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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야.

응 안녕, 일년만이네. 날이 궃은데 여기까지 왔어?

비가 와도 올건 와야지.

그래, 이렇게 얼굴보니 좋다.

응, 올해는 좀 빠르지?

그래도 괜찮아. 넌 항상 짧게 왔다가 가잖아.

나 많이 보고싶었어?

항상 보고 싶었어 가을아.

나도, 여름아.


어디서 왔지?
[["synd.kr", 16], ["unknown", 48]]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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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는 366일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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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지난 해에 고장나서 한대 버리고 몇 달 전에 또 다른한대는 동생이 홧김에  부숴버려서 올해 여름, 집에 남은 선풍기가 오직 하나 밖에 없었다. 여섯 식구가 사는 이 집에 필요한 선풍기는 최소 세대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던 나는 언니를 시켜 인터넷으로 선풍기 두대를 주문했다. 그리고 이틀 후에 늦게 귀가하니 현관에 커다란 박스가  윗 부분만 열린 채 부담스럽게 놓여 있었다. 들여다보니 업소에서나 볼 듯한 커다란 선풍기 두대가 들어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거실로 나온 엄마가 짜증난 얼굴로
 '네 언니가 너무 큰 걸 시켰어. 뜯어서 반품도 안된다더라. 네가 조립해놔.'
라고 말씀 하시고 들어가버리셨다. 나는 주섬주섬 가방을 내려놓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난생 처음으로 선풍기를 조립했다.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간단했다. 완성 후 작동해보았다. 시원한 바람에 땀이 식었다. 크기가 커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안방 문을 열고 큰 선풍기 택배에 짜증났던 엄마한테 말했다. 
'생각보다 괜찮고 쓸만해. 다 조립해놨어.'  
내 소리에 이미 반쯤 잠들어있던 엄마가 대답했다. '어~그래.'
생각보다 쿨한 엄마의 답변을 들은  나는 문을 닫고 나가려고 몸을 반쯤 돌렸다. 그때 어둠 속에서 앙상해진 아빠의 얼굴 광대뼈가 더 도드라지게 내 눈에 스쳤다. 지난 여름 뇌졸증으로 쓰러지시고 아직은 몸이 많이 쇠약하신 아빠에게 선풍기 조립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마비가 온 아빠의 왼손 때문에 아빠의 많고 사소했던 일들이 나와 엄마의 몫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선풍기를 조립하며 나는 여름이 다 가고 분해해서 창고에 넣어둘 걱정을 미리 하면서 꼼꼼히 분해 순서를 숙지해 두어야만 했다. 이제 이 커다란 녀석을 내가 잘 조립하고 분해해야 식구들이 시원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아빠의 약해지고 낯설어진 모습에 적응 중인 엄마의 마음도 다시 안도와 편안함으로 돌려놔야 한다. 미완성 사람인 내가 늦게서야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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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설수 건강 돈
올해는 재수없다 쓸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꼬이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해결들이 되긴 됐네
아 왜케 한번에 뭐가 안돼니!
문제해결능력 시험도 아니고
머리아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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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딱 30년을

시라는 것에
마음 뺏겨 지내왔는데
막상 돌아보니

제대로 된 글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내려놓아야 할까?
아니면
20대 초반의 그 열정을 다시금 불피워봐야 할까...
감각도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지 오래인데
대체 무엇 때문에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시시해서 시
라는 말도 있지만
정작 마주하면

얼굴만 붉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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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그런 상상을 한다. 비가 내릴 때 운명처럼 스쳐지나갈 그녀를 만나는 상상. 스쳐 지나간 인연을 되살려 내가 그녀에 머리 위 우산을 받쳐주는 상상. 올해의 장마도 어김없이 텁텁하게만 지나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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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성적표

과거 영화 '넘버 3' 에 보면 한석규가 상대역인 이미연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
'자기, 나 얼만큼 믿어?'
한석규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51프로'
이미연이 크게 실망한다. 80이나 90프로도 아니고 고작 51프로라니.
영화 말미에, 한석규가 이미연에게 이런 말을 한다.

'내가 49프로를 믿는다는 것은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이고, 내가 51프로를 믿는다는건 다 믿는다는거야.'
위와같은 전제조건으로 올해의 성적표를 낸다. 성적 기준은 -1점, 0점, 1점.
1점.
다른 요원님들은 어떤 성적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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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영과 와와

TV를 찾아보는 편은 아니라서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복면가왕에 현진영이 나와 좋은 무대 보여줬다는 얘기를 듣고 개인적인 추억들이 많이 떠올라 복면가왕 영상을 찾아봤다. 
신나고 재밌고 좀 슬프기도하고 중학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아주 복잡스럽네!
올해 초에 이런 공연을 했었네.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이름이나 분위기를 보면 흘러간 가요로 장사하는 곳?
원래 현진영이 재즈턴(!)을 잘했었지.

올린 사람한테도 고맙고 유튭한테도 고맙네.
방송국에서 언제 기획으로 예전 자료들 디지털로 컨버팅해서 공개해주면 좋겠다.
확실히 이 때는 몸이 팔팔하네. 에너지도 넘치고 몰입하는거보니 진짜 멋진 가수라고 생각되네.
이건 영상도 오디오도 진짜 후진데... 대박 재밌어! 현진영 고! 진영 고!
현진영의 고운 얼굴을 마주보는 상태에서 오른쪽은 듀스의 고 김성재, 왼쪽은 듀스의 이현도. 이 비디오는... 진짜 재밌다.
결국 듀스를 들어야 정리가 되는거지.
나 이 뮤비에 나오는 사람들 전부 다 알고 있네.
그립다. 옛날.
헐.. 내가 "두근두근쿵쿵"을 빼먹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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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택스 11월 11일 장애관련 팝업

어제 (11월 10일) 밑도 끝도 없는 홈택스의 전자세금계산서 장애로 1시간+ 새로고침을 하며 누군가에게 "잠시 후"란 이것보다 몇배 더 긴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시간의 상대성을 깨닫고 결단력있게 관련업무를 오늘로(11월 11일) 미뤄놨지.
오전 중 처리하려고 홈택스에 접속해보니 "현재 ... 원할하지 못해 현재 수정 조치 중에 있습니다".
헛!? 이게 말이 되나 싶어 살펴보니 메시지가 작성 시점인 어제의 "현재".
연 이틀 짜증나는 문서!
단어를 훑으며 시제를 파악해야하는 문서를 만들었다는 것도 웃기고, 
어제 장애로 인해 매우 불편했고 대충 대충 작성한 장애 처리 문구로 더욱 짜증났었는데 이거 설마 아무 언급도 없이 넘어가는거냐? 공지에도 아무 글도 없고 심지어 장애 사실조차 안남아있네....
이거 혹시... 공지로 작성하면 기록이 남으니까 항상 팝업으로 대충 떼우고 있었던거 아녀??
그러고보니 올해 초 시스템 도입 이후 지금까지 장애나 사고에 대한 고지가 하나도 없구나?
없어도 되는거 맞나?
이상한거 같은데?
다른 정부 시스템과 서비스도 이렇게 문제나 장애에 대해서 공개 기록없이 운영되고 있나?

거지같은 팝업 문구 캡처나 하자는 마음이었는데 이거 좀 알아보고 싶어지네.

하지만 결론은 여전히 나에게 불편함을 주고 있어.. 돈내고 쓰는거면 당장 갈아치웠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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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아닌데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단지 업무시간에 생기는 졸림과 따분함이 이끄는 대로 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알게 되었을 뿐이다.  읽지 않은 카톡이 4개 정도 도착해 있었다.  거의 활동하지 않는 (혹은 나대지 않는) IT 업종 소모임의 공지방의 카톡이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소소하게 한강에 모여 사진 스터디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투의 소모임을 알리는 내용이었고, 몇몇 사람이 이런 모임이 있네요~ 라고 답글을 하듯이 누군가가 톡을 날린 상태였다. 
 사진이라... 최근에 사진에 대한 흥미가 생겼지만 자유롭게 찍지는 못한다. 인물 사진을 좋아하지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아 사진에 찍혀줄 지인이 없다. 친구들은 자신이 사진에 찍히는 걸 싫어한다. 누군가와 같이 사진을 찍는 행위를 거의 하진 않는다. 인물 사진을 찍는 건 마음 아래로 삭히고, 혼자 풍경을 찍곤 한다. 아쉬우면서도 속은 편하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데에 많은 정신 에너지가 소모되기에, 시간과 여유가 넉넉한 날이 되어야만 겨우 누군가를 만나러 나갈 수 있다. 그런 나의 정신적 여유를 봐서는 이번 주에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위는 힘들 것 같았다. 이번 주 일요일에 아주 가끔 만나는 지인과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근데, 물리적으로는 시간 여유가 있잖아? 그냥 가서 새로운 사람들이랑 사진 찍는 거 어때? 나를 깨트리는 도전을 하기로 했던 올해의 계획이 문득 생각났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사념 속 고민의 흐름은 지금의 주제와는 무관한, 이를테면 슬슬 시작해야만 하는 겨울옷 정리에 대해서까지 새어 나갔다. 아, 이번 주에 원래 겨울옷 정리하려 했지? 못 가겠네? 어차피 이번 주 계획은 일요일에 지인을 보려 했던 약속 뿐이었잖아? 나는 그렇게 그 모임에 참석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정했다. 번복할 생각은 없다. 다만, 어딘가에 표현하기 힘든 찜찜한 마음이 있었을 뿐이다. 그 마음을 털어내고 싶다는 욕구를 거짓말로 포장해서 카톡으로 보냈다. '시간이 안돼서 모임에 못 갈 것 같아요. 아쉽네요~'라고. 
아차 했다. 
여기는 공지만 올리는 카톡방이었다. 잡담을 나누면 안 되는데 나는 규칙을 어겼다. 바쁘면서도 일일이 카톡 확인을 하는 누군가가 몇 초의 시간을 공들여 알림을 확인하는데, 쓸데없이 규칙을 어긴 말이 적힌 글을 본의 아니게 읽게 되어 시간 날렸다고 짜증 낼 사람이 몇 명 있겠다는 예상이 들었다. 내가 민폐를 끼쳤구나... 순간 죄책감에 휩싸였다. 나는 곧바로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사과했다. 죄책감의 감정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내 글에 반응하지 않았다. 30여 분 정도 지나자 카톡 방을 관리하는 운영진이 대뜸 장문의 필독 글을 올렸다. 공지방에 카톡을 쓸 때 운영진의 허락 없이는 올리는 걸 자제하라는 말이었다. 필독 글이 올라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쓴 톡들과 나 이전에 이런 모임이 있다는 투로 얘기한 몇몇 사람들의 톡이 지워졌다. 지워진 글의 흔적은 어느새 변경된 소모임에 대한 공지글로 뒤덮여졌다.
별일은 아닌데, 나는 잠이 오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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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자, 후 불어야지?"
그렇게 말하는 검붉은 얼굴은 짓궃은 미소를 짓고있었다. 나는 입을 꾹 닫았다. 불빛에 드러난 상대방의 얼굴이 녹아내린 거친 살거죽과 혐오스러운, 고름으로 번들거리는것이 보였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불가능할정도로 망가진 얼굴이었다. 이런 얼굴이라면 삶 자체가 고통이고 절망일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귓구멍이 막혔어?어서 불어."
목소리 또한 연기를 잔뜩 마신 사람처럼 꽉 막혀있었다. '분명 그런걸꺼야, 연기를 심하게 들이마셔서. 기관지가 화상을 입은거지.' 머릿속으로 쉼없이 생각했다. 조금이라도 생각을 멈추면 내앞에 케이크를 들고있는 사이코가 무슨짓을 저지를지 상상해버릴것같았다.
"겁 먹은거야?"
갑자기 녹아들도록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온몸을 크게 떨었다. 묶여있는 의자에서 한뼘정도 뛰어오른것 같았다.
덜덜 떨리는 턱으로 대답했다.
"누,누구야.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상대방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것이 보였다. 할로윈에서나 쓸법한 흉악한 가면처럼 그, 끔찍한 얼굴이 미동도 없이 날 바라봤다.
"오늘은 생일이야."
고저없는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즐거운 날이라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
"쉿."
그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올렸다. 그의 손도 얼굴과 마찬가지로 고름으로 젖어있었다. 견딜수 없는 혐오감에 토기가 올라왔지만 꾹 참아냈다.
"지금부터 이야기를 들려줄게."
"나에게 왜.."
뿌드득-
무언가 뒤틀리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그가 내손에 무슨짓을 했다는걸 깨달았다.
"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을 뒤틀었지만 이마와 턱을 고정한 철제받침대가 움직임을 막았다. 그가 오른손을 들었다. 펜치의 끝에 살점이 조금 붙어있는 조각이 보였다. 그는 흠, 하고 그것을 관찰했다. 몇초전까지 내 손끝에 붙어있던 것을 그는 황금조각이라도 되는듯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끄윽...끄아아..."
"쉿."
겨우 손톱이었다. 그러나 나는 정수리부터 주체할수없이 많은 땀을 흘리며 격통을 참아내야 했다. 그가 다시 입술에 손가락을 올렸다.
"쉬이이-"
"끄흑...으흐흑."
"조용히 해봐."
그가 천천히 펜치끝을 벌렸다. 손톱이 툭하고 내 무릎에 떨어지는것이 느껴졌다. 그가 다시 펜치를 내 손으로 가져가는게 보이자 나는 입을 꽉 닫고 숨소리도 내지 않기위해 숨을 멈췄다. 그가 흡족하다는 듯 웃음소리를 냈는데, 그 웃는 얼굴은 단순한 가죽의 일그러짐으로 보였다. 내가 잘게 떠는동안 그가 천천히 웃음을 멈췄다.
"어디부터 할까."
그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그말을 빠르게 이해했다. 무언가를 시작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나에게 좋은일이 아닐것이다. 나는 내가 할수있는 최대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만...제발, 그만둬주세요."
"당장에 너에게 뭔갈 하려는게 아니야."
"제발, 하지마...살려주세요.제발."
"그저 이야기 해주려는거지."
"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제발."
"여자애가 있었어. 부모는 없었고, 5살위의 오빠와 같이 살았지. 그들이 살던 동네는 후진곳이었어. 얼마나 후졌냐면 밤이 되면 켜지는 가로등이 손에 꼽을정도로 적은 동네였거든. 어둡고, 음침하고. 그 동네는 한창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지역 옆에 있었어. 그들이 사는 좁은 지하 단칸방은 쥐와 바퀴벌레들로 득실거렸지."
별안간 그가 참을수 없다는듯 킬킬거리며 웃었다.
"그거 알아?여자애와 그 오빠는 이상할 정도로 속눈썹이 짧았어. 나중에 인터넷으로 찼아보니 그 눈썹들을 바퀴벌레가 먹었을수도 있다고 하더군. 그들은 서로의 눈썹을 보며 소름끼쳐하면서도."
그가 말을 멈추고 다시 헐떡이며 웃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동안 내 신음소리가 커지자 그가 다시 펜치를 위협적으로 움직였다. 나는 다시 입술을 깨물고 숨을 삼켰다.
"여자애와 오빠가 살던 집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재래시장이 나왔어. 요즘처럼 철제 아치를 세우고 그사이 천막을 올려둔 현대화된 시장이 아니라, 가판대마다 파리가 날아다니고 과일가게에서 생선비린내가 날정도로 가게들끼리 다닥다닥 붙어있는 좁고 비위생적인 시장이었어.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 집앞에서 들려오는 시장소음과 뒤에서 아파트를 올리느라 쿵쿵거리는 공사소리 때문에 온몸이 울리는것 같았지. 시장의 상인들은 자기들이 내는 소음과 재건축현장의 레미콘이 돌아가는 소리, 포크레인이 굴러가는 소리에 점점 목소리를 높여야 했지. 세상에 그런 난장판이 또 있을까 싶을정도로 온갖 소음공해의 천국이었어. 그리고 여름이 왔어. 여전히 시장의 소음과 공사판에서 무언가 뚝딱거리고 쿵쾅거리는 소리가 끝이질 않았어. 거기다 미친듯이 매미들이 울었지. 여자애와 오빠는 마침 여름방학이었고, 돈이 없으니 어디론가 갈수도 없었기에 집안에만 박혀있었어. 집밖에서 들려오는 소음으로 시끄러웠지만 어쩔수없었지. 그리고 어느날 여자애와 오빠는 크게 싸웠어. 너도 들어봐서 알고있을거야. 공사소음이 얼마나 사람을 날카롭게 만드는지. 오빠는 집을 박차고 거리로 나왔어, 사실 어딘가 갈곳은 없었을거야. 발길 닿는데로 그냥 걸어갔으니까. 집안에 홀로남은 여자애는 훌쩍이며 울다가 곧 대성통곡했어. 그들은 정말 별것도 아닌걸로 싸웠거든. 여자애는 그들 사이의 다툼을 후회했어. 하지만 벌어질 일은 벌어지는 법이잖아.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지. 그들은 가난했어. 여자애는 가난이 싫었어, 너무 가난해서 생일케이크 하나 사지못하는 환경이 저주스러웠어. 하지만 그걸 이유로 서로에게 욕설을 주고받을 필요는 없는거잖아? 여자애는 오빠와 싸우기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지. 하지만 교회 헌금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가난뱅이들을 누가 구원해주겠어? 그런데, 짠! 네가 나타난거야!"
그가 힘차게 박수를 치곤 양팔을 벌려서 나를 가르켰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있다가 천둥같은 박수소리를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내 머리는 미동도 하지않았다.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스멀스멀 스며나왓다. 이자는 미쳤다. 이 미치광이는 망상에 빠져서는 멀쩡한 사람을 데려와서 고문했다.
"바로 네가!!"
그는 또 다시 박수를 치곤 흐느끼듯 웃었다.
그리고 도저히 환희를 참을수 없는듯 피투성이 펜치를 지휘봉처럼 휘저었다.
"여자애는 현관문이 잠겨있지 않다는걸 몰랐어. 오빠는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라서 집문을 그냥 열어두고 나온걸 몰랐지. 그날은 두 사람 다 그럴 정신이 없었어. 세상은 시끄러웠고, 그들의 마음은 어지러웠거든. 그런데 네가 나타난거야! 네가 나타난 덕분에 그들의 삶은 단순 명료해졌어. 술에 떡이 된 네가 여자애를 깔아뭉게고 강간하면서 말했어.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여자애가 빌었지. 제발 그만둬달라고. 살려달라고. 네가 말했어. 오늘은 즐거운 날이라고, 너도 즐거워 하라고. 그날은 무슨일이 있어도 즐거워해야 하는날이었어. 네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난 몰라. 그런데 넌 그날 아주 즐거웠어. 술을 너무 과하게 마셨고, 현관문이 열려있었고, 여자애가 있었고, 그 동네는 아주 시끄럽기 때문에 여자애의 비명소리같은건 쉽게 묻혔지. 몇시간이나 여자애를 강간했어? 여자애는 하루종일이라고 했어. 어쩌면 이틀, 어쩌면 일주일. 그 시간만큼 너는 즐거웠어. 그런데 모든짓을 다 끝내고 여자애의 몸을 엉망진창으로 만든걸 알았을때 너는 아차했을거야. 즐거운 날을 망치면 안되니까. 그래서 너는 가스렌지의 불을 켜놨어. 여자애의 오빠가 모아둔 폐지를 싱크대에 쌓아놨지, 쉽게 쓰러지도록. 그리고 떠났어. 참 유감이야, 그 여자애의 오빠가 조금이라도 빨리 왔으면 네 좋은 하루를 씹창내줬을텐데.
오빠는 너무 늦게 돌아왔어. 하지만 집안에 여자애가 있다는걸 알았으니 포기할순 없었어. 오빠는 불타는 집안으로 뛰어들어갔어. 세상에 단 둘밖에 안남은 혈육이잖아. 하지만, 어찌나 끔찍하게 뜨겁던지 숨쉴때마다 목구멍과 폐가 까맣게 타들어가는 기분이었지. 기분탓이 아니었을테지만. 아무튼 오빠는 집안으로 들어갔어. 머리카락에 불이 붙었고, 얼굴이 녹아내렸어. 작은방에 누워있던 여자애도 똑같았어. 그냥 죽는게 나을것같다고, 차라리 죽고싶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오빠가 방안으로 들어왔어. 불타는 문을열고 불타는 방안으로 들어와서 불타는 여자애를 두손으로 일으켜서 제 몸으로 보호하며 집밖으로 나왔지. 집이 불타면서 나온 까만 연기에 그 지역의 모든 소방대가 왔을거야. 그들은 구급대원에게 발견됬고 병원에 실려갔어. 두 사람 다 심각한 화상으로 살아남기 힘든 상태였지. 하지만 살았어."
그가, 아니. 그녀일까? 모르겠다. 화상으로 짓무른 얼굴이 좌우로 찢어졌다. 뭉툭하게 흘러내린 코 아래로 까만입이 히죽 미소지었다.그 미소를 보고나서야 깨달았다. 아니다. 그럴리가 없다. 그날은 아닐것이다. 내가 아니야. 그 애가 살아있을리가 없어.
"그래!네가 나타났어!! 살아 남아야 할 그 이유를 네가 만들어 준거야! 알겠어? 네가 우리 삶의 목표가 된거라고!!"
그가 들뜬 동작으로 내려놓은 케이크에 다시 초를 꼽고는 불을 붙였다. 일렁이는 촛불너머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오느을은 즐거우운 날이지이."
그가 반짝거리는 까만 눈구멍으로 촛불과 나를 번갈아가며 본다. 기대감 어린, 어린아이같은 맑은 눈.
"자, 후 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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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이럴 가치가 있었어?]
그녀가 물었다.
[15시간을 비행하고, 다시 2시간을 기다리고. 그리고 이제야 얼굴을 봤는데 나는 5분도 안되서 직장으로 돌아가야 하잖아.]
나는 8시간째 깨어있었다.
그녀가 말한것만큼 시간적 희생을 치루지 않았었다.
그러나 그녀가 죄책감 어린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몇시간이 되었든지간에 자신으로 인해 시간을 허비한것이라고.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느냐고.
[물론이지.]
백만번의 밤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이 5분을 위한 8시간이었다. 그러니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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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데요."
"누가 그래요?"
"풍문으로 들었죠."
"아니, 대체 언제적 루머를...."
"이게 루머였어요?"
"완전 헛소리죠."
"아.....그럼 물에게 예쁜말을 하면 물 결정이 예뻐진다는 이야기는요?"
"농담이죠?"
"이거 교보문고에 책도 있던데요. 물은 답을."
"물이 어떻게 답을 알아요. 뇌도 없고 세포도 없고 척추도 없고 그냥 물 분잔데."
"그럼 어떻게 된거에요?"
"뭐가요."
"예뻐지는 물 결정이요."
"돈 벌려는 조작질인가보죠. 우연의 일치거나. 망상이거나. 작가가 미친거거나."
"그렇구나...."
"아니, 대체 나는 왜 부른거에요?"
"네?"
"이런 얘기 하려고 부른거에요?"
"그건 아니고요...."
"아니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
"........반성하는 표정 그만 짓고 내말이나 들어봐요."
"네!!"
"반성의 자세가 불량하군요."
"네에에....."
"흠, 봐요...우리 둘다 바쁜사람이죠?"
"전 괜찮아요! 언제든지 시간낼 수 있어요!"
"제발요. 당신네 부서가 일주일째 회사에서 밤샌다는 소식은 회사사람들이 다 알고있거든요?"
"네에에...."
"그리고 난 프로그래머에요, 바쁜사람이라 이겁니다. 프리랜서는 6시 땡치면 퇴근하는데 나같이 회사에 묶인 정직원은 아주 그냥 노예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
".....왜 그런눈으로 보는거에요? 동정은 필요없어요."
"아니...전 그게아니고..."
"아무튼, 피차 바쁜사람들끼리 금쪽같은 점심시간에 단둘이 나와서 공원에 앉아있을 필요가 있냐- 이겁니다."
"어어...."
"나는 홈페이지 수정건으로 상의할게 있어서 날 부른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보니 그것도 아닌것같고. 대체 뭐에요?"
"지금은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지 않나요..?"
"솔직히 말해도 되요?"
"네."
"지금 세사람이 해야할 일을 두사람이 하고있어서 죽을것같아요. 그런데 인사과 친구가 넌지시 말해준걸 들어보니까 본사에서는 이번에 아예 한사람을 다른 파트로 보낸다고 하더라구요??완전 미친거 아닌가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안나오고 베기겠냐고요!!이래놓고 뭐? 실직률이 너무 높아? 취업이 안돼? 이놈의 나라는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문제에요! 많은 중소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서 좋은 회사가 살아남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이놈의 반도는 소수의 대기업들만 살아남아서는-!"
"...??"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이러려던게 아니고..."
"어?아뇨아뇨 재밌었어요!"
"예?"
"그냥 말씀하시는거 계속 듣고싶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거 재밌어요."
"나 혼자 떠든건데요?"
"전 말주변이 없고, 듣는걸 더 잘해요."
"....어...그래요..?"
"네..."
"....그럼 뭔가...다른 이야기 할까요?뭐 할만한 얘기 없어요?"
"저,저요??"
"?네."
".....어...음...아무리 많은 9를 써도 0.999는 1이될수 없다는거 알고있나요?"
".....그건 또 어디서 튀어나온..."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