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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 <Marc-Olivier Jodoin / Unsplash>

오늘도 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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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밀리고 있어 런닝머신위에 서있는거 같아..

그래서 멈출수가 없네...

전진해봐야 제자리 인걸...

어디서 왔지?
[["synd.kr", 9], ["unknown", 66]]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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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출근 후 월요일

일요일 퇴근후 월요일 아침에 보내야할 메일을 꿈에서 부터 작성을 시작했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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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가로수는 저 하늘로 쭉쭉 뻗어나가는데, 그 옆에 선 나는 제자리에 멈춰있다. 모두가 하늘을 향해, 제 꿈을 향해 나아가는데. 나만이 멈춰있다. 나만이 이 바닥에 꼭 붙어있다. 생각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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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어두움에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제자리에 서서 가만히 있을 것인지
아니면 빛을 찾아 나아갈 것인지
너의 발에 달렸어
겁내지 말고 한걸음씩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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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가만히 있어도 앞으로 가게 된다.
갑자기 반항심이 들어
뒤로 걸어도
결국은 제자리 걸음이다.
하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기 위해서는
집 밖으로 나와 쇼핑몰을 가야겠지.
그걸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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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초점이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시계바늘은
빙그르르 돌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초침이 내 눈 앞을 흐리게 한다.
초점이 없는 눈으로 펜을 잡고 있는 나는
빙글빙글 펜만 돌리다 펜을 제자리에 놓아버리고 한탄만 한다.
사진을 찍을때도,
무언가에 홀릴때도,
무엇을 하든지 항상 초점을 맞추지 않는 나는 언제나 사람들에게 구경거리가 되는 광대일 뿐이다.
초점이 빙그르르, 빙글빙글 돈다.
내가 맞추지 않은 초점이 결국 내가 맞춰놓은 초점마저 흐트러지게 만들었다.
내가 초점을 맞춰야 하는 곳이 어디였더라?
내가 있어야 하는 곳은 어디였지?
내가 하려고 한건 뭐였지?
나는 삶의 초점을 잃고 말았다.
초점이 맞지 않는 허무맹랑함은 나를 방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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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영어랑 다이어트를 다짐한다
몇년째 이러고 있지만 둘다 제자리-..-
영어 잘해서 특별히 할일은 없다
여행가면 신랑이 다 해주니까~
근데 영어를 잘하고 싶다
막 아무거나 얘기 잘할수 있는 수준이었음 좋겠다
학교다닐때 작곡한답시고 영어공부도 제대로 안했다
문법 기초도 잘 모르겠고 독해도 마니 부족하다
일주일에 한번 두번 매년 다니고 있지만
항상 제자리인거 같아 속상하고 답답하다
나는 내가 하고싶은것을 위해 
뭘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내년에 또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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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눈오는 그 때

첫 눈오는 그 때
첫 눈 사이로 봤던
아이같은 미소가 
너무 예뻣던 너
내 마음을 뺏기에 충분했고
어딘가로 뛰어가는 뒷모습에
온 통 마음을 뺐겨버렸다
아직도 첫눈이 올때면
사랑스럽던 모습이 선명해서
그때 빼앗겼던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오질 않아서
뜬눈으로 밤을 지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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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

우울감, 쉽게 사그러들 순간의 감정이라면
이렇게 나 홀로 사는 기분에 빠져 외로운 건
사람들이 말하는 것 처럼 그저 그런 것이 아닌, 
세상에 이미 지칠대로 지친 우울증
관심을 가지는 것에 지쳤다
나에 대해 조차도 혐오감을 가득 채우며
혼자 괴로워하고
세상 모든 일이 내 탓이며 내 적이고
목표가 없이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는 것에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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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눈 오는 날, 길을 걷다 뒤를 돌아보면 새하얀 눈 위로 내 발자국이 남겨져있다.
진흙 위에서 걷다보면, 내 발자국이 흙에 다 남게된다.
직선으로 곧은 발자국, 가다가 뒤돌아온 발자국, 같은 자리만 뱅뱅 도는 발자국.
내 인생을 뒤돌아본다면, 내 인생의 흔적을 발자국으로 볼 수 있다면.
내 발자국은 어떤 모양일까?
엉뚱한 길로 가고있을까
같은 곳을 뱅뱅 돌고 있을까
비틀비틀 걷고 있을까
아님 혹시
제자리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서
발자국이, 내 흔적이 없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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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너는,행복하니?
꾹 짓이겨진 입이 나를 향해 물었다.
분노를 참는, 그것을 억누르는 그녀가 나와는 비교도 안 될만큼 존경해서, 그래서 그녀를 놓아주었다.
행복하다,라. 아니,행복하지 않다.앞에 있는 그녀를 붙잡고 싶다. 하지만 알고있다. 나와 그녀는 같은 선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제자리에 멈추어서
내게 손을 밀어줄것이다. 그때동안은 행복할지 모른다.하지만, 그 때 뿐이다.그 먼 훗날,우리는 그날을 후회할 것이다. 누군가는 후회해도 행복해지라고 하지만, 그녀에게 나는 후회를 남기어주고 싶지 않다.
설령 나 혼자 후회할 지라도.
행복해요.
나는 웃는다,그녀의 울고있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어,너무 미안해서 그만 고개를 돌리고야 만다.
그래도,나는 행복하다. 행복해 질 것이다.그녀에게 부끄럽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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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차(陶車)

 01

 w가 나를 깨웠다. 일어나, 아침 먹자. 몽롱한 채로 식탁까지 이끌려 가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갤러리가 아닌 w의 오피스텔이다. 수도 없이 들락거린 곳인데 왜인지 눈에 걸리는 것들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
 이상하네. 나 왜 여기서 잤지?
 우리 같이 살아.
 으응. 하품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물었다. 뭐라고? 그는 젓가락으로 접시의 두부를 반으로 나누며 말했다. 지금은 이천십칠 년이고 우리는 서른넷이야. 그의 눈은 아주 진지하고 목소리는 덤덤했다. 나는 목을 길게 뺐다가 이내 거북이처럼 움츠렸다.
 칠 년 전에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쳤거든. 후유증으로 기억장애가 생겨서 하루가 지나면 전부 잊어버려. 먹은 음식, 만난 사람, 했던 말…
 하하. 내가 잠이 덜 깼나…
 그래도 다행이지, 나는 기억해줘서.
 아니… 진짜?
 w는 그저 웃는다. 밥 먹어. 식겠다. 세상이 천천히 기울어지고 정신이 허공을 유영한다. 나는 참사를 목격한 행인이자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당사자였다. 마음이 빈 깍지처럼 으스러지는 것을 애써 모른 체했다. 눈물을 참기에는 그편이 나았다.
 02
 나가자기에 버스를 탈 줄 알았는데 집 앞에 차가 세워져 있다. 앙증맞은 진녹색 허슬러. 이름은 봉봉이라고 했다. 사람이라도 칠까 무서워서 면허는 안 따겠다던 w는 여기저기 불법주차 된 차들을 잘도 피해 금세 대로로 나왔다.
 우리 어디 가?
 일하러.
 ……나 갤러리 안 잘렸어?
 잘렸지. 그래도 관장이 너 워낙 좋아했잖아. 아직도 그림 들고 가면 꼭 받아 줘. 가끔 전시에도 한 두 점 끼워 주고.
 남에게 나의 근황을 듣는 건 이상한 일이다. 묘묘한 침묵이 이어졌다. 차가 신호등에 걸리자 w는 핸들에서 뗀 왼손을 내 손 위로 덮는다. 불안할 때마다 손톱 물어뜯는 버릇을 고쳐주겠다고 생긴 습관이었다.
 우리 카페 차렸다.
 어?
 저기 앞 골목에. 개업한 지는 삼 년 좀 넘었어.
 카페는 둘의 로망이자 이리저리 그려보던 미래의 종착점이기도 했다. 입을 열기도 전에 w는 내가 할 질문을 알고 덧붙였다.
 우리 작업실도 있어. 마음에 들 거야.
 그가 장담한 만큼 카페는 근사했다. 소파며 쿠션, 테이블 위로 길게 내려온 펜던트 조명, 선반의 작은 소품까지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다. w는 약간 뿌듯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같이 골랐으니까 당연하지. 우리는 카운터 앞의 바 테이블에 앉아 그가 내린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내가 모르는 일을 익히 해내는, 흙물 없이 깨끗한 w의 손이 서먹하다. 기억 너머에 존재할 그의 고생을 생각하자 나는 숨 쉬는 숨결마저 새삼스럽고 낯설어졌다.
 오픈 준비가 끝나자 w는 작업실로 나를 데려갔다. 아주 넓지는 않아도 작업하기에는 충분했다. 여기가 네 자리고, 이쪽 물레가 내 자리. 중고지만 가마도 있어.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진부하게도 꿈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분명 현실이었다. 내 그림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촘촘히 쌓아 올린 익숙한 터치. 강하게 때린 빛 아래 흘러내리듯 묘사한 그림자. 테레빈과 린시드 오일을 많이 섞어 흘러내리게 만드는 특유의 방식. 그린 기억은 없지만 내 그림이다. 넋을 잃은 나를 W는 익숙하게 자리에 앉히고 팔레트를 건네주었다.
 앉아서 편하게 작업 해. 이따 점심에만 좀 도와줘.
 w가 나가자 잡다한 감상은 사라지고, 그림과 나만이 남았다. 캔버스 아래 널브러진 붓을 집어 들었다.
 03
 바쁜 시간이 지나가고 한가해진 오후에 w는 말려둔 그릇의 굽을 깎고 초벌을 구웠다. 그동안은 내가 카운터를 지켰다. 책을 읽다 지루해진 나는 커피 머신을 만져보고 식기를 구경했다. 이제 보니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어두운 조명 밑에서도 은은히 유백색 빛을 발하는 것이 그를 닮았다.
 …우리 결혼도 못 했잖아.
 혼잣말에 가깝게 중얼거린 것을 용케 듣고 w가 대꾸했다. 할까? 내가 그러자면 당장 내일이라도 할 사람처럼. 아니야. 짧은 대답을 간신히 쥐어짜 내고 그릇을 내려놓았다. 달그락 소리가 내 심장에서 난 것만 같다.
 04
  날고 기는 천재들 사이에서 죽어가던 나를 그가 살려냈다.
 복학을 미루며 하루의 반은 술로, 나머지 반은 그림으로 보내던 휴학생 시절. 교내를 서성이다 들어간 도예과 전시에서 w를 처음 만났다. 평일 아침인 데다 졸전도 아니라서, 사람이라고는 앉아서 조는 스태프 한 명뿐이었다. 어쩐지 불쌍한 모양새라 슬쩍 깨웠더니 놀라서 퍼드덕 일어난다. 안내해 줄 수 있냐는 말에 그럼요, 고개를 끄덕이던 w. 갓 입학한 새내기처럼 반짝거리는 얼굴로 설명해주는 w. 조금 귀엽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돈 우리는 같이 스태프 의자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w가 종이컵에 타 온 인스턴트커피를 들고.
 그럼 산디에서 도예로 전과한 거예요?
 네. 근데 교수님이 그러시더라고요. 거기 가서 뭐 먹고 살려고 그러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소리였다. 대학 원서 쓸 적에 담임도 그러지 않았던가. 회화과 말고 차라리 디자인과를 쓰는 게 어떠니. w는 활짝 웃으면서도 결연한 눈을 하고 말했다. 저는 후회 안 해요. 왜인지 그 모습이 나를 스스로 다독이게 했다.
 그는 모습이 많았다. 꾸몄을 때와 편할 때가 아주 달랐고 말할 때와 가만히 웃을 때가 또 달랐다. 밖에서 만나는 말끔한 모습도, 작업실에서 흙투성이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모습도. 전부 그려서 그림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작업을 빛나게 할 아이디어를 자주 떠올려냈고, 그게 곧 둘을 쓸어 담는 힘이었다. 불안히 술렁이는 파도가 곧 내 인생이라고 체념했던 것이 무색하게도 그랬다.
 05
 w의 말대로 머리카락 속을 헤집어 올리자 흉터가 보인다. 뒤통수부터 관자놀이 근처까지 길게 이어진 하나의 선. 종일 나를 베었던 선득한 현실감이 이번에는 멀리 달아났다. 내가 나에게서 아주 멀어졌다. 앞에 있는 거울은 누군가 나를 속여먹기 위해 그려둔 그림 같았다. 기분이 이상해져서 머리카락을 마구 흐트러트리고 얼른 소파로 가 앉았다. w는 바닥에 앉아 가계부를 쓰고 있었다. 얇은 티셔츠 위로 드러난 둥근 등에서 세월을 느꼈다. 구부리면 척추가 살짝 불거지던 그의 맨 등을 좋아했는데. 준비되지 않은 말이 팝콘처럼 툭 튀겨져 나왔다.
 나 혼자 물레 위에서 뛰고 있는 것 같아.
 w가 펜을 내려놓고 나를 돌아본다. 그는 영문 모르겠다는 웃음을 지었다. 일과로 잊었던 절망감이 다시 문을 두드린다. 무력하게 눈물이 떨어졌다. 울지 않으려고 종일 애썼던 것은 헛수고가 되었다.
 숨 가쁘게 뛰어도 영원히 제자리일 거 아냐.
 그게 너무 고통스러워. w는 소파 위로 올라와 나를 끌어안았다. 귓가에 가벼운 한숨이 스친다. 말을 고르고 있구나. 그의 등에 팔을 두르고 기다렸다. 따듯한 체온에 기대어 물먹은 마음도 말리고 싶었다. 그러나 w가 뱉은 것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있잖아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네가 기억손실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 기울어진 나를 영영 무너트리는 말. 그를 힘껏 밀쳐내고 뒷걸음질로 도망쳤다. 만약 눈물을 그치게 하기 위한 충격 요법이라면 성공이다. 배신감으로 싸늘히 얼어붙어서 이제는 찔러 죽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며칠 전에 네가 물어봤거든. 왜 여태 안 도망갔냐고. 안 질리느냐고.
 …….
 그때는 차마 대답을 못 했는데.
 일갈하듯 소리쳤다. 말하지 마. 그러나 결국 듣게 되리라는 걸,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도 소용없으리란 걸 직감으로 알았다. w는 그가 언제나 그랬듯 사근사근 봄볕처럼 속삭였다. 너는 언제까지나 내게 목매던 시절의 너로 남아 줄 테고,
 나는 이제 사랑해달라고 구걸하지 않아도 되니까.
 송곳 같은 밤. 삼백 호쯤 되는 캔버스 가득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고운 얼굴. 그 얼굴이 절벽 끝에 간신히 매달린 손가락을 하나씩 떼어내며 웃는다. 나를 아득한 심해로 던져 넣는다. w의 팔이 얼어붙은 몸을 다시 감싸 안았다. 이번에는 밀쳐내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내가 물에 적셔 마구 뭉쳐놓은 휴지 덩어리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미안해.
 곧 내일이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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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댄스 下

 4.
 “양쪽 고막에 천공이 생겼어요. 구멍이 커서 자연 치유는 안 되겠네요. 방치하면 전음성 난청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럼, 아예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건가요?”
 “방치하면요.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회복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가 한 시간 내외로 걸리는 아주 간단한 시술이라고 덧붙였지만 그 말은 곧 구멍으로 빠져나갔다. 난청. 그 단어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혹은 구명정의 마지막 자리처럼 안도감 있게 들렸다.
 “고소는 안 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B는 생각만큼 많이 다치지 않았다. 옆구리를 가볍게 스친 정도였다. 큰아버지는 나에게 협조를 요구했다. 서류의 사인과 앞으로 서게 될 법정에서 고분고분히 있는 것. 나는 건네받은 캔커피를 그의 코에 들이붓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왜 안 해요. 그러면 제가 고마워할 것 같아서?”
 “네가 잠깐 돌아서 행패를 부리긴 했지만,”
 행패라니. 마치 B가 남의 장례식장에서 한 짓은 행패가 아니라는 투였다.
 “그래도 나는 널 아직 내 자식처럼 생각한다.”
 “큰아빠.”
 “그럴 수 있어.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얼마나 상심이 크냐. 그래도 도가 지나쳤다.”
 “도요? 먼저 도를 넘은 건 큰아빠 자식이죠! 제가 아니라요!”
 결국 캔을 집어던지고 자리를 떴다. 깡, 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우그러트렸다. 모든 것이 끔찍했다.
 5.
 부산행 KTX 표를 끊었다. 살면서 한 번도 여행한 적이 없었다. 학교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전부 빠졌다. 그런 주제에 엄두를 낸 것은 예상보다 빠르게 꺼져가는 청력 덕분이었다. 거기에 말랑말랑한 메모리폼 재질의 귀마개가 용기를 보탰다. 괜찮을 거야. 기차 타자마자 눈 감고 자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에는 삼촌이 있었다. 엄마와 이모들이 업어서 키웠다고 버릇처럼 얘기했던 집안의 늦둥이이자 나의 유일한 친구인 막내 삼촌이. 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재작년에 회사 발령으로 부산에 내려갔다. 장례식 때는 난장판이라 경황이 없었으니 제대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뜬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독한 가위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는 환각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겪었던 모든 멸시와 환난이 거기에 있었다. 두려움이 두 발을 휘감고 구렁이처럼 올라와 숨통을 조였다. 조금씩 어두워지던 시야는 곧 암흑천지로 변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정오를 넘긴 후였다. 이미 출발 시각이 한참 지났으니 표를 취소할 필요도 없었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순서대로 꽂혀있는 책들. 제자리에 그대로 놓여있는 물건들. 그들은 나에게 달려들거나 해코지하지 않는다. 내게 안전한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소음도 허용하지 않는 8평짜리 내 방. 아무도 여기에 들어올 수 없고, 나도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무언가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문을 걸어 잠그고 서랍에서 테이프를 꺼내 방문을 따라 물 샐 틈 없이 몇 겹으로 붙였다. 나는 여기서, 우북하게 자라나는 침묵에 파묻혀 죽을 것이다.
 6.
 밖에서 매도당해 뒈지는 것보다는 혼자 곱게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나 그 숨 막히는 평온함도 얼마 못 가 끝났다.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는 법이 없고 틈만 나면 불행을 뒤집어씌우기 좋아하는 저질, 변태, 개자식이었다. 오래 방치했던 핸드폰을 손에 쥔 게 화근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백몇 통, 문자도 오십몇 개. 그중에 큰아빠와 이모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삼촌이었다. 산사태의 잔해처럼 쌓인 문자들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너 왜 연락이 안 돼. 걱정되니까 답장이라도 해. 삼촌 진짜 서울 올라간다. 올라가는 중이다. 거의 다 왔어. 전화 진짜 안 받아? 여기까지 읽고 숨을 들이켰는데 휴대폰이 부르르 떨었다. 삼촌이었다. 나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삼촌?”
 “야!! 너 대체 뭐하다 이제 받아!”
 “진짜 왔어? 회사는?”
 “……지금 문 앞이야. 얼른 열어, 얼굴 좀 보자.”
 삼촌은 내가 망설이는 낌새를 느꼈는지 당장 열지 않으면 부술 기세로 문을 두드렸다. 방 안이라 들리지는 않았지만 수화기 너머 나는 소리로 짐작건대 아예 발로 차는 듯했다. 나는 그가 한때 격투기에 심취해 아마추어 대회까지 나갔던 것을 떠올렸다. 열 테니까 그만하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나서야 살벌한 소리가 멈췄다. 테이프를 뜯어내고 방 밖으로 나가 대문 도어락을 풀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아이고, 얼굴이 왜 이렇게 반쪽이 됐어.”
 잠깐 성난 곰 같았던 얼굴은 나를 보자마자 미어캣으로 변하더니 이내 비 맞은 퍼그처럼 불쌍해졌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삼촌. 울지 마.” 
 “안 울어, 마.”
 하하. 가벼운 웃음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문득 이렇게 웃은 게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오랜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낮에 손톱만 한 초승달을 발견한 것처럼 생경했다. 삼촌은 괜찮다는 데도 기어이 배달되는 한식점을 찾아 음식을 시켰다. 우리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삼촌은 누나가, 우리 엄마가 꿈에 나왔다고 했다.
 “너 살 빠진 거 나보고 도로 찌워놓고 가랬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감정이 가슴께로 밀려와 울렁였다. 두 다리를 끌어안고 무릎 위에 턱을 얹었다. 이제 보니 삼촌도 얼굴이 많이 상했다. 예전에는 항상 멀끔해서 반질반질한 사과 같은 인상이었는데. 눈 밑으로 거뭇하게 그늘이 지고 볼이 옴폭 들어간 데다 턱 위로 꺼칠한 수염이 자라 있었다. 
 “…삼촌. 나 난청이래.”
 “뭐?”
 “수술하면 괜찮대. 근데 나는 그러기가 싫어.”
 “…….”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삼촌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아니, 미안. 보통 고등학생이 그러면 건방지다고 할 텐데, 니가 그러니까… 뭐라고 못 하겠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배달 음식이 왔다. 삼촌은 손수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 나머지 반찬들을 꺼내어 식탁에 놓고 랩을 벗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일하던 아주머니는 어디 가셨냐고 물어서, 내가 잘랐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삼촌은 이유를 물으려다 그냥 입을 다물고 따끈한 백반을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많이 먹어.”
 삼촌이 먼저 수저를 들었다. 그도 딱히 식욕은 없어 보였는데 일부러 먹성 좋게 먹는 것 같았다. 나도 마지못해 한술 떴다. 생존의 이유를 잃어가는 이에게 식사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다. 깨작거리며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삼촌이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냈다. 있잖아, 염치없는 얘기인 건 아는데.
 “삼촌이 요즘 힘들어.”
 “…….”
 “빚이… 좀 생겼어.”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나는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식탁 위에 놓인 삼촌의 손을 잡아 토닥였다. 얘기해봐, 얼만데. 삼촌은 어두운 얼굴로 나를 흘끔 보고는 다시 아래로 시선을 떨궜다.
 “팔천만 원.”
 “팔천만 원?”
 “사실 회사 때려치운 지 좀 됐어. 친구랑 사업하려고 했거든. 근데 그놈이 돈만 들고 날라버려서….”
 팔천. 일 문제로 통화하는 아버지의 입에서 훨씬 높은 금액이 쉽게 오갔던 걸 떠올렸지만 그 규모가 선뜻 와닿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고작 열여덟이었다. 미성년자였고, 내 손으로 돈 한 푼 벌어본 적 없는 어린애였다. 가늠할 수 없는 일에 망설이는 동시에 선뜻 삼촌을 잡아주지 못하는 내가 호래자식처럼 느껴졌다.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된 나에게는 삼촌이 마지막 남은 버팀목이었다. 삼촌이 내 손을 꽉 잡았다.
 “한 번만 도와줘. 삼촌이 꼭 갚을게.”
 그의 진심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삼촌이 나에게 얼마나 잘 해주었는가. 그러나 나는 보았다. 삼촌의 눈동자가 발하는 어두운 빛을. 희미하게 비틀린 입가에 고인 탐욕을. 피식자 특유의 예민한 본능이 내가 그것을 알아보게 했다. 그건 큰아버지와 똑같은 짐승의 얼굴이었다. 나도 모르게 삼촌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났다.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
 삼촌은 얼어붙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매정히 내칠 수 있냐고 말하는 듯한 피해자의 얼굴을 했다.
 “미안. 내가… 내가 다시 연락할게. 오늘은 그냥 가줘.”
 그는 다시 손을 잡으려다 실패하자 허리를 껴안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애타게 내 이름을 불렀다. 땡땡아, 제발, 제발 한 번만 도와줘. 너밖에 없어. 균형을 잃고 휘저은 팔에 의자가 쓰러지고 식탁의 그릇이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삼촌이 처음으로 무서웠다. 집히는 그릇 아무거나 손에 쥐고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거 놔, 나가, 나가라고, 나가!!”
 있는 힘을 다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겨우 그를 쫓아낸 뒤 다시 고요해진 집은 어느 때보다 난장판이었다. 고여있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마 안 가 둘째 이모에게 삼촌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한테까지 가서 행패 부렸다며? 이모가 대신 사과할게. 이모는 담배를 태우는지 깊게 숨을 내쉬고는 자세한 얘기를 해줬다. 글쎄 걔가 진 빚이 죄다 노름빚이더라고. 부산에서 밤낮 도박장 드나들다가 회사 잘리고 돈도 날리고 나중엔 사채 끌어다 처박았댄다. 도박에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지금은 내가 병원에 겨우 입원시켰어. 애가 아주 성실하지는 않았어도 한량은 아니었는데 막내라 너무 오냐오냐 키웠는지……. 얘, 넌 별일 없지? 이모는 덕분에 흰머리 왕창 나서 할머니 다 됐잖니. 깔깔깔.
 7.
 감당할 수 없는 공허함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잡을 지푸라기마저 사라진 기분은 참혹했다. 큰아버지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 나에게 갖은 농간을 부렸다. 번지르르한 혓바닥을 뽑아 버리고 싶었다. 그에게 완전히 질린 나는 내가 죽더라도 이 인간에게만큼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모순적이게도 큰아버지의 존재가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준 것이다. 관련 법을 공부하고 아버지와 연이 있던 변호사에게 연락을 넣어 상담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그간 받았던 겁과 사탕이 같잖은 협잡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아버지는 소송에서 졌다. 법원은 제삼자인 변호사를 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소송을 건 큰아버지를 포함해 친척 중 재산을 욕심낼만한 이들이 많으니 당연한 판결이었다. 물려받은 재산과 사망보험금은 내가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신탁에 맡길 거고, 그렇게 되면 누구도 내 재산에 눈독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잘 끝났는데 표정이 왜 그래요?”
 법원을 나와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변호사는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렸다. 난청이 상당히 진행되어서, 이제 반 정도는 입 모양을 읽어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얼굴 펴고, 어깨도 펴고. 나중에 내 나이 되면 고생해.”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려 웃으니 과연 좀 나았다. 문득 올려다본 법원 건물 위로 회색 하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불 때마다 헐벗은 나무들이 춤을 췄다. 코트를 더 단단히 여미고 귀 위로 털 달린 귀마개를 덮어 썼다. 그녀가 품에서 차 키를 꺼내면서 물었다.
 “집까지 태워다 줄까요? 추운데.”
 “아, 아뇨. 택시 타고 갈게요. 감사합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요.”
 시내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려다 음악이라도 틀었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들어 일단 걷기로 했다. 평일 낮인 데다 날씨가 추워서 거리는 한산했다. 상가가 없는 쪽으로 돌아가다가 아파트 단지를 질러 집으로 가면 음악도 마주칠 일 없고 안전하겠지. 아무튼 별 탈 없이 끝나서 다행이었다.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밤마다 법정에서 춤추는 악몽에 시달리는 바람에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야.”
 마음 놓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던가. 별안간 귀마개가 벗겨졌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큰아버지가 내 귀마개를 들고 서 있었다. 카악, 퉤. 그가 나를 똑바로 노려보면서 바닥에 침을 뱉었다. 꼭 얼굴에 침이 튄 것처럼 아주 더럽고 모욕적이었다.
 “끝이라고 착각하지 마. 내 새끼한테 그런 짓 하고도 발 뻗고 잘 수 있을 줄 알아?”
 그는 흉악한 표정으로 귀마개를 반대로 꺾어 부러트린 뒤 바닥에 내던졌다. 내 다리를 저렇게 부러트리고 싶은 거겠지. 나는 정말로 지긋지긋해졌다. 이미 지독히 덧난 염증이 곪아 터져 고름이 흐를 지경이었다. 
 “예전에 아빠가 빌려준 것도 다 말아 먹었으면서.”
 “뭐야? 그건 어른들끼리 애저녁에 다 끝난 얘기야!”
 “큰아빠 사업병 있는 거 온 집안 식구들이 다 알아요! 그런데 후견인은 무슨, 이 사기꾼 새끼야!”
 그는 참지 못하고 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다부진 그를 힘으로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으나, 살면서 크고 작은 싸움에 자주 휘말렸기 때문에 맷집만은 좋은 편이었다. 여러 대 맞은 뒤 옷자락을 붙잡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그의 고간을 걷어차고 도망쳤다. 억!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는 큰아버지를 뒤로한 채 무작정 달렸다. 긴 이명이 산발적으로 양 귀에서 울려 몇 번이고 벽에 몸을 부딪쳤다. 방향도 모르고 계속 앞으로 향했다. 가쁜 숨이 터질 때까지, 다리가 완전히 지쳐 멈출 때까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다리 위였다. 세찬 칼바람 사이로 눈이 흩날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파도 못지않은 세찬 물결이 넘실거리며 다리기둥에 부딪혀 부서졌다. 이런 날 물에 뛰어들면 적어도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을까? 그 물음을 시작으로 생각해봤자 소용없는 소모적인 가정들이, 여태 결론 내리기를 보류했던 질문들이 상처 틈새를 비집고 터져 나왔다. 어딘가 돌이킬 지점이 있지 않았을까.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부모님은 나를 버린 게 아닐까. 내게 드디어 오만 정이 떨어져 사고를 위장하고 도망가버린 게 아닐까. 시신까지 내 눈으로 다 확인했으면서. 이제 어떤 사소한 일상도 공유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흑, 참지 못하고 흐느끼던 그때였다.
 “…….”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온 세상이 물먹은 것처럼 고요했다. 어깨 위로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었다.
 8.
 침묵하는 세상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랜 풍파 끝에 맞이한 평온함과 함께 막막한 바다에 표류한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올곧게 나아갈 이정표가 필요했다. 언젠가 한 소설가가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자서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 종이를 놓고 펜을 들자마자 원래 그렇게 약속되어 있었던 것처럼 손이 움직였다. 단어가, 문장이, 나를 이루는 모든 기억이 낱낱이 춤을 추었다. 첫 문장은 이런 글이 흔히 그렇듯 자신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음악이 들리면 몸이 멋대로 춤을 추는 병이다. 웃지 마라. 이것은 아주 좆같은 일이다. 나는 가족, 이웃, 선생님, 같은 반 아이들, 그 외 길 가던 행인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자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