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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우린 가끔 행복하지 않아 한다.

바로 슬픔... 그 슬픔으로 인해 우리의 감정은 많이

뒤틀린다. 그냥 옆에서 잘 격려 해주자. 

그냥 좋아해주고 관심을 주고 사랑해주고

그게 슬픔을 잃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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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슬픔은 나눌 수 있는 것일까
적당한 슬픔은 입 밖으로 낼 수 있었다. 귀 귀울여 들어주는 이에게 토로하고 나면 조금 머쓱하지만 속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이러한 종류의 슬픔을 아는 경험자일 때는 그것을 이겨내는 방법도 들을 수 있었다. 또, 지나간 슬픔도 종종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잘 참아냈구나' 말해주는 이의 목소리는 흉터를 어루어 만져주는 듯 따뜻했다. 상처가 자꾸만 눈에 보이고 마음을 흔들 땐 그 따스함이 필요해 부러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오늘같이 너무도 큰 슬픔이 온 몸을 삼킬 듯 밀려오는 날은 아무것도 뱉을 수 없다. 아무도 이해해 줄 수 없는 아픔이며, 누구도 해결해 줄 수 없는 고통이다. 침대에 누워 엉엉 울었다. 잠이 들었다. 깨어나니 배가 고팠다. 이런 상황에서도 배가 고프다는게 우스웠지만 본능을 쫓아 요기를 했다. 배가 차고 다시 생각이 시작되자 눈물부터 났다. 소리내어 울다가 숨죽여 울다가 숨이 넘어가도록 울었다. 아무리 울어도 변하는 것은 없지만 이 작은 방에 홀로 남아 할 수 있는건 우는 것 뿐이다. 그래도 이 슬픔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 성심껏 위로해주는 사람 앞에서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말할만큼 모진인간은 못되었으나, 그렇다고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겉으로는 괜찮다 이야기 할만큼 넉살좋은 인간도 아니다. 
모든게 내 탓이다. 슬픔 속에 나를 빠트린것도 나이고, 이 안에 나를 가두고 아무도 오지 못하도록 막아버린것도 나다. 그래서 슬픔에 빠진 나는 말이 없다.그래서 입술을 자꾸만 물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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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엄마가 말했다.
다 물러가라. 내 아이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다 물러가라.
아이가 말했다.
그만 울어요.
엄마가 말했다.
너는 왜 울지않니.
아이가 말했다.
저기서 우릴 보고 있잖아요. 우리가 슬퍼하는 걸 보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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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갑자기 
눈물이 툭
떨어지는 눈물 방울에
슬픔을 가득 담아
눈에 보이지 않을
저 밑 먼 곳으로
떨어뜨린다
그 위로 
행복이 찾아오고
눈물은 다시
제일 높이 올라와서
떨어질 준비를 한다
그리고 나는 항상
눈물이 떨어질 때
행복을 깨닫고
슬픔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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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깊게 빠진 슬픔은 너에게 돌아오는 
해일처럼 모두다 휩쓸어버릴테니
나와 함께 슬픔을 나누어 돌아오는 
파도처럼 잔잔히 지워버리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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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치킨 대신 꼬치 트럭보고 새벽에 먹었는데 맛있었다...
그리고 내 살...ㅠㅡㅠ
야식은 먹음 안된다.
맛있으면 0칼로리는 구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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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끄적(소년/상처/?)

"피는 못 속인다더니 또 어디서 거짓말을 해!" 날카로운 여자의 음성이 귀로 날아들고 이어서 여자는 앞에 놓여져 있던 포도주잔을 집어던진다. 
주위의 시선이 모여 나를 바라본다. 
"어쩐지...저 애가 그 아이군요?""어머, 저는 온 줄도 몰랐어요! 존재감하고는..." 
옷 위로 쏟아진 빨간 포도주보다 사람들의 시선이 차게 느껴진다. 하얀 셔츠가 붉어지는 것처럼 내 얼굴 또한 타들어가는 것 같다. 
'이럴까봐 싫었어.' 혹시라도 오늘만큼은 날 생각해주지 않을까하는 작은 기대가 무너져내린다. 왜 기대해서 상처받는거야. 자신을 향한 비수를 던지며 포기한다. '이젠 끝인거야.' 어쩌면 알고있었던 사실이다.  이 사람들하고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꽤나 차분해졌다. 의자에서 일어나 식장 문을 닫기까지 수군거림은 멈추지 않았고 나 또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좁은 다락방에서 내 짐이라고는 없기에 옷을 갈아입고 그냥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한 점의 후회도 없는 가벼운 발걸음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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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실수해도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다시 도전해 잘했어.
다시 뛰어 잘했어.
마음대로 안돼.
다시 시도해.
뭔지 잘 모르겠어.
다시 생각해.
모두 다시 생각하고 기억해내고 도전한다면
당신은 훌륭한 무언가에 하나가 됄 수 있습니다
다시라는 것은 절대 나쁜 뜻이 아닙니다.
그냥 징검다리에 길을 하나 건넌 것이죠.
다시 나를 기억해.
다시 돌아와.
다시 사랑해줘.
다시 만나자.
다시 좋아할래.
하지만  애절 속 다시는 무언가에 떨어지는 것이죠.
그냥 징검다리에 길에서 떨어지는 것이죠.
우리에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다시라는 표현이
무언가의 인생을 바뀔게 됄 수도 있는 단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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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무게

01
아침부터 냇가에 나갔던 B는 점심 무렵 옷을 흠뻑 적신 채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무슨 재주로 잡았는지 양동이에는 이름 모를 작은 물고기 한 마리와 우렁이 서너 마리가 헤엄 중이었다. 우리 이걸로 뭐 해먹자. 손질할 줄 모르잖아. 라면에 넣으면 어때. 엄청 비릴걸. 아 그렇겠네. 양동이에 담긴 민물처럼 맑고 심심한 대화가 오간 뒤 B는 씻으러 샤워장에, 나는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02
민박집 뒷마당을 지나 시멘트와 흙이 섞인 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자 금방 시내가 나왔다. 내를 둘러싼 자갈밭은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자각자각 소리를 냈다. 물 앞에 송그리고 앉아 우렁이 하나를 건져 손바닥에 올려보았다. 우렁이는 혓바닥 같은 몸을 날름 내밀었다가 내 살에 닿자마자 놀라서 쏙 들어가 버렸다. 어쩌면 물 밖의 환한 햇빛에 놀란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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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내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에 안도했다. 언제나 붐비고 졸음 가득했던 전철 안에서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한강은 출퇴근길의 짧은 위안이었다.
유리 벽 너머 멀리 넘실거리던 한강과 여기 부지런히 물결치는 작은 냇물. 둘 다 똑같은 강물인데, 내가 직접 보고 느끼고 있다는 것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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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툭 털고 일어나 양동이를 쏟았다. 물고기는 얕은 곳에서 몇 번 첨벙거리다 이내 헤엄쳐 사라졌다. 정수리에 손을 올리자 따듯하게 데워진 한낮의 온도가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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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대청마루에 앉아 수박을 먹었다. 한 입 베어 물 때마다 넘치는 과즙이 팔을 타고 팔꿈치까지 흘러 뚝뚝 떨어졌다. 한철인 수박은 달아서 배가 부른데도 계속 손이 갔다.
하얀 속살만 남은 껍질을 치우고 끈끈해진 팔을 닦는데 B가 눈썹을 찌푸린다. 머리 울려. 귀에 물 들어간 거 아냐? B는 아이처럼 무구한 표정을 하고 날 쳐다본다. 해답을 말해주길 기대하는 얼굴이었지만 나도 아는 게 별로 없다. 고개 기울이고 있어 봐. 이런다고 나오나? 더 들어가지는 않겠지. 드라이기로 말려 볼까. 아… 우리 드라이기 안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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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낮 시간만큼 생각도 늘어간다.
나는 이제 상관없는 사람이 되었다. 끝없는 결재 서류와 보고서, 업무 일지, 일을 위한 일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은, 복잡한 체계와 절차만 가득한 지겨운 페이퍼 워크, 떨어지면 얼른 채워야 했던 탕비실의 커피, 종이컵, 복사기의 인쇄용지. 그리고 막내야, 멍청아, 저 좋을 대로 버릇없이 부르던 무례한 목소리와도.
과연 이 안도는 언제까지 갈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한정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매일 알람이 아닌 햇살에 눈이 부셔 깨는 달콤한 아침도 곧 일상이 되고 습관이 될 것이다.
목 아프다, 그냥 누워 있을래. 내내 고개를 기울이고 있던 B는 내 허벅지를 베고 눕는다. 온전히 기댄 머리의 무게가 술렁이던 생각들을 누름돌처럼 지긋하게 눌렀다. 동그스름한 뒤통수에 손을 얹고 쓰다듬었다. 따듯한 물에 푹 잠긴 것 같은 안정감. 나에게 날을 세우거나 숨 막히게 짓누르지 않는 안전한 무게가 좋았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고 이야기하고는 했었다. 맴맴, 매미가 운다. 바람이 불 때마다 주위의 나무들이 산들거리며 소낙비 같은 소리를 냈다.
벅찬, 나에게는 너무나 벅찬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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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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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2D, 2.5D, 3D ALL OK.
- HL, BL, GL, 드림, 자캐, 1차, 2차 전부 가능합니다.
- 캐릭터의 성격 과 말투 그리고 장르를 말씀 주신다면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 모르는 장르가 꽤 있어 해당 캐릭터 같지않을 수 있으니 양해바랍니다.
- 19+도 가능하지만 19+ 는 성인 인증을 위하여 신분증 확인이 필수입니다.
06.
문의 및 신청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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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위터 DM 이나 오픈채팅으로 넣어주시면 됩니다.
- 연락 주실 때 연락이 빠른 쪽으로 넣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추후 신청하시면 연락이 빨리 되시는 쪽이 좋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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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금.
국민은행 사용합니다.
토스 사용 가능합니다.
문상 혹은 상품권 관련 받지 않습니다.
07.
양식.
입금자명 / 원하는 커플링 (장르) 및 소재, 내용 / 시점 / 수위
- 입금자명 은 제게 입금해주시는 성함입니다.
- 자캐의 경우 사진자료를 첨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소재 즉 상황은 상세하게 설명해주시면 작성시 막히지 않습니다.
- 시점은 일인칭, 이인칭, 전지적 작가 중에서 골라주시면 됩니다.
- 문의 및 신청 접수 > 입금 > 1차 작성 > 확인 및 수정 >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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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차(陶車)

 01

 w가 나를 깨웠다. 일어나, 아침 먹자. 몽롱한 채로 식탁까지 이끌려 가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갤러리가 아닌 w의 오피스텔이다. 수도 없이 들락거린 곳인데 왜인지 눈에 걸리는 것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상하네. 나 왜 여기서 잤지?
 우리 같이 살아.
 으응. 하품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물었다. 뭐라고? 그는 젓가락으로 접시의 두부를 반으로 나누며 말했다. 지금은 이천십칠 년이고 우리는 서른넷이야. 그의 눈은 아주 진지하고 목소리는 덤덤했다. 나는 목을 길게 뺐다가 이내 거북이처럼 움츠렸다.
 칠 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쳤거든. 후유증으로 기억장애가 생겨서 하루가 지나면 전부 잊어버려. 먹은 음식, 만난 사람, 했던 말…
 하하. 내가 잠이 덜 깼나…
 그래도 다행이지, 나는 기억해줘서.
 아니… 진짜?
 w는 그저 웃는다. 밥 먹어. 식겠다. 세상이 천천히 기울어지고 정신이 허공을 유영한다. 나는 참사를 목격한 행인이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당사자였다. 마음이 빈 깍지처럼 으스러지는 것을 애써 모른 체했다. 눈물을 참기에는 그편이 나았다.
 02
 나가자기에 버스를 탈 줄 알았는데 집 앞에 차가 세워져 있다. 앙증맞은 진녹색 허슬러. 이름은 봉봉이라고 했다. 사람이라도 칠까 무서워서 면허는 안 따겠다던 w는 여기저기 불법주차 된 차들을 잘도 피해 금세 대로로 나왔다.
 우리 어디 가?
 일하러.
 ……나 갤러리 안 잘렸어?
 잘렸지. 그래도 관장이 너 워낙 좋아했잖아. 아직도 그림 들고 가면 꼭 받아 줘. 가끔 전시에도 한 두 점 끼워 주고.
 남에게 나의 근황을 듣는 건 이상한 일이다. 묘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차가 신호등에 걸리자 w는 핸들에서 뗀 왼손을 내 손 위로 덮는다. 불안할 때마다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생긴 습관이었다.
 우리 카페 차렸다.
 어?
 저기 앞 골목에. 개업한 지는 삼 년 좀 넘었어.
 카페는 둘의 로망이자 이리저리 그려보던 미래의 종착점이기도 했다. 입을 열기도 전에 w는 내가 할 질문을 알고 덧붙였다.
 우리 작업실도 있어. 마음에 들 거야.
 그가 장담한 만큼 카페는 근사했다. 소파며 쿠션, 테이블 위로 길게 내려온 펜던트 조명, 선반의 작은 소품까지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다. w는 약간 뿌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같이 골랐으니까 당연하지. 우리는 카운터 앞의 바 테이블에 앉아 그가 내린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내가 모르는 일을 익히 해내는, 흙물 없이 깨끗한 w의 손이 서먹하다. 기억 너머에 존재할 그의 고생을 생각하자 나는 숨 쉬는 숨결마저 새삼스럽고 낯설어졌다.
 오픈 준비가 끝나자 w는 작업실로 나를 데려갔다. 아주 넓지는 않아도 작업하기에는 충분했다. 여기가 네 자리고, 이쪽 물레가 내 자리. 중고지만 가마도 있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진부하게도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분명 현실이었다. 내 그림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촘촘히 쌓아 올린 익숙한 터치. 강하게 때린 빛 아래 흘러내리듯 묘사한 그림자. 테레빈과 린시드 오일을 많이 섞어 흘러내리게 만드는 특유의 방식. 그린 기억은 없지만 내 그림이다. 넋을 잃은 나를 W는 익숙하게 자리에 앉히고 팔레트를 건네주었다.
 앉아서 편하게 작업 해. 이따 점심에만 좀 도와줘.
 w가 나가자 잡다한 감상은 사라지고, 그림과 나만이 남았다. 캔버스 아래 널브러진 붓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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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쁜 시간이 지나가고 한가해진 오후에 w는 말려둔 그릇의 굽을 깎고 초벌을 구웠다. 그동안은 내가 카운터를 지켰다. 책을 읽다 지루해진 나는 커피 머신을 만져보고 식기를 구경했다. 이제 보니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어두운 조명 밑에서도 은은히 유백색 빛을 발하는 것이 그를 닮았다.
 …우리 결혼도 못 했잖아.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린 것을 용케 듣고 w가 대꾸했다. 할까? 내가 그러자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사람처럼. 아니야. 짧은 대답을 간신히 쥐어짜 내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달그락 소리가 내 심장에서 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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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고 기는 천재들 사이에서 죽어가던 나를 그가 살려냈다.
 복학을 미루며 하루의 반은 술로, 나머지 반은 그림으로 보내던 휴학생 시절. 교내를 서성이다 들어간 도예과 전시에서 w를 처음 만났다. 평일 아침인 데다 졸전도 아니라서, 사람이라고는 앉아서 조는 스태프 한 명뿐이었다. 어쩐지 불쌍한 모양새라 슬쩍 깨웠더니 놀라서 퍼드덕 일어난다. 안내해 줄 수 있냐는 말에 그럼요, 고개를 끄덕이던 w. 갓 입학한 새내기처럼 반짝거리는 얼굴로 설명해주는 w.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돈 우리는 같이 스태프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w가 종이컵에 타 온 인스턴트커피를 들고.
 그럼 산디에서 도예로 전과한 거예요?
 네. 근데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거기 가서 뭐 먹고 살려고 그러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였다. 대학 원서 쓸 적에 담임도 그러지 않았던가. 회화과 말고 차라리 디자인과를 쓰는 게 어떠니. w는 활짝 웃으면서도 결연한 눈을 하고 말했다. 저는 후회 안 해요. 왜인지 그 모습이 나를 스스로 다독이게 했다.
 그는 모습이 많았다. 꾸몄을 때와 편할 때가 아주 달랐고 말할 때와 가만히 웃을 때가 또 달랐다. 밖에서 만나는 말끔한 모습도, 작업실에서 흙투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도. 전부 그려서 그림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작업을 빛나게 할 아이디어를 자주 떠올려냈고, 그게 곧 둘을 쓸어 담는 힘이었다. 불안히 술렁이는 파도가 곧 내 인생이라고 체념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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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의 말대로 머리카락 속을 헤집어 올리자 흉터가 보인다. 뒤통수부터 관자놀이 근처까지 길게 이어진 하나의 선. 종일 나를 베었던 선득한 현실감이 이번에는 멀리 달아났다. 내가 나에게서 아주 멀어졌다. 앞에 있는 거울은 누군가 나를 속여먹기 위해 그려둔 그림 같았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트리고 얼른 소파로 가 앉았다. w는 바닥에 앉아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 얇은 티셔츠 위로 드러난 둥근 등에서 세월을 느꼈다. 구부리면 척추가 살짝 불거지던 그의 맨 등을 좋아했는데. 준비되지 않은 말이 팝콘처럼 툭 튀겨져 나왔다.
 나 혼자 물레 위에서 뛰고 있는 것 같아.
 w가 펜을 내려놓고 나를 돌아본다. 그는 영문 모르겠다는 웃음을 지었다. 일과로 잊었던 절망감이 다시 문을 두드린다. 무력하게 눈물이 떨어졌다. 울지 않으려고 종일 애썼던 것은 헛수고가 되었다.
 숨 가쁘게 뛰어도 영원히 제자리일 거 아냐.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 w는 소파 위로 올라와 나를 끌어안았다. 귓가에 가벼운 한숨이 스친다. 말을 고르고 있구나. 그의 등에 팔을 두르고 기다렸다. 따듯한 체온에 기대어 물먹은 마음도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w가 뱉은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있잖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기억손실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기울어진 나를 영영 무너트리는 말. 그를 힘껏 밀쳐내고 뒷걸음질로 도망쳤다. 만약 눈물을 그치게 하기 위한 충격 요법이라면 성공이다. 배신감으로 싸늘히 얼어붙어서 이제는 찔러 죽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며칠 전에 네가 물어봤거든. 왜 여태 안 도망갔냐고. 안 질리느냐고.
 …….
 그때는 차마 대답을 못 했는데.
 일갈하듯 소리쳤다. 말하지 마. 그러나 결국 듣게 되리라는 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도 소용없으리란 걸 직감으로 알았다. w는 그가 언제나 그랬듯 사근사근 봄볕처럼 속삭였다. 너는 언제까지나 내게 목매던 시절의 너로 남아 줄 테고,
 나는 이제 사랑해달라고 구걸하지 않아도 되니까.
 송곳 같은 밤. 삼백 호쯤 되는 캔버스 가득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고운 얼굴. 그 얼굴이 절벽 끝에 간신히 매달린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며 웃는다. 나를 아득한 심해로 던져 넣는다. w의 팔이 얼어붙은 몸을 다시 감싸 안았다. 이번에는 밀쳐내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내가 물에 적셔 마구 뭉쳐놓은 휴지 덩어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미안해.
 곧 내일이 올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