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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k <Chris Lawton / Unsplash>

Aphrodite #1



아프로디테가 바다를 향해 손짓하자,

바다의 물결이 출렁 거렸다.

대자연이 순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숨을 들이마시자,

우주의 기운이 몰려와 소용돌이 쳤고,

그녀가 숨을 내쉬자,

대자연이 무(無)가 되어 온통 어둠이 깔렸다.


그녀는 에너지이다. 

그녀가 생각을 한 번 일으키면, 모든 것이 세계에 그대로 형상화되었다.


그녀는 의식체다.

그녀가 집중(focus on)하는 모든 것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스스로에 저항하지도 스스로를 부인하기도 않기에,

모든 힘의 벡터가 일제히 그녀가 원하는 것을 향해 합심하여,

그녀는 부정성이 없는 순수의식이 된다.


그녀는 거울이다.
파괴, 해체가 아니라 공명하여 증폭시켜 힘을 주관한다.

그녀는 attractor 이다.

그런 그녀가 물끄러미 대상을 보고 있다.

새로운 탄생 (procreation) 이다.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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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죄를 고백하는 것은 쉬웠다.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내 입을 막고 있었던 것은 가볍고 얄팍한 윤리 의식뿐이었으니까. 도덕책에서 배워 누구나 알고는 있는, 그래서 누군가에겐 경계고 벽이었으나, 나에게는 축축하게 젖어 언제든 찢어버릴 수 있는 종이에 불과했던. 그런 물기 고인 의식들.
 “…가출하고 소식이 끊겼던 Y, 이 년 전 실종된 A, 작년 봄 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H.”
 아득할 만큼 멀었던 과거에서부터 시작했던 고백은 어느새 현재에 가까워져 있었다. 새파란 얼굴을 하고 부들부들 떨던 P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나는 겁에 질린 개처럼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는 그녀의 팔을 잡아채 앞으로 확 끌어당겼다.
 “아직이야. 아직 남았어.”
 “이… 이거 놔.”
 “작년 뉴스 일 면에 실렸던 연쇄 토막 살인 사건.”
 “놓으라고…!”
 P는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팔을 비틀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아까부터 점차 퍼지던 미소는 어느새 완전한 웃음이 되어 있었다. 커다란 웃음소리가 목젖 아래서부터 끓어 넘쳤다.
 언제나 열망했다. 내 죄를 고백하는 나를 상상했다. 뉴스에 보도되는 사건을 얘기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팔을 붙들고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죽였다고. 내가 한 짓이라고.
 “쓰레기…, 쓰레기 같은 새끼! 네가 사람이야?”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게 의아했다. 왜 울지. 아직 제일 중요한 건 꺼내지도 않았는데.
 “내가 작년에 준 화분 기억나?”
 “…뭐?”
 앞뒤 없이 튀어나온 이야기에 P가 좁혔던 미간을 올렸다. 나는 목소리를 낮게 깔고 속삭였다. 
 “J는.”
 단지 이름 하나. 그 한 명의 이름으로 그녀의 모든 것이 멎었다. 몸부림치던 동작, 눈물, 목소리, 울음에 차 가늘게 떨리던 호흡마저. 마치 혼자 정지된 시간 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꼭 찾아주겠다고 약속한 것도… 기억해?”
 크게 벌린 입가가 이내 일그러진다. 얼굴 위로 떠오른 것은 절망이었다. 그녀는 내가 바라던 대로 어떤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나는 약속한 건 반드시 지키거든.”
 손을 놓자마자 P는 당장 거실로 내달렸다. 참기 어려울 만큼 뜨거운 감정이 가슴 한가운데를 터뜨렸다. 붕 떠오르는 것들을 애써 가라앉히며 방을 빠져나오자 마침 제 무릎까지 오는 화분을 들고 선 여자가 보였다. 그녀는 가느다란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쉽게 던지지 못한다. 두려우니까. 그러나 팔은 어쩔 수 없이 아래로 떨어지고, 도기로 된 하얀 화분은 산산이 깨어졌다. 폭발하듯 흩어지는 산세비리아 사이로 흙투성이가 된 무언가가 밖으로 굴러 나왔다. 꼭 사람 머리처럼 생긴.
 P는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가슴을 움켜쥔 채 곧 죽어버릴 짐승처럼 숨을 헐떡이다, 이내 비명에 가까운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잠시 눈을 감는다. 터져 나오는 쾌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여자는 여전히 오열하고 있었고, 나는 주방으로 가 식칼을 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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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

없는 듯 있는 듯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쓸데없는 듯해 치워버린다면 나의 한 줄은 단 번에 균형을 잃어버릴 수 밖에. 안정과 은은함을 위해 기꺼이 순간을 내주는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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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처럼.

별 다른 생각 없이, 
별 다른 성찰 없이,
본인이 무엇을 잘 못 했는지 잘 했는지 조차 생각 없이
사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그렇게 살아도 되는 구나.
그렇게 살면 본인은 참 편하겠구나.
나의 시간은 의식적으로 흐른다.
거의 모든 상황과 자극에 의식적으로 반응 한다.
나는 무의식에서 발현 될 내 모습이 두려워 늘 긴장과 불안 속에 산다.
가능 하면 좋은 사람이고 싶고, 머무르지 않은 사람이고 싶다.
가능 하면 피해 주고 싶지 않고, 보듬을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다 그만 두고 그들 처럼 살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피곤하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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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너는 나를 아는지 궁금해
너를 의식 하는 내 두눈을 
너는 아는지 궁금해
너랑 두눈이 맞주치면 
얼굴이 빨개지는 나를
너는 아는지 궁금해
결국 혼자만 하는
첫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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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기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몸에, 혹은 다른 물건에 상처내는 일이 많다. 자고 일어나면 왜인지 피부에 긁힌 상처가 나 있고 내 핸드폰의 보호 필름은 항상 너덜너덜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도 생채기를 잘 내는 것 같다. 의식하지 못하고 던진 말과 행동이 상대를 화나게 하고 망가뜨린다. 이런 행동을 의식해서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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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inity

아직 나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물론 그렇겠지. 넌 나보다 5 차원이 더 낮은 세계에서 헤매고 있으니)
나는 너 처럼 사랑 받고 싶어 연애질하고 결혼하는데 시간 낭비하며
청산할 까르마가 없는 사람이야.
니 의식 수준에 순수의식을 옆에 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니.
나는 네 감정 찌꺼기 청소부가 아니야.
너에게 값을 빚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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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우리가 무언갈 하든 하지 않든 계절은 돌아온다. 변함없는 건 돌아온다는 사실 뿐이고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머무는가는 그도 매번 바뀌었다. 우리가 뭘 하든, 여름은 돌아온다.
관계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미 완전히 망가진 것이었지만 그나마도 가짐과 아예 없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습게도 그랬고 나는 그대로 소리내어 웃었다. 이까짓게 뭐라고 공허함이 느껴지는지, 심지어는 아쉬워지는 건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어 웃었다. 어느 순간부터 네 웃음소리가 겹쳐들렸다. 영락없는 비웃음이라 나는 웃음을 뚝 그쳤다. 매미소리가 방 안을 메우고 있다. 창에 들러붙었는지 유난히 시끄럽다. 크게 착각한 수치를 느끼고 싶어도 주변에 널린 건 먼지와 쓰레기 뿐이었다. 감정이 존재하려면 관계가 우선이다. 하지만 관계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감정이 있었다. 마음이 불편해졌다. 세상은 닭과 달걀로 이루어져 있었다.
계절이 왔음을 알 수 있는 몇가지 단서가 있다. 가령 사람들은 서늘한 밤에 낙엽이 지면 가을이 온 줄 알았다. 눈이 오면 겨울이 온다. 꽃이 피면 봄이 왔다고들 했다. 하지만 우리 집엔 늘 네가 그렇게도 좋아한 덕에 매일 꽃이 꽂혀있었으므로 나는 봄을 모르고 지나갔다. 밖에 나갈 일 없으니 가을바람을 맞을 새도 없었고 다만 느껴온 건 여름과 겨울 뿐이다. 차갑고 맛없는 도시락을 세 숫갈 겨우 들고서 무료하고 무기력하게 방 바닥에 엎드렸을 때. 바닥이 습기로 끈적거리면 여름이었고 대리석처럼 차가우면 겨울이었다. 이 정도만 알아도 충분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여러가지가 달라졌다. 아버지가 떠났고 네가 죽었다. 내가 바닥에 납작 들러붙기도 전에 여름은 시작해버렸고 매미가 울고 있었다. 의식하고 나니 귀가 따가워 나는 신경질을 내며 발로 창문을 걷어차 매미를 날려버렸다. 그새 움직였다고 열이 오르는 몸을 식히려 그나마 서늘한 벽에 몸을 기대 앉았다. 노이로제처럼 멀거니 매미소리가 들렸다. 집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다. 부채도 없었다. 매년 여름은 더더욱 더워졌다. 그는 늘 스스로와 싸움을 했고 늘 이겼다. 아직은 초여름이지만 이대로라면 나는 이 방 안에 통째로 갇혀 열병을 앓을지도 모르겠다. 나가지 못한 열이 내게로 들러붙은 채로 겨울을, 아니면 나는 모르는 가을을 기다릴 것이다. 
여름이 왔다. 공기가 눅눅하게 무거워지고 더는 시원한 바람을 맞지 못하며 마찬가지로 눅눅한 열에 갇히다 보면 어느 순간 여름이라 한다. 나도 전엔 사계절을 모두 알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엔 가을 겨울이 되면 여름의 생기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있었다. 선명한 색상으로 파란 하늘에 맴맴 울리는 소리를 그리워했다. 이제서 아무 의미 없는 그리움을 떠올리는 건 더위를 먹어서일까. 여름은 생각만큼 파랗지 않다. 눈오기 직전 구름 낀 하늘보다 더 흐리고 잿빛이다. 땀이 차 들러붙기 시작한 겉옷을 벗었다. 흰 양말은 여전히 짝짝이었지만 어째 벗을 생각을 않는다. 여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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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가장 짙은 밤.

해가 지고 나면, 가끔 네 생각이 난다.
나의 달이 되겠다넌 너의 말이 이런 뜻이었나?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빛을 내는 달.

너의 빛이 깜깜한 나의 의식에 빛을 비춘다.
처음의 설렘과 따스함.
우리 사이의 시린 벽과,
네 덕에 알게 된 심장과 비의 온도.
네가 떠오를 때, 나의 밤은 가장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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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것

멀고 먼 인생 끝에서는 윤회도 천국도 없이 그저 영면하기를.
괴로움도 행복도 의미없어지고, 
그저 의식없이 영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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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하게 막힌 천장을 바라보기를 30분.
적막한 고요함 속에서 시계 초침 소리가 머릿속을 지배 한다.
점점 무거워 지는 팔다리를 의식하며 숨소리도 늘어진다.
반쯤은 감겨있는 눈이 언젠가 정신을 놓고 날 평온한 꿈 속으로 이끌 때, 나는 오늘을 끝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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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꾸지 않는다. 수면 시간 대비 꿈 꾸는 시간이 길다면 다음 날은 피곤하기 마련이다. 꿈을 꾼다는 것은 재밌고 영감을 주지만 잠에서 깨면 잊혀진다. 
 낮에 꾸는 꿈도 밤에 꾸는 꿈과 비슷하다. 현실에 충실하면 꿈에 빠져 있는 시간이 적다. 꿈에 빠져 있으면 현실과의 괴리에서 오는 괴로움에 피로를 느낄 수 있다. 꿈을 꾼다는 것은 즐겁고 목표 의식을 주지만 현재 삶에 집중하면 잊기 쉽다.
 영감과 목표의식은 꿈에서 얻자. 하지만 그 시간을 최소화하고 활동한다면 꿈이 더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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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뿔

그것은 루비색의 선연히 빛나는 보석과도 같다.
그 길다란 보석 깊숙한곳은 적포도주를 머금은 듯 검붉은 빛을 뿜어낸다.
어떤 용도로 쓰였던 것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대 제사장들이 쓰던 의식의 재료가 아닐까 추측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