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육식만 하는 까닭
그날 할머니께서 이고 오시던 광주리에는 떡뿐 아니라 잔칫집 주인이며 손님들이 보채는 아이 보듬는 정(情)도 담아들 주었던 모양입니다
헌데 이 산중에서는 저도 정에 굶주려서 마음 같아서는 한 번에 다 달라고 떼라도 써서 뒤져먹고 싶었지만 그렇게는 차마 못하고 고개 하나에 하나씩만 달라고 했던 겁니다
받아먹으면 먹을수록 그리워지는지라 아흔 아홉 고개를 넘어서 받은 아흔 아홉 개도 못내 아쉬워 딱 백 개만 채우고 그만두려 했던 겁니다
그런데 마지막 하나는 할머니 마음속에 있는지라 그 마음만은 어쩌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니 눈에 뵈는 게 없더라 그겁니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떠올라 가엾은 생각에 오두막집으로 달려갔던 겁니다……
그때부터 벼이삭만 봐도 떡과 동아줄이 떠올라 풀같이 생긴 것들은 아예 입에 대지도 않게 된 겁니다
1999. 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