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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으로 이만큼이나 올라왔다.


그렇게 돌아보니, 

너는 

저만큼이나 

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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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 늦은 봄, 친구 한태와 함께 지리산 종주를 갔다. 한태한테 늦은 술자리에서 우리 심심한데 지리산 종주나 갈까라고 물었더니 흔쾌히 그러자고 해서 시작된 종주였다. 
그 전에도 수차례 종주를 한 터라 별 준비 없이 물통 하나씩 챙기고 김밥 두세트 사서 늦은 6시에 장터목을 향해 출발했다.
젊은 치기에 처음 산행에도 불구하고 한태는 앞장서길 자청하였고, 어려운 산길이 아님을 이미 알고 있던 나는 그러라고 했다. 그리고, 그게 모험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한참을 올라가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너바나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가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아뿔사, 사람길이 아니었다. 멧돼지 따위의 산짐승이나 산에 미친 사람들이 다니는 아주 희미한 길의 흔적만 남은 곳을 걷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너무 많이 와서 돌아가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산에서 이런식으로 길을 잃었다면 반드시 위를 향해 가야한다. 전체 산세를 읽고, 목적지를 정확하게 정할 수 있는 뷰 포인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짐을 뒤져서 남은 식량과 물, 기타 도구를 체크하였다. 
물 1리터, 김밥 2줄, 스팸 2통, 쌀 400그램, 휴대용 버너와 기타 도구들.
일단 이정도면 버틸만하다고 판단하고, 겁에 살짝 질린채 허세가득한 목소리로 내려가자고 떼를 쓰는 한태한테 우린 올라가야 한다고 설득하여, 야간 조난 모험을 시작하였다.
그 시간이 대략 22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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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어렸을 땐 산에 오르는 재미를 몰랐다.
지루하고, 힘들고, 지치고, 올라가면 할 것도 없고.
등산을 즐기는 어른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스물 하나, 처음으로 친구와 둘이서 배낭 여행을 떠났다.
호스텔 주인의 추천을 통해 등산을 하게 되었다.
얇게 놓여진 길을 따라, 걷고 걸었다.
경사가 높은 곳은 바위를 딛고, 나무를 잡고 올라야 했다.
비로소 정상에 올라섰을 때,
낯설었던 마을이 한 눈에 보였다.
그 작은 마을이 한 손에 잡힐 듯 
마치 나의 것이 된 것 같았다.
어쩌면 '산' 이라는 건, 우리의 삶의 요약본이 아닐까.
처음에는 순탄할지라도 가다보면 어려운 길도 있고,
다치기도 하고, 잠깐 쉬어감의 달콤함도 즐기고.
정상에 올라서는 성취감을 온 몸으로 느끼다,
내려갈 때 만큼 기분 좋고 쉬운 것도 없다.
어렸을 때가 처음 시작하는 쉬운 길이라면,
어른들은 어려운 오르막길을 가고 있기에
잠시나마 등산을 하며 자신을 기대하고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려는 것 일지도.
아직도 어려서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