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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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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좋은 날 기분좋게 커튼을 걷어낼 때

파아란 잎사귀들이 따스한 햇빛에 반짝일 때

라일락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고

팔랑거리는 옷들이 옷장 구석에서 탈출할 때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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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오늘도 버스를 타고 집 근처 정류장에 내려서
만사가 귀찮은 마음에 느지막하게 걸어오는데
아무 생각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니까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해가 그리도 반짝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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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우리가 무언갈 하든 하지 않든 계절은 돌아온다. 변함없는 건 돌아온다는 사실 뿐이고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는 그도 매번 바뀌었다. 우리가 뭘 하든, 여름은 돌아온다.
관계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미 완전히 망가진 것이었지만 그나마도 가짐과 아예 없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습게도 그랬고 나는 그대로 소리내어 웃었다. 이까짓게 뭐라고 공허함이 느껴지는지, 심지어는 아쉬워지는 건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 네 웃음소리가 겹쳐들렸다. 영락없는 비웃음이라 나는 웃음을 뚝 그쳤다. 매미소리가 방 안을 메우고 있다. 창에 들러붙었는지 유난히 시끄럽다. 크게 착각한 수치를 느끼고 싶어도 주변에 널린 건 먼지와 쓰레기 뿐이었다. 감정이 존재하려면 관계가 우선이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감정이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세상은 닭과 달걀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절이 왔음을 알 수 있는 몇가지 단서가 있다. 가령 사람들은 서늘한 밤에 낙엽이 지면 가을이 온 줄 알았다. 눈이 오면 겨울이 온다. 꽃이 피면 봄이 왔다고들 했다. 하지만 우리 집엔 늘 네가 그렇게도 좋아한 덕에 매일 꽃이 꽂혀있었으므로 나는 봄을 모르고 지나갔다. 밖에 나갈 일 없으니 가을바람을 맞을 새도 없었고 다만 느껴온 건 여름과 겨울 뿐이다. 차갑고 맛없는 도시락을 세 숫갈 겨우 들고서 무료하고 무기력하게 방 바닥에 엎드렸을 때. 바닥이 습기로 끈적거리면 여름이었고 대리석처럼 차가우면 겨울이었다.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가지가 달라졌다. 아버지가 떠났고 네가 죽었다. 내가 바닥에 납작 들러붙기도 전에 여름은 시작해버렸고 매미가 울고 있었다. 의식하고 나니 귀가 따가워 나는 신경질을 내며 발로 창문을 걷어차 매미를 날려버렸다. 그새 움직였다고 열이 오르는 몸을 식히려 그나마 서늘한 벽에 몸을 기대 앉았다. 노이로제처럼 멀거니 매미소리가 들렸다. 집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다. 부채도 없었다. 매년 여름은 더더욱 더워졌다. 그는 늘 스스로와 싸움을 했고 늘 이겼다. 아직은 초여름이지만 이대로라면 나는 이 방 안에 통째로 갇혀 열병을 앓을지도 모르겠다. 나가지 못한 열이 내게로 들러붙은 채로 겨울을, 아니면 나는 모르는 가을을 기다릴 것이다. 
여름이 왔다. 공기가 눅눅하게 무거워지고 더는 시원한 바람을 맞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눅눅한 열에 갇히다 보면 어느 순간 여름이라 한다. 나도 전엔 사계절을 모두 알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엔 가을 겨울이 되면 여름의 생기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었다. 선명한 색상으로 파란 하늘에 맴맴 울리는 소리를 그리워했다. 이제서 아무 의미 없는 그리움을 떠올리는 건 더위를 먹어서일까. 여름은 생각만큼 파랗지 않다. 눈오기 직전 구름 낀 하늘보다 더 흐리고 잿빛이다. 땀이 차 들러붙기 시작한 겉옷을 벗었다. 흰 양말은 여전히 짝짝이었지만 어째 벗을 생각을 않는다. 여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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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 열어보면

그림자들은 어눌하거나 푸르게, 얌전히 걸렸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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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

바닥에 내팽겨진 물건을 보라
책장에 꽂혀있는 소설을 보라
옷장에 널브러진 옷들을 보라
주방에 쌓여있는 그릇을 보라
이것부터 먼저 하고 해도 늦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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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은 바람같은 것 이어서 
잡으려고 흔들수록 흩어져만 갔다.
그럴 때는 자주 키가 커졌다. 
이제 비밀의 방에는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옷장을 열어도 초원으로 데려가 줄 바람은 불어오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나' 라고 했는데.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이룰 수 있다고, 그랬는데.
버스 손잡이에 팔을 뻗어 잡을 수 있을 때 쯤 에는
누구도 나를 걱정 어린 눈 으로 보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는 검은 때가 탔다.
검은 것은 옷 이어서,
아무도 검다고 닦아주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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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미치도록 보고싶은 날

너가 미치도록 보고 싶어지는 날이면 나는 네 그림을 그리곤 했다. 굵은 크레파스로 서툴게 도화지를 채우며 내가 너와 함께 였을적의 기억을 더듬어갔다. 
 비가 오는 날이면 그게 네가 우리집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 같아서 벚꽃잎 날리는 날이면 저 밖에서 네가 날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림을 그렸다. 내가 너무나도 바랐던 미래를 그려나갔다.
 어느날 옷장을 열었을 때, 네가 선물해준 나를 위해 뜬 차마 버리지 못한 목도리를 보았을 때 나는 밀려오는 감정에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돌아오지 않을 너를 부르며 눈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네가, 어쩌면 너도, 나와 같이 바라왔을 미래를 그렸다.
 짧아져버린 크레파스를 들고 오늘 하루도 너를 그리워하다, 미치도록 그리워하다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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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그리고 새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월1일 새해복많이 받으라는 전화문자엽서등등 새해를 알리는 안부와함께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불과 몇분전 몇시간전의 지난 한해를 마무리하며 찍었던 마침표를 바라보며
못다미루었던 숙제를 넘겨받듯 새로운 각오로 앞으로를 바라본다.
하지만 그 각오들은 누가 가져간것일까. 역시 내가 아닌 내 핑계의 알리바이를 형성해줄 참고인을 찾는것일까
증거를 찾는것일까. 정리해 두었던 이 서랍 저 옷장 그리고 이 노트북 저 수첩을 뒤적거린다.
책상앞에 붙은 새해의 목표들이 한숨바람에 흔들거린다.
그때. 무릎을 탁 칠만한 생각이 떠올랐다.
아직 새해가 2주나 남았다.
1월1일 떠 오른 태양은 오늘도 떴고 내일도 뜨지만 음력 1월1일도 뜨니말이다.
그래.. 설날이 있다.
설날이 진짜 새해이다!. 복은 한 번 받은 것 보다 많이 받는게 더 좋지.암요.그렇구말구요
그래 아직 나에겐 새해가 2주나 남았다.
좀더 먹어볼까.좀더 자볼까. 좀더 ...
마침표가 점점 커질수밖에 없었던 지난해 마지막 날.내가 나에게 썼던 편지.
찍고 쉽게 뗄수없었던 그 검정색의 작은 동그라미.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던 그 마지막 점.
새해에는 점보러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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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곧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그가 떠난지 벌써 50년이나 되었다.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다.
"어머니 이제 그만좀 하세요! 이제 저희 집으로 들어오세요 그냥"
"됐다 그 말 할거면 이제 오지 말아라 "
"하... 다음에 또 올게요 그때까지 잘 생각해보세요."
20대 꽃다운 나이에 나를 떠났던 그이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 나는 아직 50년 전 그 집에서 그를 기다린다. 머리는 하얗게 새고 등은 볼품없이 굽었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의 설렘과 이별의 슬픔을 잊지 못한다.
"언제 돌아오는거요..."
...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에 눈을 떴다.
역시 옆에 그는 없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그 기다림을 끝내려 한다 . 
"상호야 오늘 이사준비 할테니 그렇게 알거라."
"정말요 어머니? 잘 생각하셨어요 어머니도 이제 편하게 사셔야죠. 그러면 저도 짐싸는거 도우러 갈게요."
"됐다. 어차피 다 버리고 몇개 가져갈건데 뭐,이제 그이도 잊고 내 삶 살아봐야지. 내가 정리 다 하고 전화하마."
"네 어머니 기다릴게요."
그렇게 오늘부로 그이를 잊어보기로 했다.
옷장의 옷을 꺼낸다. 50년 전 그이가 입었던, 지금은 낡아 바랜 옷들이 보인다.
나의 옷들만 꺼내고 서랍을 닫는다. 그이를 잊을것이다.
서랍을 열었다. 그이가 이별전에 준 금반지가 나왔다. 가슴이 찢어질도록 아프지만 이젠 그이를 잊어야 한다. 놓아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장을 정리했다.
...
도라지꽃을 말린 책갈피다.
눈앞이 뿌얘지며 파아란 눈물이 난다. 
그이가 나를보면 생각난다고 한 보랏빛 꽃이다.
버리려했다. 잊으려 했지만 책갈피만은 버릴수 없었다.
"추억 하나정도는 남겨도 되겠지..."
그렇게 몇가지의 옷들과 책갈피 하나를 챙기고, 나머지는 다 버리기로 했다.
이사 가기로 한 날,
"이제 가자..."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상호야, 하루만, 딱 하루만 여기에 있고 싶다. 하루만 기다렸다가 날 데리러 와주겠니?"
"정 그러시다면... 알겠어요. 대신 내일은 진짜 저희집으로 오셔야 해요"
짐 옮기기가 끝난 텅 빈 방안. 공허함을 넘어 이젠 한기가 느껴진다.
"야속한 영감탱이... 돌아온다며, 곧 돌아온다면서..."
눈물을 삼키고 마당으로 나가 마당을 눈에 담았다.
.
이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하... 이집도 마지막이구나...
여보 나도 당신을 계속 기다리려 했어요. 기다리다 기다리다 이제 벌써 할머니가 되었네요. 날 보면 실망하시겠죠...? 오지 않으시겠지만 당신이 너무 야속해요. 당신 때문에 한평생을 당신만 기다리며 살았어요. 당신은 내 생각 하지 말고 잘 살고 계셨으면 좋겠네요."
그 말을 하고 잠에 들었다.
깜깜한 밤, 총소리가 들린다
"꼭 가야해요?"
"응, 곧 돌아올게. 조금만 기다려줘."
"ㅈ...잠시만요...!!! 조금만... 진짜 조금만 있다 가줘요. 내가 백발이 될때까지 돌아오지 않을거잖아요. 난 당신이 너무 미워요. 미워서 잊고 싶은데 , 정말 잊으려고 하는데 집안 가득히 당신의 온기 향기 웃음들이 자꾸 날 괴롭혀요. 난 당신이 그리워요. 이제 할 말은 다 했어요. 이제 가요. 돌아와요. 돌아오지 않겠지만."
"순희야... 미안하다 . 난 널 사랑했고, 사랑하고, 앞으로도 사랑할거야.
날 잊어. 하지만 난 너를 잊지 않을게. 멀리서도 보고 있을거니까 너무 힘들어하지 마. 이제 갈게."
내 손에 도라지꽃 한송이를 쥐어주고 그는 떠난다.
눈을 뜨니 다시 아침이다. 꿈이었구나. 하지만 너무 실감이 났다. 눈가가 촉촉했다. 하고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런데 그이의 눈동자가 나보다 더 슬퍼보여서, 가지 말라는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마지막에 받은 도라지꽃 한송이는, 내 손엔 없다. 마지막 증표를 잃어버린것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이제 진짜 가야 할 시간이다. 감정을 추스르고 집 앞 마당으로 나왔다. 
저기 멀리 화단에 보랏빛 무언가가 보인다.
"헛것이 보이나..."
가까이 가니 도라지꽃 한송이가 피어있다.
그가 꿈에서 나에게 쥐어주었던 그 꽃이다.
"영감, 고맙소. 당신을 한번 더 보게 해줘서."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꽃을 꺾어 말리고 책갈피로 만들었다. 앞으로 이 책갈피를 보면 그이가 말해준 걸 떠올릴 것이다.
"멀리서도 보고 있을거니까 너무 힘들어하지마."
이젠 그 때문에 힘들어 하지 않을 수 있을것 같다. 가끔 그가 너무 그리워지면, 이 책갈피를 꺼내보아야지.
도라지꽃의 꽃말 
:변치 않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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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잠 같은

침대에 누워서 창 밖을 바라보자 하늘에서 눈물을 주르륵, 주르륵 흘리었다. 울적하게 만들기는 정말 나같은 놈이네, 나는 속으로 애꿎은 하늘에게 비아냥 거렸다.
너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아직 이 곳에 있으려나, 아니면 저 먼 곳에 있으려나. 뭐..상관없지 하지만 다치지 말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너와 내가 다시 만날 때까지. 나는 조그맣게 중얼 거렸다. 

병원에 있는 건 정말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소에 하던 고양이 밥주기, 고양이 놀아주기, 고양이랑 이야기하기, 고양이랑 합체하기 같은 건 당연히 못하고 산책하는 것마저도 꿈도 못 꾸었으니까. 
다리 뼈가 부러진 나는 다리를 나의 몸보다 높이고선 그저 침대에 누워있는 것 밖에 하지 못하였다. 뭐..해 볼만한 일은 몇 개 있었지만...
핸드폰하기, 핸드폰이 없어서 패스. 게임기로 게임하기, 게임기는 형제들이 가져오지 않아 패스. 보나마나 집에서 오소마츠 형이나 쥬시마츠가 하고 있겠지. 
또 가끔씩오는 형제들과 이야기하기, 하지만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는 상황이 벌어져 강력하게 패스. 특히 톳티 녀석..자기 옷사는 걸 왜 나한테 골라달라고 하는거냐. 어짜피 자기가 사고싶은 어울리지도 않는 귀여운 옷 살꺼면서. 
그리고 책읽기. 앞의 것들보다 가장 해 볼만한 일이고, 유일하게 해 보았던 일. 하지만 책 읽을 때 허리가 아파서 오래 할 수는 없어서 패스. 
그래서 안 타는 쓰레기 같은 내가 선택한 일은 침대에 누워서 창 밖을 바라보거나 매일 같이 바쁜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를 보는 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 힘들텐데도 뭐가 그리 단단한지 얼굴의 가면을 벗지 않고 언제나 밝은 웃음으로 환자를 치료한다. 킥..정말 힘들게 사네. 뭐 조금은 부럽기도 하고. 나는 그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느날이었다. 내가 있는 6인실 병실 내 옆자리신 할머니가 완치 되셨다. 숫기가 없는 나에게, 쓰레가 만도 못한 나에게 말을 걸어주시고, 자신이 좋아하는 간식도 나눠주시고, 매일같이 병실의 아침을 알리셨던 할머니가 이제 이 병실에서 나가신다고 하니 기쁜 일이었지만 조금의 서운함이 내 마음에 있었다. 
무슨 병인지는 모르겠지만 할머니가 다시는 병원에 오지 않고 건강하시길 바란다고 할머니께 인사드리며 생각했다.
목발을 짚고 마중을 나가고 싶었지만 손사래를 치며 나오지 말라고 하시던 할머니에 나는 나가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할머니가 나가시기 직전에  잘 챙겨먹으라고 남겨주신 간식을 먹으며. 할머니의 빈자리가 느껴지겠네, 라고 생각하던 참에 간호사가 침대 끝에 이름표를 바꾸는 것을 보았다. 쳇..아직 빈자리 느끼지도 못했는데 벌써 들어오다니. 묘한 감정이 들었다.
이윽고 소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네다섯명의 사내놈들이 병실에 들어와 침대로 걸어왔다. 사내놈들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검정색 양복, 검정색 셔츠, 검정색 신발 그리고 각각 다른 넥타이 색을 착용하고 있었다.
토하겠네 토하겠어 지들이 무슨 007을 찍는 것도 아니고 뭐람, 이라고 생각했다. 4명의 남자 중 핑크색 넥타이를 한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각각의 침대를 분리시키는 용도로 있는 커튼을 촤아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쳤다.
"정말 형들도 참 이렇게 공개적인 병실을 구하면 어떻게?" 
"이에에...톳티 정말 콕 집어서 이야기 하다니 예리하네 그렇게 콕찝으면 형아 아프다구?" 
중저음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나는 기겁했다. 에엑..형아라니 우리집 쓰레기 장남이 하는 짓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네. 
기겁을 하고있자 약간의 차가운 목소리를 가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것보다 좋은 병실이 있기는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말이지? 누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딱히 문제는 없잖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보통적인 사람이니까" 
"뭐어..쵸로마츠 형이 그렇다면 그런거지 여기 어때? 괜찮아? 쥬시마츠형?" 
"하잇! 여기 좋아! 조용하기도 하고! 근데 나는 여기 몇 일동안 있어야 하는 거야?"
다 들린다 이놈들아 여기는 병원이라고 병원, 이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우리 형제들이 올 때면 이처럼 시끄러웠던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기에.
뒤늦게서야 병실에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다음에 형제들이 오면 밖으로 나가자고 해야겠다. 나는 침대 옆에 있는 개인 사물함에서 읽을 책을 꺼내며 생각했다.
쿠소마츠가 가져다 준 책은 뭐려나..설마 자신의 옷장 컬렉션이 있는 잡지라던가 잡지라던가, 잡지는 아니겠지. 나는 책을 찾아 내 앞으로 가져왔다.
다행히도 나의 눈 앞에 있는 책은 안쓰러운 잡지 책이 아닌 '어린왕자' 였다. 어릴 때 읽었던 어린왕자라..뭐 조금은 읽을 만 하겠군, 라고 생각하며 나는 책을 펼쳤다.
이로써 나는 사내놈들의 이야기를 나의 귀에서 차단하려고 했다. 남의 이야기를 엿듣는 것은 좋은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의도치 않게 들려오는 소리에 어.쩔.수.없.이 듣게되었다. 마치 우리형제를 보는 듯하여 재미있어서 그런건 아니라고 말 할 수..없..다.
"음..쥬시마츠 아무래도 이번 달 말까지는 무리 아니겠어? 솔직히 지금 네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니까 편히 쉬어도 될꺼 같은데? 맞지 쵸로마츠?"
"응 뭐 맞기는 하지. 이번 달은 무력을 사용하는 일은 거의 없고, 또 무력을 사용하는 건 카라마츠 형이 맡을 수 있으니까"
"응응 게다가 쥬시마츠형 이번에는 꽤나 크게 다쳤다고? 평소 같았으면 반나절 안에는 일어났어야 하는거 이번에는 하루를 넘겼었으니까"
뭐..뭐야 이놈들..? 정말 007이라도 찍는거야? 무력을 사용한다니, 반나절 안에 일어나지도 못 할 만큼 크게 다쳤다니. 소설 속의, 드라마 속에서의 이야기가 내 귀에 들리자 나는 저 놈들에게 묻고 싶을 정도로 궁금증이 생겼다.
아냐아냐...진정하자 이치마츠..너 같은 쓰레기가 남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위험한 거다..위험한 거라고. 이제는 그만 엿들어야 한다..그만해야되. 내 머리 속에서는 빨강색 빛의 알람이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누군가 말한 적이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다고. 나 역시 그 모든 사람에 속하는 듯, 나의 귀는 옆 침대의 소리를 계속 듣고 있었다.
"응! 그럼 나 이번 달까지 휴가라고 생각하고 쉬면 된다는 거?"
"뭐..그렇지 비상금은 네 개인 사물함에 넣어둘께 필요할 때 쓰고. 그리고 이번에 열심히 했으니까 푹 쉬고 다시 투입 될 준비하라고 쥬시마츠?" 
단호하고 냉철해 보이는 듯 한 목소리를 가진 남자가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에게 이야기 했다. 침대에 있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구, 라는 짧은 말을 말했다.
이윽고 단호한 그 남자의 핸드폰으로 생각되는 것에서 진동이 울렸다. 남자는 진동을 확인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앗, 밑에 이치마츠랑 카라마츠 형한테 연락 왔다. 오소마츠형, 톳티 이제 가야해. 쥬시마츠 잘 있을 수 있지?"
"우리 쥬시마츠 형은 잘 할 수 있...아 조금 걱정 되기는 하는데..."
"에이 걱정 말라구 우리 쥬시마츠는 씹동정 체리마츠가 아니라서 잘 있을 수 있어 고작 12일이라고?" 
"확실히 그건 그렇게..쿡" 
귀여운 척 하는 남자는 능글거리는 남자의 말에 동의 하며 비웃었다. 풉..저기에도 씹동정 체리가 있나보군..우리 라이징 시코마츠처럼.
문득 나는 지금쯤 냐짱 지하 라이브를 가서 '냐짜아앙!!!' 을 외치고 있을 쵸로마츠 형을 떠올렸다.
냉철한 말투를 가진 남자는 화가 난 듯 거기에 있는 놈들에게 이야기 했다.
"어이, 따지고 보면 너희들도 씹동정인건 똑같잖"
"하이잇! 나 잘 있을 수 있으니까 잘 가라구! 아 톳티 나가기 전에! 나 커튼 좀 치워줘 불편해!"
침대에 있는 남자는 냉철한 말투를 가진 남자의 말을 끊고서는 말했다. 그렇게 냉철한 남자는 말을 뺏기고 침대에 누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쥬시마츠으! 나 너한테 뭐 잘못한거 있냐?, 라고 울먹거리며 말했다.
울먹거리는 남자를 능글거리던 남자가 토닥이었고귀여운 척 하는 남자는 침대에 누운 남자가 요청한 것을 들어주었다.
그 상황의 주범인 침대의 남자는 그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아 뭔가 저 장면을 보고 있으니까..기시감 같은게 느껴졌다.
"어이 쥬시마츠 12일 후에 만나 그 때까지 푹 쉬고"
"쥬시마츠, 진짜 너도 나 놀리는 거냐고!?!"
"쥬시마츠 형! 쵸로마츠 형은 신경쓰지 말구 밥 잘 먹고 잘 쉬고 있어! 회복에만 집중하기야!" 
세 사내놈들은 계속 울려대는 핸드폰에 침대의 남자에게 신신당부와 인사를 하고 병실에서 나갔다. 병실은 그제서야 조용해졌다.
정말 못말리는 형제들이구나, 밖으로 나가는 세 놈들을 보며 생각했다. 옆에서 느껴지는 눈빛에 옆 침대를 바라보자 나를 보고있는 남자가 보였다.
그것도 눈을 말똥말똥 뜨고있는 남자. 뭐...뭐지 왜 나를 보는 거야,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한마디가 나갔다. 
"아....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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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통화를 한다
내가 도움을 주는 사이 .
아르마니 옷을 선물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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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구나
나만 계속 변하고 있는거 같다. 잘 변했음 한다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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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친구는 뮤직비디오를 감상할수있는 카페에서 너바나의smells like teen spirit을 보여준다.
이휴 세상의남자들은 거지꼴로 흐느적 구부정 울렁거리면서 말하고 걷는다.
파편적 성장
우리가 아직 청춘이였을때 이렇게 살고 말하고

부딪혔네.
우리는 젖어서 접었다 펴는 우산사이,
잠시 붉었다 지는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