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이니까 진지한 얘기를 좀 해보겠다. 필자는 학생이자 여성이다. 평소 곤심이 많았던 페미니즘에 대하여 생각도 정리해 볼 겸 적어보려 한다.
대한민국 여자애들은 혐오에 무뎌져 있다. 평소에도 알고 있었지만 내 친구가 남자애에게 '강간해' 소리를 들은 것, 거기에 멈추지 않고 내 친구는 기분이 조금 나빴을 뿐 괜찮다고 한 것.
설령 기분이 나빴어도 그것을 표현하지 못 한 것. 본인이 괜찮다하니 내가 뭐라 할 수도 없었다. 억울하고 분통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내 친구만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내 또래 여자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었음 좋겠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던 많던, 혐오에 세뇌당하지 않기를 바란다.
친구들에게 자유발표를 하던 그런 기회가 있을 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김치녀', '된장녀'. 이런 소리는 어원을 반드시 알고 쓰라는 것이다. 난 여자가 여성혐오를 하는 것을 수없이 봤다. 여성이 여성을 혐오한다. 난 특정한 목적을 가지거나 단체에 가입돼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몰라서' 혐오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이 여성혐오인지 모르고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김치녀, 된장녀, 맘충, 개념녀 등등. 여성혐오적으로 여성을 지칭하는 말은 꽤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이전에 나는 김치녀라는 단어를 써본 적은 없지만 잘못된 단어라는 걸 몰랐고, 그 단어를 이용한 개그에 웃었다.
본인도 혐오를 하고, 여성들도 혐오를 하고, 남성들도 혐오를 한다.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이 다 옳은 것일 것 같은 선생도 혐오를 하고, 남존여비 같은 썩어빠진 생각에 사로잡힌 노인들과 기성세대도 혐오를 한다.
나도 혐오를 했고 지금도 은연중에 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캐치해서 바른 사상으로 인도해주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여성운동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판단해주고 내 가치관을 제대로 성립할 수 있는 것 말이다.
우리 담임은 사회를 가르치는데, 가르치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담임은 여성이다.)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 너무 어이없어서 거기서 한바탕 웃어버릴 뻔했다. 여성혐오인지 헷갈린다면 여성 대신 남성을 넣어보면 될 일이다. 그 가해자는 피해자가 여성이 아닌 성인 남성이었다면 과연 죽였을까? 대답은 NO다. 분명히 여성이라서 죽은 거다. 이런 사건들을 볼 때마다 '남자로 태어날 걸' 이런 생각이 가끔 든다. 내가 만약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았다면 남성이 행사하는 젠더권력에 나도 취해 잠재적 범죄자가 될 수 있었다. 내 또래 애들과 같이 김치녀를 아무렇지 않게 쓸 쑤 있었고 페미니스트를 보며 메갈이라 욕할 수도 있었다. (인권에 관심이 적은 여성이라면 다를 바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성이 더 페미니즘에 진입 장벽이 낮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꿇었던 무릎을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 우리는 아직 멀었다. 더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스트가 되어서 그들의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고 보호받고 인정받길 원한다.
페이스북 같은 SNS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성평등 수준이 보인다. 페미니즘 교육은 바라지도 않는다. 무엇이 여성혐오이며 강간하지 않는 법, 몰카 찍지 않는 법, 그리고 옷차림 지적하지 않는 법을 남자에게 가르쳐라.
단언컨대 여성은 가장 긴 시간동안 혐오를 당해왔던 단체일 것이다. 여성은 가장 가까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제일 소홀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