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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견

서로를 물어뜯는게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이라

너희들도 당연히

싸워야 하는 줄 알았나보다


서로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살아남는 것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데


어리석게도

스스로 눈 앞에

자화상을 그려놓고도

너희는 개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그랬나보다


미안하다

너희도 우리와

별다를 게 없는 것을


자기 자식들은

다칠까봐 겁내면서

자기 배 불리려

남의 새끼 다치게 하는건

아무렇지 않았나보다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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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교 안갈거야 교장 나쁜 변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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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모든 걸 잊고
오늘 난 영원한 슬픔의 강에 빠져버렸다.
누군가한테는 여긴 그저그런 강이겠지.
맞다.
여기는 아무한테도 기억되지 못할 '어떤 사람'의
그저 그런 무덤일 뿐.
사실 아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면 "고맙다"라고 한번이라도.
난 너무 이기적인 인간이야.
애들도 걱정이다.
아내 혼자 생활비 다 못벌텐데..
아줌마가 분명 방빼라고 할지도 몰라..
지금 와서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자니
너무 비참해진다.
내가 이대로 죽으면 부장새끼 죽이러 가야지.
과장새끼도.. 싸가지 없는 이 대리도.
다 조지고 싶다.
엄마.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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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

그녀에 대한 너의 기억은 한참 미화되었다. 심지어 내게 최악이라고 했던 첫 만남까지도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귀찮아서 잠자코 듣다가도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왜곡이라, 나는 몇 번이나 네 말을 자르고 이의를 제기해야 했다. 물론 전부 기각당했지만.
 “이쯤 되면 싫어도 의심을 하게 돼.”
 “뭘.”
 “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세뇌? 뇌 실험? 루드비코 고문이라도 당한 거 아냐?”
 “너는 걔가 무슨 북괴로 보이냐?”
 ……여기서 그렇다고 하면 아마 대판 싸우겠지. 대답 대신 참을 인 자를 속으로 꾹꾹 눌러 썼다. 침묵하는 내 정수리에 대고 녀석은 그녀가 얼마나 예쁘고 좋은 사람인지에 대해 고취했다. 하나님 부처님 저 멍청한 얼굴 한 열 대만 때리게 해 주십쇼…. 울화가 치미는 동시에 머리가 아팠다.
 그러나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딱히 없고, 시간은 잘 갔다. 작은 조바심들을 짐처럼 쌓아둔 채 지내던 어느 오후. 중간에 낀 수업이 갑자기 휴강하는 바람에 시간이 붕 떠버렸다. 볕도 좋은데 들어가서 잠이나 잘까. 그러나 텅 비었을 거라 생각했던 문창실에는 비슷한 이유로 잉여가 된 동기 놈들이 구석 소파에 앉아 떠들고 있었다. 조용히 자기는 글렀군.
 “징그럽게 붙어서 뭐하냐?”
 “오, 김꽁. 너도 와서 걸어.”
 “미친… 또 내기해?”
 “건수잖아.”
 내가 질린다는 표정을 했으나 다들 킬킬 웃어대느라 바빴다. 건수라는 건 호구의 연애사업 얘기였다. 대망의 실연 일이 과연 언제가 될까 하는 돈내기. 공책에 날짜며 이름이며 써놓은 걸 죽 훑는데 판돈이 죄다 앞쪽에 몰려 있었다. 이 주 아니면 한 달.
 “이래서 무슨 내기를 해?”
 “그럼 니가 일 년에 걸래? 배당금은 쩔겠네.”
 “…아니 미쳤냐.”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자 점퍼가 버스럭거린다. 놈이 좋아 죽는 여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눈망울이 크고 서글서글한 것이 사람 홀리기에 좋아 보였다. 아마 곧 헤어지겠지. 언제고 무참히 깨졌던 지난 연애처럼 이번 연애사업도 망할 것이다. 그러니까 언제 망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뜯어 먹히느냐 그게 문제였다.
 “그 새끼는 정신을 못 차렸어. 저번에는 과제 갖다 바치다가 방학하니까 황 됐잖아. 호구 같은 새끼.”
 “아 그래서 걸 거야 말 거야?”
 나는 갈등했다. 의리와 실리 사이 중에. 사실 도박이나 복권에 목숨 거는 사람들이 망하는 이유는, 잃을 확률보다 따낼 확률만을 생각해서라는 걸 알면서도.
 “……한 달 반.”
 그래도 가장 긴 기간에 거는 것이 나름의 의리요 혹시 정말 된다면 실리도 챙길 수 있는 길이 아닌가, 기막힌 합리화를 했다. 만약에 내가 따게 되면 위로주라도 사 줘야지, 그런 생각도 하면서.
2 2

미미야 천국으로 가렴🕊

강원도 울부모님집에 토토랑 미미랑
강아지가 두마리 있다.있었다.
토토는 남자고 미미는 여잔데
미미가 말썽을 마니 부려서 가끔만 풀어주고
부모님이 두마리 다 묶어 놓으셨다
삼면이 산으로 된 집이라 한쪽옆에 산물 내려가는
또랑 같은곳이 있었는데 꽤 높다
작은 판자 다리를 만들어 두마리를 떨어뜨려서
또랑 건너에 개집이 두개 다 있었다
미미가 임신을 해서 엄마가 긴장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새끼 낳다 또랑으로 떨어질까봐
아빠께 말씀드려 어제 미미집을 새로 만들고 있다가
볼일 보러 나가시고 엄마는 닭물을 주려고 나갔는데
토토(목이 아푼개인지 원래 짖는 소리가 엄청 작음)가
엄마테 말하는것처럼 갑자기 옆에서 막 짖어대서
미미가 목마르다고 알려주는건가 해서
미미집에 가봤는데 미미가 새끼 한마리는 낳고
아푸니까 또 다른 새끼 낳을려고 몸부림 치다가
또랑으로 떨어졌는데 개목줄이 짧아서
목이 감겨 매달려서 죽었다고 한다.
내가 맘이 아픈건 아직 낳지 못한 새끼들과
새끼도 다 못 낳고 맘도 몸도 마니 고통스러웠을 미미와
목소리가 안나와 알려주지 못한 토토와
이미 낳은 엄마 없는 새끼 강아지가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워서..
강원도 가면 얼굴한번 제대로 본적없고
촉새처럼 자주 짖는다고 울엄마가 구박만 하고
사랑도 마니 못받아보고 이렇게 죽었다니
너무 미안하고 엄마아빠가 밉다
조금만 빨리 개집 새로 지어주지..
토토랑 빨리 개집 바꿔주지..
자주 나가서 미미좀 봐주지..
왜 내가 이렇게 죄책감이 드는지
찝찝해서 미치겠는지 너무 불쌍해서 미쳐버릴거 같다
그동안 미미랑 울아들이랑 찍은 사진 한장이 없네.
하느님 우리 미미 천국으로 데려가 주세요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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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걸려들었다.
더이상 넌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
너는 이제 완전한 나만의 것이다.
빠져버렸다.
더이상 난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조여오는 그 덫에 걸려
나는 이제 너의 꼭두각시가 되어버렸다.
너는,
나는 이제,
나를 사랑하게 될거야, 내 사랑.
너를 죽도록 혐오하게 될거야, 이 미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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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가 생각하는 삶

시간이 흘러 저녁놀이 고개를 조금씩, 거대하게 지평선을 비춘다. 
시간이 흘러간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지나치는 밤.
또한 당연하듯이 찾아오는 아침.
이 거대한 틀 속 이름없는 무수한 사람들.
바삐 출근하며 분주한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이제 마지막 숨결을 내쉬며 긴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나에게 사람은 두가지다.
산 사람과 죽은사람.
나는 저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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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에는 만족보다는 후회를 한다.
"조금 더 열심히 살 껄...."
"마누라에게 조금 더 잘할껄.."
.
.
그렇다. 사람은 늘 실수를 하며 후회를 한다.
나 또한 역시 실수를 하며 살았던 한 인간으로서 
단언코 확신하는 것 중 하나는
후회없는 마지막이야말로 가장 근사한 삶이라 본다.
살아생전 다른 사람들에게 추양받으며 돈을 산더미처럼 쌓으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쌓아 올린 빌딩처럼 감히 다가갈 수 도 없는 그런 삐가 번쩍한 양반들.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무시하고 짓누르며 강한 자에게는 파리 새끼마냥 싹싹 빌며 돈과 명예에 목숨 건 인간들.
마지막 순간, 그들은 죽음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도망치려한다.
눈 감고 외면하려 한다.
그러나 넋은 재판에 회부되어 살아온 전생에 따라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영.원.히

육신은 한 줌 재로 변하여 땅에 뿌려진다.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들은 결국 모두 사라진다.
나 또한 재대로 된 인생은 잘 모른다.
그래, 나조차도 감히 인생에 대해 정의내리기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솔식히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무수한 인간들을 만나보고 얘기해보며,
소설같은 이야기를 하며 수명을 구걸하는,
평범한 머리로는 이해하기도 힘든 싸이코들을 보며,
드물지만 존경스러울 정도로 일평생 봉사하며 헌신한
어느 사람들을 보며 확실한 점은
후회하지 않는 삶이야 말로 가장 멋진 삶이라는 것.
근사하지 않아도 된다.
금에는 구더기가 드글거리는 법이다.
오늘 열심히 살면 그 삶이야말로 근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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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07 | 왜 우리는

"어디가 아파?”
“열이 나.”
“감기야?”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기 보단 그저 대꾸를 하기 귀찮았을 뿐이다. 그럼 나한테 감기 옮겨 줘. 반반씩 달고 가면 금방 지나갈 거야. 권지훈은 내게서 동의를 받아내기도 전에-눈 깜짝할 새에-달려 들어 입술을 냅다 들이박았다. 당황할 새도 없이 그렇게 짧은 밤이 지나가는가 싶었다.
권지훈은 늘 그렇듯 항상 모순 덩어리였다. 다음 날 낮이 되어서는 감기가 금방 지나가긴 커녕 달아오른 몸으로 서로 못 죽어 안달이 난 사람들마냥 쏟아지는 애역과 기침을 뱉어내기에만 정신이 없었으니깐. 그 상황 속에서도 권지훈은 실실 쪼개더니만 아예 대놓고 내 얼굴을 보는 데에만 여념이 없었다. 마른 기침을 하면서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잡지 못 하는 권지훈, 그 애를 마주보고 헷갈리는 마음을 확연히 정리하지 못 하는 나. 그 안에서 피어난 우리. 너와 나, 나와 너. 그 속에서 분명 우린 알고 있었다. 우리가 이럼 안 된다는 걸. 하지만 그 많은 걸 머릿속에서 정리하자니 몸이 더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권지훈을 앞에 두고 달아오르는 내 몸, 그렇게 되면 그건 더 이상 내 몸도 아닌 권지훈의 몸도 아닌 게 돼 버린다. 아니, 그건 이제 우리의 몸이 돼 버린다.
“이따 같이 병원 갈래?”
“아니.”
“그치, 싫지. 근데 너 네 얼굴 보면 병원 가잔 말부터 나올 걸.”
“그럼 각자 가든가 해.”
“내가 그렇게 싫어?”
상처를 받은 눈이었다. 권지훈의 그런 눈을 보고있자니 괜히 내가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서, 내가 그 눈에 휘말릴 것만 같아서. 권지훈의 눈은 나에게 어떤 감정을 담고 있길래, 대체 날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길래. 그래서 눈을 피했더니 권지훈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왜 내 눈 피하는 건데? 한다. 그러게, 왜 피할까. 등을 돌리자니 네가 상처를 받을 것만 같았고, 그리고.
“얼굴 보기 민망해서."
“왜 민망한데?”
“알잖아.”
우리 이럼 안 되는 거, 너도 알잖아. 삼켜낸 뒷말이 목구멍을 범람하고 있었다. 권지훈은 화가 난 듯 하더니 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날 쳐다보기만 했다. 시선이 부담스러워 등을 돌렸다. 웬 일인지 잠잠한 게 이상해 힐끔 쳐다보니 그 애도 등을 돌리고 있었다. 전에도 애인과 싸웠을 때면 이런 싸움이 지속되곤 했다. 지속되는 침묵의 싸움. 그 싸움이 지겨웠는지 꼭 애인은 본인의 격앙됐던 감정이 좀 추스러지는 듯 싶으면 침묵을 깨고 날 껴안았다. 그리고, 권지훈도 그랬다.
“뭐 해.”
“왜 안 돌아봐?”
“뒤 돌아보면 네가 있을까 봐.”
“내가 있으면 뭐 어떤데?”
“헷갈려.”
“너 나 좋아하잖아.”
“꿈도 크셔.”
“그래서 네 잘난 애인 님은 언제 오신다냐?”
“닥쳐, 진짜.”
“너 있잖아. 승혁이 형이 너 맡기고 출장 갔을 때 나한테 뭐라고 했는 줄 알어? 나보고 너 좀 잘 맡아달래. 애가 자기 없으면 밥도 안 먹고 축 늘어져서 맨날 골골대기나 한다고. 그래서 내가 뭐라고 했게.”
“내가 어떻게 아는데.”
“쌀쌀맞긴. 당연히 네, 형. 저 그런 거 잘 해요. 서재원 그 애새끼 제가 하루 이틀 보나요, 그랬지.”
“그 얘긴 나한테 왜 해?”
“형이랑 너한테 미안해서.”
진짜 너나 나나, 앵간히 모자라야지. 씨바알..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애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근래 들어 연락이 조금 드문드문 오는가 싶더니 삼 일 만이었다. 서럽지도 않았다. 서운하지도 않았고.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내가 여기서 이 새끼랑 뒹굴고 있던 게 생각이 나 그럴 수가 없었다. 어쩌다 이렇게 꼬인 걸까. 힘이 빠져 수전증을 앓고 있는 사람인 것 마냥 덜덜 떨리는 손을 간신히 붙잡고 전화를 받자 애인은 왜 그렇게 목소리에 힘이 없냐며 날 걱정했다. 걱정했다. 걱정했다…  누가? 애인이. 누구를? 나를. 왜? 그러게, 왜. 왜 나를 걱정할까. 애인에게도, 권지훈에게도 미안했지만 기어코 그냥 덜컥 울음이 먼저 나오고야 말았다. 두 달 동안 느낀 죄책감을 밀어 버리고 서러움이 몰려 왔다. 애인은 새어 나오는 내 울음 소리를 듣고 연신 미안하단 말을 반복했다.
-재원아, 재원아. 형 금방 갈 거야. 너도 알잖아.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자, 응? 나도 너 보고 싶어 미치겠어. 당장이라도 달려 가서 너랑 물고 빨고 하고 싶고.. 나 지금도 너 만지고 싶어. 그런데 그건 아니잖아, 아닌 건 아닌 거잖아.
“형, 미안해요. 나는..나는 그냥…”
-사랑해.
“..나두요.”
그렇게 짧고 어지러웠던 애인과의 통화가 끝났다. 난 자연스레 권지훈에게 애인의 목소리를 건네 주고 침대에 누워 달아올라버린 몸을 식히려 애를 쓰다가, 너무 지끈거려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은 머리를 진정시키려 노력도 했다. 권지훈은 한참이나 애인의 목소리를 붙잡고 있었지만 뱉는 대답은 한정적이었다. 침묵이 아니면, 수긍.
“네 형, 알아요. 네. 잘 챙겨야죠. 네, 금방 봬요.”
“형이 뭐래.”
“너 아프냐고 물어 봐.”
“그래서 뭐라 했어.”
“아프다고 했더니 당장 너 병원 데리고 가래. 너 우는 것도 달래주고. 약도 먹이래. 그리고 또..”
“내 걱정만 해?”
“응.”
“병원 가자. 안 그럼 나 정말 죽을 거 같아."
“그래, 너.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어제 네가 한 말, 그거 다 거짓말이었어. 금방 지나가긴 뭘 지나가. 죽을 거 같은데.”
바보, 그 말을 믿었어? 그건 그냥 너랑 키스나 함 해보려고 지어낸 거짓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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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그녀는 추레한 자신의 몸뚱이를 내려다본다. 
누구나 탐냈던 희고 부드러운 피부와 젖가슴은 완전히 망가지고 헤져서 그녀는 스스로가 한 마리 짐승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이 일상이 모두 지긋지긋해서 그녀는 차라리 목을 졸라버리고 싶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다시 넝마를 주워입고 새끼들 입에 넣어 줄 사냥감을 찾으러 간다. 
빌어먹을 사랑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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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뼈시린 영하의 추운 겨울
이른시 집나서 입김을 불었다.
하얗게 피어오르는 내 입김에
얼어붙은 내 손을 녹여보았다.
얼어 둔해진 관절 마디는
다시 살아 움직이고
얼어 붙은 뼈속 골수는
다시 살아 흐른다.
생명이라도 얻은 마냥
 다시 움직이는 나의 손
고드름 속 거미
고장난 자판기
얼어 죽은 새끼 고양이
나의 입김으로 얼어붙은 존재들을
따스히 녹여주어 생명을 줄 순 없나
나의 입김으로 얼어붙은 세상의
부서질 추위를 녹여 줄 순 없나
없다. 
내 입김이 흩어지며
만들어지는 단어
내가 숨이 멎도록 숨결을 뱉아도
얼어붙은 생명은 돌아올 수 없다.
얼어붙은 세상은 돌이킬 수 없다.
뼈시린 영하의 추운 겨울
늦은시 집에서 심장을 뚫는다.
검붉게 흘러나오는 따뜻한 선혈에
얼어붙은 내 몸을 담궈보았다.
피가 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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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마

왜, 무슨 근거로 나한테 그렇게 많은 기대를 하는거야? 내가 무조건 성공할거 같아?
웃기지 마.
정신차려.
난 뭣도 하나 제대로 못하고 매일 애매하고 대답도 잘 못하고 눈치도 없고 패기도 없어서 좋은 성격도 아니야. 근데 왜? 내가 잘난게 뭔데 나한테 많은걸 바래?
ㅡ 싫다고 했잖아.
왜 나한테. 이럴거면 태어나게 하지 말지 그랬어.
그 무겁고 무서운 짐을 내게 주는거야?
내가 나아가야 하는 길은 한정되어 있어?
왜 자꾸 날 죄인으로 만들어.
엄마 힘들다고 말할 때마다. 돈 없다고 한숨 쉴 때마다. 내가 놀려고 하면 공부 얘기 꺼내는 것도.
나 언제까지 이래야 해? 힘들고 답답해.
물 속 깊은 곳에 큰 바위 아래 깔려 있는것 처럼
다이빙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것 처럼
한 손에는 불타는 라이터를, 한 손에는 기름을 들고 있는것 처럼 무서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미안해 엄마.
난 기대에 못 미치는 나쁜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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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내가 여태까지 살면서 제일 배신감 느낀게 뭔지 알아?
같이 잘 지내던 사람이 알고보니까 내 뒤에서 욕하던거.
당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겠지만
아직 당하지 않았다면 절대 당하지 않기를 바랄게.
친밀하면 친밀할수록 죽고싶다는 생각 많이 들거든.
이미 당했다고?
힘들지? 많이 힘들거 알아. 별의 별 생각 다 들고
심했다면 시도까지 할뻔했을 수 있고 시도까지 한 사람들도 많을거야. 힘내. 수고했어. 여태까지 살아와줘서 고마워. 이 말들이 뻔하긴 해도 의외로 많이 위로되더라. 살기 거지같아도 살아줘.
상처준 사람은 잘 사는데 우리만 이렇게 살 순 없잖아.
악착같이 살아서 그새끼들한테 복수해야지.
여태껏 살아줘서 고마워. 조금만 더 힘내서 다같이 복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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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나랑은 떼려야 뗄 수 없다.
날 제외한 가족 세 명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
모두 다 선천적인 것은 아니지만
날 키워주신 할머니, 아버지는 손가락이 두 개
그리고 세 개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남동생은 마비로 인해 다리와 양 손이 불편
하고.
부끄러워한 적은 결단코 단 한번도 없다.
아버지만 해도 오른쪽 엄지, 새끼손가락만 가지고도
글자를 나보다 멋들어지게 잘 쓰시기에.
동생도 나보다 머리가 좋고 성실해 저축도 잘한다.
물론 남들 눈에는 영 어딘가가 티나게 불편해보이는
장애인들로 비추어지겠지.
난 그런 가족들을 보며 생각한다.
어쩌면 
가족들보다 내가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닐까.
부끄럽다 생각한 적은 없다고 스스로 여기며
남몰래 내가 그래도 낫지, 생각하며
더 게을리, 형편없이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