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메뉴

[태경신우] 그날의, 우리는.

 경찰 중에서도 유능함을 인정받는 경찰이었던 신우는 잠입 후 부족한 연기력으로 처음에는 의심을 받았으나, 이내 훌륭한 일 처리로 스파이라는 의심이 지워지고 조직원들에게 아군이라는 인식을 심어두고 있었다. 딱 하나 신우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는 자신의 마음뿐이었다.


 국가의 질서를 위협하는 마피아 조직에 잠입한 그 어느 누군가가 자신이 조직의 보스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 짐작했겠느냐 마는 자신의 예상 범위에 전혀 포함되어있지 않았던 그 감정은 신우에게 때때로 머뭇거리는 마음을 만들어냈다.


 조직 보스의 이름은 우태경. 제 또래로 보이는, 마피아 조직의 수장치고는 꽤 어린 나이가 아닌가 했던 것이 그에 대한 신우의 첫인상이었다. 그 첫인상은 얼마 안 가 부서졌고, 나이가 어린 편이라지만 마피아 조직을 이끄는 수장으로서 카리스마나 실력은 경찰인 저조차도 혀를 내 두를 정도였다. 처음 봤을 때 느끼지 못했던 몸을 휘감아 오는 오싹함에 잘못 걸리면 정말 죽을 수도 있음을 깨달았던 것은 신우가 첫 번째 임무를 받았을 때였다.


 신우가 지켜본 우태경이란 사람은 제 부하들에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다정하면서도, 말 한마디로 그 모두를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의 소유자.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끄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 그런 점들에 저 또한 사랑을 품어버렸더랬다. 적임을 알면서도 언젠가 처리해야할 무너트려야 할 사람임을 알면서도 마음을 부정할수록 더 마음이 커졌더랬다.


 이 날의 이야기는 평소보다 복잡한 임무와 경찰이 조직을 괴멸시킬 준비가 끝나 작전을 진행하려는 날이었다는 데서 시작했다. 보스조차도 자리를 비우게 되어 조직의 본거지가 거의 비는 날, 그런 만큼 임무의 난이도는 평소보다 어려웠다. 

 

 임무 도중 순간적으로 신우는 정신을 잃었고 눈을 떠보니 손에는 권총 한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눈을 뜨고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신우의 눈에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웬 문이었다. 그 문을 열고자 문에 다가갔지만, 문은 무엇을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여는 것을 포기한 신우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태경이였다.


"보스, 보스 일어나보세요."


 신우의 부름에 태경이는 눈을 뜨고는 머리가 지끈거린다는 듯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임무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비교적 멀쩡한 저에 비해 여기저기 상처가 잔뜩 나 있는 태경이를 본 신우는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조직 최고의 마피아였고, 어려운 일이었다 한들 그 정도로 이렇게 만신창이가 될 사람이 아니었기에.


 신우가 생각에 빠질 때쯤 알 수 없는 목소리 하나가 공간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음성 변조기를 쓴 듯 거칠고 듣기 힘든 목소리였으나 내용은 확실히 전해져 왔다. 지금부터 5분 내로, 총을 쥔 자가 총을 쥐지 않은 자를 죽이지 않으면 지구를 멸망시킬 거라는 협박이었다. 뜬금없이 정신을 차려보니 갇혀있고 총이 쥐어져 있다던가 하는 상황도 어이가 없는데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어이가 없어진 신우는 누군지 밝히고 아까부터 꿈쩍도 하지 않는 이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 소리에 답하는 목소리는 존재하지 않았고 그저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신우와 달리 태경이의 표정은 매우 험상궂었다. 그 말투를 어디서 들어보기라도 한 듯 표정을 구긴 채 곰곰이 생각하던 태경이는 문득 시계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목소리가 끝난 이후부터 5분을 세고 있는 타이머를.


 시간은 3분 남짓 남은 상태였고 태경이는 한숨을 푹 쉰 채 신우에게 말을 걸었다.


"신우야."


"예, 보스. 누군가의 질 나쁜 장난이겠지요. 지구 멸망이라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아쉽게도 질 나쁜 장난도 아니고 충분히 가능할 거야.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일이 장난은 아닐 거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보스!!!"


"그저 장난도 아니고 지금 이건 현실일 뿐이란 뜻이야. 그리고, 내가 너의 보스는 아니지 않나, 노신우 경찰관?"


 타이머가 올려져 있는 책상을 등 뒤로 하고는 손을 뻗어 탁자를 짚은 채 담담하게 신우의 정체를 물어오는 태경이었고, 신우는 놀란 나머지 손에 쥐여있던 권총을 떨어트렸다.


"숨겼다고 생각한 건가? 그렇게 티를 냈는데 그대는. 조직원들이 의심을 거둔 건 그대가 의심스럽지 않아져서가 아니라 그저 내가 그대를 보증했을 뿐이야. 그대를 지켜보는 건 꽤 재밌었거든."


 담담하게 말하는 태경이에 신우는 떨어진 권총을 주울 생각도 못 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다면 원래 오늘의 계획은 도리어 경찰 쪽이 큰 피해를 당하게끔 유도한 건가 하는 생각이 신우를 휘감았고, 그 사이 타이머는 2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남았다고 알릴 뿐이었다.


"생각은 그만하고 슬슬 결정을 내지그래? 어차피 오늘의. 작전이 성공했든 실패했든 그대의 타겟은 나였잖아? 지구도 그하고 타겟도 처리하고 꽤 좋은, 기회 아닌가."


 제 목숨을 가져가라는 말을 어디 강 너머 불구경하듯 이야기하며 떨어진 총을 주워 신우의 손에 쥐여주는 태경이었다. 이제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듯 신우에 손에 쥔 총의 총구를 제 심장이 있는 위치에 갖다 대는 태경이었다.


"보…. 스, "


"난 그대의 보스가 아닐 텐데. 그저 그대의 타겟일 뿐이야."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은 참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마피아 조직의 수장인 주제에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봐온 당신 중에 오늘이 제일.... 이상하네요."


 어느새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며 타이머에 남은 시간을 확인해보던 신우의 눈에서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륵, 떨어졌다. 타겟이었으나 사랑을 품은 상대를 죽이라니, 꽤 잔인한 일이 아닌가 하며 마지막이라면 제 마음이라도 전하고자 했다.


"나는 당신을.... 좋...아...합니다...좋아해요. 마지막이라면,  마음을 전하는 것 정도는 용인될까요."


 그 말에 지금껏 동요 하지 않던 태경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러고는 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다는 듯 살짝 미소지은 채 신우에게 더 붙어서는 총을 잡은 신우의 손은 감싸며 말을 이었다.


"우연이네. 나도 그대를 꽤 좋아하는데. 사랑하는 이에 의한 죽음이라니 내가 그리 나쁘게 산 것만은 아닌가 싶군."


"이런 순간에도 당신은 이상해요……. 배신자였지만 그래도 당신을 좋아했던 것만큼은 진실이었습니다."


 거짓 없이, 떠봄 없이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두 사람의 뒤로 어느새 타이머는 30초하고 조금 더 있는 시간을 알려왔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두 사람의 입술이 맞닿았고, 혀가 진득하게 얽히고설켰던. 그런 입맞춤은 타이머가 10초 남짓한 시간을 가리켰을 때 쯤 끝이 났다.


"사랑해, 신우야."


 그 말을 끝으로 태경이는 제 심장에 총구를 가져다 댄 그 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신우의 손을 겹친 채 총구를 당긴 그 손은 태경이가 그대로 쓰러질 때까지도 신우의 손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신우는 기어이 터진 눈물을 주체하지 못 한 체 울며 호흡을 멈춘 태경이를 끌어안고 울며 말했다.


"잘 가요, 잘 가요. 내 사랑 내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


 눈물에 물기 어린 목소리로 태경이에게 혼자만의 작별인사를 건넨 신우를 뒤로하고 꿈쩍도 안 하던 문이 열렸고 문을 통해 들어온 것은 신우의 동료들인 경찰들이었다. 그들은 조직의 괴멸을 알렸고 피가 잔뜩 튄 신우를 보고는 바로 상황을 알아차렸다. 두 사람이 처한 상황은 경찰 본부로도 범인이 전했었는지 신우의 동료들은 모든 걸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신우를, 그리고 태경이를 옮겼다. 그렇게 신우에게는 지옥 같은 하루가 막을 내렸다.


 이후 태경이의 대한 것은 신우가 결정하게 되었고, 신우는 태경이의 장례를 치러 납골당으로 태경이의 유골만을 옮기고는 납골함에 제가 조직에 들어갔을 때 받은 암호명을 적은 종이를 함께 넣어두었다.


"당신의 조직은 괴멸했어요. 당신의 조직을 괴멸시킨 나여도 당신은 나를 사랑해줄까요. 아직은, 아직은 그게 두려워서 당신 곁으로는 못가겠어요. 당신이 믿을진 몰라도 나는 당신을  사랑했어요. 그리고, 우리를 협박했던 범인은 잡았어요. 원자력 발전소들을 폭파하려고 했다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였어요. 그래도 폭탄을 설치해둔 건 진짜여서 간단히 끝날 거 같지는 않아요. 그곳에서는....나 같은 배신자 말고 더 사랑스러운 사람을....사랑하길 바라요 또 올게요, 보스."


 눈물을 훔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돌아가는 신우를 햇빛이 따라가듯 비추었다. 누군가 보았더라면 사랑하는 이에게 그래도 나는 너를 사랑해, 라고 전하는 듯 아주 따뜻하고 밝은 빛이었다 




어디서 왔지?
[["t.co", 14], ["synd.kr", 4], ["unknown", 65], ["www.google.com", 1]]
다른 글들
1 1

사람

사람이니까 말하는거야
사람이니까 쓰는거야
사람이니까 들어주는거야
사람이니까 보여주는거야
혹시 너는
말해주고
써주고
들어주고
보여주니
2 0

사람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일을 벌였나.
생각하다
내가 사람이란 게 싫어졌다.
이글을 쓰는 나도.
이글을 읽는 너도
다 사람인데.
가끔씩은 사람이 아닌 것이 되어
사람을 바라보고 싶다.
상상만으로 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2 2
Square

사람

억압된 것에서 벗어서 스스로에 대해 결정하는 수 있을 때, 사람이라 부른다.
환경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고, 모든 것을 자기 식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을 때, 사람이라 부른다.
삶이 자아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숙고하고 좁히기 위해 달려가는 행로에 접어들 때, 사람이라 부른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변화를 인식하는 건, 언어로부터 구체화되며, 이 언어로 인해 구체화된 인식들이 우리의 감정과 기억을 주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때, 사람이라 부른다.
페터 바에라의 [자기 결정]이라는 핏빛 커버의 책을 읽고 있다. 짧은 책이지만, 난독증에 난시도 심해져 읽는 게 여간 난감한 게 아니다.  가끔 말인지 막걸리인지, 라고 투덜거리며 시대의 지성에 침을 뱉는 얕디얕은 인내심을 보이기도 한다.
다 읽고 나면, 난 괴이한 보상심리에서 비롯된 '각성' 따위를 기대할 지 모르겠다.
1 0

사람

사람이란 생각보다 하찮은 동물이다.
자기보다 약하면 한없이 무시하지만
자기보다 강하다 판단될때 
누구보다도 앞장서 꼬리를 내린다.
내가 강해서도, 약해서도가 아니다.
단지 지켜보는 내가, 봐야하는 내가
한심할뿐이다.
인간은 더럽다.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2 4

사람

따스한 사람이 좋다.
나도 참 따스한 사람이 되고 싶다.
마음이 넓은 사람이 좋다.
내가 그런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일잘하는 사람이 멋져보인다.
나도 홀로 멋지게 일잘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사람은 늘 나를 멋지다고 했었는데
그렇게 멋진 사람이 되어야 겠다.
0 0

사람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가버린 그 사람 
오늘따라 그 사람이 보고싶다
0 0

사람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느끼고싶다.
하지만 내가 사람이라는 확신이 없다.
0 0

사람

사람은 사람을 만나 좌절하고 슬퍼한다
그래 사람과 사람에 만남은 나와 너 그리고 우리는 불행이야
사람은 사람을 만나 행복해하며 사랑하고 성장한다
그래 사람과 사람이 만남은 나와너 그리고 우리는 행복이야
사람과 사람사이에 슬픈 아픔과 애절한 이별은 성장통에 지나지않아. 
이 성장통만 지나면 조금 성숙한 사람과 사람이 되지않을까?
나와너 그리고 우리가 향해가는 그곳에 말야. 
3 0

좋은 사람

어릴때  착한어린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야 된다고 해서  착해지려 했고 그런 아이가 되어야지만  이쁨받는 줄 알았다.
동생이 태어나서 착한 오빠가 되어야 했고
학교 다니며 공부는 그리 못했어도 부모님과 선생님 속은 썩이지 않는 착한 학생이었다.
다른 사람에게 좋은사람이 되기 위한 삶이었다. 
 어떠한 계기로  나는 행복한가 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을 때
용케도 난 아니란 대답을 내리게 되었다. 남을 위한 행복과 순도100의 나를 위한 행복을 구분하게 된것이다.  날 위한 행복을 추구하는 게 마치 이기적인 생각인 마냥 치부해 버리는 그 나쁜 버릇을 깨달은 것이다.
  난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되지 못했다.
이렇게 느끼게 되니 어릴적 배운 것들의 상당부분을 부정하게 되었다. 그러나 가장 크게 남는 딱 한가지가 있다. 누구나 아는 이 말.  자유민주주의 나라의 국민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자유를 누리며 내 행복을 위해 살수있다는 글이 헌법에 실려있다는 상식말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을  깨달은 듯 쓰는 지금이 민망할 정도로  난 너무 중요한걸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
난  처음부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수가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던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배워야 했던건  나에게 좋은사람이 되는 법이었을 것이다.  그 다음에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주고 싶은 인연이 생긴다면 그때 그런 사람이 될수있는  따뜻한 인성의 사람이 되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미 적은나이는 아니지만 난 이제 ' 어른이 되려면' 이라는 여태 답도 안나오는 그 질문을 버리려 한다.
앞으로의 내 질문은 ' 나 다운'  이 될것이고  답을 찾아가며 더 행복해 질것이다. 더 이상 삶을 낭비할 순 없다
ㅡ 문과사나이ㅡ
0 0

귀여운 사람

내앞에 모습자체가 귀여운 아이같은 사람
내옆에 모습자체가 아름다운 사람
내뒤에 모습자체가 사랑스러운 사람
마치 귀여운 아이와 같은 사람
0 0
Square

그런... 사람

없으면 허전한 사람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나는 사람
말만 했다하면 날 깔깔 웃게 만드는 사람
곁에 있어주면 왠지 든든한 사람
나의 고민을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
가족보다도 더 편하게 대할 수 있는 사람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드는 사람
.
.
.
.
 날 하루종일 웃고 즐겁게 만들어 주는 사람
.
.
.
.
.
.
.
.
.
.
바로 그런 사람
My best friend....
2 2

너란 사람

 너란 사람..  나를 웃고, 힘들 때 일으켜주고, 다시 힘들게 하고, 슬프게 하고, 다시 행복하게 해주지.. 넌 항상 나를 지켜주었는데, 넌 예전의 그림자 속에 있었던 나를 빛으로 인도해주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평생 그림자 속에 있었을 거야.. 정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