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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그렇게도 좋더냐,

멍청이들아.

머리카락을 잔뜩 적시는 비마저도 그렇게 반갑더냐.

바보들아.

그래서 나는 멍청이고 바보야.

나도 봄이 좋거든. 따뜻하니까.

어디서 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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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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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지고
풀어지고
나른해지는 계절.
계절은 반복되고
매년마다 맛보는 감정들이지만.
질리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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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봄이 언제올까 한숨지었는데
봄비가 오는데도 눈 속에 죽어있는 싹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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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닮은 계절이 온대 
너를 닮은 꽃이 핀대 
너를 닮은 향기가 난대
너를 닮은 것 들은 다 오는 것 같은데 
왜 너는 좀처럼 오지 않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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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멍청이
말미잘 같은놈
지까짓게 뭘 안다고 씨부려 씨부리긴
그럴리 없겠다만 이 화가 가시가 되어 니가 잔뜩 찔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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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식사

요즘은 아침뿐만 아니라 점심도 거르기 시작했다.
누군가 내게 정신차리라고 소리 질러주면 좋겠다.
나는 정신 못차리고 점심도 못차리는 멍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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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가을인데 왜 아직도 이렇게 더운 건지. 추울까 일부러 챙겨온 블루종은 금세 귀찮은 짐이 되었다. 그늘이 있는 곳으로만 골라 걷다가 도서관에서 막 나오는 J와 마주쳤다. 녀석은 인사도 없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우와, 너 땀났어.”

그렇게 얇게 입고서 더워? 가디건 주머니에서 꺼낸 휴지로 내 콧잔등을 닦아주는 J는 어쩐지 즐거워 보이는 얼굴이었다. 뭐 좋은 일 있냐? 툭 물어보니 배시시 웃는다.

“오다가 선물 받았거든. 보여줄게, 있어 봐.”

그러더니 들고 있던 가방을 열어 열심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금방 꺼내 보여줄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 속이 얼마나 난장판인지 이미 여러 번 목격했던 나는 잔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야, 넌 제발 가방 정리 좀 해. 니가 도라에몽이냐.”
“내 라이프 스타일이야.”
“뭐? 그건 그냥 쓰레기장 스타일이야. 너 가방에서 봤던 것 중에 제일 황당했던 게 뭔 줄 알아? 탁상에 놓는 알람시계. 대체 그걸 왜 들고 다니냐고.”
“살다 보면 다 필요할 때가 오거든?”
“아니 핸드폰에 손목시계까지 꼬박꼬박 차고 다니면서 무슨…”
“찾았다! 선물!”

티격태격하는 동안 녀석이 선물을 발굴해냈다. 번쩍 꺼내 든 손에는 제과점에서 팔 법한 캔디 깡통이 들려 있었다. 그게 웬 거야?

“오다가 새터 앞에서 K오빠 마주쳤거든. 알바하다가 남아서 받았는데 자기는 단 거 안 좋아한다고 주시던데.”

아. 너무 뻔하다. 그런데 이렇게 빤히 보이는 걸 지금 이 멍청이만 모르고 있다. J는 신난 강아지 같은 표정으로 노란색 사탕을 골라 세 개나 입에 넣었다. 저거저거 충치 걸려봐야 정신 차리지. 속으로 혀를 차는데 J가 내 쪽으로 깡통을 쑥 내밀었다. 먹을래? 알록달록한 사탕이 한가득 들어 있는 통 안이 한없이 발랄해 보였다. 이 녀석 머릿속이 아마 이런 색이지 않을까. 나는 포도 맛으로 보이는 보라색 사탕을 집어 먹으며 말했다.

“그 오빠 너 좋아해.”
“헐… 설마.”
“야, 말해두지만. 복학생은 안 돼.”

그러자 말도 안 된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인마, 난 진지해. 다른 놈은 몰라도 그 오빠처럼 속 시꺼먼 복학생은 안 된다고. 다리로 툭툭 차대자 웃음이 더 높아진다. 햇빛을 베어 문 듯 눈부신 웃음 사이로 라임 향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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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어두운 카페 안에서 쓰는 글은 탄 원두처럼 텁텁했다. 못해 먹겠다. Y가 한숨처럼 내뱉은 불평도 그런 빛깔을 띠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음… 뭐 전체적으로 보자면 나쁘지는 않아요. 그런데 솔직히,

나는 약 두 시간 전에 들었던 목소리를 곱씹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총평. G는 내 원고를 읽더니 교수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감평에 딱히 순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동안 교수님의 전체적인 평으로 시작해서, 그 뒤에 덧붙이거나 동의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던 분위기에 송곳 같은 등장이었다. 후배들은 눈치를 살폈고, 교수님은 이놈 봐라 하는 듯한 표정으로 G를 보았다.

-케케묵었어요. 깔아놓은 복선마다 진부해 빠졌고…. 이건 이제 너무 뻔해서 반전으로 쓰기에도 민망할 수준인데. 그냥 적당히 갖다 붙였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7페이지에서 주인공이 편지 받았을 때 결말 예상 못 한 사람 있어요? 이건 둘 중 하나죠. 독자를 멍청이로 알 거나… 작가가 멍청하거나.

원래대로라면 평을 받아적어야 한다. 그러나 점점 막 나가는 비난에 고개를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딱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눈이 마주치자 G는 가늘게 웃었다.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 되감던 테이프가 거기까지 돌아가자 잠시 눈앞이 깜깜해졌다. 뒷목께가 뻐근할 만큼 열이 한꺼번에 몰렸다. Y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났다. 

“야 나가자. 안 되는 거 억지로 붙들고 있어 봤자 답 안 나온다.”
“…….”
“가자고. 밥도 안 먹었잖아.”
“…혼자 가.”

기막히다는 듯한 헛웃음이 위에서 떨어졌다. Y는 답답했는지 뒷머리를 벅벅 긁다가 잔뜩 인상을 구기고 말했다. 

“…나 내일 학회 나갈 거다. G 그 또라이 또 마주치면 진짜 정신줄 놓고 팰 것 같아. …아, 진짜 안 가?”
“안 가.”
“후… 그래 잘 해봐라.”

Y는 홱 등을 돌려 성큼 카페를 빠져나갔다. 나는 원고에 시선을 박아넣은 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속이 뒤집히도록 분했다. 행간 사이사이에 놈의 비웃음이 못처럼 박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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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빠르기

느림ㅔ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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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 44분

무심코 시계를 보았을때.
미신은 미신일뿐 아무것도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