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무대
내가 기억하던 너. 너는 내게 마치 아름다운 유리구슬 같은 사람이었어.
곁에 있고 싶고, 깨질까봐 불안하고, 보호해 주어야만 할 듯한.
근데 넌 사실 그게 아니더라.
실은 보호해 주지 않아도 되고, 실은 곁에 있을 필요가 없고, 실은 깨지지 않고.
그래서 조금, 놀랐어. 내가 알던 너와 진짜 너가 달라서.
그냥 놀라는 정도로만 끝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이게 아니야. 너는 변했고, 내가 놀라는 정도로만 끝나지 않았고, 그래서 넌 행복해졌지. 그래. 놀라는 정도로만 끝나지 않아서 너가 행복하니 됐어. 어쨌거나 넌 변했고, 내 곁을 떠났지. 그래서 넌 행복해졌어. 그래, 그럼 된 거야. 너만 해피엔딩이면, 주인공인 너만 해피엔딩이면 나머지 주조연들도 전부 행복해지니까. 난 네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조연도 아니었던 듯싶기도 하지만, 난 그저 관객이었던 듯싶기도 하지만 됐어. 무대 위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모습은, 바라만 봐도 행복하니까.
안녕.
이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