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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학교 안갈거야 교장 나쁜 변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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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있을 당시에는 많은 것을 하는 것 같았지만, 돌아보면 한 것이 없는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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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모두들에게 학교는 다른 의미가 존재하겠지만
어떤이에게는 학교가 마냥 좋기도
어떤이에게는 괴롭기도 할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학교때 친구가 오래간다"라는 말을 
많이들었다,하지만 나는 그 친구들과함께 놀다가도 
내가 혼자 남겨져있을때
이 친구들이 언제까지 내 곁에 있었줄까?
라는 물음이 내몸을 휘감을때가 있고
항상 끝은 공허함으로 마무리가 된다
다른사람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 학교는 이런
말로 설명할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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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댄스 下

 4.
 “양쪽 고막에 천공이 생겼어요. 구멍이 커서 자연 치유는 안 되겠네요. 방치하면 전음성 난청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럼, 아예 안 들릴 수도 있다는 건가요?”
 “방치하면요. 간단한 수술만 받으면 회복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의사가 한 시간 내외로 걸리는 아주 간단한 시술이라고 덧붙였지만 그 말은 곧 구멍으로 빠져나갔다. 난청. 그 단어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혹은 구명정의 마지막 자리처럼 안도감 있게 들렸다.
 “고소는 안 하마.”
 다행인지 불행인지, B는 생각만큼 많이 다치지 않았다. 옆구리를 가볍게 스친 정도였다. 큰아버지는 나에게 협조를 요구했다. 서류의 사인과 앞으로 서게 될 법정에서 고분고분히 있는 것. 나는 건네받은 캔커피를 그의 코에 들이붓고 싶은 충동을 참았다.
 “왜 안 해요. 그러면 제가 고마워할 것 같아서?”
 “네가 잠깐 돌아서 행패를 부리긴 했지만,”
 행패라니. 마치 B가 남의 장례식장에서 한 짓은 행패가 아니라는 투였다.
 “그래도 나는 널 아직 내 자식처럼 생각한다.”
 “큰아빠.”
 “그럴 수 있어. 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얼마나 상심이 크냐. 그래도 도가 지나쳤다.”
 “도요? 먼저 도를 넘은 건 큰아빠 자식이죠! 제가 아니라요!”
 결국 캔을 집어던지고 자리를 떴다. 깡, 캔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마음을 우그러트렸다. 모든 것이 끔찍했다.
 5.
 부산행 KTX 표를 끊었다. 살면서 한 번도 여행한 적이 없었다. 학교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전부 빠졌다. 그런 주제에 엄두를 낸 것은 예상보다 빠르게 꺼져가는 청력 덕분이었다. 거기에 말랑말랑한 메모리폼 재질의 귀마개가 용기를 보탰다. 괜찮을 거야. 기차 타자마자 눈 감고 자면 아무 일 없을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 부산에는 삼촌이 있었다. 엄마와 이모들이 업어서 키웠다고 버릇처럼 얘기했던 집안의 늦둥이이자 나의 유일한 친구인 막내 삼촌이. 그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 재작년에 회사 발령으로 부산에 내려갔다. 장례식 때는 난장판이라 경황이 없었으니 제대로 얼굴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뜬 나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지독한 가위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는 환각에 사로잡혔다. 그동안 겪었던 모든 멸시와 환난이 거기에 있었다. 두려움이 두 발을 휘감고 구렁이처럼 올라와 숨통을 조였다. 조금씩 어두워지던 시야는 곧 암흑천지로 변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정오를 넘긴 후였다. 이미 출발 시각이 한참 지났으니 표를 취소할 필요도 없었다. 방 안을 둘러보았다. 언제나 순서대로 꽂혀있는 책들. 제자리에 그대로 놓여있는 물건들. 그들은 나에게 달려들거나 해코지하지 않는다. 내게 안전한 곳은 이곳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작은 소음도 허용하지 않는 8평짜리 내 방. 아무도 여기에 들어올 수 없고, 나도 여기서 나갈 수 없어. 무언가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문을 걸어 잠그고 서랍에서 테이프를 꺼내 방문을 따라 물 샐 틈 없이 몇 겹으로 붙였다. 나는 여기서, 우북하게 자라나는 침묵에 파묻혀 죽을 것이다.
 6.
 밖에서 매도당해 뒈지는 것보다는 혼자 곱게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으나 그 숨 막히는 평온함도 얼마 못 가 끝났다. 세상은 나를 가만히 두는 법이 없고 틈만 나면 불행을 뒤집어씌우기 좋아하는 저질, 변태, 개자식이었다. 오래 방치했던 핸드폰을 손에 쥔 게 화근이었다. 부재중 전화가 백몇 통, 문자도 오십몇 개. 그중에 큰아빠와 이모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삼촌이었다. 산사태의 잔해처럼 쌓인 문자들은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너 왜 연락이 안 돼. 걱정되니까 답장이라도 해. 삼촌 진짜 서울 올라간다. 올라가는 중이다. 거의 다 왔어. 전화 진짜 안 받아? 여기까지 읽고 숨을 들이켰는데 휴대폰이 부르르 떨었다. 삼촌이었다. 나는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삼촌?”
 “야!! 너 대체 뭐하다 이제 받아!”
 “진짜 왔어? 회사는?”
 “……지금 문 앞이야. 얼른 열어, 얼굴 좀 보자.”
 삼촌은 내가 망설이는 낌새를 느꼈는지 당장 열지 않으면 부술 기세로 문을 두드렸다. 방 안이라 들리지는 않았지만 수화기 너머 나는 소리로 짐작건대 아예 발로 차는 듯했다. 나는 그가 한때 격투기에 심취해 아마추어 대회까지 나갔던 것을 떠올렸다. 열 테니까 그만하라고 소리를 빽 지르고 나서야 살벌한 소리가 멈췄다. 테이프를 뜯어내고 방 밖으로 나가 대문 도어락을 풀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아이고, 얼굴이 왜 이렇게 반쪽이 됐어.”
 잠깐 성난 곰 같았던 얼굴은 나를 보자마자 미어캣으로 변하더니 이내 비 맞은 퍼그처럼 불쌍해졌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삼촌. 울지 마.” 
 “안 울어, 마.”
 하하. 가벼운 웃음이 입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 문득 이렇게 웃은 게 언제인지도 모를 만큼 오랜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낮에 손톱만 한 초승달을 발견한 것처럼 생경했다. 삼촌은 괜찮다는 데도 기어이 배달되는 한식점을 찾아 음식을 시켰다. 우리는 소파에 걸터앉았다. 삼촌은 누나가, 우리 엄마가 꿈에 나왔다고 했다.
 “너 살 빠진 거 나보고 도로 찌워놓고 가랬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감정이 가슴께로 밀려와 울렁였다. 두 다리를 끌어안고 무릎 위에 턱을 얹었다. 이제 보니 삼촌도 얼굴이 많이 상했다. 예전에는 항상 멀끔해서 반질반질한 사과 같은 인상이었는데. 눈 밑으로 거뭇하게 그늘이 지고 볼이 옴폭 들어간 데다 턱 위로 꺼칠한 수염이 자라 있었다. 
 “…삼촌. 나 난청이래.”
 “뭐?”
 “수술하면 괜찮대. 근데 나는 그러기가 싫어.”
 “…….”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어.”
 삼촌은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손사래를 치며 해명했다. 아니, 미안. 보통 고등학생이 그러면 건방지다고 할 텐데, 니가 그러니까… 뭐라고 못 하겠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배달 음식이 왔다. 삼촌은 손수 된장찌개와 고등어구이, 나머지 반찬들을 꺼내어 식탁에 놓고 랩을 벗겨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일하던 아주머니는 어디 가셨냐고 물어서, 내가 잘랐다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삼촌은 이유를 물으려다 그냥 입을 다물고 따끈한 백반을 내 앞으로 밀어놓았다.
 “많이 먹어.”
 삼촌이 먼저 수저를 들었다. 그도 딱히 식욕은 없어 보였는데 일부러 먹성 좋게 먹는 것 같았다. 나도 마지못해 한술 떴다. 생존의 이유를 잃어가는 이에게 식사만큼 의미 없는 것도 없다. 깨작거리며 어느 정도 먹었을 때 삼촌이 머뭇머뭇 이야기를 꺼냈다. 있잖아, 염치없는 얘기인 건 아는데.
 “삼촌이 요즘 힘들어.”
 “…….”
 “빚이… 좀 생겼어.”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만 뻐끔거렸다. 나는 걱정 반, 호기심 반으로 식탁 위에 놓인 삼촌의 손을 잡아 토닥였다. 얘기해봐, 얼만데. 삼촌은 어두운 얼굴로 나를 흘끔 보고는 다시 아래로 시선을 떨궜다.
 “팔천만 원.”
 “팔천만 원?”
 “사실 회사 때려치운 지 좀 됐어. 친구랑 사업하려고 했거든. 근데 그놈이 돈만 들고 날라버려서….”
 팔천. 일 문제로 통화하는 아버지의 입에서 훨씬 높은 금액이 쉽게 오갔던 걸 떠올렸지만 그 규모가 선뜻 와닿지는 않았다. 그때 나는 고작 열여덟이었다. 미성년자였고, 내 손으로 돈 한 푼 벌어본 적 없는 어린애였다. 가늠할 수 없는 일에 망설이는 동시에 선뜻 삼촌을 잡아주지 못하는 내가 호래자식처럼 느껴졌다.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된 나에게는 삼촌이 마지막 남은 버팀목이었다. 삼촌이 내 손을 꽉 잡았다.
 “한 번만 도와줘. 삼촌이 꼭 갚을게.”
 그의 진심을 의심하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삼촌이 나에게 얼마나 잘 해주었는가. 그러나 나는 보았다. 삼촌의 눈동자가 발하는 어두운 빛을. 희미하게 비틀린 입가에 고인 탐욕을. 피식자 특유의 예민한 본능이 내가 그것을 알아보게 했다. 그건 큰아버지와 똑같은 짐승의 얼굴이었다. 나도 모르게 삼촌의 손을 뿌리치고 일어났다.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
 삼촌은 얼어붙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이. 어떻게 나를 이렇게 매정히 내칠 수 있냐고 말하는 듯한 피해자의 얼굴을 했다.
 “미안. 내가… 내가 다시 연락할게. 오늘은 그냥 가줘.”
 그는 다시 손을 잡으려다 실패하자 허리를 껴안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애타게 내 이름을 불렀다. 땡땡아, 제발, 제발 한 번만 도와줘. 너밖에 없어. 균형을 잃고 휘저은 팔에 의자가 쓰러지고 식탁의 그릇이 와르르 바닥으로 떨어졌다. 삼촌이 처음으로 무서웠다. 집히는 그릇 아무거나 손에 쥐고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이거 놔, 나가, 나가라고, 나가!!”
 있는 힘을 다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겨우 그를 쫓아낸 뒤 다시 고요해진 집은 어느 때보다 난장판이었다. 고여있던 눈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얼마 안 가 둘째 이모에게 삼촌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너한테까지 가서 행패 부렸다며? 이모가 대신 사과할게. 이모는 담배를 태우는지 깊게 숨을 내쉬고는 자세한 얘기를 해줬다. 글쎄 걔가 진 빚이 죄다 노름빚이더라고. 부산에서 밤낮 도박장 드나들다가 회사 잘리고 돈도 날리고 나중엔 사채 끌어다 처박았댄다. 도박에 미쳐서 제정신이 아니었나 봐. 지금은 내가 병원에 겨우 입원시켰어. 애가 아주 성실하지는 않았어도 한량은 아니었는데 막내라 너무 오냐오냐 키웠는지……. 얘, 넌 별일 없지? 이모는 덕분에 흰머리 왕창 나서 할머니 다 됐잖니. 깔깔깔.
 7.
 감당할 수 없는 공허함에 잡아먹힐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잡을 지푸라기마저 사라진 기분은 참혹했다. 큰아버지는 점점 노골적으로 변해 나에게 갖은 농간을 부렸다. 번지르르한 혓바닥을 뽑아 버리고 싶었다. 그에게 완전히 질린 나는 내가 죽더라도 이 인간에게만큼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이를 악물었다. 모순적이게도 큰아버지의 존재가 나에게 살아갈 힘을 준 것이다. 관련 법을 공부하고 아버지와 연이 있던 변호사에게 연락을 넣어 상담도 이어갔다. 그 과정에서 그간 받았던 겁과 사탕이 같잖은 협잡에 불과했다는 걸 알았다.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아버지는 소송에서 졌다. 법원은 제삼자인 변호사를 후견인으로 선임했다. 소송을 건 큰아버지를 포함해 친척 중 재산을 욕심낼만한 이들이 많으니 당연한 판결이었다. 물려받은 재산과 사망보험금은 내가 일정 나이가 될 때까지 신탁에 맡길 거고, 그렇게 되면 누구도 내 재산에 눈독을 들일 수 없게 된다.
 
 “잘 끝났는데 표정이 왜 그래요?”
 법원을 나와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는 동안 변호사는 웃으면서 내 등을 두드렸다. 난청이 상당히 진행되어서, 이제 반 정도는 입 모양을 읽어 알아듣는 수준이었다.
 “얼굴 펴고, 어깨도 펴고. 나중에 내 나이 되면 고생해.”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올려 웃으니 과연 좀 나았다. 문득 올려다본 법원 건물 위로 회색 하늘이 내려앉아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불 때마다 헐벗은 나무들이 춤을 췄다. 코트를 더 단단히 여미고 귀 위로 털 달린 귀마개를 덮어 썼다. 그녀가 품에서 차 키를 꺼내면서 물었다.
 “집까지 태워다 줄까요? 추운데.”
 “아, 아뇨. 택시 타고 갈게요. 감사합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고,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요.”
 시내로 나와 택시를 잡아타려다 음악이라도 틀었으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들어 일단 걷기로 했다. 평일 낮인 데다 날씨가 추워서 거리는 한산했다. 상가가 없는 쪽으로 돌아가다가 아파트 단지를 질러 집으로 가면 음악도 마주칠 일 없고 안전하겠지. 아무튼 별 탈 없이 끝나서 다행이었다.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밤마다 법정에서 춤추는 악몽에 시달리는 바람에 심적으로 더 힘들었다.
 “야.”
 마음 놓을 때가 가장 위험한 때라던가. 별안간 귀마개가 벗겨졌다.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자 큰아버지가 내 귀마개를 들고 서 있었다. 카악, 퉤. 그가 나를 똑바로 노려보면서 바닥에 침을 뱉었다. 꼭 얼굴에 침이 튄 것처럼 아주 더럽고 모욕적이었다.
 “끝이라고 착각하지 마. 내 새끼한테 그런 짓 하고도 발 뻗고 잘 수 있을 줄 알아?”
 그는 흉악한 표정으로 귀마개를 반대로 꺾어 부러트린 뒤 바닥에 내던졌다. 내 다리를 저렇게 부러트리고 싶은 거겠지. 나는 정말로 지긋지긋해졌다. 이미 지독히 덧난 염증이 곪아 터져 고름이 흐를 지경이었다. 
 “예전에 아빠가 빌려준 것도 다 말아 먹었으면서.”
 “뭐야? 그건 어른들끼리 애저녁에 다 끝난 얘기야!”
 “큰아빠 사업병 있는 거 온 집안 식구들이 다 알아요! 그런데 후견인은 무슨, 이 사기꾼 새끼야!”
 그는 참지 못하고 내 뺨을 때리기 시작했다. 내가 다부진 그를 힘으로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으나, 살면서 크고 작은 싸움에 자주 휘말렸기 때문에 맷집만은 좋은 편이었다. 여러 대 맞은 뒤 옷자락을 붙잡고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그의 고간을 걷어차고 도망쳤다. 억! 단말마 같은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지는 큰아버지를 뒤로한 채 무작정 달렸다. 긴 이명이 산발적으로 양 귀에서 울려 몇 번이고 벽에 몸을 부딪쳤다. 방향도 모르고 계속 앞으로 향했다. 가쁜 숨이 터질 때까지, 다리가 완전히 지쳐 멈출 때까지.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다리 위였다. 세찬 칼바람 사이로 눈이 흩날렸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난간을 잡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파도 못지않은 세찬 물결이 넘실거리며 다리기둥에 부딪혀 부서졌다. 이런 날 물에 뛰어들면 적어도 저체온증으로 죽지 않을까? 그 물음을 시작으로 생각해봤자 소용없는 소모적인 가정들이, 여태 결론 내리기를 보류했던 질문들이 상처 틈새를 비집고 터져 나왔다. 어딘가 돌이킬 지점이 있지 않았을까. 내가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부모님은 나를 버린 게 아닐까. 내게 드디어 오만 정이 떨어져 사고를 위장하고 도망가버린 게 아닐까. 시신까지 내 눈으로 다 확인했으면서. 이제 어떤 사소한 일상도 공유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면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흑, 참지 못하고 흐느끼던 그때였다.
 “…….”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온 세상이 물먹은 것처럼 고요했다. 어깨 위로 눈이 소리 없이 쌓이고 있었다.
 8.
 침묵하는 세상은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랜 풍파 끝에 맞이한 평온함과 함께 막막한 바다에 표류한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올곧게 나아갈 이정표가 필요했다. 언젠가 한 소설가가 자기 자신을 구원하기 위해 글을 썼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자서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빈 종이를 놓고 펜을 들자마자 원래 그렇게 약속되어 있었던 것처럼 손이 움직였다. 단어가, 문장이, 나를 이루는 모든 기억이 낱낱이 춤을 추었다. 첫 문장은 이런 글이 흔히 그렇듯 자신에 대한 고백으로 시작한다.
 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음악이 들리면 몸이 멋대로 춤을 추는 병이다. 웃지 마라. 이것은 아주 좆같은 일이다. 나는 가족, 이웃, 선생님, 같은 반 아이들, 그 외 길 가던 행인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자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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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요금은 선불로

남자는 카페 창문에 붙어있는 바 형식의 좌석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구급대원들이 노란 폴리스라인 안쪽에서 움직이는 게 보였다.
남자는 커피를 다시 한 모금 마셨다. 주머니에서 진동이 느껴져서 꺼내보니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와있었다. 

[2017/09/25_
pm09:00~pm11_m_
docatt_no.325,4333_6734] 

남자는 메시지를 찬찬히 읽고 지웠다. 편리하게도 요즘은 모든 일들이 정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남자는 제가 했던 생각을 되짚어봤다. 편리하게도,정직. 앞뒤가 맞지않는 이상한 문장이다. 하지만 편리와 정직이라는 명사는 요즘 남자가 몸담고 있는 업계에서 제일 핫한 단어다. 
그건 아마도 예전엔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일은 괜찮았다. 언제나 괜찮았다.
계획을 세우고, 사전답사를 하고, 예상외의 상황을 예상하고, 든든하게 끼니를 챙긴 후 쇼핑을 했다. 필요한 도구들을 구입하는일은 늘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남자는 대형 팀으로 움직일때도 꼭 쇼핑만큼은 자기가 도맡아 했다. 본 작업에 앞서 자질구레한 허드렛일이라 생각할수있다. 하지만 남자에게 쇼핑은 결코 잡일이 아니었다. 돈을 버는것은 필요에 의한것이지만 돈을 쓰는것은 정신건강에 좋은일이었다. 어쩌면 심근경색에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남자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가서. 남자는 자신의 일을 좋아했지만, 이 직업은 남자의 기호와 상관없이 사회 통념상 용납되지 않는 행위였다. 변태적이지도, 가학적이지도 않았지만. 비 인도적인 일이었다. 살인 청부업은 그랬다. 인간의 도리를 벗어난 일이다. 
그런 직종에 남자는 살인을 즐겨서라거나, 고액의 연봉을 바라고 뛰어든게 아니었다. 남자의 타깃 선정은 까다로웠고 본능적이었다. 주제에 어줍잖은 정의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통은 인맥을 통해 의뢰를 받았지만 아주 가끔 스스로 일을 구할때가 있었다. 도저히 구제가 안돼는 쓰레기가 썩은내를 풍기며 자유롭게 길거리를 배회하면. 남자는 그 악취를 맡고 슬그머니 쓰레기의 뒤를 밟았다. 그리고 백이면 백 그런놈들은 적을 많이 만들어 두니, 영업부터 작업접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옛 말에 원수를 죽이지 않고 기다리면 나중엔 그놈이 죽은채 강 아래로 떠내려온다는 말이 있다. 남자는 그 속담을 좋아했고, 이야기에 자신을 슬그머니 껴두고 상상하는것을 즐겨했다. 그는 명백히 강 상류에서 시체를 떠내려보내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
만약 남자와 그의 팀이 경찰이나 사법기관에 꼬리라도 잡히는날에는 최소 종신형이었고, 최대 사형이었다. 당연히 그들은 음지로 고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이 비밀스러워 질수록 사기꾼들이 판을쳤다. 사람 밀수업자들도 진짜배기가 있지만, 대부분 사기꾼인것처럼. 살인 청부업자들의 9.9할은 거짓말쟁이들이었다. 남자는 뜨내기 킬러인척 하는 모리배 장사꾼들을 탐탁치 않아했다.
사업가들은 이런말을 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남자는 사기꾼들에게 이 명언을 읊어주며 그들을 설득했다. 효과는 좋았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사기꾼도 그들 나름의 이용가치가 있었다.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 하던가. 사기꾼들로 가득찬 숲에는 SWAT팀이 찾아오지 않았다. 남자와 동료들은 더 깊숙히 숨을 수 있었다. 물론 도시전설로 취급되는것은 곤란했으니, 작업이 끝난 후 여지를 남겨두는것도 잊지 않았다.
'작업.'들은 괜찮았다. 사기꾼들도, 뭐. 나름 괜찮아졌다. 문제는 고객들이었다. 
고객들은 정직한 사람들이 적은 업계에 믿음이 없으니, 작업 전 지급해야하는 선불금에도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남자가 반평생동안 겪어본봐로 일이 끝난뒤 남은 잔고를 제대로 챙겨주는 고객은 한명도 없었다. 
통탄할만한 일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숨어버린 의뢰인을 찾기위해 정보상들과 설전을 벌이는 일은 이젠 다신 하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이 일을 왜 아직까지 하고 있느냐고? 

배운 재주가 이것뿐이라 다른 직장에 적응하지 못했다. 
남자도 노력해봤었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동경해서 본 업무를 모두 접고 일개 사무직으로 한 중소기업에 취직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무거운 것인지 남자는 모르고 있었다. 남자는 6개월만에 인정하고야 말았다. 자신이 사무직의 직장생활을 너무 우습게 봤었다고. 그는 그동안의 직장생활을 접고 다시 본직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남자가 평범한 샐러리맨 생활을 하면서 배운것은 직장인들이 한 여름에 때아닌 감기에 골골 거리는 이유를 알게된 것이었다. 중앙냉난방시스템을 만든 작자는 사무실 내 대류현상이 얼마나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몰랐던걸까. 이마는 꽁꽁 얼어붙고, 책상 아래 두 다리는 펄펄 끓는 하루를 365일 되풀이 해야 중앙냉난방시스템이 자기 인생의 과오고 이 비극적인 시대의 오류라고 순순히 시인하지 않을까? 남자는 중앙냉난방시스템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언젠가 한번 조사를 해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직종이나 그렇지만 본 업무보다 사람과의 관계가 더 힘든법이라는 것을. 남자는 다시 깨달았다. 인생의 진리를 깨우친 기분이었다. 
어떻게 직장상사라는 인간들은 하나같이 인격모독과 성추행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할수가 있을까. 남자는 불쾌감에 앞서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목도한 기분이었다. 과장들의 성희롱적 농담은 전혀 우습지 않았고, 부장들과 팀장들의 인격모독적 발언들은 매번 놀라움을 안겨줬다. 40대에 접어드는 상사들은 모두 대머리 혐오증이라도 걸린걸까? 알수없는 일이었다. 
남자는 키보드와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해 직장상사를 살해하는 대신 예의 바르게 사표를 쓰고 나왔다.
전 직장상사들이 저열한 인간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게 죽을정도의 일이라곤 생각치 않았다. 의뢰가 들어온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보잘것없는 중소기업의 부장들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이라면, 하청업체 직원이거나 회사의 카스트 제도상 천민계급인 월급쟁이일텐데 그들이 고액의 의뢰비를 감당할수 있을것같진 않았다. 가격대비 수지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남자는 전 직장 동료들이라면 10%정도 할인해줄 용의가 있었다. 암살의 대상이 남자가 생각한 그 사람이라면 25% 인하가에 기쁘게 접수해줄 것이다.
하지만 아마 그런 날은 오지 않을것이다. 평범함이란 무거운 것이므로.
본직으로 돌아온 남자는 다시 자신의 일을 시작했다.
사바세계의 사악한 공기를 마시고 온 남자는 깨달음을 얻었고, 이제부터 의뢰비는 무조건 선불로 받기로 결정했다. 고객들은 항의했고, 팀원들이 난색을 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상황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한건 해결하지 않았는가.
커피가 차갑게 식는동안 비가 그쳤고 거리는 다시 한산해졌다. 그 거리에 기묘하게 눈길을 끄는 여자가 보였다.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꺾어뽑은 슬라이드폰을 깨끗이 닦은후 메모리칩을 카페 화장실에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는 여자를 쫒는동안 강물 속으로 던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