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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폭풍 전에는 고요한데 폭풍 후에는 놀라울 정도로 맑아져. 근데 나는 왜 폭풍 후에 더 흐려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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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퉁퉁퉁퉁.]
다리 난간에 걸린 현수막이 세찬 강바람에 고장난 현악기처럼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렸다.
너무 오랜시간 비바람에 노출되어 넝마나 다름없는 그것은, 폭풍전야의 바람을 먹고 가장자리가 팽팽하게 당겨져 휘리릭 말려올라갔다 다시 펼쳐지는것을 반복했다.
어제 저녁부터 지금 막 동이 터 올 때까지. 남자는 고가도로가 보이는 건물 옥상에 앉아 밤새도록 경계를 서고 있었다.
차가운 희광이 파괴된 도로와 무덤처럼 변해버린 건물들을 비추자 황폐한 도시의 풍경이 한층 더 으스스하게 보였다.
잠시 주위를 살피던 그는 고개를 돌려 원래는 현수막이었을 천조각에 눈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그 위에 희미하게 남은 그림과 글자를 보고 그것이 시위용 현수막이라는걸 깨달았다. 물 빠진 붉은 바탕에는 주사기, 동물 따위의 그림이 남아있었다.
식사시간이 되자 남자는 포장이 벗겨진 낡은 캔 하나를 들어서 어제 먹다남은 것들을 처리 하기 시작했다. 급하지 않게 최대한 천천히, 그러나 맛을 음미하지 않으려 애쓰며 기름이 번들거리는 고기조각을 입안에 넣는다.
그렇게 짧은 아침식사가 끝나고 남자는 개먹이 통조림을 난간 아래 내려놓았다.
텁텁한 입안에서 악취가 났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머리속 전구에 전기가 팟 하고 들어간것처럼, 남자는 회사 자판기에서 뽑아 마셨던 달달한 믹스커피를 떠올렸다. 배운지 얼마 안되서 곧잘 기침을 터트리게 만들던 담배에 대한 기억도 함께.
자판기 커피를 떠올리고 나니 겉잡을 수 없이 향수병이 도졌다. '장소'가 아니라 '때'를 향한 향수병이었다.
그는 옛날이 그리웠다.
편리하고 배부르며 청결했던 생활이 그리웠다.
에어컨 바람과 편의점이 그리웠다. 그가 타고 다녔던 구식 토요타가 그리웠다. 자극적인 음식들이 먹고 싶었고, 집 앞 산책로를 걷고 싶었다. 주말 마다 가던 북한산도 가고 싶었다. 지겨웠던 회식자리도 그리웠다.
그리고 칫솔.
남자는 콧등을 찡그렸다. 숨을 내쉴때마다 어쩔 수 없이 맡게되는 입냄새에 남자는 잠시 갈등했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할텐데, 그는 아직 문명인의 옷을 다 벗지 못했다. 결국 남자는 고이고이 모셔뒀던 식수를 입에 한모금 머금었다.
날은 아직 차고, 해가 빨리 지는 요즘이었지만. 남자는 은혜로운 비가 언제나 찾아오려나 오매불망 기다리는 중 이었다.
사람이 생존하는데 있어서 물은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도시에 남아있는 물은 대부분이 오염되어 있는 상태였고, 패트병에 들어가 있는 깨끗한 물은 거래품 중에서도 특히 비싼값에 거래되고 있었다. 남자는 생수병을 사자고 물물교환을 할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공짜 식수를 얻기위해 남자가 했던 행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 이었다. 그는 비가 내리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 멍청한 짓거리 덕분에 남자는 거의 말라 죽을 뻔 했었다.
결국 일주일전에 왔던 폭우가 그를 살렸다. (…차라리 죽는게 나았을텐데.) 도시 곳곳에 숨어있는 생존자들 또한 살렸을 것이다.
물과 식량.

몇년전만 해도 집앞 편의점에만 나가도 쉽게 얻을 수 있던 것 들이다. 너무 흔해서 그 귀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이제는 감히 입에도 댈수 없는 사치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오늘날. 갈급한 허기와 혀를 말라붙게 만드는 공포가 편의점 커피보다 쉽게 남자의 일상에 스며들었다.
스며들고 저며들고 끝내는 그를 잠식하리라.
그 추악한 끝을 보기전에 남자는 빨리 평온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었다.
이 모든게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국영방송에서는 일본 뇌염모기의 변종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떠들어댔으며, 학계의 유명인사는 과학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아마존 밀림에서 새로이 발견된 식인종 향토병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는 국가가 운영하는 비밀실험실에서 실수로 반출된 생화학 무기일거라고 추정했으며 심지어 누군가는 월석에 묻어있던 '외계물질'이 지구생물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작용한것이라 주장했다.
요한계시록에서 말하는 최후의 심판론은 더 말할것도 없으리라.
내일 당장 세상이 끝장 나기라도 할것처럼 온 세상천지에 뜬소문과 개소리가 범람하고 있었다.
SNS에 난무하는 저질스러운 가십과 우스갯소리가 저녁 뉴스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그렇게 인류가 꾸물럭 거리는 사이 감염자들의 1차 발작기간이 지나갔다.
1차 발작이 지난 감염자들은 초기에 비해 폭력성이 강했지만 아직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남아있었다.


만약 그때 백신을 연구했더라면 감염이 이렇게나 빨리 퍼지진 않았을 것이다.

정치놀음에 빠진 과학자들과 연구소들이 백신으로 얻을 이익을 주판에 튕기며 계산하는 사이, 나라에서는 재난컨트롤타워를 운영한다며 감염자들을 검사했다. 그리고 그들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냈다. 각 가정으로, 회사로, 학교로.
만약 그들을 임시 보호소에 한꺼번에 밀어넣고 격리했었더라면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

지금으로선 모를일이다.
2차, 3차 발작은 더 빨리 찾아왔다.
감염자중 한명이 크리스마스 이브날 명동거리에서 생방송 중이던 뉴스앵커의 얼굴을 물어뜯었을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늦은상태였다.
그러니 '만약' 이란말은 이제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남자는 달력을 한장 넘겼다. 12월이 지났다. 오늘은 1월 1일. 그의 나이는 이제 30이 지났다. 자기 자신에게 되뇌이는 거짓말이 익숙해지는 나이가 되었다.

생각할 수록 막막해지는 것은 살아가는것이 아니라, 오늘 먹을 식량을 구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이었다.
내일은 배불리 먹을 수 있을거야. 아니, 모례는 가능할꺼야. 아니, 어쩌면 일주일 후에.
남자는 피딱지가 내려앉은 입술을 잡아뜯었다.
하늘 저편에서 폭풍이 몰려오고 있었고, 옥상에 홀로 남은 남자가 천천히 굶어 죽어가는 가을의 어느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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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나는 시험치기 전에 긴장을 하는데, 태풍이 미리 올 걸 알고 하늘도 긴장을 할까? 땅도 식물도 벌레들도 긴장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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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태풍이 온대도,
묵묵히,
할 일을 한다.
노처녀에 필수인 Vitamin D+ 망고를 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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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태풍이 휘몰아치기전 하늘은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듯 조용하게 빛나곤하지,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게 빛나던 하늘은 검게 변하고 비와 바람을 보내지,
우리도 그래,
티없이 사랑했지만 곧 그사랑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감정없이 메마르곤 하지,
지금 그래 우리,
누구라도 한마디만 꺼내면 맑고 깨끗했던 우리의 사랑은 어둡고 칙칙한 마침표를 찍게되겠지,
그래도 말이야,
넌 한때 누군가에게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는 것을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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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처음엔 아주아주 작은 소리였다.숨을 참지않으면 들리지않을 정도로.그런데 점점 소리가 커지는 것이다.다른 일에는 집중을 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이 소리는 오직 그 사람 앞에서만 들린다.
두근.두근.두근...
이것이...사랑의 시작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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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것 같다고 글을 썼더니
비가 내린다.
어제도 술을 진탕 마시고 꽐라가 됐다.
아니, 개가 되었던거였나?
떡이었던가?
술마신 날이면 매번 눈이 일찍 떠지는데
지난밤 추태가 떠올라 머릴 싸매는 내가 웃기다.
내가 아주 더 어릴적 
일기나 감상문을 쓸때에는 쓰기 싫어서
무슨 벌받는것마냥 죽을상으로 쓰곤 했었던일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그냥 술술 써진다. 
그때는 아마 하게끔 시켰기 때문이겠지?
요즘은 자주 뭔가 쓰고싶다는 생각이든다.
하고싶을 때 하는건 어려운게 전혀 아니니까!
한다!
...
그리고 다시 어제일이 떠올라 곤욕스럽지만
다 지나가버린걸 어째
이렇게 오늘도 오늘만 술을 끊는다.
평소에 말수가 적어서 그런걸까
말을 하고싶은데 안해서 그런걸까
누가 말하지말라고 하는것도아닌데
평상시엔 왜 이러는걸까
그러면서 알콜에는 왜 그렇게 수다스러워지는건지
참나
아참, 어제는 정도가 지나쳤다.
누군가 내게 
'적당히해라이새끼야-' 
...  핀잔을 줄 만큼
심했지 참
그래, 오늘도 이렇게 오늘만 술을 끊자-
그렇게 같은 실수를 반복한지가 얼마나됐더라
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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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째

내일, 아니 정확히 곧 오늘 시험이야. 그런데도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아무런 걱정도 없고 너랑 함께한 시간들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 힘들었다고 말하고 싶었어 사실. 너가 나한테 한 말이 비수처럼 꽂혀서 나한테 상처주는 것 보다, 내가 너한테 상처준게 더 많아서.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슬펐을까. 겨우 이런 말밖에 못하는 나인데. 그래도 너랑 헤어진 것에 대해서 후회하지는 않을게. 언젠간 올 수도 있었던 많은 일들 중 하나라고 생각해.결혼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둘이 함께하는 미래를 바랬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버렸네. 아쉽고 씁쓸한 마음이야.
다시 너가 없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이제 이 말들을 끝으로, 너에 대한 내 마음도 여기에 접어두고 갈게. 가끔 힘들도 아프면 너를 생각할 수 있게 찾아올게. 다시 너를 보아도 더이상 미안하다는 마음만으로 너를 붙잡고 힘들게 하지 않을거야. 힘들게 하지 않고 싶은걸까 힘들지 않고 싶은걸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생각해보면, 그땐 그랬지 하고 넘어갈거야. 너가 남기고 간 것들을 껴안고 살아갈게. 고마웠다 내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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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그 무심하지만 날카로운 말은 마음에 상처를 입힌다.
이미 상처입어서 피범벅이 되고, 상처투성이가 되고 흉이 진 그 마음 위에 또 상처 하나가 생긴다.
벌어진 상처 사이에서 피가 흐른다.
더 흘릴 피도 없어보였는데. 
더 상처입을 곳도 없어보였는데.
그래도 너는 또 마음에 날카로운 한 획을 그었다.
너는 멀쩡해보인다.
소름돋게 멀쩡해보인다. 아니, 멀쩡하다.
넌 정말 멀쩡하다.
나만 또 상처를 입었다.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내가 잘못인걸까.
그저 그 무심한 말에 상처를 입는 내가 잘못인걸까.
아픔은 무뎌지지 않는다.
네가 날카로운 건지, 내가 약한 것인지 이제는 모르겠다.
상처 위에 또 상처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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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사이의 거리

너와 나 사이엔 1mm틈도 없다고 느낀 적이 있다.
자석마냥 너랑 내 마음이 꼭 붙어있다고 느꼈었다.
근데 요즘 너와 나 사이 거리가 낯설다.
네가 어색해지고 둘의 침묵도 늘어간다.
이상하지. 우린 뭐 별다르게 한 것이 없는데.
이렇게 우린 점점 멀어지는걸까.
너와 나 사이거리는 결국 서로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멀어지게 될까.
내가 뛰어가 잡으면 넌 내게 잡힐까.
아니 ㅡ 애초에 붙잡을 마음은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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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괴감

오늘도 망쳤어.
운세도 좋았는데, 준비만반이었는데, 긍정적으로 하려했는데.
망쳤어.
나는 열심히 하려했어. 정말이야, 내가 준비한걸 보면 너도 깜짝 놀랄걸?
그치만 다 망쳤어. 망했어.
왜 난 늘 망치는걸까?
무대에 서면 긴장해버려. 누군가와 얘기하다가도 긴장해버리는건 다반사야. 잘하려고 해도 결국 실수해버려.
이런 나를 보고 다른 사람이 뒤에서 그래. 쟤는 어디 모자란가봐! 진짜 웃긴다!
내가 진짜 모자란 사람인걸까? 그런 소리 들으려고 난 태어난게 아니야. 너도 그렇잖아.
있잖아.
오다가 쇼윈도를 봤어.
지친 내얼굴을 봤어.
무너진 나를 봤어.
싫어 그런 눈으로 보지마.
도망치듯 쇼윈도에서 눈을 돌렸지만 어디에나 내가 있어서, 보지 않을수가 없었어.
내가 너무 바보같고 한심해서 무너져 내렸어.
이짓도 벌써 십년째야.
무너져 내리고 다시 조립하고 무너져내리고 다시...
언제쯤 무너지지 않을수 있을까?
이제 지긋지긋해.
내일을 바라는것도 힘들정도로.
내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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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언제나 활발해보이는 너는,
몽글몽글이란말이 어울릴정도로 말도 귀엽게하는 너는,
정말이지 예쁜 아이구나ㅡ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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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았던 
손 잡이 없는 문이다. 
그 땐 굳게 닫혀
문을 두드려도 
답이 없었는데
지금은 활짝 열린정도가 아니라
제발 들어와 달랜다. 
인센티브 줄테니끼 
들어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