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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아름다운 눈꽃 아래

그 해 가장 춥던 날

아프게 이별했다


애써 덤덤한척 보내줬고

눈물이 흘러내릴 때 쯤

뒤돌아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발자국 못가고

뒤돌아 봤다, 다시 가길

수도없이 반복하다가

아예 뒤돌아선채로 굳어버렸다


멀어져가는 마지막 모습

그 뒷모습까지도

사랑하고 있는 내가 보여서

차마 더 이상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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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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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식욕

늘 맛있게 내려주는 커피만큼 괜찮을 줄 알았던 녹차는 기대보다 텁텁했다. 여기는 앞으로 커피만 시켜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던 책을 펼쳤다.
소설은 아직 초반부였으나 주인공은 벌써 사람을 세 명이나 죽였다. 발 앞의 난도질 당한 시신. 기분 나쁜 온기가 남아있는 핏물. 뱃속 깊숙이 박혀 잘 빠지지 않는 칼을 부득부득 빼내는 묘사에 식욕이 완전히 달아났다.
“사람 죽인 적 있어요? ”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한 여자가 앞에 앉아 있었다. 아는 여자다. 맨 윗층에 사는, 집주인의 딸.
“있으면 여기서 커피는 못 마시겠지.”
최대한 억양을 덜어내고 대답했다. 목소리에 자칫 온기나 냉기가 묻어나지 않도록. 목덜미처럼 드러난 감정만큼 손쉬운 먹잇감은 없기 때문이다.
여자의 시선이 나에게서 내가 들고 있는 책 표지로 옮겨갔다. 핥는 듯한 시선에서 나른한 전의를 느꼈다.
“매일 이런 것만 읽길래, 연구라도 하는 줄 알았죠.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부터 그렇잖아. 사건, 살인, 시체, 죽음.”
여자가 책 제목으로 나를 찌르는 동안 나는 그녀의 흰 살결을 본다. 푸른색 셔츠 깃 위로 뻗은 가느다란 목. 두 손으로 잡고 누르면 툭 부러지지 않을까.
누군가 토스트를 주문했는지 카페 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문득 고개를 든 식욕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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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컵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

 [이제 그만 하자. 더는 너 아는 척도 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냥 모르는 사람으로 살자.]

 오늘 몇 달간 사랑을 나누던 상대에게 이별을 고했다. 아니, '사랑을 나누'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항상 내가 사랑했고 나만 애달았을 뿐 넌 그렇지 않았으니까. 그보다는 사랑을 '쏟아붓던' 상대에게 이별을 고했다고 하는 쪽이 더 맞겠다.
 내가 이별을 통보하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 너는 그 순간조차도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내가 보낸 말의 옆엔, 너무도 선명한 노란색 1이 자리하고 있었다. 차라리 아무 말이라도 내게 해주길 바랐다. 왜 갑자기 그러느냐라든지, 내가 뭘 잘못한 것이냐라든지, 따위의 흔한 말이라도 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기대는 아니었다. 그때 나에게 있어 네게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것만큼 호사스러운 사치는 없었고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사치를 부릴 만큼 마음이 여유롭지 못했다. 그저 마지막인데 이 정도는 하겠지, 라는 대책 없는 복불복이었다.
 대책 없이 걸어 본 복불복은 실패였는지 넌 일주일이 넘도록 내 메시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프로필은 바꾸면서, 내 메시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고의성이 다분해 보였다.
 이런 인간에게 내가 몇 달이나 사랑을 쏟아부었단 말이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뭣도 모르고 콩깍지가 씌어 허비한 시간이 아까웠다.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썼더라면, 지금 얼마나 다른 상황을 마주하고 있었을까. 상상해 보려다가 그만뒀다. 지금은 그 생각을 위한 힘마저도 아까웠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갑자기도 아니다. 지난 몇 달간 네가 내게 보인 태도는 나라는 물컵에 조용히 물방울을 채워가고 있었다. 지금은 그저, 마지막 한 방울이 물을 넘치게 한 것일 뿐이었다. 넌 항상 연락을 해도 무시하기 일쑤였고 어찌어찌 기회가 생겨도 바쁘다며 끊어버렸었다. 나랑은 말도 안 하면서, 친한 지인과는 따로 연락까지 했다. 그래 놓고 만나서는 세상 다 줄 것처럼 굴며 내 비위를 맞추는 척 제 욕심만 채우려 했다. 나를 원한 게 아니라 내 몸을 원한 것은 아닌지 의심한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의심이 생겼을 때 끝냈어야 했다. 무의미한 곳에 무의미하게 힘을 쏟아도 될 만큼 난 여유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내가 널 놓지 못했던 것은, 네 사탕발림에 넘어가 내 생각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나를 사랑해주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어리석은 짓이었다.
 네게 마지막 메시지를 보내고 3주, 아직도 노란색 1은 사라지지 않았고 난 네게서 답을 받는다는 바람조차 버렸다. 마지막으로,라고 생각했던 것조차도 사치였던 것이다. 난 정말 끝까지 어리석었다.
 끝까지 떨쳐내지 못한 어리석음을 뒤로하고, 네 계정을 차단하고 번호를 지웠다. 이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덜 어리석은 짓이었다. 네게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서 3주나 답을 기다렸지만, 더 이상은 나 스스로가 아까웠다. 이젠 네게 휘둘리고 싶지 않다.
 몇 달이라는 길다고 하기엔 짧고 짧다고 하기엔 긴 시간 동안 너와 사랑이라는 것의 유사행위를 해왔던 기억은 쉽게 잊을 수 없겠지만 난 그래도 잊어버릴 것이다. 잊어야만 했다. 넌 나의 과오의 상징이었고 지금도 그렇기에, 난 너를 기억하고 잊어야 한다.
 물컵을 넘치게 한 마지막 한 방울은 결국 물을 다 쏟아버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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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너의 입에서는
나의 입에서만큼이나 거짓말이 나온다.
너는 나의 거짓말을 알고
나는 너의 거짓말을 안다.
차가운 겨울 속의 너는
뜨거운 여름 밖의 나를 보며
나지막히 마지막 거짓말을 한다.
이제 더이상 너를 사랑하지 않아
나의 마지막 거짓말을 뱉는다
나의 마지막 목소리가
파란 하늘로 흩어진다
흩어져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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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사람은

돌아가는 발소리가
지쳐보일 때면
더 힘차게 잘 가라며
힘을 주었고
때로는 아무말 없이
우리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너라는 사람은
나에게 과분했기에
딱 거기까지 
더 이상은 내 욕심이었다
애서 너에게
향하는 눈길을 돌리고
쫓아가려는 발걸음 붙잡고
눈물만 흘리며
그렇게 우리
겨울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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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열기의 긴장이 가신 공기가 한껏 가벼워지고 
하늘이 청량하다. 
마음도 덩달아 가볍고 
발걸음도 시원하다. 
차가워진 새벽 창문을 닫은 방은 포근하다. 
세수를 마친 후 수건도 포근하다. 
해가 중천인데 기분이 보송보송 
매미들의 노래도 더이상 들리지 않는데, 
여기저기 코스모스 자취에 도톰한 이불을 꺼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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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입니다 제 계정해킹해서 이상한 홍보글 올리지 마세요 아이피 역추적하기전에.
한번만더 짜증나게 하시면 인생하직 시켜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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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같은 너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 중 너는 어디있을까?
잠시 다녀온다면서 구름처럼 사라진 네 거짓말을 왜 믿었을까?
"잠시 다녀올께."
그 한마디가 마지막이 됬을 줄,더 이상 너를 보지 못하게 되리라.
혹 너를 만나게 되면 전해주고 싶어
"구름처럼 나타나서 구름처럼 따스한 사람이 되라고"
나처럼 떠나지말고
오늘도 난 너에게 말하지만 하늘 위에 있을 너는 듣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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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 자신

세상을 다양한 렌즈로 돌려끼며 바라보고 있어
때로는 작게 때로는 확대해서 크게
사진을 남겨 웃음 지어
참신한 구도를 찾고파
같은 풍경 속의 삼라만상을 드러내고파
마지막엔 나도 사진으로 남기고 싶네
다양한 내 자신 사람들에게 사진 찍혀
같은 모습 하나 없는 나는 누구지 하는
재미있는 이상한 사진들 남기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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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

너는 정말 어딘가에 있는 거니?
우리가 같은 하늘 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산다는 게 믿기지 않아,
이렇게 이상하도록 고요한 밤에
아픈 몸 어딘가를 만지작거리면
나는 마지막 네 얼굴이 아른댈 것도 같아
이제는 그때 네가 지었던 표정이 환상이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조차 없지만.
보고 싶어, 그치만 만나고 싶지 않아
무수한 밤의 끝에는 무수한 낮이 있었는데
그 햇빛 아래서 나는 한번도 너를 찾지 못했어
그러니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보고 싶어, 그치만 나는 잊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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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가명을 지었다.
별 의미를 담진 않았지만 공들여서 지어보았다.
손에 쥐어진 가면을 쓰고 가명을 뒤집어씀으로써 '나'를 숨겼다. 그리고 발을 내디뎌 걷기 시작했다.
처음 한 발짝은 설렜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걸어갈수록 무덤덤해지고 가면을 견고하게 만들어나갔다.
시간이 흘렀다.
가면이 나의 전신을 가려버려서 더 이상 '나'는 보이지 않게 돼버렸다. 층층이 여러 겹 덮어버려 '나'를 더 이상 찾을 수가 없게 되었다. 슬픔과 고통에 파묻혀 마지막 발악을 해보았다. 결과는 '나'의 죽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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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당신은 느리게 걸음마를 뗐다.
아장거리는 발걸음에 내가 속도를 맞췄다.
내 안절부절한 낑낑거림에 당신이 웃었다.
나는 색을 거의 구별하지 못했지만 당신의 눈빛은 기억한다. 그건 초록이었다. 내 세상의 전부였다.
느리게 걷던 당신은 빠르게 자랐다.
여전히 내 세상은 느리고 느렸지만, 당신은 볼때마다 커지고있었다. 나보다 작았던 당신은 어느새 날 들어올릴정도로 커졌다.
그래도 여전히 달리기는 내가 더 빨랐다.
빠르게 자란 당신은 몇년간이나 소식이 없어졌다.
다른 모든이들처럼 몇년이나 '밖'의 세상으로 갔다가 되돌아 왔다. 그리고 이젠 더이상 내 울음소리에 웃지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대신 웃을테니까.
가끔은 당신이 날 잊은게 아닌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그럴리 없겠지. 어린날처럼 당신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집안 곳곳에서 당신의 냄새가 난다.
나는 이제 당신보다 빨리 뛰지 못한다. 당신은 내옆에서 목줄을 쥐고 나에게 속도를 맞춘다.
그러니.....이제 조금만 더 천천히 걷자.
부디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