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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달

회색 빛깔 저녁 하늘에

홀로 있는 달이 떴다

홀로 있는 달은

외로운 달

지긋지긋한 외로움에

창백해진 외로운 달


검은 빛깔 밤중 하늘에

홀로 있는 달이 떴다

홀로 있는 달은

외로운 달

친구들을 모두 잃고

홀로 남은 외로운 달


달은 홀로 잠에 들고

달은 홀로 꿈을 꾼다

홀로 꿈꾸며 밝게 웃는 달

달은 꿈 속에서 친구들이라도 만나는지

잠꼬대로 천진난만 웃음 짓는다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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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좋은 빛깔의 하늘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교 다닐적에, 소주를 두어병 먹은 상태로, 허름한 과잠을 걸치고 대학가를 배회하는것. 
그렇게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어떻게 그런 것에도 감동을 받았었는지,  스스로는 목석이라 생각했지만, 지금보니 나는 감수성 짙은 젊은이였구나 싶다.
나는 지금 비슷한 하늘을 보고 있지만, 사람이 변한건지 하늘이 변한건지. 
아직은 감흥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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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나의 마음이 파아랄때에는 행복했지만
그에 심취해 어느덧 까만 심해와도 같은, 푸른 빛깔은전혀 남아있지 않은 내가 되었을 때 너의 떠남을 타이르기엔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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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

"좋아."
번개 맞은 것처럼 고개가 들렸다. 어벙벙한 눈으로 친구를 쳐다보았다.
 "이거."
 날 보면서 꽃병 속 꽃을 가리켰다. 생기없이 쭉 뻗은 줄기 끝에 불량식품 같은 빛깔의 꽃잎. 가짜 꽃이였다. 뻣뻣하게 굳은 머리가 삐걱거렸다.
 "이 꽃 조화라구~"
 내 눈동자가 바들댔는지 친구는 부연설명을 해줬다. 아 그런 말이였구나. 난 또 혼자 착각했네. 체셔캣처럼 능글맞게 웃는 친구 얼굴을 보니 정말 혼자 착각한건지 착각하게 만든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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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꽃은 초록색이었다. 잿빛 하늘로 날아오르는 초록 불꽃은 보라색 이파리만큼이나 새로웠다. 정자에 앉아 그 풍경을 바라보던 수우는 홍차가 먹고싶다거나 케이크가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상함을 눈치챈 것은 수우보다 늦게 깨어난 네모의 말이 있어서였다.
 "뭔가 이상하지않아?"
 별 것 아닌 서두였지만, 수우는 그제야 주변을 직시할 수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던 주변의 빛깔이 어딘가 비틀어진 듯한 것을 뒤늦게 알아챈 것이다. 경계어린 네모가 잠이 덜깬 것이 아닌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수우는 앉은채로 팔만 뻗어 바깥의 이파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네모는 한 웅큼 보랏빛 잡초를 뜯어낸 수우가 어린아이라도 된 마냥 주먹을 곧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것을 겨우 막아냈다.
 "뭐해, 미쳤어?"
 "아니 뭐, 배도 고프고… 포도맛일 것 같잖아, 안그래?"
 "전혀 안그래, 바보야. 그리고 설령 포도맛이 난다고 해도, 바닥에 자라있던 거잖아. 그걸 뜯어다가 바로 입으로 가져가는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냐?"
 "아마도… 여기?"
 낭창하게 뻗어진 수우의 손가락은 수우의 가슴팍에 맞닿아있었다. 그 맹한 표정을 보며 속이 터지는 건 네모였다.
 "아, 맙소사… 친구야, 지금 너랑 나 밖에 없잖아. 우리 둘 밖에 없는데도 꼭 이래야겠어?"
여기까지만쓰고 나중에 수정해봐야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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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우물에 빠지면 새하얀 구름이 나를 반기며 하늘 아래로 떨어진다.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었고 바닥 저멀리 보이는 노란빛 잔디에 검은 토끼 한 마리가 잠을 자고 있다.
몸은 풍선처럼 두둥실 떠오르는 듯 아주 천천히 떨어지고 있고, 그 느낌은 포근한 쇼파에 누워있는 것만 같아 스르르 잠이 들어온다.
그러나 다시 잠들 수는 없기에 나는 저 멀리 보이는 동산을 바라본다.
낙타 등처럼 볼록한 동산 위에 보이는 거대한 사과 나무는 붉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사과는 아직 초록 빛깔을 띈다.
나는 바람처럼 흐릿한 요정들에게 둘러쌓여 나를 동산으로 데려간다.
동산에 내려온 나는 그대로 그늘진 자리에 누워 속삭이는 바람소리를 들어본다.
자장가처럼 간지럽게 들어와 기분이 좋아지며 미소가 지어진다.
이제는 눈이 뜨여도 좋아. 이번엔 행복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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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도라꽃

로도라 꽃
: 에머슨
5월, 바닷바람이 불어올 때
숲에서 갓 피어난 로도라 꽃을 보았나니
습지의 한구석에서 그 잎 없는 꽃을 무수히 피워
들판과 천천히 흐르는 강물에 기쁨을 주고 있다
웅덩이에 떨어진 보랏빛 꽃잎은
그 예쁜 빛깔로 시커먼 물을 환하게 하였다
여기서는 붉은 새가 한숨 쉬러 와서는
새의 차림을 무색케 하는 그 꽃을 사랑하리라
  로도라 꽃이여
혹 세상의 현자들이 내게
왜 그런 아름다움을 땅과 하늘에 낭비하는가 물으면
이렇게 말하라. 만일 눈이 보라고 만들어졌다면
아름다움은 그것 자체가 존재의 이유라고
왜 여기에 피었느냐, 오오 장미의 경쟁자여
나는 그 질문을 할 생각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다
다만 단순히 이렇게 생각한다
여기에 나를 생기게 만든 힘이 너를 생겨나게 했을 것이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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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안의 과거의 삶


작년까지만해도 나는 학원에 갔다.
4시 20분에 학원에 도착해서 6시에 집에 갔었다.
수업 1개가 40분 수업이었다.
나는 그게 반복이었다.
시험 기간이면 주말에도 계속 나왔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좋았다. 조금 힘들었던 
감이 있지만.
겨울이었다..
5시 40분 넘어갈 때 즈음
난 늘 창 밖을 봤다.
우리 동네가 시골인 것도 있겠지만 우리 학원 앞의
하늘은 노을이 정말 잘 보였다.
너무 예쁜 노을이었다.
계속 보기엔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만화에 나온것 처럼 해 주변은 붉은 빛이고 그 위로 주황색 노란색 푸른색 남색 어두운 보랏빛도.
눈이 부신 노을빛을 보고 나는 여러 생각을 했었다.
그 노을을 보는 시간 만큼은 수업도 뭣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들어올 수 없었다.
과거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면 즉슨
그 노을을 보는 모습만이 내겐 유일했다.
/
창 안에서 갇혀있는 나를 보는 노을아.
네가 보기에 나는 우습겠구나.
너는 그 넓은 하늘에 주인인 마냥 떠 있지만
나는 이 자리에 찰떡같이 붙어 움직일 수 없구나.
하지만 노을 너도.
시간이 되면 지듯이 반복되는 삶을 살고 있구나.
네가 다채로운 빛깔을 내게 보여주며 달래주듯
나도 너를 보며 우리의 자유가 어서 오길 기도할게.
학원 끊어서 노을 너를 많이 못 봤는데.
노력해볼게. 학교에서 널 바라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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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칼립투스

'코알라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어요.'
나지막히 이야기 해본다, 유칼립투스.
조금 더 소리내어 읽어 본다, 유칼립투스.
유칼립투스.
그 이름에서 향기로운 내음이 난다.
여러 잎들이 무성하게 혀를 내밀고
코알라의 혀와 섞이기를 기다리는 순간의 빛깔, 그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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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

푸르른.
새벽의 공기가 그의 뺨 언저리를 스쳤다.
시리지만 따스한,
꼭 그녀의 마지막 숨결과도 같다고.
그는 무례하게도 떠올렸다.
웃음과 슬픔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결국은 같은 연속선상에 두둥실 떠있는 감정은 아닐까.
파도가 밀려오면 서로 섞여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우리네들의 얼굴로 슬쩍 올라 앉아, 
참 좋은 분이었지.
암, 좋은데 가셨을꺼야.
역겨운 자위를 하게 만드는 이 푸르른 새벽의 빛깔.
글쎄 꼭 아름답기만은 하지않아서
결국 새하얀 담배연기로 슬쩍 덮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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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걸었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핸드폰 액정만 뚫어지게 보고있던 나의 눈 앞에,
분홍 꽃잎이 하나 떨어졌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눈 앞에는 바람으로 인해 만들어진 꽃잎들의 축제가 열리고있었다.
아름다웠다.
분홍빛깔의 꽃잎들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나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분홍색의 자그마한 
꽃잎들이 날아다니는 거리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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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

어두운 카페 안에서 쓰는 글은 탄 원두처럼 텁텁했다. 못해 먹겠다. Y가 한숨처럼 내뱉은 불평도 그런 빛깔을 띠고 있을 게 분명했다.

-음… 뭐 전체적으로 보자면 나쁘지는 않아요. 그런데 솔직히,

나는 약 두 시간 전에 들었던 목소리를 곱씹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총평. G는 내 원고를 읽더니 교수님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감평에 딱히 순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으나 그동안 교수님의 전체적인 평으로 시작해서, 그 뒤에 덧붙이거나 동의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던 분위기에 송곳 같은 등장이었다. 후배들은 눈치를 살폈고, 교수님은 이놈 봐라 하는 듯한 표정으로 G를 보았다.

-케케묵었어요. 깔아놓은 복선마다 진부해 빠졌고…. 이건 이제 너무 뻔해서 반전으로 쓰기에도 민망할 수준인데. 그냥 적당히 갖다 붙였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7페이지에서 주인공이 편지 받았을 때 결말 예상 못 한 사람 있어요? 이건 둘 중 하나죠. 독자를 멍청이로 알 거나… 작가가 멍청하거나.

원래대로라면 평을 받아적어야 한다. 그러나 점점 막 나가는 비난에 고개를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너 지금 뭐라고 했냐? 딱 그렇게 묻고 싶었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눈이 마주치자 G는 가늘게 웃었다.

-…쓰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아. 되감던 테이프가 거기까지 돌아가자 잠시 눈앞이 깜깜해졌다. 뒷목께가 뻐근할 만큼 열이 한꺼번에 몰렸다. Y는 길게 한숨을 쉬더니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났다. 

“야 나가자. 안 되는 거 억지로 붙들고 있어 봤자 답 안 나온다.”
“…….”
“가자고. 밥도 안 먹었잖아.”
“…혼자 가.”

기막히다는 듯한 헛웃음이 위에서 떨어졌다. Y는 답답했는지 뒷머리를 벅벅 긁다가 잔뜩 인상을 구기고 말했다. 

“…나 내일 학회 나갈 거다. G 그 또라이 또 마주치면 진짜 정신줄 놓고 팰 것 같아. …아, 진짜 안 가?”
“안 가.”
“후… 그래 잘 해봐라.”

Y는 홱 등을 돌려 성큼 카페를 빠져나갔다. 나는 원고에 시선을 박아넣은 채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속이 뒤집히도록 분했다. 행간 사이사이에 놈의 비웃음이 못처럼 박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