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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류와 월 : 첫만남(1)

 째깍, 째깍- 하면서 시계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서 울려퍼진다. 늙은 남자가 커다란 쇼파에 앉아서 조용히 독서를 즐기고 있다. 그 옆에 자리 잡고 있는 테이블은 늙은 남자가 언제든지 마실 수 있도록 어여쁜 붉은 장미가 그려진 찻잔이 올려져있다. 늙은 남자가 있는 방은 책으로 가득 도배가 되어있으며, 무언가 웅장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마치 그 늙은 남자에게 쉽게 접근하지 말라는 것처럼 말이다.


 끼익- 하면서 고급스럽지만 어딘가 낡은 소리를 내는 문이 열린다. 터벅터벅 하며 방 안으로 들어오는 작은 분홍색 운동화가 눈에 들어온다. 늙은 남자는 읽고 있던 책을 덮더니,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자신이 앉고 있었던 큰 쇼파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런 늙은 남자의 행동을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지켜보는 한 소녀가 있었다. 분홍색 양갈래 머리에 분홍색 눈동자, 나이는 대략적으로 열 세살인 것 같다. 그치만 그 나이에 맞지 않게 소녀는 과묵하고, 무표정을 가지고 있다.


 " 슬슬, 시간이 되었나보구나 "
 " 할아버지, 그 사이에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
 " 설마, 그럴리가? "


 오늘은 너에게 있어서 중요한 날이잖니? 라고 하면서 늙은 남자는 미소를 짓는다. 그 말에 더이상 소녀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터벅터벅 하며 이번에는 늙은 남자가 소녀를 향해서 걷더니, 소녀를 지나쳐 방 밖으로 나온다. 소녀는 늙은 남자가 미처 닫지 못한 그 방 문을 닫더니 뒤를 따라 걷기 시작한다.


 집 안 곳곳에 깔려있는 것은 붉은 카펫이었다. 늙은 남자의 뒤를 지키는 것처럼 소녀는 뒤에서 따라 걷는다. 낡은 집인 듯 하지만 웅장함을 가지고 있는 이 집은 마치 늙은 남자 그 자체를 설명하는 것 같다. 늙었지만, 여전히 귀품을 가지고 있고 여전히 위풍당당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커다란 갈색 문이 두사람을 반겨준다. 늙은 남자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문고리를 잡아서 돌려 그 문을 연다. 빛이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반기는 것은 어둠이었다. 그렇게 어두운 것은 아니었지만, 소녀는 그것을 어둡다고 느낀다.


 " 자, 너는 어떤 '운명'을 고를 것이냐? "


 마치 그것이 흥미로운 일이라는 것처럼 늙은 남자는 미소를 짓더니 소녀에게 묻는다. 소녀는 그런 늙은 남자를 쳐다보다가 한 발자국을 앞으로 내민다. 내딛 한 발자국으로 인해 망설임이 사라진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망설임은 없었던 것인지 소녀는 앞으로 나아가서 어둡다고 느낀 그 방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는 소녀가 앞서 걸어갔고, 소녀의 뒤를 늙은 남자가 뒤따른다. 스윽- 하며 작은 두 손을 앞으로 내민다. 그리고 망설임도 없이 소녀가 잡아서 들어올린 것은 자신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검은 낫이었다. 하지만 소녀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은 없다. 늙은 남자는 소녀의 선택에 살짝, 아주 살짝 미묘한 표정을 보이다가 웃어버린다. 그래, 너는 그 '운명'을 선택했구나.


 " 그러면 이제 서로 인사를 해야겠지? 이제부터 서로 '계약관계'이자, '파트너'이니깐 "


 늙은 남자의 말에 소녀는 검은 낫을 잡고 있던 자신의 두 손을 놓는다. 휘리릭-! 하면서 검은 낫이 허공에 세바퀴 정도 돌더니 그 모습이 낫에서 한 남자로 바뀐다. 훨친한 키에 하얀색 와이셔츠와 검은색 조끼를 입은 그 복장은 어째서인지 바텐더 혹은 집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으며, 검은태 안경과 뒷머리가 살짝 긴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였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그는 검은색이었다. 훨친한 키에 소녀는 고개를 최대한 위로 들어올려 그를 유심히 쳐다본다.


 " 엉? "


 마침내 그와 소녀가 서로 마주본다. 그와 소녀는 서로를 무표정으로 쳐다본다. 먼저 표정이 변하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소녀가 아니라 그 쪽이었다.


 " 날 들어올린게 꼬맹이 너냐? "
 " 응 "

 " ... 거기다가 여자애? "


 장난해?! 라고 하면서 버럭 화를 낸다. 다양한(?) 리액션을 보이는 그와 다르게 소녀는 그저 무표정으로 두 눈을 깜빡인다. 미간을 잔뜩 좁힌 채, 그의 시선이 뒤에서 이 상황을 여유롭게 구경하는 늙은 남자에게 향한다. 늙은 남자는 그저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순간 저 늙은이의 면상을 한대 쥐어박고 싶다고 생각한 그이지만, 그것을 억누른다. 어쨌뜬 자신을 들어올렸다는 것은 그만한 충분히 자격이 있다는 증거니깐.


 " 이름 "
 " 허? "
 " 이름, 알려줘 "
 " 이름을 알고 싶으면, 먼저 이름을 말하는게 예의다. 꼬맹아 "


 소녀의 말에 어이가 없는지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면서 말한다. 아무래도 심기가 불편한 모양이다. 그 말에 두어번 눈을 깜빡이던 소녀는 다시 입을 열어 이렇게 말한다.


 " 류월 "
 " 류월? 한자냐? "
 " 응, 흐를 류에 달 월 "
 " ... 너와 어울리지 않는데? "


 소녀의 이름에 그는 고개를 까딱하며 말한다. 아직 소녀라는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류월의 머리색과 눈동자 색이 그 이름과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해, 라고 하면서 류월은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자꾸만 말려드는 류월의 페이스에 다시 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그는 오른손으로 마른 세수를 한다. 어째서 이런 꽉 막힌 여자애가 자신을 들어올렸다는 말인가?


 " 이제 그쪽 이름 "
 " 없어 "
 " ... 없어? "
 " 그래, 없다. 왜? "


 마치 꼽냐라는 식으로 말하는 그의 말투에 류월의 무표정에 변화가 나타난다.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손으로 턱을 어루만진다. 애인데 하는 행동은 뭔가 어른 뺨치는 바람에 그는 그것이 달갑게 느껴지지 않는다. 늙은 남자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있었고, 지금의 이 상황이 재밌다는 듯 여전히 웃고 있다.


 " 그럼 이름을 줄게 "
 " 뭐? "
 " 네가 류, 내가 월. "


 그래서 둘이서 류월이야. 라고 하며 말하는 소녀의 표정은 어느새 무표정으로 돌아와있었다. 어이가 없는 그는 두 눈을 깜빡이며 소녀를 쳐다본다. 하아?! 라고 하면서 늦은(?) 리액션을 보여주더니, 늙은 남자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이렇게 말한다.


 " 대체 이 꼬맹이 뭔데?! "
 " 음, 류월... 아니 이제는 월이구나. 월이 좀 특이하기는 하지 "
 " 이건 특이한 것을 넘었다고?! "


 애가 애 같아야 애 아니야?! 라고 하면서 오히려 그가 언성을 높여 말한다. 늙은 남자는 그저 허허 하면서 웃을 뿐이었다. 저 늙은이도 한통속이야. 라고 하면서 속으로 그리 생각한 그는 낮게 으르렁거린다. 스윽- 하면서 그런 그에게 작은 손이 내밀어진다.


 " ...... "
 " 잘 부탁해, 류 "


 여전히 무표정으로 월은 그렇게 말한다. 류라는 이름을 받은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쉰다. 어차피 이제와서 무를 수는 없다. 아니, 만약 무를 수 있다고 해도 저 뒤에서 지켜보는 늙은이가 그걸 허락할리가 없다. 어차피 어린애다. 조만간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분명 스스로 그 입에서 계약파기라는 말을 꺼낼테니깐. 지금은, 이 순간만큼은 이 손을 잡아주자.


 스윽- 하며 류는 오른손을 내밀더니, 작은 월의 손을 잡아준다. 그것을 보고 늙은 남자는 박수를 쳐준다. 경사스러운 날이구나, 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어째서인지 늙은 남자의 말이 심히 거슬리는 류였고,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류의 손을 보고...


 처음으로 미소를 짓는 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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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즈4 어플리케이션 이름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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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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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또 다른 이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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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류와 월 : 첫만남(2)

 늙은 남자는 월에게 선물로 검은색 가방을 내민다.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는 적당한 크기의 가방을 월은 두 손으로 공손히 받는다. 어째서 검은색인가? 라는 의문도 가지기 전에 늙은 남자가 미소를 짓더니 이렇게 말한다.
 " 파트너에게 맞춰야하지 않겠니? "
 그 말에 절로 월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류에게 향한다. 류는 그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월을 쳐다본다. 어린애인 월에게 그 질문은 쉽게 납득을 할 수가 있었다. 월은 감사합니다. 라고 하면서 그 검은색 가방을 옆으로 멘다. 아직 고맙다고 하기에는 이르단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벚꽃 모양의 귀걸이를 내민다. 가방과 똑같이 검은색이고, 다른 것이 있다면 귀걸이 중앙에 분홍색 작은 보석이 박혀있다는 점이다. 월은 갸웃을 하더니 늙은 남자를 올려다본다. 늙은 남자는 미소를 인자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 이걸 차고 있으면, 밖에서도 네 힘을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을거다. "
 그 말의 의미를 안다는 듯 월은 그 귀걸이를 빤히 쳐다본다. 허리를 꾸벅하면서 월은 늙은 남자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다시 인사를 한다. 늙은 남자는 그저 웃으며 월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 그리고 이건 여행에 필요한 돈이란다. "
 " 꽤 많네요. "
 " ... 이렇게 줘도 괜찮은거야? "
 " 이 늙은이가 남은건 돈 밖에 더 있을까? "
 늙은 남자가 건네주는 돈 주머니를 월은 받는다. 류가 월의 옆에서 돈의 액수를 확인하더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늙은 남자에게 묻는다. 늙은 남자는 오히려 되받아치며 묻고, 류는 그저 입을 꾹 다문다. 자, 그러면 모든 준비가 다 되었으니 출발해볼까? 라고 하며 늙은 남자가 이야기의 문을 열려고 한다. 그 말에 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늙은 남자 뒤에 있는 문을 가르키며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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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 그것도 좋지만, 이렇게 나갈거란다. "
 짝- 하면서 늙은 남자가 박수를 친다. 하? 라고 하면서 류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짓고, 월은 고개를 갸웃한다. 쎄한 느낌을 받은 류가 시선을 월에게 향한다. 월의 발 밑에 구멍이 생기는 것을 보더니 황급히 손을 뻗으며 월을 부른다.
 " 어이, 꼬맹이! "
 " 잘 다녀오거라 "
 류, 그리고 월. 타악-! 그 짧은 순간에 류는 월의 팔을 잡는다. 그리고 한순간에 슈웅- 하면서 두사람이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전혀 웃긴 상황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늙은 남자는 여전히 웃고 있다. 그러다가 두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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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러면 어디 한번 지켜볼까?
 슈우우웅-! 한순간에 화면이 전환되면서 보이는 것은 높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자신과 월이었다. 월은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 영감탱이를 그냥! 속으로 그렇게 늙은 남자에 대해서 욕을 하던 류는 엄청난 풍압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한손을 뻗더니 월을 자신의 품에 안는다. 갑작스러운 안김에 월은 꼬옥 감고 있던 두 눈을 살며시 뜬다. 자신을 안고 있는 류의 얼굴을 쳐다본다.
 " 그 영감탱이! 다음에 만나면 한 방 먹여줄테다-!! "
 라고 악에 박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부웅- 하면서 두사람의 몸이 떠오른다. 응? 더이상 느껴지지 않는 풍압에 월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본다.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까보다 엄청난 속도가 아닌 천천히 지면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이윽고 류의 두 발이 지면에 안착한다. 월은 두 눈을 깜빡이더니 다시 류를 쳐다본다.
 " 능력? "
 " 그래 "
 류는 월을 지면에 내려준다. 주변을 둘러보니 숲이다. 그 사실에 류는 이마에 사거리 마크를 단다. 하필 보낸다는 것이 숲이라니, 더군다나 늙은 남자가 있는 그 성은 여기서 보이지가 않는다. 아주 비밀이 가득하구먼. 이라고 하면서 류가 중얼거린다. 월은 검은 가방을 열더니 종이 한 장을 발견한다. 고개를 갸웃하고 그것을 꺼내서 펼쳐본다.
 " 류 "
 " 왜? "
 " 이거 지도야 "
 " 하? "
 월의 말에 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월은 류가 볼 수 있게 두 손을 높이들어 그 지도를 보여준다. 그것을 보니 오히려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것을 느낀 류가 난 안봐. 라고 하면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럼, 내가 보고 알려줄게. 라고 하면서 오히려 태연하게 월은 그렇게 말하더니 지도를 본다.
 " 너, 지도는 볼 줄 알ㄱ... "
 " 여기서 좀만 더 가면 마을이야. "
 " ... 너 애 맞냐? "
 " 설마 류, 지도 볼 줄 몰라? "
 " 야, 장난하냐? "
 " 그럼 그런 질문을 왜 해? "
 " ... 아니다. 됐다. "
 도저히 월의 말빨을(?) 이길 자신이 없는 류였다. 그저 작게 한숨을 내쉰다. 그럼, 마을이나 가자. 라고 하면서 류가 먼저 입을 열어 말한다. 응, 이쪽- 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던 월은 검지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킨다. 류가 먼저 걸음을 옮기고, 뒤를 따라서 월이 걷는다.
 " 물어볼게 있어 "
 " 뭔데 "
 " 류의 능력은 뭐야? "
 " 이름은 진짜 그렇게 부를 생각이냐? "
 " 그치만 딱히 떠오르는 이름도 없잖아? "
 " ...... "
 틀린 말이 결코 아니기에 류는 반박을 할 수가 없다. 그저 미간을 좁히다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입을 열어 월이 물어본 질문에 대답을 한다.
 " 자연을 다룰 수 있지 "
 " 물, 불, 바람... 이런거? "
 " 너도 알다시피 '무기'는 유별나지 않는 이상은 하나의 능력 밖에 타고 나지 않아. "
 " 응, 그건 알아 "
 " 하지만 나는 유별난 놈이라서 하나의 능력이 아니라 여러개를 가지고 있지. 네가 말하는 그 세개를 포함해서도 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거지 "
 " 류는 유별난 놈이구나. "
 " 너 진짜... 아니 됐다. 좀 덧붙여서 말하자면, 네가 내 능력을 어찌 쓰느냐에 따라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재앙도 될 수가 있지. "
 " ... 그건 명심할게 "
 " 근데 애초에 네가 날 다룰 수는 있냐? "
 잘 가던 걸음을 우뚝 멈추더니 류는 몸을 반쯤 돌려서 월에게 물어본다. 다룰 수 있으니깐, 뽑힌게 아닐까? 라고 하면서 월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려 묻는다. 하긴 그 말도 틀린 것이 아니다. '계약자'마다 그 그릇은 다른다. 아무리 자신이 가지고 싶은 무기라고 해도 자신의 그릇이 작으면 결코 들어올릴 수가 없다. 그렇다는 말은 즉...
 ' 이 꼬맹이의 그릇은 얼마나 크다는 거지? '
 13살 정도로 보이는 소녀가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 아닌 어마어마한 개수의 능력을 가진 자신을 들어올렸다. 그것도 망설임이 없이, 한치의 끊김도 없이 말이다. 그러고보니 아까 그 늙은 남자가 이렇게 말했었다. 차고 있는 저 귀걸이를 가지고 있으면, 어느정도 힘이 제어가 될 것이라고- 말이다.
 ' 그렇다고... '
 설마 자신을 능가하는 힘을 가졌다는 건가?
 " 류 "
 " 어엉? "
 " 마을이 보여 "
 저기에, 라고 하면서 손가락으로 조금만 더 가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에 마을이 위치해있다. 마을을 자신의 두 눈으로 보더니 그제서야 아까보다 얼굴이 펴진다. 그리고 그것을 월은 단번에 알아챈다. 일단은 마을로 가서 정비를 해야겠지. 속으로 그리 생각한 월은 아까 늙은 남자에게 받은 돈 주머니를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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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보석 2화

아...글쓰는거 완전 힘들다 ..처음 써보고 알았다...헬게이트로
들어왔다는 걸...
....그러니까..일단 저 할아버지랑 여자애는 정상이 아닌것
같아...랄까 가게도 정상이 아니잖아!!!
정말...여기선 어떻게 행동해야...
"음...그러니까 그쪽은 절 아시는 건가요?"
무거운 침묵을 깨고 남자가 말했다.
"그래. 젊은이는 우리를 모르겠지만 말이야..."
할아버지가 미소를 띄며 말했다.
도대체 저 세사람은 뭔데 우리 가게에서 이러는건데!!!
무엇보다 사에랑 같이 도망가는게...
그렇게 생각하고 사에를 봤지만 사에는 흥미진진한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곧 내 쪽으로 다가와..작은 목소리로..
"이거 영화이려나~?"
콰광!!!
..하하하...즐기는거냐...사에 너란 녀석은 정말 겁이 없구나!!!
"무슨 소리야?! 우리 되게 위험한거라고!"
할아버지와 손녀는 금방이라도 저 남자를 죽일것 같은 
살기를 띄고 있었다...
저 남자는 도대체 무슨생각일까...
                                          :
                                          :
아 최악...누군지도 모르는 할아버지와 여자애가 날 죽일 
기세로 보고 있다.
어렴풋이 악마의 기척이 난다...이 두사람..악마로군...
그렇다면 보석을 노리는 건가...
날 죽이고 보석을 손에 넣을셈이야...
"저...일단 바쁘니까 나중에..."
"크큭큭...걱정하지말게 순식간에 끝날 테니까!!!!"
그리곤 곧장 노인 악마가 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새빨간 뿔에 중간 크기정도 되는 날개..이정도면 이길 수
있을지도...문제는 저 꼬맹인가..
"저기요!! 경찰 부르기 전에 얼른 나가주세요!"
긴머리의 여성이 말했다.
다리를 떠는 걸 보니...분명 이 상황이 무서운거다..
인간에 영향을 끼치면 안 돼...
순간 노인 악마가 여성을 향해 돌진했다!
파앗!
빨리 달린 영향으로 모자가 벗겨졌다.
젠장..어차피 들킨거..싸워 상대해볼까...조금 스쳤지만..
아프진 않으니까..
"얼른 안쪽에 숨으세요!"
내가 소리치자 여성은 황급히 또 다른 여자를 데리고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좋아...어이 영감!상대해주지!"
"크하핫! 그래!덤벼라!!!"
                                    :
                                    :
이게 무슨...저 남자...뿔이 달려 있었어...이러다가..죽는거
아냐?
"레이나?"
사에가 조금 걱정스러운 얼굴로 쳐다보고있었다.
"괜찮은거야? 혹시 아까.."
"괜찮아.그때 그 남자가 막아줘서...우리 왜 이렇게 됬지..
 그보다 아까 그 뿔..."
"악마일까나?"
사에가 다시 평소의 분위기로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웃을 수 있는거냐고...
밖은 아직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하다..피튀는 소리는 아닌것같은데....
"그러고보니 아까 저 남자가 검은색 보석에 대해 말하려던것
 같은데...
'저기,좀 크고 새카만 보석...'
분명 이렇게 말했어..."
"그럼 저 악마가 주인인가?"
악마가 주인? 나 뭔가 엄청난걸 주운것 같다...
그래!혹시 지금이라도 보석을 돌려주면 돌아갈지도 몰라..
난 바로 가방에서 보석을 꺼냈다.
근데...누구에게 줘야되지..할아버지? 남자?...
몰라!!! 내 알바아니... 그래도 도움 받은게 있는데...
어쩌지..
                                   :
                                   :
타닷..
후우..오랜만이네 이런 싸움..
이 악마는 별거 아닌데..저 꼬맹이는 아까부터 기분나쁘게 웃고만 있다...
"저기, 꼬마아가씨.할아버지 지쳐서 쓰러졌는데.꼬마아가씨가 데리고 돌아가줄래?"
"풋~"
웃어...?! 뭐야..이녀석 심상치않은데...
"어차피 내 할아범도 아니고 그저 쓰레기일 뿐이야.이제
 나랑 놀아주는거지?오~빠~♥"
우으...소름끼쳐...맛이간건가..이런 부류는 전문이 아니라고...
"새빨간 비를 맞으며 놀아봅시다~"
소녀가 말하는 순간 빨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윽...몸이.."
점점 체력을 뺏기고 있어..
"젠장.."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순 없어...
"칠흑의 어둠속으로 흡수되어라."
내 마법으로 인해 비는 그쳤지만 체력을 많이 뺏겼다..
"후훗.이제 시작이라고 !"
소녀는 커다란 칼을 꺼내들더니 나에게 일격을 가했다.
챙!!
후우..위험해라..간신히 피했다..
그뒤로도 빠르게 연속공격을 가했다.
이렇게 피하고만 있으면 언젠가 맞는다..
젠장..........이럴줄 알았지?
"뭐야.재미없게..얼른 공격해보라고!!"
또 한번의 공격을 피하고 난 날아올랐다.
"아쉽지만 아직 넌 더 경험을 쌓아야겠군."
"뭐얏!!"
내가 피하는척하며 만들어두었던 결계에 소녀가 걸렸다.
"어린애 상대로 피보고 싶진 않아서 별로 아프진 않을거야."
내 주위로 날카로운 물체가 뜨기 시작했다.
"크으..설마 공격할 마음조차 없었던건가..."
"그래.내 주공격은 이 물체니까 말이야~"
소녀는 한숨을 쉬더니 보석을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소녀가 돌아간후. 난 안쪽에서 떨고 있을 인간에게 뭐라 설명
하면 좋을지 생각하기로 했다.
"저기..."
                          :
                          :
....아 왜 이렇게 됬지..
눈앞의 가게는 원래대로 돌아와있었다.
"그...보석이 왜 당신머리에..."
"저도 알고싶습니다만..."
지금으로부터 몇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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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보석을 바라본 순간 내 머리에 붙어 버렸다..
"뭐야!이거 안 떼져!"
"레이나.좀 참아."
사에가 힘껏 잡아당겼지만 떼어지지가 않았다..
"이거 망했네..."
그래서 결국 이 상태로 나온것이다.
"갑자기 빛나더니 떼어지지가 않아서...떼어주세요.."
"......."
                                       :
                                       :
침착하자.이런일은 없었는데..머리에 붙다니...
여성은 두려운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근데..."
"?"
"진짜 악마에요?"
"아...네..."
딱히 둘러댈수도 없었다.왜냐하면...
"저기 혹시 이름이..."
"왜..왜요?"
"그냥 물어보는 거랍니다~"
"레이나요.."
"레이나씨.죄송하지만 여기서 그걸 떼는건 불가능합니다..시간도 걸릴것 같고..."
"...엣?"
"어디서 부터 설명해야할지...우선....정말 미안합니다!!!"
                                                    :
                                                    :
이게 무슨 상황이야...악마에게 사과 받다니...머릿속이 복잡하다...정리가 안되..
"저...일단 오늘 일에 대해 설명해 주실래요?"
나와 악마는 자리에 앉았다.
 "그 보석에는 강력한 마력이 담겨있습니다.그래서 악마들이
 노리고 온겁니다.절 죽이고 보석을 얻기위해서.."
"그럼...이 보석을 어떻게 해야 하죠?"
"아무래도 원더랜드에 가야겠습니다."
"원더랜드?"
"악마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요."
하...하...이게 뭔일이래냐...첫 출근을 했더니 악마를 만나
이젠 악마들의 소굴로 가자고?...이거 꿈 아니지?
난 볼을 꼬집어 보았다..아프다...
"왜 갑자기 볼을..."
아니...이거 너무 급전개라고...이럴순없어..근데...꿈이 아니잖아!!!내가 무슨 만화 주인공도 아니고!
"놀라신건 알겠지만 시간이 없어요.또 언제 습격당할지.."
믿고싶진 않지만 사실이다..아까처럼 또 쳐들어오면...사에
에게도 민폐고...이 사람..아니 이 악마분도 당황하셨을텐데..
침착하자 레이나.
"저...그럼 지금 바로 가야하나요?"
"네.상황이 이렇다보니 원더랜드로 가는게 더 안전할거에요."
우다당탕!!
뭐지? 또 악마가?
"우우..아파라..."
"사에?"
"네가 하도 안와서 못참고 나오다가 넘어져버렸어..데헷♥"
그럼그렇지...
"저기저기,악마씨!!날개 만져봐도 돼?
"........하..하...아뇨."
악마도 느낀건가 사에가 위험하다는걸..하하..웃을때가 아니지!당장 원더랜드로 간다는데..
"하지만 저 여기서 원더랜드로 가면 실종됐다고 신고가 들어
 올거같은데.."
"그건.."
"괜찮아,레이나.거기서 한달동안 있어도 이쪽에선 5분 밖에 
 지나지 않으니까."
대답을 한건 예상외로 사에 였다.
"당신..그걸 어떻게..."
악마가 의심의 눈초리로 사에를 살펴보았다.
"만화에선 다 이러던데?"
"만화...그런.."
벌떡!!
악마가 일어섰다.
"레이나!어서 가야해요!악마들이 오고 있어요."
내가 말도 하기전에 악마는 포탈같은걸 열었다.
"우왁!!"
그리고 밀쳐졌다.
그 뒤로 악마도 들어왔다.근데 뒤에 뭔가가...
"사에?!"
"어느틈에.."
잠시후 나는 제발 무사히 도착하게 해달라고 빌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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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탣X탷]
세자에서 왕이 되는 탷과 호위무사 탣이 보고 싶어 쓰는 고전물
시대는 중요하지 않지 일단 주종 관계의 소녀와 탣옹이가 보고 싶은 거니까.
W. 命月

<전지적 작가시점/무조건 왼 탣, 대화문은 T=탣옹이 H=소녀 /편의상 탷은 소녀롭>
노쇠한 선왕의 다음 왕위 계승을 위해 4형제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며 누가 왕이 될지 고민하긴커녕 대립하고 싸우니 신하들의 시름이 깊어져 선왕의 귀에도 들어가 병세가 심해져. 그중에 둘째인 소녀는 솔직히 다른 형제보다 월등히 똑똑하며 더 현명하고 왕의 어진 미를 보여줘. 그러나 왕의 일에도 관심이 없을뿐더러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선뜻 나서질 않아 그래서인지 다른 형제들도 거즘 제외하고 나중에 이용하고 잘라내야겠다고 생각하지. 대부분의 신하들은 소녀가 선왕의 뜻을 이어받을 왕이 되길 원하지만 다른 형제들 중 첫째가 검을 정말 잘 다뤄 무(武)에 능하고 모아둔 사병도 꽤 있어서 의견 표출을 잘 못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지. 그걸 얼결에 알게 된 호위무사 탣옹이가 자신의 능력을 살려 소녀를 왕위에 앉히고자 소녀가 모르게 –알게 되면 안 된다 말릴 소녀라– 비밀리에 암살 자객들을 모집하고 훈련을 해. 그리고 두 달 뒤에 3형제의 행패가 가장 심해졌을 때 탣옹이의 계획이 세상에 펼쳐지지 그리곤 본인도 맡은 임무가 있기에 수행하러 떠나기 전 세자인 소녀에게 탣옹이가 본인이 소녀를 위해 쓴 시 하나를 읊어도 되겠냐 물어. –사실 둘은 좋은 주종 관계이기도 하지만 무사인 탣옹이가 문(文)에도 능하기에 소녀가 약주를 할 때 서로 시를 써 읊어주기도 해. 또 둘만 있을 땐 어색하다며 탣옹이에게 현이라 부르라는 소녀지. –
T-현님. 소인이 현님을 위해 쓴 시를 한번 읊어보아도 되겠사옵니까.
그럼 평소에도 많았던 일이기에 말없이 쳐다보며 고개를 두어 차례 끄덕이는 소녀야.
그에 말하듯 조용히 시를 읊어내는 탣옹이고.
T-현님께선 소인의 달이시옵니다. 별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제 명을 다하게 되면 사라지지요. 허나 현님께선 달처럼 소인의 하늘에 낮이고 밤이고 언제나 떠 계실테니요.
현님께서 하루하루 달라지시듯 달도 하루하루 모양을 다르게 합니다. 달이 태양빛을 반사해 빛나듯이 현님께선 현님의 어짐과 현명하심에 신하들과 백성들이 감명함을 반사해 빛을 내고 계십니다. 그러하여 현님께선, 소인의 하나뿐인 소인 머리 위의 가장 빛나는 달이십니다.
묵묵히 듣던 소녀는 왠지 모를 두려움이 무의식 속에 꽃피워나가는 걸 언뜻 느끼며 탣옹이에게 확인하듯 이렇게 물어, 그냥 평소처럼 지은 시라면 쉽게 답하지 못했을 질문으로 말이야.
H-그러는 넌, 넌 달이라 칭한 내게 무엇이느냐.
–이쯤 되니 보통 관계가 아니란 느낌이 들겠지.– 그런 소녀의 질문에 생각할 겨를도 없다는 듯이 완강함과 아련함 그 어디즈음의 목소리로 탣옹이가 답해.
T-무사 김탣옹. 소인은 현님의 어두운 밤이 되겠사옵니다. 그 어떤 날의 밤보다 어둡고 어두워 달이신 현님께서 무엇을 하시든 누구도 알지 못하게 감추고 현님께서 그 어떤 이의 별 보다 밝게 빛날 수 있게 더욱더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 되겠습니다.
탣옹이의 대답이 중간쯤 되었을까 소녀는 무의식중에 꽃피운 두려움을 확실하고도 완벽하게 알아채. 탣옹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건지 그 시와 대답 속에 숨은 의미를 다 알아버렸고 멈추라 하려 했으나 그럴 수가 없었어. 어느 순간부터인가 탣옹이의 대답 속엔 완강함이 더욱더 짙게 묻어났고 이미 늦어버렸거든. 계획된 일은 탣옹이가 시를 읊는 걸 신호로 시작되었던 거야. 그럼에도 소녀가 이제야 알아챌 수 있었던 건 소녀의 거처가 궐의 가장 깊숙하고 조용한 곳에 위치해 있기도 했지만 평소에도 소녀만 느낄 정도만의 발걸음으로 호위를 했던 탣옹이가 훈련하고 지휘하였기에 가능한 거였지. 그렇게 모든 걸 알게 된 소녀가 멍하니 있던 걸 탣옹이가 침소로 모셔두고 곧바로 선왕을 음해하러 가 노쇠한 왕이 탕약을 마실 시간이었거든. 그렇게 왕의 탕약에 독을 넣어 음해하고 소녀는 일주일 뒤에 왕위에 올라. 그리곤 탣옹이는 그 후에 계획을 소녀에게 말해 소녀는 극구 반대하며 말리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탣옹이는 소녀를 위해 소녀가 뒤집어 쓰게 되면 안 되기에 선왕을 음해한 게 본인이다 음해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본인이 세웠다 자백해. 그걸 또 소녀를 싫어하는 세력들이 놓칠 리가 없지. 반대세력의 계략으로 –아니 선왕을 살해한 역적이기도 해서– 탣옹이는 처형을 당하는 위기지 여기서 탣옹이를 풀어준다면 선왕을 살해한 반역 죄인을 풀어주었다 상소를 올려 괴롭힐 반대세력들이 많은지라 그리고 또 그렇게 하면 둘의 관계가 들통날 것 같아 소녀는 탣옹이를 처형하라 해. 근데 그걸 소녀가 탣옹이가 죽는 그 모습을 소녀가 볼 수가 없었던 거야. 반대세력도 본인을 지지하는 세력도 탣옹이도 모르게 처형 집행관을 매수해 탣옹이를 처형해 즉사시키지 않고 가사(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다른 지역으로 시체를 옮기지. 말로는 역적의 시체조차 보고 싶지 않다고.
                                            ***
탣옹이를 그렇게 보낸 후 소녀는 탣옹이가 죽었음을 인증하기 위해 삼석년 간 혼자 지내 다른 호위무사 없이. 계획대로 시간이 지난 후 소녀는 자객도 매수해 자신의 신변을 위협하곤 본인이 안전한 것 같지 않으니 소녀 본인에게 맞는 호위무사를 찾겠노라 하고 탣옹이가 보내진 지역으로 탣옹이를 찾아떠나 그리고 9년간 변한 모습의 탣옹이를 데려오지. 물론 탣옹이라는 걸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목소리도 얼굴도 알려진 게 없었거든. 아는 사람이 있다 해도 이미 삼석년 전 그날에 같이 보내버렸으니 진짜 알려진 게 없을 수밖에. 그래도 불안했던 소녀는 아무도 보지 못하게 얼굴 윤곽 실루엣만 비치는 검은 천을 갓 끝에 덧붙이게 하고 탣옹이가 입고 쓸 모든 옷과 신발, 검집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선사해. 그렇게 데려온 탣옹이는 많은 신하들 앞에서 "동이"라 다시 이름 붙혀져. 그리고 자객을 보냈을 거라 생각되는 신하들을 이잡듯 뒤지지 역시나 반대 세력에서 자객을 보내려 한 듯 꼬투리가 잡혀 반대 세력들을 참수도 하고 유배를 보내 거기서 사약을 먹여 사형하지. 그렇게 반대 세력을 모두 물려낸 소녀는 세자 때와 같이 어질고 현명하게 생각하고 행동해 신하들과 백성들을 잘 이끌어 나갔고 호위무사 "동이"로 다시 돌아온 탣옹이도 소녀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안전히 모셔 훗날 칭송을 받는 왕과 신하가 되었다고 해..
끝은 언제나 망하지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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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무슨 악마의 장난인지 도통 모르겠다고 다니엘라는 무심코 생각했다. 그러고는 가벼이 악마를 입에 올린 자신을 탓하며 성호를 그엇다. 하늘의 계신 아버지. 저의 죄를 사해주소서. 속으로 중얼거리면서도 그녀는 두손을 부지런히 놀려 잠두와 완두콩을 손질했다.
잠두와 완두콩의 깍지를 제거하고, 껍질콩의 꼬투리를 다듬고, 줄기콩대를 바구니에서 꺼내자 그때서야 아궁이에 올려둔 물이 끓어올랐다. 다니엘라는 뜨거운 냄비속으로 잠두를 와르르 쏟아부었다. 콩 알갱이들이 휘청거리며 물속을 유영했다. 그 모습을 보며 다니엘라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주일전 마을로 들어온 여행객 하나가 다니엘라의 평화로운 일상을 망치고 있었다. 적갈색 머리칼을 하나로 묶고, 한 여름날 두툼한 망토를 입고 나타났던 그 남자는 놀라울정도로 마을사람들과 금방 친해졌다. 그렇게 사교적이고 친화력 좋은 남자와 다니엘라는 이상하게도 이 좁은 마을에서 일주일 내내 마주치지 못했다. 그것이 오늘, 남자가 다니엘라의 무거운 물통을 집까지 옮겨주면서 끝났다. 남자는 동행하는 내내 친절하고 사근사근하게 다니엘라를 대했다. 거기까진 좋았다.
보답을 해주겠다는 다니엘라의 의사에 남자는 흔쾌히 청혼의 말을 내뱉었다.
다니엘라는 이 가벼운 청혼을 거절했고 남자는 시무룩한 얼굴로 그럼 식사라도 대접해달라며 그녀의 현관겸 응접실에 앉아서 다니엘라가 내어준 백탕을 마시고 있었다.
다니엘라는 물이 넘치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곤 나머지 콩들을 냄비에 쏟아부었다. 그녀는 빠릿하게 움직이며 우묵한 나무 그릇에 파와 박하를 잘게 썰어 담고 익은 콩들을 구멍이 뚫린 주걱으로 건져올렸다. 그릇에 삶은 콩을 넣은뒤 올리브유와 소금, 후추를 솔솔 뿌리곤 주걱으로 샐러드를 버무리자 박하의 싸한 향기와 콩의 달큰하고 포근한 향이 한데 뒤섞였다. 미각을 자극하는 냄새에 다니엘라는 미소 지었다. 레몬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테지만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다니엘라는 그릇을 들고 부엌에서 나왔다. 의자에 앉아 두손안에 쥔 찻잔을 굴리고 있던 남자가 다니엘라를 보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서와요. 여기 앉아요.]
다니엘라는 자신의 집에서 어서오라는 인사를 받는게 퍽 낯선 상황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작은탁자에 그릇을 올려두곤 고개를 저었다. 남자가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왜 그래요?]
다니엘라는 남자가 비워둔 의자를 가르키곤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소매자락을 끌어당기자 그가 쉽게 끌려왔다. [여기 앉으라고요?] 남자는 자리에 앉았다. 다니엘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남자는 살풋 미소지었다.
[다정하네...역시 결혼할래요?]
다니엘라는 고개를 저었다. 남자의 입술이 삐죽 튀어나왔다.
[왜요?]
다니엘라는 대답 대신 그릇의 한쪽면을 탁탁 치곤 스푼의 손잡이가 남자의 쪽으로 향하게 내려놓았다.
[역시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는거겠죠? 괜찮아요. 기다릴 수 있어요. 그런데 계속 그렇게 서있을거에요? 그냥 내가 선채로 먹는게 더 나을것같은데, 아니면 내 무릎에 앉는건.] 다니엘라는 바느질감을 넣어두는 상자를 가져와서 그위에 앉았다. [싫다 이거죠? 알았어요. 하지만 정말 첫눈에 반했다고요. 포기하지 않을거에요.]
남자는 다니엘라가 곤란해할 말만 골라하며 콩 박하 샐러드를 한입 먹었다. 그리고는 또 한입.
[우와!! 여기 뭐가 들어간거에요? 아주, 냠. 아주 맛있는데요?] 남자의 뒤엣말은 입안에 들어찬 음식물탓에 웅얼거리며 끝났다. 다니엘라가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눈을 내려깔자. 남자는 더 열정적으로 샐러드를 우물거렸다.
[응식점울 해도 대갰응요]
다니엘라는 풋 웃고는 남자에게 다시 물을 따라줬다. 샐러드 그릇은 어느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이 엄청나게 빠른 식사 속도에 다니엘라는 오늘따라 놀랄일이 많은것 같다고 생각했다.
[아,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다니엘라는 겸양하는 동작을 하곤 자신도 고맙다며 물통과 남자를 번갈아가며 손짓하곤 고개를 살짝 숙였다가 일으켰다. 남자는 베시시 웃었다.
[그런 의미로 다음엔 제가 대접하도록 할까요? 혹시 파스티 좋아해요? 제가 아주 기가막히게 만들거든요.]
다니엘라는 파스티가 무엇인지 몰랐고 그게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남자는 그것을 알아차리곤 더 자세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인지, 단순히 자신의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인지 앉아있는 의자를 끌고 다니엘라의 곁에 바싹 붙어앉았다.
[페이스트리 반죽에 만두처럼 버섯이랑 감자속을 넣어 만드는건데 아주 맛있어요. 당장 내일이라도 만나는게 어때요? 전 이 마을이 아주 마음에 들고 한동안 여기서 살 집도 구해놨거든요. 내일 집들이 기념으로 파스티를 대접할게요.] 참고로 당신 집에서처럼 아무짓도 안할게요. 남자는 덧붙이며 자신의 레이디에게 기사들이 맹세하듯 경례했다. 다니엘라가 깜짝 놀랄정도로 절도있는 동작이였다.
[대도시에서 제가 파스티 장사를 했었거든요. 그러니, 기대해도 좋아요?]
다니엘라는 어느새 '다음' 약속이 생긴것을 기뻐해야할지 곤란해야할지 혼란스러워 했다. 남자는 속없는 웃음을 흘리다가 불현듯 몸을 경직시켰다. 다니엘라는 갑자기 긴장하는 남자의 얼굴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다니엘라가 남자의 초조한 얼굴을 바라보자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고 마저 말했다. [다니엘라.] 다니엘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결혼할래요?] 그녀는 한숨을 폭 내쉬곤 그릇을 설겆이 하기 위해 챙겼다. 그러는 그녀의 손목을 남자가 황급히 잡고는 사과했다.
[미안해요. 이번건 취소! 이번건 카운터에 더하지 말아줘요!!] 무슨 카운터? 다니엘라는 눈을 꿈벅거렸다.
[물론 다니엘라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요. 우선 묻고싶은게 있어요.] 다니엘라는 남자의 눈을 다시 바라봤다. 초콜릿처럼 짙은 고동색 눈이였다.
[내 이름이 뭔지 알아요?]
다니엘라는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러고보니 여태 남자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남자가 미소 지었다.
[그럼 우리 거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네요.]
남자는 다니엘라의 손을 가져가서 손바닥 위에 천천히 스펠링을 적었다. 다니엘라는 소리내어 그것을 읽지 못했지만 마음속에서 부드러운 글자체로 그의 이름을 만들었다. 먹빛의 바탕위로 하얀 붓이 아래로 내려갔다가 완만하게 올라오고 우아하게 끝났다.
발렌타인.
[네, 다니엘라.]
남자의 대답에 다니엘라는 깜짝 놀라며 어깨를 움찔떨었다. 들었을리 없었지만 남자는, 발렌타인은 그녀에게 대답했다. 발렌타인이 다니엘라의 눈을 마주 바라봤다. 다니엘라는 단순히 그가 그녀의 눈빛을 읽은것이고, 타이밍을 잘 맞춘것뿐이라는걸 알았지만 왠지 그 눈빛을 피할수가 없었다.
[다시 불러줘요.]
다니엘라는 주저했다. 발렌타인은 알수없는 미소를 지은채 그녀를 기다렸다.
또 다시 마음속에서 떨리듯 글자가 움직였다.
발렌타인.
이번 대답은 좀 늦었다. 발렌타인이 좋아 죽겠다는듯 웃고있었기 때문이다.
[네, 다니엘라.]
다니엘라는 손을 빼내려했다. 발렌타인이 그녀의 손을 꼭 쥐었다. 다니엘라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발렌타인.
[네, 당신이 원하면 언제든 대답할게요.]
놓아달라는 말이였는데. 다니엘라가 발렌타인을 빤히 응시하자 그는 그 시선을 뻔뻔하게 무시했다. 다니엘라는 발렌타인이 대접하는 파스티 식사를 꼭 받겠다고 확답을 하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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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하루

당신의 하루가 궁금해지는 순간, 나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고 만다.
내게 힘겹게 웃어 보이며 방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처진 어깨, 그 위에 올려진 당신의 하루가 문득 궁금해졌다. 그날부터 내 세상에 '아버지'로써 존재하던 당신이 고유한 이름을 가진 한 남자로 변했다.
매일 당신의 하루가 어떻게 그려질 것인지 궁금해하고 어떻게 그려졌는지 궁금해하는 나를 발견했을 때, 내 세상이 전에 없이 따뜻해졌음을 알았다.
그건 사랑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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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도

론도 [ ronde ] 
① 원무곡을 가리키며, 원무 또는 그 노래를 이르는 말이다. 둥근 원을 만들어 춤추면서 노래하는 것이 특징이다.
② 하나의 주제가 다른 여러 개의 주제와 섞여서 등장하는 특징을 가진 악곡 형식을 가리키기도 한다.
론도가 울린다.느리게 빠르게 낮게 높게,그는 노래를 듣는다.그리고 고개를 저으며 웃는다.
여인들의 상아빛 팔들이 하늘로 향했다가 원의 중심으로 돌아온다.
가없는 사랑을 주었건만,내겐 당신이 전부였건만.여인들의 찟어질듯한 소프라노가 울린다.
내게 배신의 칼날이 되어 돌아오네, 그는 주위를 둘러본다. 왕자다운 몸짓으로, 품위를 잃지않는 귀족다운 동작으로.
그는 여인들의 창백한 젖무덤 위, 깨진 알조각처럼 흩어진 진주알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 모든일들이 벌어진 까닭에 대해 생각한다.다시 고개를 저으며
그는 시트를 발로 밀쳐내고 일어나 앉는다. 땀으로 흠뻑 젖은 등을 침대헤드에 기댄채 숨을 몰아쉰다.
창백한 오른손이 덜덜 떨리지만 힘겨운 동작으로 주름진 이마를 문지른다.'말도안되는 꿈이야'이를 악문다.
눈살을 찌푸린후 침대에서 일어난다. 걱정했던것과 달리 그의 무릎은 떨림 하나 없이 멀쩡히 움직인다.'이것봐 내가 말도 안된다고 했지'
그는 침대 정면에 있는 시디장에서 제목도 보지않고 막무가내로 시디를 뽑은뒤 플레이어에 넣는다.
재생을 누르고 한참이 지나서야 차분한 바이올린 소나타가 울리기 시작한다. 그는 한숨을 쉬며 방문을 나선다.
부엌에 있는 스테인레스 싱크대 위로 커피메이커를 돌리고나서야 쉼없이 솟아나오는 불안감이 가라앉는다.
그의 집은 무엇이든 누르고 입력해야 작동이 된다. 그의 집에 놀러온 친구들은 몸서리를 치며 못말리는 아날로그맨이라며 야유한다.
개자식들 뭐든 직접하는게 최고인것도 모르고, 버튼하나 눌러서 미사일이나 쏴재끼는 새끼들이...
커피메이커에서 흐린 아메리카노가 주르륵 떨어진다. 그는 정신을 차리고 머그컵에 설탕을 붓는다.
침대를 정리하기 위해 침실로 들어서자 기묘한 리듬으로 바이올린이 울부짓는다. 악마의 트릴. 그는 어색하게 웃는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웃어야 하는법,난 아무렇지 않아요 아빠.
그는 머그컵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고 무릎을 꿇은뒤 기도하기 시작한다.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하지만 그걸로 부족할때가 있다. 그래서 인간들은 바닥에 무릎을 댄채 하느님 아버지에게 기도를 바친다.
마치 그래야 무심한 아버지가 관심을 줄것이라 기대하면서,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평생 아버지의 자식이길 바라면서.
한번도 기적을 보지 못한 미물 주제에, 그는 다시 짙게 미소짓는다.
남자들은 말한다.(어쩌면 여자들도 함께 말한다)어찌하다 하늘에서 떨어졌느냐? 빛나는 별, 여명의 아들인 네가!
민족들을 쳐부수던 네가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다니!(루시퍼 모닝스타와 함께 했지만,내동댕이 쳐졌기 보다는 넘어지고 구른것이 적당했다.)
너는 네 마음속으로 생각했었지. '나는 하늘로 오르리라. 하느님의 별들 위로 나의 왕좌를 세우고 북쪽 끝, 신들의 모임이 있는 산 위에 좌정하리라.'
'나는 구름 꼭대기로 올라가서 지극히 높으신 분과 같아지리라'(그래도 이또한 계획의 일부였을테지)
그런데 너는 저승으로, 구렁의 맨 밑바닥으로 떨여졌구나. (저승이라면 저승이 맞다,인간들 틈사이에서 카트를 밀고갈때면 내가 이 생지옥에서 뭘하고있는건지 회의감이 들곤 하니까.사랑스러운 이승이여) 원대한 계획의 일부,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침대시트를 정리한다. 깔끔하게 하얀 이불을 펼친후에야 허리를 펴며 기지개를 켠다.
그러나 모두들 왜 신의 타락한 자식은 아들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걸까, 아들의 적수는 아들이여야 하기 때문에?
아담의 첫째부인은 못된 쌍년이였고, 둘째부인은 없는것도 있는것도 아니게 됬고, 셋째부인은 과일을 먹고 낙원에서 내쫏겼다.
자신의 의지로 과일을 먹었다기 보다는 뱀의 유혹에 넘어간 어리숙한 낙원소녀, 그는,그러나 그녀는 힘없이 미소짓는다.
내가 그들을 이끌었다고,자신의 발로 낙원을 떠나게했다고, 아버지를 배신하게 했다고 말하지않는다. 그 말과 생각또한 계획의 일부일테니.
(이제)그녀는 눈부신 금발을 천천히 땋아 머리위로 틀어올린다. 어린 금발머리는 자라면서 갈색으로 변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아직 다 자라지 못했다. 어쩌면 머리타래가 갈색으로 변할일이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 우주가 끝장날때까지.
맵시있는 회색 스커트를 입은채 또각거리며 엘레베이터로 다가간다. 버튼을 누른채 그녀를 기다리고있던 남자는 어색하게 웃는다.
'고마워요'그 목소리, 자기도 모르게 솟아나오는 목소리에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아침인사를 건낸다.
그녀는 시계를 고쳐메며 남자의 요동치는 목울대를 쳐다보고 그의 욕망을 듣는다. 원한다면 가질수도 있다. 이브를 가졌을때처럼 손쉽게.
대신 그녀는 25살짜리 인간 처녀처럼 미소지은채 입술을 열지 않는다. 그를 취하고싶은 마음이 들지않는다.
이건 좋지않은 징조다. 타락천사도 우울증에 걸리냐고 묻는다면,그렇다고 대답해주겠다. 그녀는 고해성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당에가서 축복받은 은십자가를 목에걸고 목사에게 참회하며 눈물을 떨구는 타천사. 전혀 농담이 아니다. 이미 몇세기동안 그래 왔으니까.
다만 그 눈물이, 양파를 자를때 솟아나오는 눈물 같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게 문제겠지만, 어쨋든 기분은 나아진다. 그리고 또다시 살아가는거다, 천사들을 위해,모든 선한 영혼들을 위해 악마를 보여주고 믿음을 준후 아버지에게 매달리게한다.
빙의는 피곤한 일이며, 축복받은 성수에 살갗을 태우는 일은 더 피곤한 일이다. 칼로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경쾌한 소리가 울리고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그녀는 사무실로 들어선다.비서실로 들어서서 스카프를 풀어놓고 의자에 앉은채 컴퓨터 본체 전원을 넣는다.
지금 당장은 인간의 일을 할 시간이다. 그리고 성당에 간다음 우울증을 떨쳐낸후 팝콘을 들고 메린신부를 찼아가서 악마들린 소녀들과 싸우도록 해야겠다.
'하우스양' 상사의 인사에 그녀는 문득 고개들고 대답한다.'안녕하세요,사장님'
흐린 회색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는 상사에게 그녀는 선한 눈동자로 미소짓는다.
그는 소문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그와 비서가 관계된 가십거리에 대해서는 촉을 곤두세우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휘하 직원들을 감시한다.
문란한 사생활을 경멸하며, 그 점에대해 그녀에게 분명하게 경고했다. 루시는 그가 마음에 들지만 유혹하려 하지 않는다.
그녀가 감당할수있는 타락은 자기 자신만으로 충분했다. 인간이 타락하면 어떻게 될까. 머리속으로 궁리해본다
'오전 스케줄은 회의를 위해 비워놨습니다. 사장님' 지옥불을 유지시키기 위해 기름으로 가득찬 장작이 되거나.
'내 책상위에 올려둔 피지워터는 뭐지?''샐러드도 함께 올려놨습니다.'악마들을 위한 놀이감이 되겠지. 역겨운 악마놈들.
그녀는 진저리치도록 악마들을 혐오한다. 타락천사들을 향한 악마들의 감정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지옥의 다정한 주민들은 서로를 드잡이질하는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분노와 타락과 배신이 맥박치는 심장을 가지고있어서? 천만에 그게 우리들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사장이 눈살을 찌푸리자.그녀는 순진하게 미소짓는다. 사장님이 이혼하셨고,아침식사를 거르고 회사에 나오시는걸 알고있어요.
그런데 이건 작업이 아니거든요, 비서로써 할일을 하는것 뿐이에요, 그런의미의 미소를. 그러나 끝내 그녀는 침묵한다.
사장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불만스럽게 말한다.
'...다음부턴 시키지도 않은일로 시간낭비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예'
'저따위 일을 하라고 자네 월급이 나가는건 아니니까 그점 똑똑히 알고있으라고.'
'명심하겠습니다.'
냉혹한 상사의 말에 그녀는 멀쩡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미소에 그는 더욱더 눈살을 찡그리고 짜증섞인 동작으로 사무실로 들어간다.
닫힌 문 너머에서 샐러드와 피지워터 병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 저런 불쌍한 녀석, 딱하기도 하지. 그녀는 실로 천사다운 동정심이 솟아나는것을 느끼며 그의 동작을 '듣는다.'
남자는 한점의 후회나 머뭇거림도 없이 쓰레기통의 뚜껑을 닫고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한숨을 내쉰후 책상위 액자를 노려보고 다시 한숨을 쉰다.
그의 마음속을 맡고싶지만, 그러기위해서는 여러가지 조건이 있다. 지금으로써는 짐작하고(대부분 정확히 들어맞는다) 악마의 눈으로 그의 행동을 예상할 뿐이다.
그녀의 상사는 악마같은 남자다. 업무적으로도, 사적으로도 냉혹하고 잔인한 남자.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단단한 단면만 있는것이 아니다. 세월의 풍파를 모질게 겪어서 두 손과 발이 거칠어져도, 사람의 몸 어딘가는 말랑하고 연약한 부분이 남는다. 마음도 똑같다.
그녀는 그녀의 상사가 최근 겪고있는 이혼소송에 대해 생각한다. 사업적 결합을 위한 정략결혼이였어도 밤새 침대 옆자리에서 숨쉬던 여자가 사라지자 그는 담요잃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불쌍한 녀석, 하지만 악마같은 너의 곁에는 진짜 악마가 있으니 걱정하지 말아, 네 마음속의 하느님은 결코 너를 떠나지 않을테니까.
그녀는 경쾌하게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선선한 봄날씨에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밖으로 나간다. 가로수들마다 푸릇한 새잎을 내밀고 봄꽃들이 공원잔디밭에 솟아난다.
그녀는 기꺼이 미소지으며 12층 비서들과 함께 회사 로비를 나선다. 그녀의 피부는 투명하게 빛난다.아침햇살에 녹아버리는 눈도깨비처럼
그녀들 모두 어깨에 디올백을 걸치고 샤넬구두를 신은채 봄볕에 피부가 그을리는것을 염려해 황급히 도시의 그늘에 몸을 내맡긴다. 그리고 비싼 유기농 샌드위치를 먹기위해 두블럭을 걸어가서 레스토랑의 푸른 차양아래 자리를 잡는다.
그녀는 웨이터를 불러 염소젓 샐러드와 작은 샌드위치를 하나 시킨뒤 어린 인간처녀들의 재잘거림을 즐겁게 듣는다.
그리곤 여자들의 수다가 그녀가 달가워 하지 않는 곳으로 흐르는걸 느끼며 입가를 경직시킨다.
'악마같은 무언가에 시달린 적 있어요?'
악마에 대해 말하는 작은머리가,그 빨간머리가 후광처럼 보인다.
'내 소가죽가방에 어떤 찌질이가 콜라를 엎었을때?'
다행히 그녀옆에 다른 여자가 눈살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그런거 말고요'
'백화점 세일이 끝났을때,이건 내가 작년 겨울에 겪었어'
'의사가 더이상 내 진료차트에 수술일정을 추가해줄수 없다고 할때'
'내 남자친구가 약혼반지를 꺼낼때'
'그건 신의 계시나 마찬가지야,머리위에 울리는 종소리를 들은적 없어?'
'그 새끼를 만나고 되는일이 없어, 내 고양이 지지를 내쫒으려한놈이 그놈이라고'
'아, 안됐다. 그래서?'
'반지는 받았지만,곧 전화로 헤어졌지.'
'약혼반지는 어떻게 했는데?'
'팔았어,당연하잖아'
여자가 변명하며 다시 말한다.
'백금반지였다고,'
그쯤 말하자 한두명씩 전 남자친구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빨간머리에게 안쓰러운 미소를 지어준다
'잠을 설쳤어?'
'아..네..'
빨간머리는 당혹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푹 숙인다.
그 안절부절하는 모습에 악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상냥하게 속삭인다.
'악몽이라도 꾼거야?'
'...예...좀..'
'무슨꿈이였는데?'
'..그냥..좀...'
빨간머리는 더 깊이 고개를 숙이며 탄산수가 들어간 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거기 뭐라도 빠졌냐고 묻고싶은것을 참으며 그녀는 미소짓는다.
빨간머리, 수습사원 발레리는 그녀를 불편해한다. 발레리는 회사 복도에서 그녀와 마주치면 사냥개를 본 토끼처럼 몸을 바짝 숙인채 그녀가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리고 가끔 눈이라도 마주칠때면 그녀의 눈은 마치 자연재해를 바라보는 허리케인 수해자와 닮아있다.
그 원인을 알수없는 기피에 함께 몰려다니는 비서들도 발레리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그리고 묻는다. 그녀가 네 남자친구를 빼앗기라도 한거야? 미인 알러지라도 있는거야?
하지만 발레리는 입도 벙긋하지않는다. 그게 아니라는 입발린 변명도. 불편하다거나,무섭다거나,싫어한다거나 하는 아무런 말도없이.
발레리의 내려깐 눈꺼플을 보며 그녀는 미안함을 느낀다. 이렇게 불편하게 마주 앉는것이 아니였는데. 씁쓸함을 느끼며 물잔에 반사되는 햇빛을 차분히 응시한다.
주문한 샐러드가 나오고 나서야 그녀는 그것을 멈추고 포크를 쥐어든다.
'루시는 지금 남자친구없어?'
불쑥 튀어나오는 물음에 놀라는 기색없이 준비된 대사를 읆듯 대답한다.
'없어요'
'전 남자친구는?'
'있었죠'
'어떤 남자 였는데?'
그녀는 샐러드를 한입먹고 대답한다
'궁금해요?'
'다들 그 얘기중인데 루시만 아무말도 안하고있잖아.말해봐'
나만? 그녀는 발레리를 흘긋 쳐다본다. 그 시선에 아이보리색 귀가 발갛게 물든다.
경험없는 숫처녀라, 악마들이 환장하는 VIP상품이로군, 그녀는 경쾌하게 웃는다.
'좋은남자요'
'좋은남자?그런데 왜 헤어졌어?'
'헤어지긴했지만 아직 친구로 지내요.'
'친구로 지낸다고??'
여자들의 눈이 수상한 빛을 내며 가늘어진다.그녀는 순수한 미소를 짓는다.
'예,좋은사람이에요'
그 말에 여자들의 얼굴에 샐샐거리는 웃음이 번진다. 루시가 자신의 금발머리가 염색이 아니라고 말 했을때와 똑같은 미소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없는거야? 좋은남자를 아직도 친구로 만나고있어서??'
'맞아요,그리고 그는 질투가 많거든요'
'맙소사,그럼 아직도 그와 사귀는거잖아!'
'그런가요?'
'좋은친구로 지낸다며, 그러면..음..가끔 외로우면 서로 토닥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아?'
'장난스러운 토닥임 말이지?아 그거 좋지,개자식들'
루시는 싱긋 미소짓는다.
'외로울때 오는 전화 말이에요?'
'맞아 그거,어땟어?'
여자의 눈이 음탕하게 빛난다. 루시는 그 눈빛을 맛보며 몸서리 친다.
'그런적 없어요'
'말도안되,거짓말하지마'
'정말이에요'
'안 믿을꺼야,그럴순 없지'
금발 미녀들은 엉덩이가 가벼워 보이는법,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수긍한다.
그리고 기억을 되짚어본다. 루시와 사이파,이 사이좋은 타천사 한쌍은 반세기동안 손도 잡은적이 없다. 사실 그이상 진도를 나가본적도없지.
경험없는 숫처녀가 여기 또 있군, 그녀는 담담하게 반론을 제기한다.첫남자친구와 첫경험을 해야한다는 법이 있다면, 난 숫처녀가 맞다.
장난스러운 토닥임과 들썩거림은 약과 환각에 취한채 두번째 남자친구와 충분히 치뤘다.그덕에 좋은 경험도 얻었고, 첫 남자친구의 화난얼굴도 봤다.
그러나 그가 아직도 내 남자일수는 없다. 아니...아닌가?
그녀는 앞에 앉은 발레리가 그녀를 훔쳐보고 있다는것을 알아차린다. 그 시선속에는 약간이 공포와 약간의 경외심이 섞여있다.
빨간머리의 발레리는 고등학교때 금발 치어리더의 측근이였거나. 배경중 하나였던걸까
그녀는 천사다운 안쓰러움을 느끼며 그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한척한다.
덕분에 점심시간 내내 오른쪽을 바라보며 식사를 했다.
사소한 엄무들을 처리한후, 그녀는 하이힐을 신은채 복사실앞에 서 있는다.그안에서 여러가지 냄새들을 본다,그리고 듣는다.
A4종이의 바스락거리는 떨림, 옅은 소독약 빛깔과 잉크소리, 뒤섞인 쥐오줌 색깔, 천장 벽을 가로지르는 거미의 발자국 냄새
잔업후 삐걱거리는 몸으로 스타킹을 내린채 직장동료의 몸을 맞댄 살냄새.그녀는 피식 미소짓는다.
팩스를 보내려하자 잉크 카트리지가 부족하다는 빛이 깜박거린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허리를 굽혀 서랍을 뒤진다.
복사실을 지나치려던 사원 하나가 그녀의 긴장된 종아리와 팽팽한 엉덩이를 감상하며 천천히 말한다.
'뭐 찾으시죠?'
그녀는 깜짝 놀란것 처럼 어깨를 움찔거리고 반톤 높아진 목소리로 대답한다.
'언제 들어오셨어요?아, 놀래라'
'죄송해요,하지만 문앞에서 헛기침을 했는데요'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앙큼한 거짓말쟁이같으니,네 들뜬 기분이 느껴지는걸? 남자의 눈에는 그저 미안함으로 어쩔줄몰라하는 당황한 여자가 보인다.
'미안해요, 잉크 카트리지를 찾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네요'
'그거 여기 있어요'
남자는 팩스기를 보고나서 협탁을 뒤적거려 노란 카트리지를 꺼낸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팩스기에 카트리지를 교환해서 끼우고나서 그녀를 돌아본다.
루시는 환한 웃음을 지어보인다.
'고마워요'
'뭘요, 제이름은 주드에요,주드 그로우닝'
'전 루시 하우스에요'
'아,사장님 비서시군요?그러고보니 회사내에서 한번도 마주친적이 없네요'
'그렇네요,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로우닝씨'
그녀는 의연한동작으로 팩스기로 다가간다.그러나 남자는 비켜서지 않고 미소짓는다.
'오늘 처음봤지만 왠지 익숙한데요?혹시 어디 살아요?'
천국에, 그러나 지금은 지옥에 살고있지. 찾아오려면 고생꽤나 할꺼야.
'천국에 사나요?'
그 작업멘트에 그녀는 웃을수가 없다. 난처한 미소조차도.
'뉴욕이요'
'오 세상에? 여기가 뉴욕인데요? 여기 집값이 얼마나 비싼데요?'
'지금 농담하시는거에요?'
'아뇨 진심으로요,우리 회사가 월급이 좀 많긴하지만 그 정도였나요?'
'저에겐 회사 월급말고도 인맥이라는 월급이 또 있답니다.'
그녀의 발랄한 어조에 남자는 주춤하고 천박한 상상을 하며 금발머리카락이 구불진 목덜미를 쳐다본다.
'어...그래요?'
어눌한 말을 중얼거리며 남자가 팩스기에 몸을 기댄다. 그녀는 짓굿은 미소를 짓는다.
'저에게 난감한 상상을 하고 계신가봐요?'
'솔직히 그래요'
'미안하지만 제 인맥은 좁고 맑으니까 그만하시죠'
'좁고..맑다고요?'
'정말, 비켜요. 그로우닝씨'
'내 성이 좀 발음하기 힘들지 않나요?'
'그래서요?'
남자는 어깨를 으쓱한다. 어느새 두눈이 그녀의 상아빛 얼굴을 감상하듯 흔들린다.
꾸밈없이 그 눈빛을 보이며 남자가 웃는다. 솔직한 미소, 우리 섹스나 한번 할래요? 그 목소리가 남자의 목안에서 요동친다. 그녀는 그 소리를 듣는다.
'이름으로 불러요,이름으로'
'생각을 좀 해봐야 겠는데요'
'루시양, 생각은 부질없어요,인생은 짧으니까'
'제 상사가 초시계를 들고있어요,팩스를 보내야 한다구요'
'이름으로 불러요'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며 속삭인다. 금방이라도 그녀의 귓바퀴를 혀로 굴릴듯 숨을 몰아쉰다.
그녀는 남자의 욕망을 잡아당기고 느슨히 쥐길 반복한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있는다.
'글쎄요..금요일 저녁에 술이라도 한잔 하는게 어때요?'
'좋아요'
마치 그말을 기다렸다는듯 남자가 황급히 대답한다. 그리고 또한번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내가 왜 이러지?
'고마워요 그로우닝씨,이제 가봐요'
'좋아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어색한 걸음걸이로 복사실을 나간다. 그에게 여분의 속옷이 있다면 좋을텐데,그녀는 팩스번호를 누르며 생각한다.
팩스를 보내는 종이에는 아무것도 적히지 않는다. 그러나 그 끝에는 그녀의 상사가 전화를 받고 그녀의 실적에 대해 평가한다. 타락과 불행, 저주와 죽음.
본업과 회사일을 병행하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약간의 잔꾀를 부리고있다. 외줄에 올라가있는 누군가를 손가락 하나로 밀치는것은 쉽다. 그렇게 밀쳐지고 또 밀쳐지다보면 외줄따위 볼품없는 장기에 지나지 않게된다. 선(善)의 길은 너무나 정직하고 순결해서, 소량의 악의를 섞기만 해도 금방 오염되어 버린다. 외줄 아래로 떨어진 인간은 최후엔 모두 연옥의 곁으로 온다. 그녀는 팩스기의 신호가 가는것을 느끼며 생각을 멈춘다.
딸칵, 수화기가 들어올려진다. 
루시는 타조 가죽 가방을 들고 사장에게 인사를 한뒤 엘레베이터에 탄다. 엘레베이터안에는 그녀와 남자 둘뿐이다.
세속적인 분위기의 사내는 불길한 붉은머리를 아무렇게나 어깨위로 흘려놓고 색소가 옅은 눈동자로 그녀를 흘겨본다.
10층정도를 내려가고 나서야 그가 참을수없다는듯 엘레베이터의 정지버튼을 누른다.
덜컹하고 엘레베이터가 멈추자 루시가 cctv를 응시한다. 붉은 녹화 불빛이 꺼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입을연다.
'안녕'
'응'
'잘 지냈어?'
루시는 대답대신 그 남자의눈을 마주본다.
'모라이아이들이 널 찼았어'
'알아'
'왜 아직도 주군께 돌아가지 않은거야?'
'할일이 있어'
'이곳에서 무슨할일?더럽고 냄새나는 인간들 틈에서?'
'빈정거리지마.네가 나한테 할말은 아니라고생각하는데'
'난 그럴자격 충분해'
'아니,안 충분해'
'사이파'
'루시'
그녀는 한숨을 쉰다.
'제발 말도 안되는걸로 고집피우지마'
'내가 뭘 했다고?'
'제발 주군께 돌아가'
'왜? 네가 곤란해?'
'그래,곤란해'
사이파는 입술을 깨물고 피식 미소짓는다.
'그럼 더 곤란해 해'
'결국엔 그게 네게로 돌아가게 되있어'
'뭐가? 네가 돌아온다고?'
루시는 싱긋 웃는다.
'너하고 난 끝난지 오래야.'
'왜?'
'얘기가 그렇게 됬으니까'
'그런거야?'
'그런거야,넌 주군께 벌 받을꺼야'
'그렇지않아'
'넌 무저갱에서 1억년은 묶여봐야 정신차릴꺼라고...'
'주군께서 그러셨어?'
'아마 그러시겠지.'
사이파는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휙하니 돌린다. 그는 널직한 등을 엘레베이터벽에 기대고 한참을 침묵한다.
루시는 그런 그를 쳐다보다가 까치발로 그에게 기댄채 사내의 턱에 입을 맞춘다. 그제야 사이파가 눈을 감은채 고개를 숙인다.
루시는 그의 입술에 스치듯 키스한채 떨어져 나간다. 사이파는 아쉬운 한숨을 내쉰다.
'왜 아직 여기있는거야 사이파?'
도돌이표같은 대답이 돌아온다.
'일이 있어.'
'무슨일?'
'말하기 곤란해'
'왜?'
'말하긴 곤란하지만...주군께 이득이 되는 일이야'
'그걸 네가 결정할순없어. 네가 결정할일이아니라고, 사이파'
'난, 도구가, 아니야.'그렇게 말하는 사이파의 눈은 번들거린다.
그리고 덧붙인다. '내가 알아서 잘 하고 있다고. 루시'
루시가 칼로 그어버리듯 단호히 말한다.
'넌 도구야 사이파. 우리 모두는 그저 날개달린 주구야.'
'나는...'
루시는 사이파의 꾹 닫힌 눈을 응시한다.
사이파는 눈을 감은채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외로울때 전화가 필요하지 않아?'
'....갑자기 무슨말이야?'
'장난스러운 토닥임 말이야.'
루시가 그제야 눈을 가늘게 뜬다
'...엿들었어?'
'그냥 지나가다 들었어.필요없어? 있어?'
'엿듣다니..그게 무슨짓이야?'
'필요없어?'
루시는 사이파를 응시한다. 그는 살며시 눈을 뜨고 그녀를 쳐다본다.
사이파가 소근거리자 그녀는 그에게 한발자국 다가간다.
'뭐라고?'
'우린 친구야?'
'난 그렇게 생각해'
'...그래?'
'아닌것같아?'
'아닌것같아서 그래'
사이파는 그녀에게 한발자국씩 다가온다.
루시는 고개를 한껏 위로 든채 사이파를 마주본다.
'네가 아닌것같다면-'
'아닌게 맞아'
그녀는 cctv를 쳐다봤다가 발밑을 쳐다봤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보인다.
'그래, 필요해,사이파'
'알고있었어,루시'
그가 루시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린다. 곧이어 짙은 청금색날개가 시야에 가득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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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몽애

` 난 인간이 살 수 있는 곳 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춥다고 하는 마을 '냉빙'에서 살고 있다. 그렇다. 옛날에 마르오가, 눈으로 뒤덮인 꽃이라고 칭했던, 당신들이 아주 가끔씩 오면, 가죽을 네 다섯겹씩 두르고도 벌벌 떨던 곳이 맞다. 타박상 치료를 제외한 모든 치유법이 낙후되어있고, 문명의 발길이 가장 적게 닿은 곳이기도 하다. 또 여긴 전사들을 굉장히 우대하는데, 당신들의 기사도하고는 또 많이 달라보인다. 그래서, 내 부모님은 두 분 다 전사셨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치유사이다. 아니, 아직은 치유사가 꿈 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
'잔느, 또 책 보냐.'
'얼은 흰털곰'이 묻는다.
여기서 이름이 두 글자인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이십 년 전에, 당신들의 아버지, 혹은 당신들이 찾아와,  부들거리는 손으로 내 이름을 추천해 주었다지?
당시 계셨던 '해 떠 붙은 손' 촌장님이, 결의를 맺는답시고 그 때의 내 이름과 오지도 않은 어떤 아이의 이름을, 바꾸셨다고 한다.
'살랑거리는 황새풀' 그 남자애도 나랑 비슷한 기분일까? 들을 때마다 왠지 모르게 익숙하고 의외로 소외감이 느껴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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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심해소녀

서장
이른새벽에 일어나 밤하늘을바라본다.
까맣다. 어둡다.
공포는인간이창조해냈다.
어두우니,조금은 무섭다....
그리곤 느꼈다.
나는지금...무섭다는걸.애초에 공포의이유자채도 인간이창조했다.
인간이란건, 정말 쓸모없는 것들을 창조해나가는 것이아닐까..하며 창밖을 보았다.
소나기다. 
비가오는것은 정말싫다.
나는나를싫어했다.
창가에 새 한마리가 앉았다.
비를 피하려고 온것은가.
나는새를 눈으로 쳐다보았다.
새를보면 왠지모를 이유없이 어머니가떠오른다.
얼굴과이름나이도..전혀알지못하는.
어머니. 어머니가떠오른다. 
내리던 비는 그쳐있었다.
새는 날 준비를 하고 몸을바르르 털고는 날개를 폈다.
"가지마 -.""
나는 조그마하게 외쳤다.
"가지마!"
하지만 새는 역시나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혼자다. 
혼자는 싫다.
다시난 혼자다.
혼자는싫어, 외톨이는 싫어,싫어--------!
하지만 소용없었다.
나는 아리.
13세.
나는 외톨이다.
깨어나보니 어느새 아침이다.나는 상반신만 일으켜 기지개를 쭈욱 폈다.
거실에 나와보니 아무도 없었다.
텅빈 거실카페트에 혼자서 주저앉아  있었다.
아침부터 어버지께서 일을 나가신것인가.
아버지는 늘 바쁘셨다.
아쿠아리움 에 가자고해도 약속은 늘 일때문에 늦춰지다, 잊혀 졌다.
 나는아리.
내이름은아리.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시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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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과 사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간단했다

"야 김여주 닌 일진이 무섭냐?"
"딱히?"
"...김여주 패기 오져버렸고~"
"야 갑자기 그건 왜물어봄?"
"아니 우리 보다 한학년 아래인 1학년중에 일진이 있음"
"근데?"
"이름이 뭐더라 전정국?이랬나?"
"1학년이 일진?"
"1학년 주제에 일진이라...신기하네..."
"요즘 세상 무섭ㅋㅋ"
"ㅋㅋ 아 맞다 나 잠깐 1학년 교실 가야됨"
"이응 갔다와"
"이응"
'탁탁탁'
"흐음...1학년2반이 어디지?"
'쿵!'
"앗! 미안해"
"하...시X 앞좀 잘보고 다녀요 시X"
"너 1학년 주제에 2학년 선배한테 욕하는건 좀 아니지"
"2학년? 2학년이 1학년 교실엔 무슨일?"
"뭔 상관이야 됐고 1학년2반 어디임?"
"저어어어~~~기"
"아 ㄱㅅ"
"아 글고 2학년 선배님? 내가 그 유명한 1학년 일진 전정국임 선배는 이름 뭐예요?"
"김여주"
"이름도 이쁘고 얼굴도 이쁘네요 선배 내꺼 할래요?"
"뭐래...."
"철벽인데? 근데 꼬시고 싶다"
"너...!"
"흐으흐응 그러면 반말해두되요?"
"그러든가 말든가"
"야 너 나랑 사귀자 내가 잘해줄께 응?"
"나 참..."
"내가 너 좋아해서 그래"
"그러든가"
일진을 남자친구 여자친구 삼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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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퉁이

퉁퉁이의 엄마 이름은 모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