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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엔 우울하면서도 붕 뜬 느낌이 든다. 내가 빗방울이 된 느낌이 든다. 내가 정말 빗방울이 된다면 네 어깨 위로 떨어졌음 좋겠다. 그러면 너는 빗방울이 된 나를 손으로 털어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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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스럽기 그지없는 짝사랑을
고이 접어 빗물이 흐르는 곳으로 보내주었다.
아름답던 사랑아. 
끝내 잠겨버리는 구나
언젠가 무지개가 뜰 날에 추억처럼 찾아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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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고인다. 
텅 빈 물웅덩이가 조금씩 메워졌다. 흐릿한 색감에 떨리는 파동위로 얼굴이 부서져 비쳤다. 
온 몸이 젖어 들어가고 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럴  힘도 없었다. 
비가 주륵주륵 내린다.
빛이 비추면 이 웅덩이가 사라질 것을 알고 있다.
웅덩이와 함께 나도 사라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그 자리에 있었다.
비가 계속해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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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새벽부터 세찬 비가 내린다.
나는 비내리는 날을 좋아한다.
아침인데도 어두운 하늘은 약간의 우울함이 베어나지만 나를 차분하게 만들어준다.
비가 내리는 날의 그 특유의 비냄새가 내 코끝을 간지럽게 한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침대에 누워서 비냄새를 맡으며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면 알 수 없는 좋은 기분이 느껴진다.
또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면, 우산없이 밖으로 나가 비를 조금 맞기도 한다.
그 약간의 시원함과 상쾌함이 날 일상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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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주변에는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그가 따라다녔다.
내가 평가를 하면 그가 다가와 비난이 되었고
문장을 적으면 그가 다가와 비문이 되었다.
유독 지치는 날은 비틀비틀, 비실비실,
일을 할 때는 그가 따라와 비합리적이 되었고
세상을 바라 볼때는 그가 쫒아와 비관적이 되었다.
일자리를 구할 땐 그가 붙어 비정규직이 되었고
문득 정치를 보았을때 그가 비리가 되어 당당히 서있었다.
현실과 동 떨어진 비현실주의자가 되어
그가 떠나지 않아 모처럼 생긴 기회도 비켜주어야 했다.
그를 피해 주변을 비집고 들어가면
그가 남은 비어있는 방이 앞에 있었다.
나는 고독 앞에서 그를 만나 비참해졌고
그는 나를 떠나지 않은 채 여전히 비겁했다.
그가 나를 괴롭히는 모든 일들은 비유가 되었고
그건 나의 비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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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

오므려 있던 우산을 쫙 핀다.
빗방울 속에 또 하나의 꽃이 핀다.
종종 걸음하던 다리는 터벅터벅.
움츠려 있던 어깨는 쫙 피고.
머리를 가리고 있던 조약한 손은 
이제 우산을 쥐고 있다.
차의 운전대처럼.
손잡이를 잡자 우산 아래 나는 
지금 여기와 분리된다.
모두가 젖는 여기.
내가 만든 
평범치 않은 공간.
부자연스런 공간.
우산을 들고
차가운 빗살들을 가르며.

걸어가자. 
평범한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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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그리고 이성

친한 우리 단 둘이
맘이 잘 맞는 밤
달큰하게 오른 이 느낌
이 밤이 계속 되기를
달도 꺾이고 불도 꺼지고
어깨에 팔 두르고 "가자."
적막해진 거리로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밤
술과 밤
동성, 혹은 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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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정류장

추적추적 빗소리가 들렸다. 하나 둘 늘어만 가는 빗방울을 보곤 한숨 쉬었다. 이래서야 집에 어떻게 돌아가라고. 버스를 타고 간다지만 축축한 채 집에 도착할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우중충한 하늘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아까까지만 해도 밝던 하늘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이럴줄 알았으면 일기예보라도 챙겨볼걸. 그럼 우산이라도 있었을텐데. 비에 반쯤 젖어버린 책가방과 교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분명 잘 말려야겠지. 버스가 오고가고, 사람들이 오르내리는 모습을 수 번 보았다. 운도 참 없지, 내리는 비를 받아내었던 어깨는 젖어 차가워진 옷이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전 재산인 천원짜리 지폐 세 장과 동전 두어 개 정도가 눈에 띌 뿐이었다. 이래서야 비를 피할수도 우산을 살 수도 없잖아. 깊게 한숨쉬고는 이전보다 한껏 어두워진 하늘을 응시했다. 운도 없고, 기분도 별로 좋지 않은 하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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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이 고통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내 몸을 삶에게 관통 당하는 느낌을 요즘 느낀다. 축 쳐진 어깨. 네 날개가 이렇게 비참하기 위해 대학을 나왔던가. 내 꿈에 다가갈 힘도 돈 없음에 쓰러진다.  나의 전쟁은 무능력함의 끝을 매일매일 거울로 확인하는 것에서 끝난다. 꿈을 부둥켜안고 쓰러진 시신. 겨울은 시신에게 차가운 이불자락도 싸움의 연장이다.  늙은 백수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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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오늘은 갑자기 방이 어둡다. 비가 오려나보다.
눅눅한 공기, 걸을 때마다 '쩍 쩍' 소리를 내는 방바닥.
오늘 같은 날이면 이불마저 눅눅해서 숨을 곳도 없다.
잠깐 나가야겠다. 대충 외투를 걸치고 우산을 챙길까 고민하다, '잠깐' 이니까 괜찮겠지 싶어 빈손으로 밖을 나갔다.
하늘색인 듯, 회색인 하늘에
다들 손에는 우산을 들고 있다.
한 쌍이 하나만.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나는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
  카페에 들어가서 차가운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진동이 울리기까지 잠시 둘러 봤다.
다들 마주보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공부를 하는 연인도 있다.
그러다 문득 혼자에게 시선이 쏠린다.
죽쳐진 어깨, 옆얼굴을 테이블에 붙이고
밖을 내다보는 그 사람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때 다행히 진동이 울렸고 난 커피를 받자마자 빠르게 나왔다.
비만 오면 기분이 축 처지고 잠이 쏟아진다는 너랑 꼭 닮아서.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잠시 너가 생각이 났다.
뚝 뚝 플라스틱 커피 잔 위로 빗방울이 떨어진 거겠지.
난 그냥 맞기로 했다.
아직은 우산을 챙기지 못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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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비오는 버스 안

A는 창문 너머 흘러내리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덜컹이는 버스 안은 지친 기색이 역력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7시, 안그래도 그칠 줄 모르고 쏟아지는 비에 버스는 느릿느릿- 어쩌면 걸어가는 것보다 더 느린 속도로 도로를 달렸다. A는 팔을 뻗어 종아리를 주물거리며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난 몇주 내내 가뭄이 아닐까 싶을만큼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던 하늘이 무슨 변덕인지 아침에 집을 나설 때부터 여찌껏 비를 퍼붓고 있었다. 숨통이 조금 트이나 싶으면서도 꽉 막히는 도로를 보고 있으니 절로 짜증이 나는 것이다. A는 옅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누군가가 전화하는 소리, 옆자리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 버스 카드를 찍는 소리, 쩝쩝거리는 소리, 동영상 재생을 하는 소리, 덜컹이는 버스 소리, 도로 위의 경적소리, 벨을 누르는 소리, 다음 정거장을 알리는 소리, 그리고 빗소리 같은 것들이 A의 귀로 동시다발적으로 흘러들어왔다. 시끄러워, 라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한 번 버스가 덜컹거렸다. 그 여파로 A의 옆에 서있던 남자가 균형을 잃고 앞으로 몸을 부딪혔다. 어깨에 닿는 충격에 A가 눈을 떴다.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 누르고 A는 어깨를 두어번 툭툭 털었다. 어쩐지 오늘은 유난히 재수가없는 날이었다. 우산을 두고 나왔는데 난데없이 비가 쏟아지지를 않나, 바로 앞에서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지각을 하지를 않나, 종일 뭐 하나 되는 일이 없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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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차

녹차 한 잔 마시고 가세요.
어때요?
이제 어깨가 가벼워지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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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내 팔이 비록 짧지만
내 어깨가 그리 넓진 않지만
네가 맘 편히 기댈 수 있는 그런 날이, 
언젠가는 부디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