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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속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밝은 빛에 연은 눈을 비볐다. 8시 반. 손목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확인하고 몸을 조금 뒤척인 뒤 다시 이불 안 율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몸에 귀를 가까히 하니 두근두근 하는 율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어제 일이, 오늘이 꿈 속 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율의 얼굴을 천천히 훑으며 머리카락을 우스꽝쓰럽게 흐트려 놓고 킥킥 거렸다.


 “아직 아침이잖아. 더 자자.” 품속으로 연을 끌어 당기며 눈도 뜨지 않은채 율이 웅얼거렸다. 잠에 빠진채여서인지 평소보다 더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연이 무었보다 사랑하는 목소리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연은 율의 품속에서 다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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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속

아마도 가장 아늑한곳은 어머니 품속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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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 속

 모든 후각적 자극은 어떠한 과거의 기억과 함께 빠르게 연상작용을 일으킨다. 특히 방금 지나친 사람의 바디제품일지 향수일지 모를 향과 함께 옅게 흩어져가는 체취가 그렇다.
 그러나 그 조차도 출처가 기억 나지않아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는데 도대체 저 향이 내가 쓰던 것이었는지 친구의 것이었는지 아니면 잠깐 인연이 닿았던 남자 중 하나일지, 나는 알 수 없다. 어디서 맡아봤을까 떠올려보려 해도 어렴풋한 그때의 분위기만, 기분만 느껴질뿐이다.
 아쉽게도 어느순간부터 흔한 향들은 기억에 남지도 않게 되어간다. 특히 너무 대표적으로 요즘 많이 뿌리는 몇몇 향수들이나 섬유유연제 향은 더이상 특정 기억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고, 굳이 기억하자면 '아, 그냥 그  향수 뿌렸던 사람'으로 기억하겠지. 향수가 흔해서 인지 사람이 흔해서 그 감정에 무뎌진걸지 그것조차도 불분명해진 채로. 이젠 후각과 긴밀히 연결된 기억세포마저 죽어가고 있는지도.
 그래도 어쨌든 향기가 남아있는 기억이란 대부분이 좋은 기억이지 않았을까 싶다. 적어도 밖에서 누군가를 만났고, 그 향기만큼 우린 가까웠고,
또 난 들떠있었겠지.
 옛날 언젠가의 기억을 떠올리면 끝없이 울적해지는 사람은 과연, 좋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봐야하나 한심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봐야하나.
 아니면 아직도 한심한 인생을 살고 있는 중이어서 라고 해야하나.
 난 아직도 옛날 그 곳에 있는 것 같다.
 품을 파고들 수록 진해져가는 너의 체취와 여름냄새가 나던 그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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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 그에겐 여자 친구가 둘이 있는데 
한 사람은 만나고
다른 사람은 안만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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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안녕하세요."
 길 모퉁이 식당 앞을 지나치며 본 그 붉은 치마의 여성은 몇초만에 나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게 아름다웠다. 붉은 치마와는 대조되게 푸른 눈동자와, 옷과 조화를 이루는 빨간 입술, 투명하게 빛나는 하얀 피부. 모든 것이 한데 섞여 쨍하게 내리쬐는 햇볕을 받아 스포트라이트처럼 그녀를 빛나게 하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갑자기 다가와 인사를 건네면 내가 생각해보아도 수상한 사람일것이라는 느낌이 먼저 와 닿을것 같았다. 그렇기에 발 걸음소리를 줄여, 등 뒤에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그녀는 돌아보기는 커녕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한 번 거절당하고 나니 기분이 그리 썩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면 정말로 그녀가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인사를 건네려고 했는데,
"비키세요!"
 그녀 앞으로 웬 빨간 자전거 한대가 요란하게 지나갔다. 정말로 그녀는 다른 곳에 한눈 팔고 있었던 것일까. 내가 건넸던 인사처럼 자전거를 몰던 사람의 말도 듣지 못했다보다. 생각보다 가녀렸던 그녀는 자전거에 살짝 치여 카드탑이 쓰러지듯 가볍게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그녀에게 처음으로 건넨 말 한 마디가 인사가 아니게 되었지만 우선은 이 가녀린 여인을 부축해 주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 손을 잡고 고맙다는 뜻(으로 해석하겠다)으로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그녀는 살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넘어지는 바람에 살짝 헝클어진 머리가 어디선가 불어온 하늘의 입김에 나풀거렸다. 미소를 지으며 살짝 감은 눈은 꽃잎 두 장이 겹쳐진 것 같았다. 잠시동안 그녀의 얼굴을 감상하고 있자니 마음이 황홀해지는 듯 하였다. 그때였다.
 "아씨 괜찮으십니까!"
 건너편 도로에서 작은 마차 하나가 길에 멈춰서더니 뚱뚱하고 머리가 희끄무레한 한 남자가 내렸다. 그 남자는 이쪽을 쳐다보더니 얼굴이 사색이 되어 소리치며 달려왔다. 
"아이고 아씨.. 부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가씨. 저희 아씨가 조금 몸이 연약합니다. "
"아닙니다. 그저 아름다우신 분의 얼굴에 흠집이라도 날까 하여 도와드린것 뿐입니다. 클레어라고 불러주십시오."
"클레어 아가씨. 감사합니다."
그는 감사하다고 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해주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 몇 명을 마차에서 불러 그녀를 부축해갔다. 
"아, 저 한가지 질문 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질문이시죠?"
"아씨께서 제가 인사를 드렸는데 아무 반응이 없으셨습니다. "
"아아.
저희 아씨께서는 목소리가 들리지도, 나오지도 않으십니다.

"
고개를 끄덕였다. 아씨는 언덕 너머의 작은 오두막에서 요양중이라고 하였다.전에 나들이 갔다 본 적이 있는 집이다.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는 길에 생각했다. 다음에 아씨께 가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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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오락기 소리 한번에
동네 문방구 오락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던
기억이 떠오르고
엄마 잔소리가
옛날엔 그렇게 듣기 싫었는데
이제는 좀 듣고 싶기도 하고
아빠의 무뚝뚝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간만에 듣고 싶기도 하고
찹쌀떡,  메밀묵 사세요 하는 소리에
배에 시계를 달아놓은 것 마냥
꼬르륵 소리가 울리며 
밥때를 알린다
소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담고 있다가
작은 소리에 한번에 
그것을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그래서 때로는 고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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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축복이다.
소리가 안 들린다면 아기가 울어도 소리를 들을 수 없어서 바로 달려가 안아주지를 못한다.
그리고 소리가 들리지않는다면 귀여운 아이들의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목소리도 잘 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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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공항으로 가는 소리는 네비의 혼자 목소리로 시작한다.
계속되는 요구사항으로 잠시 후에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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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무슨 생각해요?"
울려퍼진다, 귓가에 맴돌으면서.
잊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애원하는 것 같아서.
잊고자 했던 당신의 목소리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서 괜스레 짜증나던 날, 이미 끊어진 인연인 걸.
당신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면서 위로하는 것 같은 그런 기분에 괜스레 네 욕을 한바탕 소리치던 날에.
그런 날에 처음의 시작으로 돌아간 우리가 떠오른다.
"두번째의 처음 만난 날이요."
이젠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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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나는 소리를 듣는다.
 빗소리
 말소리
 책 넘기는 소리
 걷는 소리
 글 쓰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바람 소리
 기계 굴러가는 소리
 호객질 하는 소리
 웃음짓는 소리
 울음짓는 소리
 이 많은 소리들은 어디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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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소리란....미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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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두근 두근 심장의 설렘의 소리
바스락 바스락 너를 향해 가는 나의 옷깃 소리
타박 타박 빨라져 가는 나의 발걸음 소리
내 소리의 끝은 너의 맑은 웃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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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익숙한 소리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우리 엄마 심장뛰는 소리
엄마 뱃속부터 들어서
귀에 착착 감기는 소리
당연한 듯
두근두근 거리는 소리
한 아이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거라 믿고
살아왔다
삶 속에서 불안할 때
가만히 귀기울이면
기다렸다는 듯
두근두근 뛰는 소리
그 때도 그럴 줄 알았다
태연히 잠든 엄마 가슴에
혹여 깰까 조심히
어릴적 그때처럼
머리를 기대었을 때
너무 조용했다
툭 눈물이 먼저 떨어졌고
내 두근거림이 그 다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익숙한 소리가
되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