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메뉴

배은망덕

나도 어려웠던 시절, 더 어렵다고 생각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내가 가진 것 이상의 호의를 베풀었다. 그리고, 그런 내 행위가 늘 바르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날카롭게 새로 자른 커터칼의 끝날이었다.

다른 글들
1 0

다정함

아무한테나 다정한 너가 나는 밉다
친절을 호의로 생각하는 나도 밉다
0 0

남겨짐

남겨짐이 익숙해진 사람에게 호의를 배풀어서는 안돼
나중에 더 힘든 일이 있을때 견디기 힘들거든
남겨짐이 익숙해진 사람에게 관심을 보여서는 안돼
남의 시선이 싫어서 혼자 남겨진 것이거든
남겨짐이 익숙해진 사람에게 사랑을 주어서는 안돼
너가 주려는 그것 때문에 남겨진 것이거든
하지만 이 말 다 믿지마
누군가는 필요 없겠지만
누군가는 절실히 필요로 하고있거든
나도 그래 
0 0

우산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나는 우산이 2개 있었던가 어쨌던가 어쨌든 우산이 그리 필요하지는 않았다. 너는 우산 없이 교복에 코트를 입은 채로 비를 맞아야했고. 나는 너에게 내 우산을 건냈다. 화장품 가게 사은품으로 받은 민트색 땡땡이 우산이었다. 너는 그 우산을 보고 웃었다. 흠, 비웃음이었던 것 같다. 너는 그 우산을 한사코 거부했다. 튀는게 싫다나. 우산을 거절한 것 뿐인데 내 호의를, 내 친절을, 내 모든 것을 거절하고 거부하는 기분이 들었다. 과하다고 생각할런지 모르겠으나, 그때의 나는 그랬다.
2 0

겨울

그 날은 눈이 내리는 날이었다.
밤새 쌓인 눈은 한 꼬마아이를 덮을 만큼
가득히 쌓여있었다.
아,그녀는 생각하였던 것이다.
과거, 이 날과 비슷하던 그날의 행복을.
그 가족은 조그마한 눈덩이를 굴려가며 눈사람 넷을 만들었으며 그 눈사람을 방패삼아 눈싸움을 했더라.
그래,그것이 그날의, 이 생의 마지막 남은 행복이였던 것이다. 그날 그 가족은 쫓겨났으며 가족중 누군가는 죽었고 결국 남은 사람은 그녀 혼자. 그 날도 이렇게 눈 속에 파묻혀 피를 흘린채 누워있었던 것이다.
저기,괜찮아요?
그래,그리고 이렇게 누군가 손을 내밀어줬더래지.
그녀는 그 손을 잡고 과거,그와 같은 말을 다시 한번 내뱉었다.
제가,당신의 곁에 머물러도 되나요?
그래,눈 속에 파묻혀 새 인연을 만나는 것은 참으로 안쓰럽고 따스한 겨울이 아니더냐.
설령 그것이 언젠가 벗기어질 호의라 해도.
0 0
Square

올려다보던 하늘에는

 현수는 왼쪽 귀에서 흘러내리던 피가 멎고 말라가는것을 느꼈다. 빨간 머스탱의 루프를 열고 앉아 멍하니 앞을 보다가 머리받침을 빼 던졌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입을 반쯤 열고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하늘을 보는 일 말고는  없었다. 어제부터 날이 흐리더니 간밤엔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어둠을 거쳐 푸르게 밝아오는 하늘은 아직도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다. 현수가 누워있는 차 바로 뒤엔 그의 상관이, 그보다 조금 더 뒤엔 그를 지독히 사랑했던 사람이 누워있다. 현수는, 현수에게는 총알도 없고 차를 몰 기력도 없다. 마음속으로는 제 머리통이 벌집이 되도록 총을 갈겼으며 저기 보이는 바다에 수백번을 자동차와 함께 빠졌다. 하지만, 정작 그는 스멀스멀 움직이는 회색빛의 구름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눈이 시려왔다. 눈꺼풀을 꼭 감자 눈물이 차오르다가 주륵 흘러내렸다.
 손바닥에서 아직 재호의 헐떡이던 숨이 느껴지는듯 했다. 복귀한다는 전화를 해야할텐데, 상관은 방금 총에 맞아서 죽었지 하고 생각했다. 대화를 나눌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저렇게 계속 두면 인숙도 재호도 썩어가겠지. 더듬 더듬, 현수가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멍한 눈으로 1,1,9 세 개의 번호를 누르고 다시 드러누웠다. 
 [안녕하세요 119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사람이,사람... 총에,]
 침착하게 말해보라는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뚫고 나왔다. 구름이 이렇게 많은데, 광합성은 언제 하죠, 형?
0 0

아름다웠다.
칠흑 같은 밤의 장막 사이, 홀로 고고히 서있던 너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진주를 떠올리게 했다. 내가 그런 너의 영원불멸할 것 같은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것은 로미오가 줄리엣과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너의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너는 외로워 보였다.
너의 곁에는 언제나 무저갱과 같은 어둠만이 자리 잡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어둡고, 너무나도 차가웠다. 서글프기 그지없었다.
때때로 그런 너를 위로하듯 희미하게 빛나는 별들이 너의 곁에 다가갔지만, 너는 그 작은 호의마저 거부하듯, 너의 그 밝은 빛으로 그 희미한 빛을 집어삼켜 버렸다.
그렇게 홀로 기나긴 밤을 지새운 너는 활활 타오르는 태양을 피해 피곤한 기색을 한채 차가운 바다 아래로 숨어버렸다.
나는 마음이 미어졌다.
네가 천일, 만일의, 아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의 수만 배가 지나더라도 여전히 홀로 칠흑의 밤을 견뎌낼 거라 생각하니 너무나도 마음이 미어졌다.
그래서 나는 바란다.
나의 생명의 불꽃이 사그라든 다음 다시 한번 그 찬란한 불꽃을 불태울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 밤하늘에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별이 되고 싶다.
비록 너의 곁에 다가가 빛날 수 있는 시간이 찰나의 순간이라 해도 나는 저 하늘의 별로 태어나 너의 곁에 다가가고 싶다고 바라노라. 가슴 간절히 바라노라.
4 0
Square

무지개 다리

미안해라는 말 밖에 못하는 모진 주인을 만나 고생만 했구나. 집에 돌아오면 누워있다가도 일어나 내게 오는 널 보고 너는 내 편이구나라고 안심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영리하고 예쁜 내 또 다른 가족. 
비록 산책도 못 해주고 따듯하게 끌어안고 쓰다듬어 준 적은 적지만 널 많이 아꼈다.
아침 바람을 맞으며 날 배웅하던 너도,
작은 소리에도 나인가 돌아보던 너도,
가끔가다 챙겨주는 간식을 먹던 너도,
다 이제는 볼 수 없지만.
너가 걸어갈 길만은 편안하길 바라는 내 맘을 알아줘
마지막 호의를 두른 이기적인 마음일지라도 알아줘
후에 세상의 마지막에 날 맞이하러 나온다면
나도 그 때는 마음껏 안고 쓰다듬어 줄께.
오색빛이 찬란한 그 길 위에서 그 끝에서 기다려줘
적어도 이 못난 주인에게 따끔한 한마디 해줘야지라는 생각이라도 가지고.
그 찰나의 시간 동안 고마웠어.
미안하고 사랑해.
너는 꼭 다음에 좋은 주인 만날꺼야.
많이 사랑해.
예쁜 털도 초롱한 눈도 까만 코도 기억해.
잊지 않을께.
편안하길 빌어볼께
-기억 속 '몽실이'와 18.1.14 '흰둥이'를 떠올리며
1 0

어떤 형태이든 너에게 도움이 되고싶다.

한밤중에 당신은 책상 위에서 처음보는 편지를 발견한다. 그 편지와 시선을 맞추듯 편지를 집어올린다.
어떤 형태이든 너에게 도움이 되고싶다

금방 글을 다 읽은 당신은 피곤한 머리를 헤집지만 이런 편지를 보낼만한 사람을 떠올리지 못한다.
대신 당신의 시선을 붙잡던 편지지 너머에서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잔을 발견한다. 그리고 안에 든 것을 본다.
커피인가? 어쨋든 당신은 그것을 좋아한다. 이 정도의 도움이라면 언제든 반길 수 있다고 생각할만큼.
당신은 잔을 들고 기분 좋은 표정을 하고서 잠시 내려놓은 편지를 집는다. 앞뒤를 뒤집어가며 수상한 구석을 찾는 시늉을 하지만 어느새 당신의 관심은 익명의 누군가에게 쏠린다.
익명의 누군가와 음료 한 잔
당신은 뒤늦게 졸음을 떨쳐낸다. 이제서야 그것들을 의심한다.
당신은 곧  누군가의 호의를 불쾌하게 여긴다. 당신의 방에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드나든 사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긴 힘든 것이다.
당신은 편지를 다시 살핀다. 편지가 조금 접혀 있음을 깨닫고 편다. 가려져 있던 것이 드러난다
내가 어떤 형태이든 너에게 도움이 되고싶다

그 순간 당신은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당신이 반응을 보이기 전에 익명의 누군가는 울리는 목소리로 당신에게 인사한다.
0 0

비풍초 똥팔광.
원래 비를 좋아했지만, 요즘은 더 좋다. 맨날맨날 비만 오면 좋겠다. 천식환자라 더 그렇다. 미세먼지보다 습한게 살만하다. 죽을거같다. 죽지 않았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