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해
막연했다.
무언가 있긴 있는데 정말 희미하던 막연함.
막연했기에 어려웠다.
내가 배를 타고 가고있는 이 상황은 항해라고 불릴 수 없다.
나는 항해를 하고 싶었고, 외로웠다.
그래서 기도했다.
언젠가는
괴로웠던 햇빛이,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이
나를 도와주리라는 것을 스스로 갈구했다.
기도가 공기에 스몄는지
햇빛은 부드러워졌고
바람은 배를 강하게 막연함이 있는 그 곳으로 이끌었다.
막연함은 선명해졌고 해답이 보였다.
이게 항해를 한다는 것을 그 때에 깨달은 듯 싶다.
억압 속 자유를 찾은 듯한 그 기쁨에
나를 도와준
햇빛과
바람과
그 모든 것을 포함한 '바다'라는
공간 자체를 사랑하며,
내가 사랑하는 공간을 '항해'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