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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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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돈 이야기가 아니다.


어디에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솔직히 지금 난 그로기 상태에 몰려서 당장이라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지만, 버티고 있다. 

그냥 쓰러져버리면 될 것을, 뭐라고 버틴다. 


당장 쓰러져서 길바닥에 쓰러져서 요즘 부쩍 많아진 까마귀들이 내 주위를 떠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이 없다. 그런 삶이자 그런 몸뚱이니까. 까악 까악.


그렇다고, 구걸하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날 알아야 이런 상황에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그러니, 쓸 데 없는 짓들은 말라고. I mean it.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차가운 겨울 바람이다.


어디서 왔지?
[["unknown", 516], ["synd.k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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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 이야기-발목

작은 키가 늘 컴플렉스인 그 여자. 
그 여자의 작은 키도 사랑해주는 그 남자. 
그사람에게 조금 더 예뻐보이고 싶어
평소 아껴둔 굽 높은 신발을 신었다. 
아끼다 못 해 모셔둔 듯한 신발이다보니 
길들여지지 않아 발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그럼에도 패션 핏과 비율을 살리기 위해서는
감수하고 무조건 신어야했다.
오늘은 그 사람과의 데이트였으니까. 
오랜만에 보는 그 사람에게 예뻐보이고 싶었으니까.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 
걱정했던대로 신발이 내 발목을 붙잡기 시작했다. 
걸을 때마다 새끼발가락이 닿아 물집이 잡히고,
걸으면서 발뒤꿈치가 까져서 피가 난 것.
덕분에 얼마 못 가 멈추는건 부지기수였고,
부자연스럽게 걷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럼에도 걸어야 했고, 뛰어야했다.
그래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우여곡절 끝에 만난 그 사람에게
티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이미 발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이 상태로는 어디를 돌아다니는게 힘들 정도로. 
그래서 그 사람과 신발 가게부터 찾아갔다. 
당장 이 신발을 벗어 던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신발가게에서 새신발을 신고 나오는 순간, 

내 발목을 잡고 있던 족쇄가 풀려나간 느낌이었다. 
새신발을 신고 즐거워하는 나를 보며
그렇게 좋냐고 묻는 그 사람을 보며 웃음으로 답했다.
편하게 오지, 왜 사서 고생이냐는 그 사람 말에 
예뻐보이고 싶고, 키 커보이고 싶어서라고 하니 
키작은게 뭐, 난 좋은데 라고 말하며
으이구하고 안아주는 그 사람.
그 사람과 데이트를 마치고, 
집에 와서 살펴본 내 발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누가 보면 국토대장정이라도 한 줄 알 정도로. 
물론 이 말은 과장 100%지만 아무튼.
발이 이 모양, 이 꼬라지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이 나왔고, 기분은 날아갈듯 했다. 
그 사람 말과 행동 덕분에.
그 사람과 함께 한 오늘이란 시간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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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지금 당장 써서 표현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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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그녀.
그녀라는 말이 붙을 수 없는 나이가 되어버린 한 늙은 여자의 이야기.
간단히 말하자면 보잘것없는 인생 간단히 말할 수 없는 인생을 그녀는 살아내었다.
생의 마지막을 요양병원에서 맞이하리라고는 '그녀'라고 불리던 그 생글거렸던 시절에는 떠올려 본 적도 없었다. 그저 끝없이 펼쳐질 내일과 언젠가 이루어질 꿈들에 기대어 살던 시절도 있었다.
아니 그것은 시절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짧았다.
그랬던 순간도 있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꺼질듯한 눈동자는 헐떡이는 숨을 따라 천장에 똑같이 그려진 석고 보드판만 향할 뿐이다.
그 시절 그녀가 살던 마을의 풍경이 떠오른다.
너른 풀밭 저마다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있고 바람이 불면 풀냄새에 섞어 코끝에 와 닿던 향기가 있었다.
팔을 휘두르며 개울가 빨래하는 엄마를 부르며 내달리던 그 장면이 이 순간 문득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암과 치매로 인한 합병증.
의사의 입에서 나온 그 흔해빠진 3개월, 마음의 준비.
이러한 단어들은 억겁의 시간 같았던 그녀의 팔십여 인생을 간단하게 종지부 찍었다.
내일 당장 눈을 뜨지 않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녀의 세월이 지났고 호상이라 기뻐할 사람들이 생길 만큼 그녀의 나이는 늙었다.
놓아버린 정신은 아들의 이름도 애지중지 아끼던 손자의 이름도 지워버렸으나 아직 그 옛날의,
그녀가 '그녀'로 불리던 날들의 모습과
여름 밤하늘의 별빛과
엄마 냄새와
언제가 들었던 풍금소리와
논둑의 흙냄새 물소리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을
그녀는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밤인지 낮인지 모를 몽롱함에 눈이 감긴다.
먹먹해진 귀에 바람소리가 들린다.
엄마 냄새가 난다.
보드라운 흙의 감촉이 발에 닿는다.
짧은 한숨을 연달아 쉬던 그녀는 노곤함에 눈을 감고
저 앞에 살포시 난 흙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다.
무더운 여름이었음에도 한 줌 찬바람이 귓가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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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싱

최근에 흉터를 남겼다. 쑥스럽지만 그래서 제목을 피어싱이라고 지었다. 이 흉터에 지독하게도 집착했다. 혼자 이뤄낸 게 없어서 이번에도 '혼자', 오로지 혼자로는 이루지 못할 것만 같아 전전긍긍했다. 피어싱을 당장이라도 빼버려야 되지 않을까, 그런 종류의 불안함을 느꼈다. 지금도 그렇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면 나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다. 나머지는 몸이 알아서 치유를 할 것이라는 걸, 그래도 어렴풋이 알아서 다행이다. 마치막 얘기는 나에게 하는 소리였다. 내가 많이 불안해해서, 그래도 어쩌다보니 답을 찾게 되었다. 인생 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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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귀 한쪽을 공기고 뭐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틀어막은 채 끝까지 버티다 마지막에 다시 귀를 열었을 때 들리는 매미의 쏴-한 소리.
이것이 어릴 적 나의 이명의 첫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 더 이상은 일부러 하지 않는 이상 굳이 겪을 일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몇달 전 굉장히 마음 상할 일이 생기고...
한 3일 뒤인가?
새벽에 잠이 들기 전에 왼쪽 귓가에서 쿵쿵뛰는 맥박 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박동성 이명' 이라며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가면 된단다.
그래서 내일은 월요일 아침이니 병원 문 열자마자 내원해서 진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지친 몸에 잠을 청했다.
그렇게 두 세시간을 잤을 땐가?
자다가 소변이 마려워 눈이 번쩍 떠졌다.
그래서 화장실에 간 다음에 다시 모자란 잠을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침대에서 몸을 돌린 순간...
어릴 적 일부러 냈던 이명 소리인 매미의 쏴한 소리가 마리를 관통시키는 느낌으로 나더니
왼쪽으로 쓰러져버렸다.
그때부터였다.
그 지독하리만큼 끈질긴 매미소리가 귓가에서 계속 나면서 몸에 중심을 못잡고 심장박동은 크게 전신과 귀에서 울리며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식은 땀은 몇 초도 안돼서 내 잠옷을 흠뻑 적셨다.
그러고는 새벽 공복 빈 속에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이상했다. 시야는 내 의지랑 상관없이 자꾸만 계속 빙빙 돌았다.
마치 에버랜드에서 예전에 탔던 티 익스프레스의 회전감보다 열배는 더 한 '시야 돌아감' 이었다.
그러고는 계속 토하기 시작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화장실로 기어나가서 위액을 토하기 시작했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생긴 것만 같고 구토는 끝나질 않아서 곤히 자고 있는 남편을 혼신의 힘을 다해 외쳐 불렀다.
살려달라는 내 다급한 목소리에 남편은 깜짝 놀라 이 추레한 몰골을 보더니 눈동자가 빙빙 돌아간다고 이상하다며 당장 날 업어서 차에 태우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갔다.
원래 멀미를 거의 안하는 체질이었는데...
이상하게 그 날은 몇십년간 평생 하지 않았던 멀미의 울렁거림과 구토증상과 귀먹먹함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명의 콜라보로 5키로 가량의 짧은 주행길이 마치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수준으로 느껴졌었다.
다행히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던 시각은 새벽 다섯시 쯤이라 위급 환자가 없어서 1순위로 진료를 받았다.
의사는 내 이명증상과 눈동자 회전 증상을 보더니 이석증일 것 같다고 우선 자세한 검사를 해보자 했다.
그래서 응급실 침대에 누워, 계속 토하면서 혈압을 재고 피검사를 받고...
온전히 서서 걸을 수 없는 상태라 휠체어를 타고 화장실에 들어가 겨우 소변을 받아내서 소변 검사도 받았다. 
그리고는 난생 처음으로 mri를 찍고...
엑스레이를 찍자는데 문제는 서있을때마다 토해서 엑스레이 한번 찍는데 한참 걸렸다.
오죽하면 찍는 분이 자꾸 토하니까 비닐봉지를 주시면서 등을 토닥토닥해주시고...
그렇게 겨우 검사를 마치고 다시 응급실 침대에 누워사 구토 진정제 주사와 수액을 맞으면서 계속 토했다. 눈을 조금이라도 뜨면 빙글빙글 도는 세상에 울렁감이 더해져서 아무것도 먹은게 없는데도 토했다.
그냥 분 단위로 몇시간 동안 계속 토한 것 같다.
그래서 눈을 억지로 꼭 감은 상태에서 누우면 그나마 좀 진정이 되어서... 
그렇게 버티다가
응급 진료를 해주신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이비인후과 진료 시작했다며 교수님께 가서 제대로 검사받자 하셨다.
휠체어를 타고 그 큰 병원의 끝과 끝을 어찌저찌 이동했다. 눈을 감은 채로 가는거라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병원 직원 분이 끌고 가시는 거니 알아서 하시겠지 라면서 그냥 이끌리는대로 갔다.
대학병원이라 이른 아침 시간에도 대기하는 사람이 많았다만, 나는 응급 환자라 그런지 바로 차례가 왔고, 이명과 안구 회전에 대한 자세한 진찰을 받으니 '전정 신경염' 이라고 했다.
귀 신경 중에서 몸의 균형을 맞춰주는 전체적인 큰 신경기관 중에 하나인 전정 신경에 문제가 생겨서 구토와 안구 회전과 이명이 생기는 거라고 한다.
보통 면역력이나 몸이 안 좋은 노인들이 많이 생기는 건데 30대 중반인 새댁에게서 이 증상이 생기니 신기하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받지 말고 무조건 휴식하라고 한다.
정 힘들면 입원하겠냐 묻길래 그냥 집에서 어떻게든 버티겠다고 했다.
그렇게 진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았다.
수액을 맞았으니 집에서 계속 토할 것 같으면 하루 금식해도 된다고 하셨다.
약은 정말 못견딜 것 같을때만 한 알씩 먹으라 했다.
그러고 남편이 운전해줘서 겨우 집에 가는데도 차안에서 토하고...
집에 오자마자 또 토하고...
병원에서 받은 약을 겨우 삼키고...
바로 누워서 20시간 정도 기절하듯이 잤다.
그렇게 자고 일어나니...
날 그렇게도 괴롭히던 울렁거림과 정체모를 이명은 싹 사라졌다.
안구 회전은 살짝 남긴 했지만,
그래도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토하질 않으니 세상 모든 행복이 다 내 것인 것만 같은 행복감이 오더라.
그렇게 몇달간 조심히 신경 재활과 회복을 하고 지금은 완치 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 일을 겪은 이후에는 주변에서 그 누구라도 이명 증상이 있다 하면, 내 경우를 이야기 해주면서 반드시 병원을 가보라고 말하게 되었다.
정말 그 날 새벽에는 내 뇌가 이상한건가? 아니면 이제 내가 죽을 때가 된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으니까.
이명은 정말 지독히도 무서운 놈이었다.
앞으로도 나에게는 평생 이명은 공포의 대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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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죄를 고백하는 것은 쉬웠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내 입을 막고 있었던 것은 가볍고 얄팍한 윤리 의식뿐이었으니까. 도덕책에서 배워 누구나 알고는 있는, 그래서 누군가에겐 경계고 벽이었으나, 나에게는 축축하게 젖어 언제든 찢어버릴 수 있는 종이에 불과했던. 그런 물기 고인 의식들.
 “…가출하고 소식이 끊겼던 Y, 이 년 전 실종된 A, 작년 봄 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H.”
 아득할 만큼 멀었던 과거에서부터 시작했던 고백은 어느새 현재에 가까워져 있었다. 새파란 얼굴을 하고 부들부들 떨던 P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나는 겁에 질린 개처럼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그녀의 팔을 잡아채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
 “아직이야. 아직 남았어.”
 “이… 이거 놔.”
 “작년 뉴스 일 면에 실렸던 연쇄 토막 살인 사건.”
 “놓으라고…!”
 P는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비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까부터 점차 퍼지던 미소는 어느새 완전한 웃음이 되어 있었다. 커다란 웃음소리가 목젖 아래서부터 끓어 넘쳤다.
 언제나 열망했다. 내 죄를 고백하는 나를 상상했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을 얘기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팔을 붙들고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죽였다고. 내가 한 짓이라고.
 “쓰레기…, 쓰레기 같은 새끼! 네가 사람이야?”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게 의아했다. 왜 울지. 아직 제일 중요한 건 꺼내지도 않았는데.
 “내가 작년에 준 화분 기억나?”
 “…뭐?”
 앞뒤 없이 튀어나온 이야기에 P가 좁혔던 미간을 올렸다.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속삭였다. 
 “J는.”
 단지 이름 하나. 그 한 명의 이름으로 그녀의 모든 것이 멎었다. 몸부림치던 동작, 눈물, 목소리, 울음에 차 가늘게 떨리던 호흡마저. 마치 혼자 정지된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꼭 찾아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기억해?”
 크게 벌린 입가가 이내 일그러진다. 얼굴 위로 떠오른 것은 절망이었다. 그녀는 내가 바라던 대로 어떤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거든.”
 손을 놓자마자 P는 당장 거실로 내달렸다. 참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감정이 가슴 한가운데를 터뜨렸다. 붕 떠오르는 것들을 애써 가라앉히며 방을 빠져나오자 마침 제 무릎까지 오는 화분을 들고 선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쉽게 던지지 못한다. 두려우니까. 그러나 팔은 어쩔 수 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도기로 된 하얀 화분은 산산이 깨어졌다. 폭발하듯 흩어지는 산세비리아 사이로 흙투성이가 된 무언가가 밖으로 굴러 나왔다. 꼭 사람 머리처럼 생긴.
 P는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가슴을 움켜쥔 채 곧 죽어버릴 짐승처럼 숨을 헐떡이다, 이내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터져 나오는 쾌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자는 여전히 오열하고 있었고, 나는 주방으로 가 식칼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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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내가 지금이라도 당장
너를 찾아낼 수 있다면
진심을 담아 말할 수 있을텐데
그랬을텐데
그러지 못했어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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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나날들

0.
안녕! 나는 당신이 아는 사람, 알지도 모르는 사람, 알았던 사람, 알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갑자기 이야기하려고 튀어나온 사람!
내 이야기 들어 보겠어? 
어어, 가만히 앉아 있어 봐. 마침 한가한 참이잖아? 
하하 아니라면 말고, 화낼일은 아니잖아.
가만히 이 앞에 앉아서 스크롤만 내리면 되는 일이야. 쉽지? 당장 해보라구.
나의 이야기는 '그때 그 남자를 죽였더라면' 으로 시작 하지.
누구에게나 후회되는 일은 있지 않겠어? 그래, 가볍게 그런 얘기인거야.
오, 이건 수평선이라는게 뭔지 한번 눌러본거야.
이런거군!
아, 내 이야기 하려던 중 아니었냐고?
그래그래. 맞아. 나는 말하다가 가끔 딴길로 새곤하거든. 
그래도 다시 돌아오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저 읽히는 대로 읽으면 돼! 이건 그런 글이니까!
난 책임감이 부족해서 이걸 꾸준히 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단 내 이야기를 시작할게.
아 그때는 난 너무 어렸지. 또래보다 키도 작은 아이였어. 부모님이 참 걱정을 많이 했지.
옷가게에 가도 엄마가 내 나이를 말하면 "어머, 나이보다 훨씬 약하네!" 라는 말을 꼭 들었지. 음, 아줌마들의 '약하다' 라는 말은 키가작고 말랐다는 뜻인 것 같아. 매번 듣다가 뜻을 짐작해봤는데 아무튼 그런 것 같애.
나는 친구들과 골목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지.
딱 2000년대 초반의 유치원생의 전형이었어. 내가 몸집이 약한 것만 빼고 말이야.
혹시 지금 내 나이를 계산하고 있니? 아마 이십대 언저리라고 계산될거야. 안 궁금했음 말고. 나라면 궁금했을것 같아서. 나는 년도 이야기가 나오면 나이를 계산하는 버릇이 있거든. 당신은 안그러니?
키가 작다는건, 또래들의 놀림감이 되는 일이야.
그 어린것들이 만만한 상대를 기가막히게 알아 채는거지. 이건 사람의 본능일까? 아님말구.
나는 작은 키 때문에 놀림 받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어. 그땐 그랬다구. 지금이라면 뭐. 내 키를 놀리는 사람의 코를 때려줬을거야. 코피라도 내줬을거라고.
하지만 어릴적의 나는 아니었지.
당신은 무책임한 부모에게서 자란적이 있니?
정말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기르고 싶어서 계획하고 낳은 아이가 아니라, 그냥 이 쯤되면 아이를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낳은 아이가 되어본적이 있느냔 말이야.
참.좋은일은 아니지.
뭐,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애들은 대부분 그렇게 태어났을거야. 아닌 애들도 있겠지만, 이야, 걔넨 참 복받았어?
그렇게 태어난 애들의 부모는 대게 육아에 무지하기 마련이야. 안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내 부모는 그랬어.
내가 편견을 가진건 아니지만 내 부모는 둘다 한부모 가정에 시골출신이였어. 그래서 더 그런지도 몰라.
나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어.
조금만 잘못하면 윽박지르고, 짜증내고, 무관심하고, 울면 더 때리고, 말안듣는 애는 맞아야한다, 엄마는 우는 애가 제일 싫다고 했다, 너 이럴거면 당장 집에서 나가!
이건 가정 폭력이지. 나는 그때 아마... 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구나.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난 절대 애 안 낳을거야. 불쌍하잖아. 무슨 죄로 나한테서 태어나는 거람?
나는 내 생각을 말하면 혼나는 줄 알았어. 
싫은걸 거부하면 큰일 나는줄 알았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저절로 나오는 눈물을 그냥 흘리는 것 뿐이었어.
그래서 나를 놀리는 애들 앞에서도 눈물만 뚝뚝 흘렸지. 선생님이 날 발견하고 그 애들을 혼내주러 올 때 까지 말이야.
아, 다시 생각하니까 정말 답답하네.
지나간 일인걸 뭐 어쩌겠어.... -이건 나한테 해주는 말이야.
내가 여느때처럼 골목에서 놀고 있었어. 그때 옆집에 살던 동갑친구 하나와 흙놀이를 하고 있었지. 나는 원복을 입고 있었어. 기억이 정말 선명해.
내가 사는 곳은 다세대 주택, 빌딩이 밀집한 곳이었어.
내가 놀던 골목은 바로 집 앞골목이었지.
아, 그때 소리라도 지를걸. 
엄마악!!!!!! 도와줘,살려줘!!!!!!!
그때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기였던것 같아. 아니라면 그 남자가 입은 옷이 너무 더워 보인다고 생각했을리가 없어.
남자의 얼굴은 기억이 안나. 내 키는 그남자의 허리께도 안됐거든. 내 시야에 들어온건 남자의 목아래 부터 뿐이었어.
당신 만약에 주위에 아는 어린이가 있다면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꼭꼭 말해둬. 볼 때마다 말해줘.
내가 그때 그 남자가 그네를 타러 가자는 말에 바로 따라갔거든.
ㅋㅋ 만약에 유괴살인범이었어봐. 와 까딱했음 나 지금 이 글 못 썼다.
나는 그때 그네를 너무 좋아했어.
집앞에서 하는 흙놀이보다 그네가 더 좋았다고.
그래서 나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어서 그 남자가 (게으른 엄마는 데려가 주지 않는) 그네가 있는 놀이터로 나를 데려가길 바랐지.
그런데 뭐지? 남자가 내 손을 잡고 바로 우리집옆 빌라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거야.
그빌라가 지 집도 아닌지 원래는 이층까지만 올라갈 거였나봐. 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어서 그네가 나타나길 바랐지.
난 너무 어린 아이였어!
근데 같이 놀던 남자애인 내 친구가 자기도 그네를 태워달라고 우릴 쫓아왔어. 
지금 보면 나한테는 다행인 일이었던거지.
"아저씨, 나도 그네탈래요. 네?"
친구야, 지금은 연락안하지만 그때 열심히 쫓아와줘서 고마웠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주변 어린이한테 꼭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해! 언제나, 어디서나!
얘가 계속 쫓아오니까 그 남자가 "넌 좀있다 태워줄게 거기 있어봐." 뭐 이런식으로 말했던것 같아.
그리고 계단을 좀더 올라가 어느 집 문 앞에서 자기의 바지 지퍼를 내리는게 아니겠어?
내복을 입고 있었어. 빨간색 내복.
그리고 그 내복도 내리려는데 내가 부모한테 얻어먹은 눈치가 발휘된건지 몹시 불길한 기분이 드는거야.
근데 뭐. 내가 울기 밖에 더 하겠어.
"알겠어. 이건 안 벗을게 이위로 만져봐."
씨발 그게 그네야? 그게 그네냐고.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한 손이 잡힌채로 가만히 있었지.
"10분만. 아니 5분만."
그러면서 내 손을 잡아다가 빨간 내복위로 자기 고추를 쓰다듬잖아. 이 씨발럼이.
내가 아무리 어렸어도 그 행동이 더럽다는건 어렴풋이 느꼈어.
나는 내 손을 꽉 쥐고 놔주지 않는 무서움에 결국 크게 울어제끼기 시작했지.
내 울음소리를 듣고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나올까 당황했나봐. 그 남자는 빌라를 벗어나 가버리고 나는 친구와 같이 밖으로 나왔어.
친구는 내게 왜울어? 뭐한거야? 그네는? 물었지만
나는 말없이 집으로 갔어.
엄마는 또 누가 놀렸냐, 괴롭혔냐, 아까 같이 놀던 그 애가 그런거냐 했지만 나는 말없이 울기만 했어.
늘 하던대로 말이야.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무나 다행이야. 그정도로 끝나서.
내가 조금만 작게 울었어도. 남자가 그 빌라에 살았어도. 우는 내 입을 틀어막았어도.
나는, 어떻게 됐을까?
당신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유치원생이 성인 남자에게 끌려가 고작 성추행만 당하고 끝난일이?
그래, 퍽이나 다행이지.
난 몇년이 지나도 뚜렷이 기억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아 정말. 그 남자 죽여버리고 싶다.
내 이야기 어때? 재밌었니? 
오우. 나도 재밌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야. 
너무 정색하지마. (정말 재밌어서 깔깔 웃었다면.. 난 인간 이하 말종은 상종하고 싶지 않네.)
이건 그냥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구.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이야.
그리고 나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야.
하하. 이야기는 많아. 차고 넘치지!
꼭 이런 성추행당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야.
다음에 글 쓰면 또 읽으러 올래?
그럼 안녕!
나는 당신이 아는 사람, 알지도 모르는 사람, 알았던 사람, 알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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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자, 후 불어야지?"
그렇게 말하는 검붉은 얼굴은 짓궃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나는 입을 꾹 닫았다. 불빛에 드러난 상대방의 얼굴이 녹아내린 거친 살거죽과 혐오스러운, 고름으로 번들거리는것이 보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불가능할정도로 망가진 얼굴이었다. 이런 얼굴이라면 삶 자체가 고통이고 절망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귓구멍이 막혔어?어서 불어."
목소리 또한 연기를 잔뜩 마신 사람처럼 꽉 막혀있었다. '분명 그런걸꺼야, 연기를 심하게 들이마셔서. 기관지가 화상을 입은거지.' 머릿속으로 쉼없이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멈추면 내앞에 케이크를 들고있는 사이코가 무슨짓을 저지를지 상상해버릴것같았다.
"겁 먹은거야?"
갑자기 녹아들도록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온몸을 크게 떨었다. 묶여있는 의자에서 한뼘정도 뛰어오른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턱으로 대답했다.
"누,누구야.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상대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것이 보였다. 할로윈에서나 쓸법한 흉악한 가면처럼 그, 끔찍한 얼굴이 미동도 없이 날 바라봤다.
"오늘은 생일이야."
고저없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즐거운 날이라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
"쉿."
그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의 손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고름으로 젖어있었다. 견딜수 없는 혐오감에 토기가 올라왔지만 꾹 참아냈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들려줄게."
"나에게 왜.."
뿌드득-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그가 내손에 무슨짓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지만 이마와 턱을 고정한 철제받침대가 움직임을 막았다. 그가 오른손을 들었다. 펜치의 끝에 살점이 조금 붙어있는 조각이 보였다. 그는 흠, 하고 그것을 관찰했다. 몇초전까지 내 손끝에 붙어있던 것을 그는 황금조각이라도 되는듯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끄윽...끄아아..."
"쉿."
겨우 손톱이었다. 그러나 나는 정수리부터 주체할수없이 많은 땀을 흘리며 격통을 참아내야 했다. 그가 다시 입술에 손가락을 올렸다.
"쉬이이-"
"끄흑...으흐흑."
"조용히 해봐."
그가 천천히 펜치끝을 벌렸다. 손톱이 툭하고 내 무릎에 떨어지는것이 느껴졌다. 그가 다시 펜치를 내 손으로 가져가는게 보이자 나는 입을 꽉 닫고 숨소리도 내지 않기위해 숨을 멈췄다. 그가 흡족하다는 듯 웃음소리를 냈는데, 그 웃는 얼굴은 단순한 가죽의 일그러짐으로 보였다. 내가 잘게 떠는동안 그가 천천히 웃음을 멈췄다.
"어디부터 할까."
그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말을 빠르게 이해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나에게 좋은일이 아닐것이다. 나는 내가 할수있는 최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제발, 그만둬주세요."
"당장에 너에게 뭔갈 하려는게 아니야."
"제발, 하지마...살려주세요.제발."
"그저 이야기 해주려는거지."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여자애가 있었어. 부모는 없었고, 5살위의 오빠와 같이 살았지. 그들이 살던 동네는 후진곳이었어. 얼마나 후졌냐면 밤이 되면 켜지는 가로등이 손에 꼽을정도로 적은 동네였거든. 어둡고, 음침하고. 그 동네는 한창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지역 옆에 있었어. 그들이 사는 좁은 지하 단칸방은 쥐와 바퀴벌레들로 득실거렸지."
별안간 그가 참을수 없다는듯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거 알아?여자애와 그 오빠는 이상할 정도로 속눈썹이 짧았어. 나중에 인터넷으로 찼아보니 그 눈썹들을 바퀴벌레가 먹었을수도 있다고 하더군. 그들은 서로의 눈썹을 보며 소름끼쳐하면서도."
그가 말을 멈추고 다시 헐떡이며 웃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동안 내 신음소리가 커지자 그가 다시 펜치를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다시 입술을 깨물고 숨을 삼켰다.
"여자애와 오빠가 살던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재래시장이 나왔어. 요즘처럼 철제 아치를 세우고 그사이 천막을 올려둔 현대화된 시장이 아니라, 가판대마다 파리가 날아다니고 과일가게에서 생선비린내가 날정도로 가게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고 비위생적인 시장이었어.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집앞에서 들려오는 시장소음과 뒤에서 아파트를 올리느라 쿵쿵거리는 공사소리 때문에 온몸이 울리는것 같았지. 시장의 상인들은 자기들이 내는 소음과 재건축현장의 레미콘이 돌아가는 소리, 포크레인이 굴러가는 소리에 점점 목소리를 높여야 했지. 세상에 그런 난장판이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온갖 소음공해의 천국이었어. 그리고 여름이 왔어. 여전히 시장의 소음과 공사판에서 무언가 뚝딱거리고 쿵쾅거리는 소리가 끝이질 않았어. 거기다 미친듯이 매미들이 울었지. 여자애와 오빠는 마침 여름방학이었고, 돈이 없으니 어디론가 갈수도 없었기에 집안에만 박혀있었어. 집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시끄러웠지만 어쩔수없었지. 그리고 어느날 여자애와 오빠는 크게 싸웠어. 너도 들어봐서 알고있을거야. 공사소음이 얼마나 사람을 날카롭게 만드는지. 오빠는 집을 박차고 거리로 나왔어, 사실 어딘가 갈곳은 없었을거야. 발길 닿는데로 그냥 걸어갔으니까. 집안에 홀로남은 여자애는 훌쩍이며 울다가 곧 대성통곡했어. 그들은 정말 별것도 아닌걸로 싸웠거든. 여자애는 그들 사이의 다툼을 후회했어. 하지만 벌어질 일은 벌어지는 법이잖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지. 그들은 가난했어. 여자애는 가난이 싫었어, 너무 가난해서 생일케이크 하나 사지못하는 환경이 저주스러웠어. 하지만 그걸 이유로 서로에게 욕설을 주고받을 필요는 없는거잖아? 여자애는 오빠와 싸우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 하지만 교회 헌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난뱅이들을 누가 구원해주겠어? 그런데, 짠! 네가 나타난거야!"
그가 힘차게 박수를 치곤 양팔을 벌려서 나를 가르켰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있다가 천둥같은 박수소리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내 머리는 미동도 하지않았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스멀스멀 스며나왓다. 이자는 미쳤다. 이 미치광이는 망상에 빠져서는 멀쩡한 사람을 데려와서 고문했다.
"바로 네가!!"
그는 또 다시 박수를 치곤 흐느끼듯 웃었다.
그리고 도저히 환희를 참을수 없는듯 피투성이 펜치를 지휘봉처럼 휘저었다.
"여자애는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다는걸 몰랐어. 오빠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집문을 그냥 열어두고 나온걸 몰랐지. 그날은 두 사람 다 그럴 정신이 없었어. 세상은 시끄러웠고, 그들의 마음은 어지러웠거든. 그런데 네가 나타난거야! 네가 나타난 덕분에 그들의 삶은 단순 명료해졌어. 술에 떡이 된 네가 여자애를 깔아뭉게고 강간하면서 말했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여자애가 빌었지. 제발 그만둬달라고. 살려달라고. 네가 말했어. 오늘은 즐거운 날이라고, 너도 즐거워 하라고. 그날은 무슨일이 있어도 즐거워해야 하는날이었어. 네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난 몰라. 그런데 넌 그날 아주 즐거웠어.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셨고, 현관문이 열려있었고, 여자애가 있었고, 그 동네는 아주 시끄럽기 때문에 여자애의 비명소리같은건 쉽게 묻혔지. 몇시간이나 여자애를 강간했어? 여자애는 하루종일이라고 했어. 어쩌면 이틀, 어쩌면 일주일. 그 시간만큼 너는 즐거웠어. 그런데 모든짓을 다 끝내고 여자애의 몸을 엉망진창으로 만든걸 알았을때 너는 아차했을거야. 즐거운 날을 망치면 안되니까. 그래서 너는 가스렌지의 불을 켜놨어. 여자애의 오빠가 모아둔 폐지를 싱크대에 쌓아놨지, 쉽게 쓰러지도록. 그리고 떠났어. 참 유감이야, 그 여자애의 오빠가 조금이라도 빨리 왔으면 네 좋은 하루를 씹창내줬을텐데.
오빠는 너무 늦게 돌아왔어. 하지만 집안에 여자애가 있다는걸 알았으니 포기할순 없었어. 오빠는 불타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어. 세상에 단 둘밖에 안남은 혈육이잖아. 하지만, 어찌나 끔찍하게 뜨겁던지 숨쉴때마다 목구멍과 폐가 까맣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지. 기분탓이 아니었을테지만. 아무튼 오빠는 집안으로 들어갔어. 머리카락에 불이 붙었고, 얼굴이 녹아내렸어. 작은방에 누워있던 여자애도 똑같았어. 그냥 죽는게 나을것같다고, 차라리 죽고싶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오빠가 방안으로 들어왔어. 불타는 문을열고 불타는 방안으로 들어와서 불타는 여자애를 두손으로 일으켜서 제 몸으로 보호하며 집밖으로 나왔지. 집이 불타면서 나온 까만 연기에 그 지역의 모든 소방대가 왔을거야. 그들은 구급대원에게 발견됬고 병원에 실려갔어. 두 사람 다 심각한 화상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태였지. 하지만 살았어."
그가, 아니. 그녀일까? 모르겠다. 화상으로 짓무른 얼굴이 좌우로 찢어졌다. 뭉툭하게 흘러내린 코 아래로 까만입이 히죽 미소지었다.그 미소를 보고나서야 깨달았다.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그날은 아닐것이다. 내가 아니야. 그 애가 살아있을리가 없어.
"그래!네가 나타났어!! 살아 남아야 할 그 이유를 네가 만들어 준거야! 알겠어? 네가 우리 삶의 목표가 된거라고!!"
그가 들뜬 동작으로 내려놓은 케이크에 다시 초를 꼽고는 불을 붙였다. 일렁이는 촛불너머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오느을은 즐거우운 날이지이."
그가 반짝거리는 까만 눈구멍으로 촛불과 나를 번갈아가며 본다. 기대감 어린, 어린아이같은 맑은 눈.
"자, 후 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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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

말은 주관적이지만, 주관적인 것에게는 힘이 있다.
지금 당장 입소문의 예시 만 봐도
그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가.
그런 걸 보면 우린 모두가 알게 모르게 타인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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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부가 너인 것은 아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시선은 멍하니 칠판 위를 부유하고 있는데 그 안의 것들이 하나도 안에 담기질 않았다. 주변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고, 저 어느편에서 숨죽여 깔깔대는 소리까지도 영 마뜩찮게 여겨질만큼 날이 섰다.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뛰어나가는 상상을 했다. 그럴 수 없음이 네게 부끄러웠다. 그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안의 것이 불안하게 이리저리 날뛰었다.
"-집중하자."
저를 흘긋보고 하는 소리가 분명했으나 집중할 수 없었다. 네가 아프다. 내가 보이지 않는 그 어느 곳에서, 네가 홀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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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택스 11월 11일 장애관련 팝업

어제 (11월 10일) 밑도 끝도 없는 홈택스의 전자세금계산서 장애로 1시간+ 새로고침을 하며 누군가에게 "잠시 후"란 이것보다 몇배 더 긴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시간의 상대성을 깨닫고 결단력있게 관련업무를 오늘로(11월 11일) 미뤄놨지.
오전 중 처리하려고 홈택스에 접속해보니 "현재 ... 원할하지 못해 현재 수정 조치 중에 있습니다".
헛!? 이게 말이 되나 싶어 살펴보니 메시지가 작성 시점인 어제의 "현재".
연 이틀 짜증나는 문서!
단어를 훑으며 시제를 파악해야하는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도 웃기고, 
어제 장애로 인해 매우 불편했고 대충 대충 작성한 장애 처리 문구로 더욱 짜증났었는데 이거 설마 아무 언급도 없이 넘어가는거냐? 공지에도 아무 글도 없고 심지어 장애 사실조차 안남아있네....
이거 혹시... 공지로 작성하면 기록이 남으니까 항상 팝업으로 대충 떼우고 있었던거 아녀??
그러고보니 올해 초 시스템 도입 이후 지금까지 장애나 사고에 대한 고지가 하나도 없구나?
없어도 되는거 맞나?
이상한거 같은데?
다른 정부 시스템과 서비스도 이렇게 문제나 장애에 대해서 공개 기록없이 운영되고 있나?

거지같은 팝업 문구 캡처나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거 좀 알아보고 싶어지네.

하지만 결론은 여전히 나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어.. 돈내고 쓰는거면 당장 갈아치웠을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