기도를 바친다.
마치 그래야 무심한 아버지가 관심을 줄것이라 기대하면서,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평생 아버지의 자식이길 바라면서.
한번도 기적을 보지 못한 미물 주제에, 그는 다시 짙게 미소짓는다.
남자들은 말한다.(어쩌면 여자들도 함께 말한다)어찌하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
민족들을 쳐부수던 네가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다니!(루시퍼 모닝스타와 함께 했지만,내동댕이 쳐졌기 보다는 넘어지고 구른것이 적당했다.)
너는 네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지.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하느님의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북쪽 끝, 신들의 모임이 있는 산 위에 좌정하리라.'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지리라'(그래도 이또한 계획의 일부였을테지)
그런데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여졌구나. (저승이라면 저승이 맞다,인간들 틈사이에서 카트를 밀고갈때면 내가 이 생지옥에서 뭘하고있는건지 회의감이 들곤 하니까.사랑스러운 이승이여) 원대한 계획의 일부,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침대시트를 정리한다. 깔끔하게 하얀 이불을 펼친후에야 허리를 펴며 기지개를 켠다.
그러나 모두들 왜 신의 타락한 자식은 아들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아들의 적수는 아들이여야 하기 때문에?
아담의 첫째부인은 못된 쌍년이였고, 둘째부인은 없는것도 있는것도 아니게 됬고, 셋째부인은 과일을 먹고 낙원에서 내쫏겼다.
자신의 의지로 과일을 먹었다기 보다는 뱀의 유혹에 넘어간 어리숙한 낙원소녀, 그는,그러나 그녀는 힘없이 미소짓는다.
내가 그들을 이끌었다고,자신의 발로 낙원을 떠나게했다고, 아버지를 배신하게 했다고 말하지않는다. 그 말과 생각또한 계획의 일부일테니.
(이제)그녀는 눈부신 금발을 천천히 땋아 머리위로 틀어올린다. 어린 금발머리는 자라면서 갈색으로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아직 다 자라지 못했다. 어쩌면 머리타래가 갈색으로 변할일이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가 끝장날때까지.
맵시있는 회색 스커트를 입은채 또각거리며 엘레베이터로 다가간다. 버튼을 누른채 그녀를 기다리고있던 남자는 어색하게 웃는다.
'고마워요'그 목소리, 자기도 모르게 솟아나오는 목소리에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낸다.
그녀는 시계를 고쳐메며 남자의 요동치는 목울대를 쳐다보고 그의 욕망을 듣는다. 원한다면 가질수도 있다. 이브를 가졌을때처럼 손쉽게.
대신 그녀는 25살짜리 인간 처녀처럼 미소지은채 입술을 열지 않는다. 그를 취하고싶은 마음이 들지않는다.
이건 좋지않은 징조다. 타락천사도 우울증에 걸리냐고 묻는다면,그렇다고 대답해주겠다. 그녀는 고해성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당에가서 축복받은 은십자가를 목에걸고 목사에게 참회하며 눈물을 떨구는 타천사. 전혀 농담이 아니다. 이미 몇세기동안 그래 왔으니까.
다만 그 눈물이, 양파를 자를때 솟아나오는 눈물 같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게 문제겠지만, 어쨋든 기분은 나아진다. 그리고 또다시 살아가는거다, 천사들을 위해,모든 선한 영혼들을 위해 악마를 보여주고 믿음을 준후 아버지에게 매달리게한다.
빙의는 피곤한 일이며, 축복받은 성수에 살갗을 태우는 일은 더 피곤한 일이다. 칼로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선다.비서실로 들어서서 스카프를 풀어놓고 의자에 앉은채 컴퓨터 본체 전원을 넣는다.
지금 당장은 인간의 일을 할 시간이다. 그리고 성당에 간다음 우울증을 떨쳐낸후 팝콘을 들고 메린신부를 찼아가서 악마들린 소녀들과 싸우도록 해야겠다.
'하우스양' 상사의 인사에 그녀는 문득 고개들고 대답한다.'안녕하세요,사장님'
흐린 회색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는 상사에게 그녀는 선한 눈동자로 미소짓는다.
그는 소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그와 비서가 관계된 가십거리에 대해서는 촉을 곤두세우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휘하 직원들을 감시한다.
문란한 사생활을 경멸하며, 그 점에대해 그녀에게 분명하게 경고했다. 루시는 그가 마음에 들지만 유혹하려 하지 않는다.
그녀가 감당할수있는 타락은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했다. 인간이 타락하면 어떻게 될까. 머리속으로 궁리해본다
'오전 스케줄은 회의를 위해 비워놨습니다. 사장님' 지옥불을 유지시키기 위해 기름으로 가득찬 장작이 되거나.
'내 책상위에 올려둔 피지워터는 뭐지?''샐러드도 함께 올려놨습니다.'악마들을 위한 놀이감이 되겠지. 역겨운 악마놈들.
그녀는 진저리치도록 악마들을 혐오한다. 타락천사들을 향한 악마들의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지옥의 다정한 주민들은 서로를 드잡이질하는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분노와 타락과 배신이 맥박치는 심장을 가지고있어서? 천만에 그게 우리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눈살을 찌푸리자.그녀는 순진하게 미소짓는다. 사장님이 이혼하셨고,아침식사를 거르고 회사에 나오시는걸 알고있어요.
그런데 이건 작업이 아니거든요, 비서로써 할일을 하는것 뿐이에요, 그런의미의 미소를. 그러나 끝내 그녀는 침묵한다.
사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불만스럽게 말한다.
'...다음부턴 시키지도 않은일로 시간낭비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예'
'저따위 일을 하라고 자네 월급이 나가는건 아니니까 그점 똑똑히 알고있으라고.'
'명심하겠습니다.'
냉혹한 상사의 말에 그녀는 멀쩡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미소에 그는 더욱더 눈살을 찡그리고 짜증섞인 동작으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닫힌 문 너머에서 샐러드와 피지워터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저런 불쌍한 녀석, 딱하기도 하지. 그녀는 실로 천사다운 동정심이 솟아나는것을 느끼며 그의 동작을 '듣는다.'
남자는 한점의 후회나 머뭇거림도 없이 쓰레기통의 뚜껑을 닫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한숨을 내쉰후 책상위 액자를 노려보고 다시 한숨을 쉰다.
그의 마음속을 맡고싶지만, 그러기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 지금으로써는 짐작하고(대부분 정확히 들어맞는다) 악마의 눈으로 그의 행동을 예상할 뿐이다.
그녀의 상사는 악마같은 남자다. 업무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냉혹하고 잔인한 남자.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단단한 단면만 있는것이 아니다. 세월의 풍파를 모질게 겪어서 두 손과 발이 거칠어져도, 사람의 몸 어딘가는 말랑하고 연약한 부분이 남는다. 마음도 똑같다.
그녀는 그녀의 상사가 최근 겪고있는 이혼소송에 대해 생각한다. 사업적 결합을 위한 정략결혼이였어도 밤새 침대 옆자리에서 숨쉬던 여자가 사라지자 그는 담요잃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불쌍한 녀석, 하지만 악마같은 너의 곁에는 진짜 악마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 네 마음속의 하느님은 결코 너를 떠나지 않을테니까.
그녀는 경쾌하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선선한 봄날씨에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들마다 푸릇한 새잎을 내밀고 봄꽃들이 공원잔디밭에 솟아난다.
그녀는 기꺼이 미소지으며 12층 비서들과 함께 회사 로비를 나선다. 그녀의 피부는 투명하게 빛난다.아침햇살에 녹아버리는 눈도깨비처럼
그녀들 모두 어깨에 디올백을 걸치고 샤넬구두를 신은채 봄볕에 피부가 그을리는것을 염려해 황급히 도시의 그늘에 몸을 내맡긴다. 그리고 비싼 유기농 샌드위치를 먹기위해 두블럭을 걸어가서 레스토랑의 푸른 차양아래 자리를 잡는다.
그녀는 웨이터를 불러 염소젓 샐러드와 작은 샌드위치를 하나 시킨뒤 어린 인간처녀들의 재잘거림을 즐겁게 듣는다.
그리곤 여자들의 수다가 그녀가 달가워 하지 않는 곳으로 흐르는걸 느끼며 입가를 경직시킨다.
'악마같은 무언가에 시달린 적 있어요?'
악마에 대해 말하는 작은머리가,그 빨간머리가 후광처럼 보인다.
'내 소가죽가방에 어떤 찌질이가 콜라를 엎었을때?'
다행히 그녀옆에 다른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그런거 말고요'
'백화점 세일이 끝났을때,이건 내가 작년 겨울에 겪었어'
'의사가 더이상 내 진료차트에 수술일정을 추가해줄수 없다고 할때'
'내 남자친구가 약혼반지를 꺼낼때'
'그건 신의 계시나 마찬가지야,머리위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은적 없어?'
'그 새끼를 만나고 되는일이 없어, 내 고양이 지지를 내쫒으려한놈이 그놈이라고'
'아, 안됐다. 그래서?'
'반지는 받았지만,곧 전화로 헤어졌지.'
'약혼반지는 어떻게 했는데?'
'팔았어,당연하잖아'
여자가 변명하며 다시 말한다.
'백금반지였다고,'
그쯤 말하자 한두명씩 전 남자친구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빨간머리에게 안쓰러운 미소를 지어준다
'잠을 설쳤어?'
'아..네..'
빨간머리는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인다.
그 안절부절하는 모습에 악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상냥하게 속삭인다.
'악몽이라도 꾼거야?'
'...예...좀..'
'무슨꿈이였는데?'
'..그냥..좀...'
빨간머리는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탄산수가 들어간 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거기 뭐라도 빠졌냐고 묻고싶은것을 참으며 그녀는 미소짓는다.
빨간머리, 수습사원 발레리는 그녀를 불편해한다. 발레리는 회사 복도에서 그녀와 마주치면 사냥개를 본 토끼처럼 몸을 바짝 숙인채 그녀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리고 가끔 눈이라도 마주칠때면 그녀의 눈은 마치 자연재해를 바라보는 허리케인 수해자와 닮아있다.
그 원인을 알수없는 기피에 함께 몰려다니는 비서들도 발레리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그녀가 네 남자친구를 빼앗기라도 한거야? 미인 알러지라도 있는거야?
하지만 발레리는 입도 벙긋하지않는다. 그게 아니라는 입발린 변명도. 불편하다거나,무섭다거나,싫어한다거나 하는 아무런 말도없이.
발레리의 내려깐 눈꺼플을 보며 그녀는 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 불편하게 마주 앉는것이 아니였는데. 씁쓸함을 느끼며 물잔에 반사되는 햇빛을 차분히 응시한다.
주문한 샐러드가 나오고 나서야 그녀는 그것을 멈추고 포크를 쥐어든다.
'루시는 지금 남자친구없어?'
불쑥 튀어나오는 물음에 놀라는 기색없이 준비된 대사를 읆듯 대답한다.
'없어요'
'전 남자친구는?'
'있었죠'
'어떤 남자 였는데?'
그녀는 샐러드를 한입먹고 대답한다
'궁금해요?'
'다들 그 얘기중인데 루시만 아무말도 안하고있잖아.말해봐'
나만? 그녀는 발레리를 흘긋 쳐다본다. 그 시선에 아이보리색 귀가 발갛게 물든다.
경험없는 숫처녀라, 악마들이 환장하는 VIP상품이로군, 그녀는 경쾌하게 웃는다.
'좋은남자요'
'좋은남자?그런데 왜 헤어졌어?'
'헤어지긴했지만 아직 친구로 지내요.'
'친구로 지낸다고??'
여자들의 눈이 수상한 빛을 내며 가늘어진다.그녀는 순수한 미소를 짓는다.
'예,좋은사람이에요'
그 말에 여자들의 얼굴에 샐샐거리는 웃음이 번진다. 루시가 자신의 금발머리가 염색이 아니라고 말 했을때와 똑같은 미소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는거야? 좋은남자를 아직도 친구로 만나고있어서??'
'맞아요,그리고 그는 질투가 많거든요'
'맙소사,그럼 아직도 그와 사귀는거잖아!'
'그런가요?'
'좋은친구로 지낸다며, 그러면..음..가끔 외로우면 서로 토닥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
'장난스러운 토닥임 말이지?아 그거 좋지,개자식들'
루시는 싱긋 미소짓는다.
'외로울때 오는 전화 말이에요?'
'맞아 그거,어땟어?'
여자의 눈이 음탕하게 빛난다. 루시는 그 눈빛을 맛보며 몸서리 친다.
'그런적 없어요'
'말도안되,거짓말하지마'
'정말이에요'
'안 믿을꺼야,그럴순 없지'
금발 미녀들은 엉덩이가 가벼워 보이는법,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수긍한다.
그리고 기억을 되짚어본다. 루시와 사이파,이 사이좋은 타천사 한쌍은 반세기동안 손도 잡은적이 없다. 사실 그이상 진도를 나가본적도없지.
경험없는 숫처녀가 여기 또 있군, 그녀는 담담하게 반론을 제기한다.첫남자친구와 첫경험을 해야한다는 법이 있다면, 난 숫처녀가 맞다.
장난스러운 토닥임과 들썩거림은 약과 환각에 취한채 두번째 남자친구와 충분히 치뤘다.그덕에 좋은 경험도 얻었고, 첫 남자친구의 화난얼굴도 봤다.
그러나 그가 아직도 내 남자일수는 없다. 아니...아닌가?
그녀는 앞에 앉은 발레리가 그녀를 훔쳐보고 있다는것을 알아차린다. 그 시선속에는 약간이 공포와 약간의 경외심이 섞여있다.
빨간머리의 발레리는 고등학교때 금발 치어리더의 측근이였거나. 배경중 하나였던걸까
그녀는 천사다운 안쓰러움을 느끼며 그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척한다.
덕분에 점심시간 내내 오른쪽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사소한 엄무들을 처리한후,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채 복사실앞에 서 있는다.그안에서 여러가지 냄새들을 본다,그리고 듣는다.
A4종이의 바스락거리는 떨림, 옅은 소독약 빛깔과 잉크소리, 뒤섞인 쥐오줌 색깔, 천장 벽을 가로지르는 거미의 발자국 냄새
잔업후 삐걱거리는 몸으로 스타킹을 내린채 직장동료의 몸을 맞댄 살냄새.그녀는 피식 미소짓는다.
팩스를 보내려하자 잉크 카트리지가 부족하다는 빛이 깜박거린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굽혀 서랍을 뒤진다.
복사실을 지나치려던 사원 하나가 그녀의 긴장된 종아리와 팽팽한 엉덩이를 감상하며 천천히 말한다.
'뭐 찾으시죠?'
그녀는 깜짝 놀란것 처럼 어깨를 움찔거리고 반톤 높아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언제 들어오셨어요?아, 놀래라'
'죄송해요,하지만 문앞에서 헛기침을 했는데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앙큼한 거짓말쟁이같으니,네 들뜬 기분이 느껴지는걸? 남자의 눈에는 그저 미안함으로 어쩔줄몰라하는 당황한 여자가 보인다.
'미안해요, 잉크 카트리지를 찾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그거 여기 있어요'
남자는 팩스기를 보고나서 협탁을 뒤적거려 노란 카트리지를 꺼낸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팩스기에 카트리지를 교환해서 끼우고나서 그녀를 돌아본다.
루시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고마워요'
'뭘요, 제이름은 주드에요,주드 그로우닝'
'전 루시 하우스에요'
'아,사장님 비서시군요?그러고보니 회사내에서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네요'
'그렇네요,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로우닝씨'
그녀는 의연한동작으로 팩스기로 다가간다.그러나 남자는 비켜서지 않고 미소짓는다.
'오늘 처음봤지만 왠지 익숙한데요?혹시 어디 살아요?'
천국에, 그러나 지금은 지옥에 살고있지. 찾아오려면 고생꽤나 할꺼야.
'천국에 사나요?'
그 작업멘트에 그녀는 웃을수가 없다. 난처한 미소조차도.
'뉴욕이요'
'오 세상에? 여기가 뉴욕인데요? 여기 집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지금 농담하시는거에요?'
'아뇨 진심으로요,우리 회사가 월급이 좀 많긴하지만 그 정도였나요?'
'저에겐 회사 월급말고도 인맥이라는 월급이 또 있답니다.'
그녀의 발랄한 어조에 남자는 주춤하고 천박한 상상을 하며 금발머리카락이 구불진 목덜미를 쳐다본다.
'어...그래요?'
어눌한 말을 중얼거리며 남자가 팩스기에 몸을 기댄다. 그녀는 짓굿은 미소를 짓는다.
'저에게 난감한 상상을 하고 계신가봐요?'
'솔직히 그래요'
'미안하지만 제 인맥은 좁고 맑으니까 그만하시죠'
'좁고..맑다고요?'
'정말, 비켜요. 그로우닝씨'
'내 성이 좀 발음하기 힘들지 않나요?'
'그래서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한다. 어느새 두눈이 그녀의 상아빛 얼굴을 감상하듯 흔들린다.
꾸밈없이 그 눈빛을 보이며 남자가 웃는다. 솔직한 미소, 우리 섹스나 한번 할래요? 그 목소리가 남자의 목안에서 요동친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는다.
'이름으로 불러요,이름으로'
'생각을 좀 해봐야 겠는데요'
'루시양, 생각은 부질없어요,인생은 짧으니까'
'제 상사가 초시계를 들고있어요,팩스를 보내야 한다구요'
'이름으로 불러요'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인다. 금방이라도 그녀의 귓바퀴를 혀로 굴릴듯 숨을 몰아쉰다.
그녀는 남자의 욕망을 잡아당기고 느슨히 쥐길 반복한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는다.
'글쎄요..금요일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게 어때요?'
'좋아요'
마치 그말을 기다렸다는듯 남자가 황급히 대답한다. 그리고 또한번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내가 왜 이러지?
'고마워요 그로우닝씨,이제 가봐요'
'좋아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어색한 걸음걸이로 복사실을 나간다. 그에게 여분의 속옷이 있다면 좋을텐데,그녀는 팩스번호를 누르며 생각한다.
팩스를 보내는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끝에는 그녀의 상사가 전화를 받고 그녀의 실적에 대해 평가한다. 타락과 불행, 저주와 죽음.
본업과 회사일을 병행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약간의 잔꾀를 부리고있다. 외줄에 올라가있는 누군가를 손가락 하나로 밀치는것은 쉽다. 그렇게 밀쳐지고 또 밀쳐지다보면 외줄따위 볼품없는 장기에 지나지 않게된다. 선(善)의 길은 너무나 정직하고 순결해서, 소량의 악의를 섞기만 해도 금방 오염되어 버린다. 외줄 아래로 떨어진 인간은 최후엔 모두 연옥의 곁으로 온다. 그녀는 팩스기의 신호가 가는것을 느끼며 생각을 멈춘다.
딸칵, 수화기가 들어올려진다. 
루시는 타조 가죽 가방을 들고 사장에게 인사를 한뒤 엘레베이터에 탄다. 엘레베이터안에는 그녀와 남자 둘뿐이다.
세속적인 분위기의 사내는 불길한 붉은머리를 아무렇게나 어깨위로 흘려놓고 색소가 옅은 눈동자로 그녀를 흘겨본다.
10층정도를 내려가고 나서야 그가 참을수없다는듯 엘레베이터의 정지버튼을 누른다.
덜컹하고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루시가 cctv를 응시한다. 붉은 녹화 불빛이 꺼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입을연다.
'안녕'
'응'
'잘 지냈어?'
루시는 대답대신 그 남자의눈을 마주본다.
'모라이아이들이 널 찼았어'
'알아'
'왜 아직도 주군께 돌아가지 않은거야?'
'할일이 있어'
'이곳에서 무슨할일?더럽고 냄새나는 인간들 틈에서?'
'빈정거리지마.네가 나한테 할말은 아니라고생각하는데'
'난 그럴자격 충분해'
'아니,안 충분해'
'사이파'
'루시'
그녀는 한숨을 쉰다.
'제발 말도 안되는걸로 고집피우지마'
'내가 뭘 했다고?'
'제발 주군께 돌아가'
'왜? 네가 곤란해?'
'그래,곤란해'
사이파는 입술을 깨물고 피식 미소짓는다.
'그럼 더 곤란해 해'
'결국엔 그게 네게로 돌아가게 되있어'
'뭐가? 네가 돌아온다고?'
루시는 싱긋 웃는다.
'너하고 난 끝난지 오래야.'
'왜?'
'얘기가 그렇게 됬으니까'
'그런거야?'
'그런거야,넌 주군께 벌 받을꺼야'
'그렇지않아'
'넌 무저갱에서 1억년은 묶여봐야 정신차릴꺼라고...'
'주군께서 그러셨어?'
'아마 그러시겠지.'
사이파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휙하니 돌린다. 그는 널직한 등을 엘레베이터벽에 기대고 한참을 침묵한다.
루시는 그런 그를 쳐다보다가 까치발로 그에게 기댄채 사내의 턱에 입을 맞춘다. 그제야 사이파가 눈을 감은채 고개를 숙인다.
루시는 그의 입술에 스치듯 키스한채 떨어져 나간다. 사이파는 아쉬운 한숨을 내쉰다.
'왜 아직 여기있는거야 사이파?'
도돌이표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일이 있어.'
'무슨일?'
'말하기 곤란해'
'왜?'
'말하긴 곤란하지만...주군께 이득이 되는 일이야'
'그걸 네가 결정할순없어. 네가 결정할일이아니라고, 사이파'
'난, 도구가, 아니야.'그렇게 말하는 사이파의 눈은 번들거린다.
그리고 덧붙인다. '내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고. 루시'
루시가 칼로 그어버리듯 단호히 말한다.
'넌 도구야 사이파. 우리 모두는 그저 날개달린 주구야.'
'나는...'
루시는 사이파의 꾹 닫힌 눈을 응시한다.
사이파는 눈을 감은채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외로울때 전화가 필요하지 않아?'
'....갑자기 무슨말이야?'
'장난스러운 토닥임 말이야.'
루시가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뜬다
'...엿들었어?'
'그냥 지나가다 들었어.필요없어? 있어?'
'엿듣다니..그게 무슨짓이야?'
'필요없어?'
루시는 사이파를 응시한다. 그는 살며시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본다.
사이파가 소근거리자 그녀는 그에게 한발자국 다가간다.
'뭐라고?'
'우린 친구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
'아닌것같아?'
'아닌것같아서 그래'
사이파는 그녀에게 한발자국씩 다가온다.
루시는 고개를 한껏 위로 든채 사이파를 마주본다.
'네가 아닌것같다면-'
'아닌게 맞아'
그녀는 cctv를 쳐다봤다가 발밑을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보인다.
'그래, 필요해,사이파'
'알고있었어,루시'
그가 루시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린다. 곧이어 짙은 청금색날개가 시야에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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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에 알았더라면 싶은 서비스와 스타트업에 대한 5가지 생각

내가 대중 음악 산업에 종사하던 90년대에 신인가수의 홍보기간은 암묵적으로 3개월이었다. 음반사나 기획사의 경제력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중파 음악프로그램 1회~4회 출연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기회였다. 라디오나 공개방송은 공중파 출연을 위한, 홍보를 위한 홍보일 뿐.
오늘날 좋은 서비스는 반드시 무상으로 홍보된다. SNS든 메신저든 입소문이든 반드시 홍보된다. 반드시.
3개월 이상 양적 성장이 없었다면 앞으로도 없을게다.
후속곡을 들고 나오던지 리믹스를 하던지 뭐라도 해야 그나마 생명연장이 가능할게다.
문제를 해결하는건 제품이지 돈이 아니다.
돈으로 해결될 문제였다면 나에게 기회는 없다.
스타트업이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건 단 하나. 멋진 사무실과 있어보이는 책걸상 뿐이다. 세.. 세가지네
투자자/투자사의 자본과 투자 금액, 경력과 포트폴리오. 전문 산업 분야와 네트워크. 적어도 지금은 나와 무관한 자원이다.
투자자의 관심이 내가 다루고 있는 문제와 얼마나 맞닿아있는지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어야한다.
관계없다고? 풍부한 네트워크와 자본을 내가 이용하는 효율적인 관계라고?
내가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다.
3개월이 열두번 반복돼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남는건 사람과 경험.
그 중 끝까지 믿을 수 있는 사람과 온전히 얻을 수 있는 경험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경험 뿐이다.
허투루 실패하지 말자. 내 제품의 문제도 못찾는다면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는가.
말이 필요한가? 문제가 입과 문서로 해결될 수 있었다면 애초에 문제가 아닌게다.
제품없이 말하지말자. 제품으로만 말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