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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신부

5월의 신부여 그대는 이 세상 어느 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5월의 신부다.


그대는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 이고 누군가에게는 보석같은 신부이다.


5월의 신부여 그대는 고귀한 존재이다.


5월의 신부여 어떠한 고난이 그대를 힘들게 하더라도 그대는 강인하게 버틸 것이다.


5월의 신부여 울지 마라.

그대가 눈물 흘리면 그대의 부모의 눈 에서는 피눈물이 난다.


5월의 신부여 언제나 꽃 같은 인생만을 걸어라.


사랑하는 딸아, 소중한 5월의 신부 내 딸아

사랑한다.

엄마가.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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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신부

"으...음... 어라? 프시히(군)?"
"아...잘잤어?"
"네! 근데... 프시히(군)은 서재에서 주무시다가 왜 제 방에 와서 주무셨어요?"
"왜? 불편해?"
"아니요 그런건 아닌데...그냥 궁금해서요..."
"오늘은 방에서 자고싶었어...근데 서재에서 내 방은 머니깐... 가기가 귀찮아서... 니방으로 들어가서 잠이들었어 놀랐다면 미안"
"앗! 괜찮아요 전!"
"..그럼 밥먹으러 갈까?"
"네!"
'또각또각'
"뭐야 먼저들 와있었네"
"빨리 앉아 프시히 형!"
"세리나(양)도 앉으세요"
"네!"
"잘잤어요? 어제 저녁에 프시히 형이 세리나(양)의 방에들어간거 제가 봤거든요"
"네! 잘잤어요"
"잘잤다면 다행이네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이(군)"
"당연한걸요"
'다정하신 라이(군)'
"야... 어제 저녁에 손 살짝 베인거 같던데 괜찮냐...?"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츤데레 파르(군)'
"웅...얼른 밥먹장!"
"그래 얼른 먹어!"
'귀여운 마왕 푸른(군)'
<밥 다 먹고 난 후>
"흐으응~~~" 코를 흥얼거리며 내 방으로 가던도중
'탁!'
"!!뭐야"
'벽쿵!'
"아까 식사 자리에선 말을 못했는데..."
"뭔데요?"
"프시히 때문에 힘들었던건 아니지?"
"네! 아니예요"
"그럼 잠시 실례"
"읍!"
'박력있고 기습 키스의 대왕 베르(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마왕들의 형!
'프시히'
이들은 마왕 나는 이 마왕들중 한명을 택해야된다 난 누구랑 결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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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적 없다.

비쩍 말라 볼 품 없이 까칠한 나뭇가지 밑에서도
청록색 탄탄한 나뭇잎이 바람에 간지러워 
꺄르륵 제 몸을 몇번이나 뒤집으며 반짝일 때도
투명하게 얼어붙은 수겹의 얄팍한 눈을 베일마냥 쓰고
긴장한 듯 새하얀 신부처럼 예쁜 척 뻣뻣한 흔들림을 보며 웃음 터져도
앙큼하게 돋아난 가시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처음 만나는 향기에 홀린 내 손가락, 왈칵 터지는 피 한 방울로
꽃잎이 새빨갛게 더 아름다워지고.. 아름다워지고..
그 무게에 못 이겨 모가지가 떨어져 나갈 때도
너를 잊은적 없다. 잊은적 없다. 아니..
떠올린 적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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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럼 없이 피는 꽃 
수줍어 딴청부리며 피어나는 꽃
분홍 작은 소품들 가득한 소녀의 방 미모사
깔깔거리는 아름다운 소녀들의 모임 찔레
우아한 외로움을 간직한 노랑 장미
관능적인 향 가득한 순결한 신부 흰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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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비

오늘은 그놈의 결혼식이다.
착잡한 마음을 보여주듯 하늘에는 구름이 어중간히 엉킨 실마냥 널브러져 있고, 그 탓인지 맑지만 흐려 보인다.

"좋은 날이네"
하늘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식장에 도착하니 신랑과 그의 부모가 하객들을 맞이하느라 바빠 보인다. 
나중에 인사해도 되겠지
몸을 돌려 옥상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복도를 지나, 계단으로 올라가려다 룸에서 문이 벌컥 열리며 나오는 사람과 부딪힐 뻔한다.
"아..."
"어떡해! 죄송합니다... ㅠ"
"괜찮아요."
고개를 숙였다 드는 데 룸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되었다.
"괜찮아? 조심 좀 하지"
아 예쁘다.
처음 든 생각이 이거였다. 예쁘다
그 룸은 신부 대기실이었고, 나와 부딪힐 뻔한 사람은 아마도 신부의 친구들인 것 같다.
넋 놓아 보고 있다 정신을 차려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뭐 하는 건지
.
"그럼! 신부 입장하겠습니다!"
짝짝짝-
식은 아주 느리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질 때까지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러면 안 끝나려나 
결혼식과는 상관없는 생각들을 떠올리다 이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린다. 마치 이 식에 취해 행복해있는 것 마냥
식이 끝나고 포토타임이 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다 그냥 돌아나가려는데
"형!"
그가 부른다.
"형! 어디가요 여기 서요!"
해맑게 웃으며 나를 부르는 네 모습에 울컥 차오르지만 꾹 참고 다시 돌아 네 옆으로 간다.
"바빠요? 그래도 제일 친한 형인데 빠지면 섭하지"
"아니야 바쁘지는 않고 ㅋㅋ "
뭐가 그리 행복한지, 앞으로도 평생 저 여자랑 행복할 거란 걸 자랑이라도 하듯 넌 너무 행복해 보인다. 
나와는 다르게
"찍습니다! 하나 둘,"
찰칵!
안녕 널 만나, 잠시나마 네 곁에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어. 이제 그 여자랑 잘 살아.
맑은 하늘에선 빗방울이 투둑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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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

12일, 이제는 어제. 이상하게도 같이있던 친구들 외에 아무도 생일 축하 문자가 오지 않더라. 항상 12시가 지나면 스리슬쩍 보내오던 문자들이 이렇게 감사한 일인줄 왜 몰랐을까.
나는 남들의 외로움을 몸이 아닌 마음으로 채우려했는데 남들은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나에게 와주지 않을 때가 있더라. 관계의 무서움이랄까. 초라하지만 항상 사람들을 감싸며 신부일을 추천받는 나도 무의식 중에 무언가를 기대하고 혼자서 실망한다. 나는 조금 시간이 지나 내 생일을 눈치챌 친구들에게 괜찮다고 웃음을 지어주겠지만, 다음 그들의 생일에 스리슬쩍 생일축하를 보내겠지만.
오늘은 스리슬쩍, 누군가에게 이 외로움을 보내고 싶어진다. 아니면 내일 어쩌면 내일 그 이후 너희의 생일에 나의 외로움을 조금씩 묻히는 나를 발견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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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댄스 上

1.
 나는 불치병을 앓고 있다. 음악이 들리면 몸이 멋대로 춤을 추는 병이다. 웃지 마라. 이것은 아주 좆같은 일이다. 나는 가족, 이웃, 선생님, 같은 반 아이들, 그 외 길 가던 행인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들면서 자라왔다.
 이 병은 내가 다섯 살 무렵부터 발병했다. 우리 애는 끼가 많군! 핫핫 웃었던 부모님의 입가에는 곧 어두운 주름이 졌다. 이 정체 모를 병은 수도꼭지처럼 물의를 쏟아냈고 두 분은 그로 인해 신음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우리 집이 돈에 관해서는 꽤 여유로웠다는 점이다. 그러나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 돈도 고통을 줄여주지는 못했다. 세상 곳곳이 전쟁터였고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터트리는 음악에 나는 만신창이가 되기 일쑤였다.
 발병 이후 열다섯이 될 때까지 수많은 의사와 목사와 신부와 무당과 그 외 민간의학 사이비를 만났다. 그들이 하는 말은 하나같이 달콤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 이것은 무의식의 발현입니다. 어린 시절 억압된 트라우마가 나도 모르게 춤으로 나타나는 거죠. 하지만 치료할 수 있습니다. 악마가 들렸군요. 구마 의식으로 쫓아내야 합니다. 체온이 1도 높아지면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습니다. 몸에 자철석을 지니고 있으면 나쁜 기운이…… 전부 실패했다. 헛된 희망에 끌려다니다 너절해진 나는 열여섯이 되자 모든 것이 귀찮아졌다. 안 할래요. 우리 이제 그만 포기해요. 나를 설득하려 했던 부모님은 되려 설득당해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가족 모두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2.
 말도 안 되는 치료와 의식에 끌려다니지 않게 되자 시간이 많아졌다. 내 방은 부모님이 집에서 특히 공을 들인 곳으로, 방음벽과 차음벽을 몇 겹으로 둘러 바깥의 소리가 한 틈도 새어 들어오지 못하게 시공했다. 나는 집에 오면 거기 틀어박혀 책을 읽고 글을 썼다. 영고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그 무렵이다. 내 이름을 소리 내어 부르면, 이름 석 자를 다 붙여 윽박지르던 목소리들이, 거기에 담긴 기겁과 짜증이, 오랜 시간 밟혀 까맣게 굳고 더러워진 어감이 나를 짓눌렀다. 평범한 이름마저 염증이 되는 게 버거웠던 나는 자조하듯 새 이름을 지었다. 영고. 영원히 고통받는 김영고. 그리고 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영고야.”
 수업 종이 울릴 때마다 벌떡 일어나 탭댄스를 추는 미친놈에게 유일하게 말을 걸던 사람. 얇은 은테 안경을 쓰고, 사춘기를 지나는 아이답지 않게 피부가 깨끗했던 A.
 “고등학교 어디 가?”
 “안 가.”
 “에이 알려줘. 난 고고고. 거기 교복 예쁘더라.”
 “진짜 안 가. 검정고시 치기로 했거든.”
 “헐. 존나 부럽다.”
 “뭐라는 거야… 학교 안 간다고 노는 줄 아냐?”
 나는 유일하게 아는척하는 A가 낯설고 불편했다.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 치근덕대지. 그럼에도 새 이름을 알려준 것은 걔가 달라붙은 뒤로 본명을 더 자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땡땡! 땡땡! 땡땡아! 돌아볼 때까지 지치지도 않고 불러대는 바람에. 그럼 평균적으로 바닥을 치던 기분이 외핵 내핵까지 뚫고 들어갔으니까.
 “영고.”
 “응?”
 “이름 말고 영고라고 불러.”
 “별명이야?”
 “어. 너만 알려주는 거야.”
 사족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 뒤로는 착실하게 영고라고 불렀다. 진짜 이상한 애였다. A는 내가 매번 데면데면하게 굴고 가끔 무시하는데도 꼭 와서 인사를 받아가고는 했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친해졌다고 생각했는지 이런 개 같은 질문도 했다.
 “야야. 그럼 너 섹스할 때 뮤뱅 틀면 박자 맞춰서 하냐?”
 “……미친놈아…. 박자대로 털리고 싶냐?”
 중학생답게 태양처럼 밝고 개념 없었던 A. 배시시 웃는 얼굴에 티 하나 없는 것이 천진해 보이던 A. 내 인생에 그런 사람은 그 애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부모님의 설득에 떠밀려 억지로 나간 중학교 졸업식 날, A가 한 말을 아직도 기억한다.
 “네 인생이 뮤지컬이라고 생각해.”
 그게 뭐야. 멱살이라도 잡아 비웃어주고 싶었지만 어쩐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A의 하얀 얼굴 대신 감색 융으로 덮인 졸업장만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A는 떠들썩한 친구들의 물결에, 나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헤어졌다. 이후로는 만난 적이 없다. 창업한 스타트업이 크게 잘 되었다는 소식을 아주 멀리서 들었을 뿐이다.
 3.
 전장이나 마찬가지였던 학교를 졸업하자 나는 꽤 살만해졌다. 과외 수업을 듣거나 공부를 하거나 놀거나 쉬는 모든 것이 내 방 안에서 가능했다.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니. 안전이 가져다주는 평온함은 거짓말처럼 달콤했다. 내 삶은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건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기껏해야 일 년쯤. 내 삶에 불행을 쏟아부었던 악마는 겨우 숨을 틔운 나를 다시 진흙탕 속에 처박았고, 나는 그제야 이 평화가 태풍의 눈이었다는걸 깨닫는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당한 것은 막 열여덟 살이 된 겨울밤이었다. 눈길에 미끄러지던 트럭과 부딪혀 차가 완전히 박살이 났다고 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슬픔보다 황망함이 앞섰다. 내가 뭘 실감하기도 전에 친척 어른들이 달려와 이런저런 절차를 밟았다. 그때까지도 비교적 덤덤한 상태였던 나는, 그들이 나를 추스르겠다고 한마디씩 건넬 때마다 오히려 죽음을 감각했다. 사람과 사람을 갈라놓는 것. 영영 볼 수 없게, 저 세상으로 데려가는 것. 그건 갑자기 찾아온 만큼 터무니없이 무겁고 까마득해서, 나는 점차 제정신을 잃어갔다. 몸속의 수분을 모조리 짜낼 것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영정 앞에 엎드려 목놓아 우는 나 대신 큰아버지가 상주 노릇을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완전히 탈진해 벽에 간신히 기대어 있었다. 그제야 식장 안이 눈에 들어왔는데, 온 친척과 부모님의 지인들이 모여 떠들썩했다. 그중에는 큰아버지의 아들이자 내게는 사촌인 B도 있었다. 나보다 두 살이 어린 B는 비죽 뻗친 머리와 개구지게 올라간 눈매, 그리고 직선적이라 무심해 보이는 큰아버지의 턱을 가졌다. B는 아마 장례식이 지루했을 것이다. 자기 부모님도 아니고, 얼굴은 일 년에 한두 번 보는 게 고작이고, 가끔 명절에 만나면 용돈을 많이 줘서 좋은 친척분이 돌아가셨구나, 그 정도의 감상이 전부였겠지.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B를 포함한 온 일가족은 내 병을 알고 있었다. 불치병인지 정신병인지 관심병인지 누구 하나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지만 어쨌든 알고는 있었다.
 그러니까, 구석에서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리던 B가 내 옆에 와서 댄스곡을 재생한 것은 명백히 새빨간 고의였다.
 새빨갛다고 표현한 것은 기억 속 시야가 터진 토마토처럼 붉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때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그때 나는 제발 멈춰달라고 애원하던 빨간 구두였지만, 그 많은 이들 중 내 다리를 잘라줄 자비로운 나무꾼은 없었다. 영문 따위 알 리 없는 문상객들과 영문을 아는 일가족들은 한 몸처럼 나를 물어뜯었다. 아는 것은 이게 전부다. 눈을 떠보니 장례식은 끝났고, 나는 왜인지 이마가 찢어져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주변은 여전히 쑥대밭이었다. 내가 물려받게 될 재산에 눈이 돌아간 어른들은 온갖 법률 용어로 뒤덮인 문서를 들이밀었고 저들끼리도 개처럼 싸웠다. 내 의사는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깨어있는 순간에도 악몽에 시달렸다. 장례식 날 몸을 뒤덮었던 통증이 종종 다시 살아나 나를 끝없이 잘게 조각내었다.
 B를 죽여야겠다. 그런 생각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부모님이 죽었으니 B도 죽어야 공평한 것 같았다. 분노는 맥락 없는 비약을 논리로 만든다. 주방에서 식칼을 골라 칼집을 빼고 신문지를 채운 가방 속에 넣었다. 큰집은 아버지를 따라 몇 번 가 본 적이 있었다. 옆 동네의 주공 아파트. 택시로는 20여 분. 머리가 식기에는 모자란 시간이다. 나는 기어코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다. 이 시간에 어쩐 일이니?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준 큰어머니 뒤로 큰아버지가 반갑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어, 우리 조카님 왔네! 들어 와. 춥지? 커다란 손에 떠밀려 안으로 들어오자 따듯한 음식 냄새가 훅 끼쳤다.
 “밥은 먹었어?”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큰아버지는 특유의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저녁 먹고 가. 그러면서도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살피는 기색이었다. 나는 머뭇거리는 척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그, 말씀하셨던 거 있잖아요. 미성년 후견개시…”
 그의 눈이 짐승처럼 반짝인다. 할 수만 있다면 아마 군침도 삼켰을 것이다.
 “…생각해 봤는데, 역시 큰아버지 말씀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남자는 징그러울 만큼 활짝 웃었다. 잘 생각했다고, 몇 번이고 내 어깨를 두드렸다. 큰어머니도 한껏 누그러진 목소리로 잠깐 기다리라며 나를 소파에 앉혔다. 그들은 주방으로 들어가 식사를 준비하며 음모를 꾸미는 이들처럼 속닥거렸다. 내내 이 모든 상황을 껄끄럽게 쳐다보고 있던 B는 안절부절못하다 내 가방에 뭐가 있냐고 질문했다. 어색함을 모면하기 위해 굳은 얼굴로 애써 웃고 있었다. 어차피 걷힐 미소인데 헛수고였다.
 “궁금해? 자, 봐.”
 지퍼를 열고 칼을 꺼내자 B가 비명을 질렀다. 발버둥 치는 B를 잡아 찌르는 것과 동시에 귀 옆을 세게 얻어맞았다. 옆으로 이미터쯤 날아가 벽에 반대쪽 머리를 부딪쳤다. 큰아버지가 멱살을 잡아 흔들었다. 무언가 터진 듯 얼얼한 머리 위로 상스러운 욕들이 쏟아졌다. 새된 소리로 우는 B와 겁에 질린 큰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가, 어떡해, 어쩌면 좋아……”
 좋겠다. 걱정도 해 주고. 그 와중에 그게 부러웠다.
 시야가 흘러내리고 이명이 세상을 뒤덮었다. 대자로 누워 빙빙 도는 천장을 보다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