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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하얀 나에게

세상이 물든다

검은색, 파란색, 노란색, 빨간색,

순백의 진짜 나를 잊어간채

검은색 노란색 물들어버렸다.

온몸이 어두워졌다.

온몸이 더러워졌다.

하얀시절의 나를 그리며

쭈그려 잠에든다.


어디서 왔지?
[["unknown", 68], ["synd.kr", 1]]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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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봉선화 손톱에 물들듯
이리저리 물들었더니
내 색은 정체불명이다.
다시 색을 빼기 위해
고독에 나를 담갔다.
오래된 독에 혼자서
담가두면 언젠가는
단색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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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한방울 한방울
내 맘에 떨어지던 너라는 물감.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내 맘은
오롯이 네 색을 띄고 있구나.
난 너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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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난 착했는데 나쁜 아이가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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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들다

과거, 어릴때의 난 어른이 되기를 원했는데.
현재, 어릴때의 내 모습에 어른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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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밤

난방조차 되지않는 차가운 방바닥을 누워서
 창문밖으로 사람들이 보입니다.
부르럽게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나는 어느세 검은색으로 색칠된 하늘을 바라봅니다.
하늘이 너무 어두워 별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다음 날에는 별이 뜨기를 차가운 두손을 서로 맞대며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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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또는 구름

하늘은 파랗고 내마음은 검은색이다
바람은 노래하고 내마음은 노래하지않는다
해는 빛나고 있고 내마음은 빛이 꺼져있다
곰은 희망이 있고 나에겐 희망이없다 
그사람은 행복하고 나는 행복하지않다
나는 우울하고 그사람은 우울하지않다
다른사람은 취업을 하고 나는 취업이 되지않는다
나는 꿈이 무엇인지모르고 다른사람들은 꿈이 뭔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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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인생이라는 노트)

마치 갓 나온 나비가 날개를 펼치듯이 설레였다

마치 셰익스피어가 깃털펜으로 극본을 써내려가듯이 꾸몄다
하지만 이젠, 6개월동안 쓰고있던 플래너처럼 영혼없이 써내려간다
옛날처럼 하루하루 색펜써가며 꾸밀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러면 30분은 뺏긴다. 
그시간에 다른걸 하지..
이 노트, 이제 매일 한결같은 정자체로 채워져 가고 있다
가끔 옛날 휘황찬란한 페이지들을 가보며 고민하지만
지금은 아무리 색깔로 채워도 노트의 배경색이 검은색이라.
이 인생이라는 노트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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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이제 2018수능도 113일 가량 남았습니다. 2019수능은 478일 정도 남았구요. 수시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내신이 잘 나오지 않기도 하고, 오히려 수능 쪽이 났기도 해서 아예 수능을 기준으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 478일 남았지만 오히려 더 긴장이 됩니다. 내가 지금 이 순간을 열심히 보내면 적어도 내년엔 후회하지 않겠지..라고 맘을 다잡고 공부를 하지만 마치 우주 한 가운데에 있는 듯 어떻게 더 잘 해야할지 모르겠고 검은색보다 더 어두워 앞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처럼 직업 결정이 어렵습니다. 고등 3년 생활은 누구에게나 다 어렵고 힘든 상황일까요? '차라리 내가 돈 걱정 없이 공부도 적당히 하고 살 수 있는 곳에서 태어났더라면'이라는 생각은 부질없겠죠. 쓰다보니 주저리주저리 써지게됬네요. 여기에 독백을 쉽게 하는 것처럼 공부가 쉬우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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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연습실 B-3

“꿈은 보통 황당한 내용이 많지.”

납작한 토슈즈가 바닥을 툭툭 두드린다. 죽어 누워있는 나무들은 기름을 먹어 매끈했다. 

“…하지만 그래서 꿈인거야.”

살해당한 나무들이 잘리고 가공되어 이 연습실의 마룻바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했다. 오후 다섯 시. 비스듬한 햇빛이 유리로 된 벽을 뚫고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를 만들었다.

“나는 한 번도 행복한 꿈을 꿔 본 적이 없어.”

나뭇결을 따라가던 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발 끝으로 돌아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 그 위로 쭉 뻗은 다리를 감싼 얇은 검은색 레깅스. 짧은 워머티가 미처 가리지 못한 배꼽. 골반을 더 두드러지게 하는 잘록한 허리. 어깨를 위로 움츠리면 물이 담길듯한 깊은 쇄골. 사슴처럼 여린 목과 아름다운 얼굴.

그녀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속눈썹 아래로 그림자가 졌다가 사라졌다. 나는 무언가, 그녀의 이야기에 끼어들 문장을 찾고 있었다. 무척 신중하게. 아무 단어나 주워 내뱉는 것은 그녀가 나에게 가진 신의를 저버리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했을 때,

“만약… 네가 되는 꿈을 꿀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한 꿈이겠지.”

나는 마음을 모조리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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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ing

Ib .
잊혀진 초상 中 .
이런 엔딩이였다면,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너에게 묻고 싶다. 어째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됬는가? 작은 상자에서 울리는 갈색 소녀는 충격에 의하여 휘청거리며 걷고 있었다. 계속, 끝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심장은 누군가 압박하듯 천천히 조여왔고, 울음에 지쳐버린 목이 너무나도 아파왔다. 어째서, 이런 결말일걸 알고 있던거야? 게리, 들리면 대답해줘.. 어린 소녀는 너무나도 탁한 검은색 벽들을 짚으며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숨을 크게 들이마쉬었다가 다시 참았다. 그 고통은 말로 할 것 없이 답답했지만 조금이라도 슬픔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힘 없이 비틀대던 소녀의 손엔 은색의 라이터가 들여져 있었다. 그림 속에서 허우적 대던 다리로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려 했었다. 그런데 역시 소녀의 상처가 많은 다리로는 무리였던걸까. 이내 힘 없이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탁한 향을 품기는 잿더미를 바라보더니 또 다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소녀의 맑은 눈물이 뺨을 타고 잿더미 위로 툭툭, 떨어졌다.
" 미안해.. 메리.. 미안해, 게리.. "
정말, 다들 미안해. 누군가를 희생시키고 밟고 올라온 힘겨운 가시밭길은, 역시 소녀에겐 무리였던건지. 소녀는 죄책감에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손으로 얼굴을 덮곤 눈물을 흘리는 소녀였다. 붉은 장미꽃을 품에서 꽉 끌어안았다. 그리곤 그 상태로 펑펑 울어버린 소녀였다. 그 울음이 조금 멎었을 때 즈음, 소녀는 다시 땅을 짚고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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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류와 월 : 첫만남(2)

 늙은 남자는 월에게 선물로 검은색 가방을 내민다.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의 가방을 월은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어째서 검은색인가? 라는 의문도 가지기 전에 늙은 남자가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한다.
 " 파트너에게 맞춰야하지 않겠니? "
 그 말에 절로 월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류에게 향한다. 류는 그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월을 쳐다본다. 어린애인 월에게 그 질문은 쉽게 납득을 할 수가 있었다. 월은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서 그 검은색 가방을 옆으로 멘다. 아직 고맙다고 하기에는 이르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벚꽃 모양의 귀걸이를 내민다. 가방과 똑같이 검은색이고, 다른 것이 있다면 귀걸이 중앙에 분홍색 작은 보석이 박혀있다는 점이다. 월은 갸웃을 하더니 늙은 남자를 올려다본다. 늙은 남자는 미소를 인자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 이걸 차고 있으면, 밖에서도 네 힘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을거다. "
 그 말의 의미를 안다는 듯 월은 그 귀걸이를 빤히 쳐다본다. 허리를 꾸벅하면서 월은 늙은 남자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다시 인사를 한다. 늙은 남자는 그저 웃으며 월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 그리고 이건 여행에 필요한 돈이란다. "
 " 꽤 많네요. "
 " ... 이렇게 줘도 괜찮은거야? "
 " 이 늙은이가 남은건 돈 밖에 더 있을까? "
 늙은 남자가 건네주는 돈 주머니를 월은 받는다. 류가 월의 옆에서 돈의 액수를 확인하더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늙은 남자에게 묻는다. 늙은 남자는 오히려 되받아치며 묻고, 류는 그저 입을 꾹 다문다. 자, 그러면 모든 준비가 다 되었으니 출발해볼까? 라고 하며 늙은 남자가 이야기의 문을 열려고 한다. 그 말에 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늙은 남자 뒤에 있는 문을 가르키며 묻는다.
 " 저 문으로 나가면 되는거야? "
 " 음? 그것도 좋지만, 이렇게 나갈거란다. "
 짝- 하면서 늙은 남자가 박수를 친다. 하? 라고 하면서 류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월은 고개를 갸웃한다. 쎄한 느낌을 받은 류가 시선을 월에게 향한다. 월의 발 밑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보더니 황급히 손을 뻗으며 월을 부른다.
 " 어이, 꼬맹이! "
 " 잘 다녀오거라 "
 류, 그리고 월. 타악-! 그 짧은 순간에 류는 월의 팔을 잡는다. 그리고 한순간에 슈웅- 하면서 두사람이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전혀 웃긴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늙은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러다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렇게 말한다.
 " 여전히 감 하나는 좋구나. "
 자, 그러면 어디 한번 지켜볼까?
 슈우우웅-! 한순간에 화면이 전환되면서 보이는 것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자신과 월이었다. 월은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영감탱이를 그냥! 속으로 그렇게 늙은 남자에 대해서 욕을 하던 류는 엄청난 풍압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한손을 뻗더니 월을 자신의 품에 안는다. 갑작스러운 안김에 월은 꼬옥 감고 있던 두 눈을 살며시 뜬다. 자신을 안고 있는 류의 얼굴을 쳐다본다.
 " 그 영감탱이! 다음에 만나면 한 방 먹여줄테다-!! "
 라고 악에 박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부웅- 하면서 두사람의 몸이 떠오른다. 응?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 풍압에 월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까보다 엄청난 속도가 아닌 천천히 지면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이윽고 류의 두 발이 지면에 안착한다. 월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류를 쳐다본다.
 " 능력? "
 " 그래 "
 류는 월을 지면에 내려준다. 주변을 둘러보니 숲이다. 그 사실에 류는 이마에 사거리 마크를 단다. 하필 보낸다는 것이 숲이라니, 더군다나 늙은 남자가 있는 그 성은 여기서 보이지가 않는다. 아주 비밀이 가득하구먼. 이라고 하면서 류가 중얼거린다. 월은 검은 가방을 열더니 종이 한 장을 발견한다. 고개를 갸웃하고 그것을 꺼내서 펼쳐본다.
 " 류 "
 " 왜? "
 " 이거 지도야 "
 " 하? "
 월의 말에 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월은 류가 볼 수 있게 두 손을 높이들어 그 지도를 보여준다. 그것을 보니 오히려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 류가 난 안봐. 라고 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럼, 내가 보고 알려줄게. 라고 하면서 오히려 태연하게 월은 그렇게 말하더니 지도를 본다.
 " 너, 지도는 볼 줄 알ㄱ... "
 " 여기서 좀만 더 가면 마을이야. "
 " ... 너 애 맞냐? "
 " 설마 류, 지도 볼 줄 몰라? "
 " 야, 장난하냐? "
 " 그럼 그런 질문을 왜 해? "
 " ... 아니다. 됐다. "
 도저히 월의 말빨을(?) 이길 자신이 없는 류였다. 그저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럼, 마을이나 가자. 라고 하면서 류가 먼저 입을 열어 말한다. 응, 이쪽- 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던 월은 검지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킨다. 류가 먼저 걸음을 옮기고, 뒤를 따라서 월이 걷는다.
 " 물어볼게 있어 "
 " 뭔데 "
 " 류의 능력은 뭐야? "
 " 이름은 진짜 그렇게 부를 생각이냐? "
 " 그치만 딱히 떠오르는 이름도 없잖아? "
 " ...... "
 틀린 말이 결코 아니기에 류는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미간을 좁히다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입을 열어 월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을 한다.
 " 자연을 다룰 수 있지 "
 " 물, 불, 바람... 이런거? "
 " 너도 알다시피 '무기'는 유별나지 않는 이상은 하나의 능력 밖에 타고 나지 않아. "
 " 응, 그건 알아 "
 " 하지만 나는 유별난 놈이라서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개를 가지고 있지. 네가 말하는 그 세개를 포함해서도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거지 "
 " 류는 유별난 놈이구나. "
 " 너 진짜... 아니 됐다. 좀 덧붙여서 말하자면, 네가 내 능력을 어찌 쓰느냐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재앙도 될 수가 있지. "
 " ... 그건 명심할게 "
 " 근데 애초에 네가 날 다룰 수는 있냐? "
 잘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류는 몸을 반쯤 돌려서 월에게 물어본다. 다룰 수 있으니깐, 뽑힌게 아닐까? 라고 하면서 월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려 묻는다. 하긴 그 말도 틀린 것이 아니다. '계약자'마다 그 그릇은 다른다. 아무리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무기라고 해도 자신의 그릇이 작으면 결코 들어올릴 수가 없다. 그렇다는 말은 즉...
 ' 이 꼬맹이의 그릇은 얼마나 크다는 거지? '
 13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 아닌 어마어마한 개수의 능력을 가진 자신을 들어올렸다. 그것도 망설임이 없이, 한치의 끊김도 없이 말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 늙은 남자가 이렇게 말했었다. 차고 있는 저 귀걸이를 가지고 있으면, 어느정도 힘이 제어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 그렇다고... '
 설마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는 건가?
 " 류 "
 " 어엉? "
 " 마을이 보여 "
 저기에, 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마을이 위치해있다. 마을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보더니 그제서야 아까보다 얼굴이 펴진다. 그리고 그것을 월은 단번에 알아챈다. 일단은 마을로 가서 정비를 해야겠지. 속으로 그리 생각한 월은 아까 늙은 남자에게 받은 돈 주머니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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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류와 월 : 첫만남(1)

 째깍, 째깍- 하면서 시계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서 울려퍼진다. 늙은 남자가 커다란 쇼파에 앉아서 조용히 독서를 즐기고 있다.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테이블은 늙은 남자가 언제든지 마실 수 있도록 어여쁜 붉은 장미가 그려진 찻잔이 올려져있다. 늙은 남자가 있는 방은 책으로 가득 도배가 되어있으며, 무언가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마치 그 늙은 남자에게 쉽게 접근하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
 끼익- 하면서 고급스럽지만 어딘가 낡은 소리를 내는 문이 열린다. 터벅터벅 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분홍색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늙은 남자는 읽고 있던 책을 덮더니,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앉고 있었던 큰 쇼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런 늙은 남자의 행동을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는 한 소녀가 있었다. 분홍색 양갈래 머리에 분홍색 눈동자, 나이는 대략적으로 열 세살인 것 같다. 그치만 그 나이에 맞지 않게 소녀는 과묵하고, 무표정을 가지고 있다.
 " 슬슬, 시간이 되었나보구나 "
 " 할아버지, 그 사이에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
 " 설마, 그럴리가? "
 오늘은 너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이잖니? 라고 하면서 늙은 남자는 미소를 짓는다. 그 말에 더이상 소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터벅터벅 하며 이번에는 늙은 남자가 소녀를 향해서 걷더니, 소녀를 지나쳐 방 밖으로 나온다. 소녀는 늙은 남자가 미처 닫지 못한 그 방 문을 닫더니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집 안 곳곳에 깔려있는 것은 붉은 카펫이었다. 늙은 남자의 뒤를 지키는 것처럼 소녀는 뒤에서 따라 걷는다. 낡은 집인 듯 하지만 웅장함을 가지고 있는 이 집은 마치 늙은 남자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 같다. 늙었지만, 여전히 귀품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커다란 갈색 문이 두사람을 반겨준다. 늙은 남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문고리를 잡아서 돌려 그 문을 연다. 빛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반기는 것은 어둠이었다. 그렇게 어두운 것은 아니었지만, 소녀는 그것을 어둡다고 느낀다.
 " 자, 너는 어떤 '운명'을 고를 것이냐? "
 마치 그것이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처럼 늙은 남자는 미소를 짓더니 소녀에게 묻는다. 소녀는 그런 늙은 남자를 쳐다보다가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민다. 내딛 한 발자국으로 인해 망설임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망설임은 없었던 것인지 소녀는 앞으로 나아가서 어둡다고 느낀 그 방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소녀가 앞서 걸어갔고, 소녀의 뒤를 늙은 남자가 뒤따른다. 스윽- 하며 작은 두 손을 앞으로 내민다.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소녀가 잡아서 들어올린 것은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검은 낫이었다. 하지만 소녀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은 없다. 늙은 남자는 소녀의 선택에 살짝, 아주 살짝 미묘한 표정을 보이다가 웃어버린다. 그래, 너는 그 '운명'을 선택했구나.
 " 그러면 이제 서로 인사를 해야겠지? 이제부터 서로 '계약관계'이자, '파트너'이니깐 "
 늙은 남자의 말에 소녀는 검은 낫을 잡고 있던 자신의 두 손을 놓는다. 휘리릭-! 하면서 검은 낫이 허공에 세바퀴 정도 돌더니 그 모습이 낫에서 한 남자로 바뀐다. 훨친한 키에 하얀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입은 그 복장은 어째서인지 바텐더 혹은 집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며, 검은태 안경과 뒷머리가 살짝 긴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는 검은색이었다. 훨친한 키에 소녀는 고개를 최대한 위로 들어올려 그를 유심히 쳐다본다.
 " 엉? "
 마침내 그와 소녀가 서로 마주본다. 그와 소녀는 서로를 무표정으로 쳐다본다. 먼저 표정이 변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녀가 아니라 그 쪽이었다.
 " 날 들어올린게 꼬맹이 너냐? "
 " 응 "

 " ... 거기다가 여자애? "

 장난해?! 라고 하면서 버럭 화를 낸다. 다양한(?) 리액션을 보이는 그와 다르게 소녀는 그저 무표정으로 두 눈을 깜빡인다. 미간을 잔뜩 좁힌 채, 그의 시선이 뒤에서 이 상황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늙은 남자에게 향한다. 늙은 남자는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순간 저 늙은이의 면상을 한대 쥐어박고 싶다고 생각한 그이지만, 그것을 억누른다. 어쨌뜬 자신을 들어올렸다는 것은 그만한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증거니깐.
 " 이름 "
 " 허? "
 " 이름, 알려줘 "
 " 이름을 알고 싶으면, 먼저 이름을 말하는게 예의다. 꼬맹아 "
 소녀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말한다. 아무래도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 말에 두어번 눈을 깜빡이던 소녀는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한다.
 " 류월 "
 " 류월? 한자냐? "
 " 응, 흐를 류에 달 월 "
 " ... 너와 어울리지 않는데? "
 소녀의 이름에 그는 고개를 까딱하며 말한다. 아직 소녀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류월의 머리색과 눈동자 색이 그 이름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라고 하면서 류월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자꾸만 말려드는 류월의 페이스에 다시 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는 오른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다. 어째서 이런 꽉 막힌 여자애가 자신을 들어올렸다는 말인가?
 " 이제 그쪽 이름 "
 " 없어 "
 " ... 없어? "
 " 그래, 없다. 왜? "
 마치 꼽냐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의 말투에 류월의 무표정에 변화가 나타난다.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으로 턱을 어루만진다. 애인데 하는 행동은 뭔가 어른 뺨치는 바람에 그는 그것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늙은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고, 지금의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여전히 웃고 있다.
 " 그럼 이름을 줄게 "
 " 뭐? "
 " 네가 류, 내가 월. "
 그래서 둘이서 류월이야. 라고 하며 말하는 소녀의 표정은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와있었다. 어이가 없는 그는 두 눈을 깜빡이며 소녀를 쳐다본다. 하아?! 라고 하면서 늦은(?) 리액션을 보여주더니, 늙은 남자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이렇게 말한다.
 " 대체 이 꼬맹이 뭔데?! "
 " 음, 류월... 아니 이제는 월이구나. 월이 좀 특이하기는 하지 "
 " 이건 특이한 것을 넘었다고?! "
 애가 애 같아야 애 아니야?! 라고 하면서 오히려 그가 언성을 높여 말한다. 늙은 남자는 그저 허허 하면서 웃을 뿐이었다. 저 늙은이도 한통속이야. 라고 하면서 속으로 그리 생각한 그는 낮게 으르렁거린다. 스윽- 하면서 그런 그에게 작은 손이 내밀어진다.
 " ...... "
 " 잘 부탁해, 류 "
 여전히 무표정으로 월은 그렇게 말한다. 류라는 이름을 받은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이제와서 무를 수는 없다. 아니, 만약 무를 수 있다고 해도 저 뒤에서 지켜보는 늙은이가 그걸 허락할리가 없다. 어차피 어린애다. 조만간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분명 스스로 그 입에서 계약파기라는 말을 꺼낼테니깐. 지금은, 이 순간만큼은 이 손을 잡아주자.
 스윽- 하며 류는 오른손을 내밀더니, 작은 월의 손을 잡아준다. 그것을 보고 늙은 남자는 박수를 쳐준다. 경사스러운 날이구나, 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어째서인지 늙은 남자의 말이 심히 거슬리는 류였고,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류의 손을 보고...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 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