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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오늘도 나의 흑심을 다듬어 너에게 편지를 쓴다.

종이와 연필의 교점이 이다지도 끈끈했던가.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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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이제는 물 건너간 유행, 더욱 더 시간이 지나면
우리는 추억의 물건이라고, 이것을 그렇게 부르겠지.
고사리 같던 손으로 긴 연필을 잡고선 끄적끄적
한글자씩 써내려가, 완성한 글. 엉망진창 손에는 연필심이 거멓게 물들어 있고 종이는 글과 함께 번져서 알아볼 수 있을까 말까. 쓰면 쓸 수록 닳아서 조그마해지던 그런 물건. 고사리 같던 손보다도 조그매져서 쓸 수 있을까 말까 하던 그런 연필을 쓰던 기억이 이젠 희미해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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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서걱서걱 소리와 함께
써내려가는 기억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을
써내려가다 연필심이 부러졌다
땅에 떨어진 연필심을 주워서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 써내려가는데
종이에 거뭇한게
뭍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저 종이 속에만 
있어야 하는 기억들이
새까맣게 손날에 뭍어있었다
어떤것은 거뭇거뭇 하게
흔적만 남아있는 것도 있었고
때로 선명하게 글씨 채로 
남아있는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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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서걱서걱 연필 소리에
담아두었던 이야기
하얀 종이 위에 써내려간다
어떻게 이 공간을 다 채울까
처음 펜을 잡을 때면
누구나 다 하는 생각
어렸을적
날아가는 나비 한마리에도
행복했던 이야기 한줄
처음 사랑을 느꼈던
사랑이 전부인줄 알았던
철없던 이야기 한줄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슬픔의 끝자락에 있던
이야기 한줄
한줄 한줄 쓰다보면
떠오르는 기억들
소중한 사람들
짧아지는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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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흰종이 위에 글을 쓴다.
빈공간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쓴 글을 창피했다가
울컥 짜증도 나는게
흰종이가
내손에서
쓰여지고 접혀서 결국 찢어지고 더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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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종이.
 나무로 만드는 종이.
 나무와 화학 약품과 각종 재료를 사용해 만든 종이.
 우리는 종이를 사용합니다.
 하루에도 몇십, 몇백 장의 종이를.
 얼마나 많은 재료가 사용됬을까.
 얼마나 많은 약품이 사용됬을까.
 얼마나 많은 종이가 만들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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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읽는 것을 좋아했다.
또 그리는 것도 좋아했지.
끄적거리는 것도 좋았다.
서점과 화방에 가면
사람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드는 그 기분이
단지 곧 내가 손에 얻게 될
소설책 내지는 크로키북 때문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제서야 알 것 같다.
나는,
이야기 또는 색깔들을 품고 있던 그 종이의
향내들이 미치도록 좋은 것이었다.
항상 그것들을 곁에 끼고 지냈던 때 보다,
육아와 집안일 따위에 치여 
그것들을 갈망할 때에야 내가 얼마나 그 향내들을
아끼고 사랑했는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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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종이

빈 종이.
나를 가장 막막하게 만드는 것.
구김 없이 반듯한 종이 위에
내가 남긴 흔적이 상처로 남는다.
종이가 예리한 칼날에 깔끔히 잘려나가는 순간
심장이 쿵 뛰었다.
너는 그렇게 영원히 빈 종이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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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종이 울릴때

나를 부르는 종이 울릴때 넌 나를 찾으러 왔어
나를 부르는 너가 들릴때 난 너를 찾으러 갔어
안녕
너를 부르는 종이 울릴때 난 너를 찾으러 갔어 
너를 부르는 내가 들릴때 넌 나를 찾으러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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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슬라이드타는 트럼프.
슬럼프.
아무것도 잘 되지 않아 막막할때면
나는 폰을 집고, 또는 종이와 연필을 쥐고
글을 써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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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종이에나마 끄적거렸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서
지우개를 집어들고 
깨끗이 지워버리고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언젠가
책상에 다시 앉았을 때
무심히 바닥에서 주운
종이 한장에
꾹꾹 눌린 연필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 때 무언가 가슴속에서
꿈틀대던 것 
여전히 내 맘 깊숙히 자리잡은
그댈 향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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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담는 것에 대해서

 커다란 화폭에 자그마한 너를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마 선과, 그 밑으로 내려오는 코끝. 이미 몇십번은 연습했던 인물 그림들.

 너를 담아낼 때도 똑같았다. 처음 얼굴형을 그리고 나서, 찬찬히 연필 선을 그려내면 나타나는 눈, 입, 그리고 코. 사실 더 빼먹은 것이 있다면 얇은 속눈썹,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연한 상커풀.너는 눈을 꿈뻑인다. 그리고 웃는다. 눈주름이 살짝 접히고, 네 눈 옆에 자리한 점도 찡긋한다. 너는 그렇게 매력적이다. 그냥 그대로도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분명, 인물화는 내가 제일 자신있는 분야인데-하고 생각했다. 얼빠진 내 얼굴에, 네가 웃어보이면 난 멍하니 따라 그렸다.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인가부터 너는 나의 모델이었다. 
너의 까맣게 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네 눈동자가 어디있는지 헤맸다. 네 눈이 향한 곳 끝에는 나는 잘 모르던 노트 몇권이 놓여있다. 너는 저 멀리를 보았다. 
 나는 그런 너를 또 그렸다.
너는 색채가 강한 그림보다는 적당히 물을 풀어넣은 그림을 좋아했다. 나는 너를 수채화로 담아내길 좋아했다. 연필선이 물에 물들어버린다. 가끔은 종이도 물에 울어버린다. 그런 그림들은 대게 너에게 보내버렸다. 편지에 꾹꾹 붙여서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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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설을 써내려갔다.
피가 부족한 왼손은 종이를 꽉 잡고
나를 해치던 오른손은 연필을 분주히 움직였다.
사람들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별 관심없는
아름답고 찬란하지만 또 너무나 잔혹한
그런 기분 나쁜 감정들을 담으려 애썼다.
소설은 슬그머니 보이는 흉터로 완성되었다.
긴 팔을 살짝 들었을때
아무도 모르던 나의 상처가 슬그머니 보이듯
나의 소설은 모두가 외면하는 하나의 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