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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

휘엉청 밝은 달빛이 술잔에 담기네. 차디찬 비파 소리가 귓전을 맴돌고 살며시 풍겨 오는 목련꽃 향기가 다시금 너를 기억나게 만든다. 내 잠시나마 너를 잊으려 하였거늘, 어찌 너의 모든 부분 중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없단 말인가. 

현을 튕기는 소리가 가슴을 두드린다. 달과 목련꽃 가지가 비치는 술잔을 들고. 달을 마시는 신선이 되었다 여기며 너를 마음에 품은 채 술을 입에 넣고는

어찌하여 이리도 쓴 것인가, 하고 되새겨 보니 곁에도 없는 너를 생각하여 그런 것이다 여겼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술잔을 입에 대니 이번에는 왜 이리 단 것인가, 하고 연유를 찾으니 나에게 기쁨을 주는 너를 마음에 품어 그리한 것이다, 라고 여겼다. 

어찌하여 너는 나의 곁에 없음에도 내 마음에 들어와 있는가. 어떻게 너는 내가 너만을 생각하게 만드는가. 도통 이해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내가 너를 생각할 때와 너를 볼 때가 내 삶에서 가장 가치있는 시간이란 것이다.

나는 오늘 밤도 너를 생각하며 잔을 입에 댄다.


이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