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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 <Marc Zimmer / Unsplash>

풍선

당신이 작은 풍선일까 무서워요.


한없이 애정을 주고 싶고,

한없이 사랑도 주고 싶고,

한없이 행복을 주고싶어요.


그런데, 전 다 주지 못했는데 

당신이 터져버리면 어떡하죠?


당신이 터져버려 

당신과 나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죠?


더이상 다가오지 말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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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식욕

늘 맛있게 내려주는 커피만큼 괜찮을 줄 알았던 녹차는 기대보다 텁텁했다. 여기는 앞으로 커피만 시켜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던 책을 펼쳤다.
소설은 아직 초반부였으나 주인공은 벌써 사람을 세 명이나 죽였다. 발 앞의 난도질 당한 시신. 기분 나쁜 온기가 남아있는 핏물. 뱃속 깊숙이 박혀 잘 빠지지 않는 칼을 부득부득 빼내는 묘사에 식욕이 완전히 달아났다.
“사람 죽인 적 있어요? ”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한 여자가 앞에 앉아 있었다. 아는 여자다. 맨 윗층에 사는, 집주인의 딸.
“있으면 여기서 커피는 못 마시겠지.”
최대한 억양을 덜어내고 대답했다. 목소리에 자칫 온기나 냉기가 묻어나지 않도록. 목덜미처럼 드러난 감정만큼 손쉬운 먹잇감은 없기 때문이다.
여자의 시선이 나에게서 내가 들고 있는 책 표지로 옮겨갔다. 핥는 듯한 시선에서 나른한 전의를 느꼈다.
“매일 이런 것만 읽길래, 연구라도 하는 줄 알았죠.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부터 그렇잖아. 사건, 살인, 시체, 죽음.”
여자가 책 제목으로 나를 찌르는 동안 나는 그녀의 흰 살결을 본다. 푸른색 셔츠 깃 위로 뻗은 가느다란 목. 두 손으로 잡고 누르면 툭 부러지지 않을까.
누군가 토스트를 주문했는지 카페 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문득 고개를 든 식욕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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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 내게 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께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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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감

당신이 잃어버린 것은 단순히 그를 향한 마음뿐만은 아니겠지요. 나의 개인적이 소견으로는 당신은 잃어버린것이 아닌 빼앗긴겁니다. 당신이 소중히 여기던 시간과 물질과 심지어 당신이라는 존재마저도 그가 당신께 선물한 허탈함이 잠시 가져가 버린 것입니다. 나는 당신을 위로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저 당신이 빠르게 그의 선물을 버리고 더이상 그에게 시간을 빼앗기지 말라고 조언해줄 뿐입니다. 헛된 집착을 버리고 이성이 당신께 되돌아 왔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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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사랑해서 당신이 화를 내는 것이라 여겼다. 아니, 여기고 싶었다. 사랑의 반댓말은 증오가 아니라 무관심이라던 클리셰를 잡고 늘어지며, 당신이 정한 기준선에 젖은 빨래처럼 푹 널려있으려 했다.
우리는 그렇게 계속 갈 수도 있었을 거다. 나 혼자 착각하고 나를 깎아내리거나, 또는 당신이 나를 더 이상 소모품처럼 취급하지 않거나 해서 연을 이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성장하고 있었고 당신은 쇠퇴하고 있었다. 나는 통찰력이 생겼지만 당신은 고집이 생겨버렸다. 
더 이상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으로 살 수 없었다. 나도 당신에게 화를 낼 수 있는 주체라는 것을 안 이상, 우리의 관계는 파국이거나 전환만이 남아있었고, 당신은 고집이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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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천천히

당신은 느리게 걸음마를 뗐다.
아장거리는 발걸음에 내가 속도를 맞췄다.
내 안절부절한 낑낑거림에 당신이 웃었다.
나는 색을 거의 구별하지 못했지만 당신의 눈빛은 기억한다. 그건 초록이었다. 내 세상의 전부였다.
느리게 걷던 당신은 빠르게 자랐다.
여전히 내 세상은 느리고 느렸지만, 당신은 볼때마다 커지고있었다. 나보다 작았던 당신은 어느새 날 들어올릴정도로 커졌다.
그래도 여전히 달리기는 내가 더 빨랐다.
빠르게 자란 당신은 몇년간이나 소식이 없어졌다.
다른 모든이들처럼 몇년이나 '밖'의 세상으로 갔다가 되돌아 왔다. 그리고 이젠 더이상 내 울음소리에 웃지않는다. 그래도 괜찮다. 내가 대신 웃을테니까.
가끔은 당신이 날 잊은게 아닌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그럴리 없겠지. 어린날처럼 당신은 내 머리를 쓰다듬고. 집안 곳곳에서 당신의 냄새가 난다.
나는 이제 당신보다 빨리 뛰지 못한다. 당신은 내옆에서 목줄을 쥐고 나에게 속도를 맞춘다.
그러니.....이제 조금만 더 천천히 걷자.
부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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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얼마나 혹독한 삶이었을까.
어쩌면 내가 생각하던 그 이상의 상처를 안고 있을지 모른다.
열렬한 하루가 지나고 나면, 사실은 나도 더이상의 생각을 하기 힘들다.
가시 돋은 당신이, 그래서 많이 밉고 서운했다.
그러던 오늘. 미처 하루가 지나지 않은 지금.
당신을 생각한다.
내가 그렇듯.
누구나 혹독한 삶 속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수단.
고슴도치가 가시를 돋듯.
복어가 자신의 몸을 부풀리 듯.
무서웠구나.
힘들었구나.
강해보이는 당신의 뒤에 겁에 질린 모습을 생각한다.
혹독한 삶에 더이상 상처를 얻기 싫어서.
그 생각의 끝에 나는 참 미안하다.
더 따뜻하지 못해서.
그 상처까지 다 안아주지 못해서.
오늘 하루가 채 가기 전에.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에게 전한다.
더이상 아프지마라. 너는 나의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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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나한테 그러면 안 됐지. 나한테 이러면 안 돼. 정말 믿었고 지금도 믿고 있어. 정말로 처량하게 보일 정도로 한 가닥만큼은 믿어. 근데 내가 들어온 것처럼 자비롭다고는 더 이상 생각 안 해. 누구보다도 잔인하고 재미 하나로 살아가는 게 바로 당신이잖아.
 그러니까 제발 나한테 하나만은 남겨주세요. 한 명만 제 옆에 줘요. 살고 싶어요. 버려지기 싫어요. 나는 외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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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언제는 느리게만 가던 시간이
당신이 사라지니 너무 빠른듯 합니다.
많은 말을 나누지도
많은 시간을 보내지도
잘 대해주지도 못해서 미안합니다.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감사했다는 말을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더이상 같은 시간을 보내진 않지만
잘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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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일주일의 끝 나는 몽매하였고
역시 그 옆에 당신은 없었다
순차적으로 흘러간 시간이 
새로 조립되는 이상한 주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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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당신과 제가 만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일찍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늦게라고 말할 수 없는 때에 당신과 저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온갖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했습니다. 다른 이들이 보면 이상하다고 할 법한 일들도 당신이 하면 함께 했고, 때로는 같이 꿈꾸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의 두꺼웠던 벽이 지금은 인연이라던 붉은 실처럼 얇고 작아진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눈동자에 비친 경계는 여전히 검고 견고한 벽이었습니다. 당신의 밝은 고동색 눈마저 어둡게 가라앉히는 그 벽에 저는 절망마저 느꼈습니다.
당신과 저의 경계는 분명 당신과 제 사이에 있을 것인데 어찌 그렇게 다를까요. 제 눈의 얕은 개울은 당신에겐 끝이 없는 바다였음을 아는데도 포기할 수 없는 자신이 더 절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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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믿고 신을 사랑합니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기에 나는 탄생의 울음을 뱉을 수 있었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으며 사랑하는 아이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볼 때 너무나 눈부시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당신 덕분에 그 아이의 빛나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게 가슴이 찢기는 일인 것을 알았습니다.
제발....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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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요. 내 인생을 망치러 왔다고.

아니라구요?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제가 알 수 있죠?
자자자잠깐.
말끊어서 미안하지만 변명만 늘어 놓을거라면 
지금이라도 그만하고 돌아가요.
이제 더 이상에 감정소비
무의미해요.
한마디만 할께요.
제 기대와 당신이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요.
그러니 돌아가줘요.
만약...
당신이 원하는 바는 아닐지라도...
제 삶이 무너지더라도....
함께하고 싶다면....
말해요. 내 인생을 망치러 왔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