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고래가 살았다. 아주 큰 고래였다. 얼마나 컸냐면, 옆옆 집에 살던 우람한 덩치인 최씨보다 컸고, 동네에서 가장 넓은 건물을 몸으로 단번에 가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전까지 고래를 봤던 적은 없었지만 이 고래는 세상에서 제일 갈 거라고 생각했다. 고래는 최씨보다 뚱뚱하니까, 고래는 마을회관의 해를 가리니까. 어린 시절의 나는 고래가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고 대단한. 근데 그게 아니었다. 고래는 죽었고, 세상은 그렇게 푸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