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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뜨거운 용암 아래서 부글부글

아니다 나의 머릿속이 부글거린다


무엇이 익지않은건지 뜨거운 열기는 내려가지않고

나는 웃고.웃고.웃고 미치광이마냥


나는 또 열에 휘둘려 입김을 뱉고

너는 내 입김을 마시고


우리는 열병에 걸렸다

우리는 아무도 열병에 걸리지않았지

어디서 왔지?
[["unknown", 14]]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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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병

열 명의 병신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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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뼈시린 영하의 추운 겨울
이른시 집나서 입김을 불었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내 입김에
얼어붙은 내 손을 녹여보았다.
얼어 둔해진 관절 마디는
다시 살아 움직이고
얼어 붙은 뼈속 골수는
다시 살아 흐른다.
생명이라도 얻은 마냥
 다시 움직이는 나의 손
고드름 속 거미
고장난 자판기
얼어 죽은 새끼 고양이
나의 입김으로 얼어붙은 존재들을
따스히 녹여주어 생명을 줄 순 없나
나의 입김으로 얼어붙은 세상의
부서질 추위를 녹여 줄 순 없나
없다. 
내 입김이 흩어지며
만들어지는 단어
내가 숨이 멎도록 숨결을 뱉아도
얼어붙은 생명은 돌아올 수 없다.
얼어붙은 세상은 돌이킬 수 없다.
뼈시린 영하의 추운 겨울
늦은시 집에서 심장을 뚫는다.
검붉게 흘러나오는 따뜻한 선혈에
얼어붙은 내 몸을 담궈보았다.
피가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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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콧등

가로등이 어두운 밤하늘의 달 대신 밝게 빛났지.
늦은시간까지 너와 함께했던 오늘이지만
우리는 헤어지는게 아쉬운 듯이 네 집 앞에서 몇시간이고 대화를 나누었어.
그러다 문득,
나는 내 콧등을 문지르며 납작하게 생긴 코가 마음에 들지 않다며 칭얼였어.
위로랍시고, 너는 내 코가 낮지 않다며 제 코와 대어서 확인해 보자.
가로등 아래에서.
차가운 겨울 공기에 너와 코를 맞대고.
하얀 입김마저 나오지않을 것 처럼 둘 사이는 좁혀져서.
맞대고 있는 코끝까지 두근거릴까봐.
나는 서둘러 얼굴을 빼내었어. 겨울 공기에 발갛게 변한 볼과 귀를 손으로 덮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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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알수없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미 죽어있는 것이 아닐까? 
해는 어느 세 자취를 감추고 거리엔 차들이 개미떼처럼 빽빽하게 들어섰다. 여기저기서 경적 소리가 들리고, 성질급한 차는 횡단보도 선을 비죽 튀어나와 보행자들의 길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둑어둑한 하늘과 반대로 거리는 온통 불빛으로 가득찼다. 하아- 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붉게물든 손을 비벼댔다. 벌써 하이얀 입김이 나오는 계절이 됐다. 내리쬐던 햇볕에 녹아내릴것 같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순식간에 겨울이 왔다. 찜통에 있는것 마냥 괴로웠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이 더 나아야 할 터인데 사람의 마음이라는게 어찌나간사한지, 이제는 살을 스치는 바람이 따가워 차라리 그 때가 더 나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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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레이나.

친애하는 레이나.
가끔은 비가 와도 우산없이 뛰쳐나가고 싶어하는 날이있어. 그건 나에게 충동에 불과했지만 너에게는 현실가능한 것이였지. 차갑게 내리는 비에도 너는 우산도 없이 맨발로 뛰쳐 나갔어.
그래 너의 발끝이 붉게 물들었다가 이내 하얗게 되는 것, 밝은 갈색의 머리카락이 비에 젖어들며 검게 변하는 것, 하얀 원피스가 곧 너의 살결을 내비치도록 젖어가는 것.
그것들 중에서 나는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어.
사랑하는 레이나.
너의 웃음소리가 빗속에 잦아드며 골목을 울릴때, 그때 내 마음을 너의 비가 톡톡 두드렸단다. 너는 멍하니 서있는 나를 향해 뛰어오며 젖은 머리를 귀뒤로 넘겼지. 그리고 입김을 뿜는 붉은 입술로 속삭였어.
나만의 레이나.
너의 붉은 입술에 따라 나도 우산 없이 너만의 골목에 접어들었고, 너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비오는 날을 안겨줬어.
나만의 레이나, 나만의 레이나.
비가 이세상을 잠식하고 홍수로 만들어 버릴지언정, 그 어느 한방울의 비도 미워하지 않으리, 사랑하며 기꺼이 온몸으로 세차게 맞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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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그녀는 일 년에 단 한번뿐인 생일날이 되면 집 근처의 파리바게트에 들러 화려한 토핑없이 초코시럽만이 뿌려진 케익 하나를 집어든다. 5천원정도 밖에 되지 않는 케이크 , 주머니 아래에서 숨 죽이고있던 포인트카드에 적립하는것도 잊지 않는다. 직원이 덤으로 건넨 촛불들은  감추고 싶은 그녀의 나이를 떡하니 알리고 있다. 방금 막 버스 정류장에 발을 내딛은 나축 처진 케이크상자와 함께 오르막길을 오르는 그녀의 뒷 모습은 바람이 조금만 더 센 입김을 불면 휙- 하고 소리없이 날아가버릴것만 같다. 포대기를 이불삼아 나의 침대가 되어주었던 평평한 등은 어디로 사라지고 앙상한 뼈만이 남은걸까. 그녀와 마주하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문장들이 새하얗게 지워질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부러 거리를 둔 채 느릿느릿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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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지금으로부터 18년 전 수능이 끝난 이맘 때, 나는 스무살이 되어갈 무렵의 고3, 19살의 청소년이었다.
어릴적 대학로나 종로에서나 보았던 긴 머리 언니가 동그란 로고 안에 그려진 스타벅스를 지나가다 보았지만, 그 당시엔 프렌차이즈 커피숍이 떠오르기 직전의 상태였던지라 커피 매니아가 아닌 난,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아직 놓아져있던 카페를 갔었다.
샤* 의 눈내리는 마을 같은데서 담뱃불에 지져진 구멍 뚫린 푹신한 쿠션의 쇼파 위에 반쯤 눕듯이 앉으며 크림 가득 올려진 비엔나 커피를 시킨 후, 어떻게든 학원을 땡땡이 치고 싶어했던 여고생이었다.
그러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생 언니 오빠들과 함께 신촌의 스타벅스를 가게 되었고...
그 당시에 밥값이 넘는 5천원짜리 달달한 푸라푸치노를 마시며 커피는 맛있는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다 언젠가 신촌에서 김포로 가는 버스를 타려 하는데 이른 아침 7시 무렵이라 배가 너무 고팠었다.
뭐라도 간단히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면서 돌아다니다,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있던 스타벅스 쇼윈도에 붙여있는 전단지가 눈에 띄었다.
오전 중에 모닝세트를 판다며 오늘의 커피와 크림치즈 베이글을 할인한 가격에 판다고 했다.
그래서 끼니도 때우고 커피도 마실 겸, 주문해서 받은 다음, 김포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구수한 빵냄새와 커피 향에 이끌려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베이글을 미니 크림치즈에 잔뜩 묻혀 한입 크게 베어물었다.
아 맛있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빵으로 뻑뻑해진 목구멍을 부드럽게 풀어줄 오늘의 커피를 한잔 마셔보니...
아! 쓰다!
깜짝 놀랄만큼 쓴 맛의 오늘의 커피...
버스 안이라 뱉고 싶었어도 뱉지도 못하고
겨우 꿀꺽 삼켰다.
그 오늘의 커피 덕분에 플레인 크림치즈를 바른 플레인 베이글조차 달달한 디저트를 먹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이 쓰디 쓴 경험담을 친구에게 이야기 해보니 그 커피는 아메리카노라고 쉽게 생각하자면 블랙커피라고 한다.
그 당시엔 그 아메리카노가 한약같이 썼기에 다음에 또 먹을 일이 있을까 싶었으나
십몇년이 지난 지금 삼십대 중반이 된 나로서는
아침잠을 사계절 상관없이 깨워줄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었다.
숙취에 시달린 다음 날도 텁텁하지 않은...
날카롭고 쓰디쓴 짜릿한 쓴맛이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면 금방깨는 느낌이다.
다만, 요즘같이 입김이 모락모락나기 시작하는 늦가을에 접어들 때면...
아직 성인이 되기 전 이른 아침에 마셨던 쓴 오늘의 커피와 베이글을 들고 버스 시간에 늦을까봐 커피 안 쏟게 조심하면서 입김을 내뿜으며 정류장에 달려가는 내 십대의 마지막 모습이 어렴풋이 생각난다.
2 1
Square

[보쿠아카] 새해

*보쿠X아카가 함께 맞는 새해입니다!
*모두 해피 뉴 이어;)
   ' 새해 '
  W. 여금
"이게 대체…"
아카아시는 말을 잇지 못했다. 다만 말을 다 꺼냈다고 해도 보쿠토는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한다면 하는 성정의 소유자였으니까. 
얼어붙은 아카아시 앞에서 진즉 자리를 깔고 앉은 
보쿠토가 무얼 하냐는 듯 올려다 보았다. 
아카아시는 생각에 잠겼다. 
이걸 다 치워버릴 경우, 땡깡을 부리며 시끄럽게 굴 우려가 있음. 그게 제일 귀찮아.
하지만 만약 따라 앉으면 뒷 일을 책임질 수가 없,
"아카아시 뭐하고있어? 빨리 앉아!"
"보쿠토상. 잠깐,"
털썩. 0.5초의 순간도 기다리지 못 한 보쿠토가 손을 잡아 끄는 바람에 엉덩이를 붙이게 된 아카아시는 
앞에 벌어진 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초록빛 병 안의 액체가 찰랑거린다. 
잠깐이나마 제 눈을 의심했던 아카아시는 결국 체념에 이르렀다. 저건, 정말로 술이 맞았다.
아예 술을 입에도 대 본적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기껏해야 친척어른들이 장난 삼아 따라 준 한두 잔이 전부였던 아카아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아예 전무했다. 
그 마저도 더럽게 쓰다는 것은 생생히 기억난다. 
도대체 어디서 배워온건지는 모르겠다만 지금 
이 순간과 그 누구보다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벌인 술판은 어색하기 짝이없었다.

저는 뭐가 그렇게 좋다고 웃는지. 나 원, 참.
"보쿠토상, 술 마셔봤습니까?"
"응? 당연하지!"
"에, 대체 누구랑-"
"쿠로오랑!"
아.
아카아시는 보쿠토의 주변인 중에서 가장 불순한 그 인간을 떠올렸다. 설마했지만. 지끈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보쿠토가 제 잔에 술을 부으며 물었다.
"그러는 아카아시는?"
"네?"
"아카아시는 술 마셔봤어?"
윽. 써! 허세인지 뭔지 과장된 손길로 잔을 들이킨 보쿠토가 놀라서는 단말마 비명을 질렀다. 
그럼 그렇지. 한심스러운 눈길을 건네던 아카아시가 헛웃음을 지으며 잔을 집어들었다.
"술은…"
"..."
"이런 식으로 마셔보는건 처음인 것 같네요."
정말?! 다행이다! 에, 도대체 뭐가요?
아카아시의 물음에 보쿠토가 손을 꼼지락 거렸다. 
내리깐 눈이 방황하다가 잔을 한번 더 들이키고는 소리쳤다. 용기를 얻고자 한 행동인지, 정신을 잃고자 한 행동인지 아카아시는 그저 불안한 눈으로 보쿠토를 쳐다봤다. 
"그치만, 아카아시 말이야. 딱히 나랑 처음 해본다던가 그런거 없었잖아?"
"그랬나요."
"아카아시는 뭔가. 항상 나보다 경험도 많고, 더 많이 알고 있는 느낌이니까. 
사실… 술도 이미 꽤 마셔 봤을 줄 알았어."
저 그렇게 불량해 보이나요.
아니 그런뜻은 아니고!
술자리가 무르익은 것도, 그닥 취한 것도 아니었지만 보쿠토의 얼굴은 터질 듯이 붉었다. 
불꽃을 채로 삼킨 듯 목 안이 뜨거워서 보쿠토는 토해내듯 말을 내뱉었다.
나는, 이제 졸업이니까-
"그러니까 올해에는… 아카아시랑 뭔가를 더 많이 해보고 싶었어."
오늘은 정말로 연말이잖아. 오늘이 아니면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보쿠토가 말 끝을 흐렸다. 아카아시는 잔뜩 빨개진 얼굴을 보다가 잔을 들어올렸다. 작은 잔에 가득 찬 액체가 투명했다. 이런게 뭐라고. 
한 번에 모두 삼켜낸 아카아시를 보쿠토가 멀거니 보았다. 아카아시는 손등으로 입가를 훔쳐냈다.
"됐습니까."
"어?"
"해보고 싶으셨다면서요."
뭐. 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요.
한 잔을 더 따라 비워내는 모습을 보며 보쿠토는 제가 그 술을 삼킨 듯 속이 가득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눈가도 뜨거웠고, 온 몸에서 열이 나는 것 같은 착각도 일었다. 그는 웅얼웅얼 말을 꺼냈다. 
"…아카아시."
"네."
보쿠토가 얼굴을 쓸어내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아카아시는 그저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다시 고개를 든 보쿠토는 눈가가 붉었다.
난 정말 졸업하기가 싫어.
"졸업하면, 더이상 아카아시 볼 수가 없잖아."
어리광이 묻어나는 그 말에 아카아시가 작게 입술을 깨물었다. 졸업을 앞두고 투정을 부리는 거냐는 놀림조로 말하면 짜증을 내며 다시 기운이 올라갈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정말로 마지막으로 보게 될 어리광처럼 느껴졌다. 
지금 당장, 아카아시는 그저 공감하고 싶었다. 
그 마저도 제 멍청한 선배가 없는 배구부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다만 그걸 표현하는 게 더 어려웠을 뿐이다.
술을 빌려서 하는 말 이라도 닿을 수 있다면. 아카아시는 급한 손길로 술을 들이켰다. 아까의 보쿠토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아카아시는 쓴 맛에 어금니를 꽉 물고 부르르 떨었다. 내뱉는 입김에서 술냄새가 진동을 했다.
"…저도."
"…"
"저도 싫습니다."
선배가 후쿠로다니에 남아줬으면 좋겠어요.
"보쿠토상이 없는 후쿠로다니 배구부는 꽤 조용할거니까요."
"…"
"그러니까, 졸업해도 꼭 자주 보러 와주세요."
졸업한다고 못보는거 아니잖아요. 그렇죠?
술보다 쓴 웃음을 삼킨 혀가 얼얼했다. 보쿠토는 말이 없었다. 그저 아카아시를 바라보며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았다. 아카아시는 술을 한 잔 더 들이켰다. 
보쿠토는 감동 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물기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럴게…"
"네."
아카아시가 만족한 듯 웃었다. 새 해가 다가오던 날,  
또 당신으로 완성되는 한 해 였다. 
어쩌면 나름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1 1
Square

목소리

"안녕하세요."
 길 모퉁이 식당 앞을 지나치며 본 그 붉은 치마의 여성은 몇초만에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게 아름다웠다. 붉은 치마와는 대조되게 푸른 눈동자와, 옷과 조화를 이루는 빨간 입술, 투명하게 빛나는 하얀 피부. 모든 것이 한데 섞여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아 스포트라이트처럼 그녀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다가와 인사를 건네면 내가 생각해보아도 수상한 사람일것이라는 느낌이 먼저 와 닿을것 같았다. 그렇기에 발 걸음소리를 줄여, 등 뒤에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기는 커녕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한 번 거절당하고 나니 기분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그녀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려고 했는데,
"비키세요!"
 그녀 앞으로 웬 빨간 자전거 한대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정말로 그녀는 다른 곳에 한눈 팔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건넸던 인사처럼 자전거를 몰던 사람의 말도 듣지 못했다보다. 생각보다 가녀렸던 그녀는 자전거에 살짝 치여 카드탑이 쓰러지듯 가볍게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그녀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 한 마디가 인사가 아니게 되었지만 우선은 이 가녀린 여인을 부축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 손을 잡고 고맙다는 뜻(으로 해석하겠다)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넘어지는 바람에 살짝 헝클어진 머리가 어디선가 불어온 하늘의 입김에 나풀거렸다. 미소를 지으며 살짝 감은 눈은 꽃잎 두 장이 겹쳐진 것 같았다.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자니 마음이 황홀해지는 듯 하였다. 그때였다.
 "아씨 괜찮으십니까!"
 건너편 도로에서 작은 마차 하나가 길에 멈춰서더니 뚱뚱하고 머리가 희끄무레한 한 남자가 내렸다. 그 남자는 이쪽을 쳐다보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소리치며 달려왔다. 
"아이고 아씨.. 부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저희 아씨가 조금 몸이 연약합니다. "
"아닙니다. 그저 아름다우신 분의 얼굴에 흠집이라도 날까 하여 도와드린것 뿐입니다. 클레어라고 불러주십시오."
"클레어 아가씨. 감사합니다."
그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몇 명을 마차에서 불러 그녀를 부축해갔다. 
"아, 저 한가지 질문 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질문이시죠?"
"아씨께서 제가 인사를 드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
"아아.
저희 아씨께서는 목소리가 들리지도, 나오지도 않으십니다.

"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는 언덕 너머의 작은 오두막에서 요양중이라고 하였다.전에 나들이 갔다 본 적이 있는 집이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생각했다. 다음에 아씨께 가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