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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serious



사람들이 도움을 청할 때,

사람들이 사랑을 고백할 때,

그 때는 농담을 할 타이밍이 아닌 것이다.

제발 좀 진지하게,

받아줬으면 해.


아니, 아니야. 그냥 그들이 나한테 믿음이 없는 거야. 

아니, 아니야. 그러면 안됐어.





어디서 왔지?
[["synd.kr", 12], ["unknown", 22]]
다른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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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작은 불씨인 농담 한 마디에 큰 웃음이 일어나는게 나는 좋다.
세상 불행 다 잊고 배꼽 빠지게 웃을 때면 나와 너는 행복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웃음을 같이 한 사람과는 나를 떼어 나눠준다 해도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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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로 바라보기만 하는 것도.
그냥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것만으로도
나는 너와 함께 참 행복했었는데.
지금 넌 어디있을까.
난 왜, 너와 함께 있지 않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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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채기

너의 가벼운 농담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이 되어 내 심장에 생채기를 내고 가. 유독 너의 말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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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좋을 순 없다

너와 얼굴을 마주보며 농담을 주고 받는 이 일상이
나에겐 더없는 행복이다.
그러나 그렇기에 두렵다.
내 마음을 전하면 이 일상이 무너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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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너는 나에게 무슨 의미일까
항상 생각한다.
그래 친구지 언제나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받거나
힘들 때는 나에게 조금은 의지해 오는 너
하지만 어딘가 이상한 나는
너를 친구라고도 남이라고도 생각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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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와 제안서의 품질은 반비례 관계

얼마전에 소프트웨어 개발과는 무관한 자리에서 농담으로 나온 얘기.
그런데 이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
개인적인 경험을 떠올려보니 이게 점점 맞는 말이더라고.
왜 그럴까 생각해봤어.
- 기능 단위로 가/불가 여부 정도만 확인
- 성능표, 스펙 등의 자료만 제공
- 제안서의 목적은 제품이 아니라 판매
- RFP를 왜 개발사가 만들어? 충공깽
- 발주사는 뭘 만들어야할지 1도 모른단 말이지
- 그래서 작성자의 글빨과 PPT빨이 유일한 품질 변수
애초에 시작이 농담이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마.
그치만 제안서 작성과 요구사항 분석 단계에 기술자가 참여해야한다는 말은 진심이야.
*상식적으로 참여할 것 같지? 아니야ㅋㅋ 보통 "시킨거나 잘 만드세요"라는 말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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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선풍기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 켜놓고 자면 죽는데요."
"누가 그래요?"
"풍문으로 들었죠."
"아니, 대체 언제적 루머를...."
"이게 루머였어요?"
"완전 헛소리죠."
"아.....그럼 물에게 예쁜말을 하면 물 결정이 예뻐진다는 이야기는요?"
"농담이죠?"
"이거 교보문고에 책도 있던데요. 물은 답을."
"물이 어떻게 답을 알아요. 뇌도 없고 세포도 없고 척추도 없고 그냥 물 분잔데."
"그럼 어떻게 된거에요?"
"뭐가요."
"예뻐지는 물 결정이요."
"돈 벌려는 조작질인가보죠. 우연의 일치거나. 망상이거나. 작가가 미친거거나."
"그렇구나...."
"아니, 대체 나는 왜 부른거에요?"
"네?"
"이런 얘기 하려고 부른거에요?"
"그건 아니고요...."
"아니고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
"........반성하는 표정 그만 짓고 내말이나 들어봐요."
"네!!"
"반성의 자세가 불량하군요."
"네에에....."
"흠, 봐요...우리 둘다 바쁜사람이죠?"
"전 괜찮아요! 언제든지 시간낼 수 있어요!"
"제발요. 당신네 부서가 일주일째 회사에서 밤샌다는 소식은 회사사람들이 다 알고있거든요?"
"네에에...."
"그리고 난 프로그래머에요, 바쁜사람이라 이겁니다. 프리랜서는 6시 땡치면 퇴근하는데 나같이 회사에 묶인 정직원은 아주 그냥 노예처럼 아침부터 밤까지-"
"....."
".....왜 그런눈으로 보는거에요? 동정은 필요없어요."
"아니...전 그게아니고..."
"아무튼, 피차 바쁜사람들끼리 금쪽같은 점심시간에 단둘이 나와서 공원에 앉아있을 필요가 있냐- 이겁니다."
"어어...."
"나는 홈페이지 수정건으로 상의할게 있어서 날 부른건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보니 그것도 아닌것같고. 대체 뭐에요?"
"지금은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지 않나요..?"
"솔직히 말해도 되요?"
"네."
"지금 세사람이 해야할 일을 두사람이 하고있어서 죽을것같아요. 그런데 인사과 친구가 넌지시 말해준걸 들어보니까 본사에서는 이번에 아예 한사람을 다른 파트로 보낸다고 하더라구요??완전 미친거 아닌가요? 헬조선이라는 말이 안나오고 베기겠냐고요!!이래놓고 뭐? 실직률이 너무 높아? 취업이 안돼? 이놈의 나라는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들이 문제에요! 많은 중소기업들이 선의의 경쟁을 해서 좋은 회사가 살아남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이놈의 반도는 소수의 대기업들만 살아남아서는-!"
"...??"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이러려던게 아니고..."
"어?아뇨아뇨 재밌었어요!"
"예?"
"그냥 말씀하시는거 계속 듣고싶어요. 이렇게 이야기하는거 재밌어요."
"나 혼자 떠든건데요?"
"전 말주변이 없고, 듣는걸 더 잘해요."
"....어...그래요..?"
"네..."
"....그럼 뭔가...다른 이야기 할까요?뭐 할만한 얘기 없어요?"
"저,저요??"
"?네."
".....어...음...아무리 많은 9를 써도 0.999는 1이될수 없다는거 알고있나요?"
".....그건 또 어디서 튀어나온..."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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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백

이왕에 죽는다면 익사가 좋겠다고 생각했다. 머리끝까지 빠짐없이 잠겨서 내 옆을 흐르는 물이 눈물인줄도 모르고 다만 맘놓고 울었으면 했다. 그렇게 말했더니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지만- 듣고 있던 너는 말없이 방에 들어갔었다. 어차피 네 대답은 필요없었다. 애초에 네가 죽을 방법을 선택할 기회도 나는 줄 생각이 없었다. 선택할 수 있는 건 나뿐이다, 이 집에서 오로지. 너는 내게서, 그나마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모든 걸 망가뜨렸다. 빼앗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빈 손을 내려다보다 네게로 고개를 돌리니 너는 애초에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더라. 내게서 가져갔다고 생각했던 것도 전부 발치에 부스러져있었다. 너는 그저 내게 저와 같은 기분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일테다, 아마. 거기서부터 너는 이미 내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으니 나도 똑같이 하는 것이다.
상대가 내게 못된 짓을 했다고 해서 똑같이 되갚아준다면 나도 같은 사람이 되는거예요, 하는 말이 있었다. 나는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라고 생각했다. 네가 내게 죽고 싶을 만큼의 비참함을 느끼게 했다. 그런데 내가 그걸 돌려주지 않으면? 비참해서 비참해서 거울을 깨던 그 때의 나를 아는 건 나뿐이다. 구제하려면 나밖에 없는데 용서하란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똑같이' 라는 말은 확실히 잘못되었다. 나는 살아있는 내내 모든 시간을 너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저주하며 보낼거다. 어떻게하면 이 기분을 네게 몇배로 돌려줄지 고민하며 살거다. 
네가 이 모든 생각들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럼조금쯤은 미안해하려나. 그게 그렇게 역겨울수가 없는데도 한편으로는 기대되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 사실 일기를 쓸까 생각해봤지만, 굳이 글로 남겨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서 그만뒀다. 이런 건 그냥, 흘려버리면 된다. 뇌리에서 중얼거리며 맴돌다가 어느순간 밀려오는 잠과 함께 흐릿해지면 그만이다. 오래 담고 있을 이유도 없고, 내일이면 또 새로운 감정과 생각이 생겨날테고.
정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다 버릴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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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비가 잔뜩 쏟아지는 날이었다. 인사도 없이 불쑥 들어온 K는 사무용품과 잡동사니가 가득 든 상자를 들고 서 있었다. 우산도 없었는지 쫄딱 젖은 채였다. 저 상자, 너무 흔하게 봤다. 드라마에서 당장 튀어나온 듯한 그 모습에 나는 이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잘렸어?”
 “그만둔 거야.”
 “잘렸구나.”
 “아니라니까!”
 K는 버럭 소리를 지르더니 상자를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와르르륵. 안에 있던 것들이 쏟아지며 산란한 소리를 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샜다.
 “…나랑 싸우러 왔어?”
 날 선 시선이 부딪혔지만 녀석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꺾일 기미가 안 보이는 소모적인 기 싸움에 내가 먼저 지쳤다.
 “후… 그래. 왔으니까 일단 들어와.”
 마지못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꺼내자마자 녀석은 냉큼 신발을 벗었다. 질척질척 젖은 발이 마룻바닥을 찍을 때마다 물 발자국이 생겼다.
 “…저거 엎어진 건 내가 치울 테니까 가서 씻어.”
 내가 이렇게까지 해 주는데 저 글러 먹은 새끼는 고맙단 말 한마디 없이 욕실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골 아파 진짜. 구시렁대며 널브러진 잡동사니들을 대충 쓸어 담았다. 상자는 별것도 안 들은 주제에 더럽게 무거워서 구석으로 옮기는 데 꽤 힘을 들여야 했다. 울컥 짜증이 솟아서 발로 한 번 차려다가 내 발만 아플 것 같아 그만뒀다.
 마른걸레로 바닥의 물기를 훔치고,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화장실 옆에 둔 다음 커피포트에 물을 부었다. 물이 끓어 커피가 내려질 때쯤 화장실 문이 열렸다.
 “아, 추워.”
 “나왔냐? 옷이랑 수건은 거기.”
 머그잔 두 개에 커피를 나눠 담고 소파로 가져갔다. 물기를 닦고 옷을 주워입은 K가 제집인 양 먼저 앉아 있었다.
 “땡큐.”
 당연한 듯 컵을 받아 홀짝이는 모습에 나는 슬슬 부아가 치밀었다. 맞은편 소파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넘기고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 너는 재주가 있어…, 알아?”
 K는 관심 없다는 듯 짧게 물었다. 무슨 재주.
 “농사짓는 재주. 좆나 농사의 신이야.”
 “엉?”
 “민폐가 풍년이잖아 지금.”
 농담인 줄 알았는지 민폐범은 낯짝 두껍게 킬킬 웃어댔다. 진작 쫓아냈어야 했는데. 이미 때는 늦었고 저놈은 자리를 잡아 버렸으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왜 잘리, 아니… 왜 그만뒀는데.”
 녀석이 망나니처럼 굴지만 않았다면 가장 처음에 물어봤을 질문을 겨우 꺼냈다. 냉큼 대답할 줄 알았던 K는 한참 대답이 없었다. 수건으로 대충 털고 만 머리카락에서 가끔씩 물방울이 떨어져 옷에 자국을 남겼다. 
 “…낙인 찍혀본 적 있냐?”
 고여있던 정적을 의외의 단어가 깨트렸다. 특유의 나쁜 어감은 어딘가를 관통하는 데가 있었다. K는 아랫입술을 꽉 물었다가 이내 비웃음을 흘렸다.
 “번듯한 만큼 일도 사람도 체계적일 줄 알았어.”
 비죽 올라간 입꼬리가 일그러질수록 목소리도 억눌려갔다. 아래로 내리깐 시선은 건조했지만 조금만 건드리면 금방 축축한 물기를 드러낼 것만 같았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훨씬,”
 “…….”
 “난장판이더라.”
 특히 사람이. 거기까지 내뱉은 녀석이 마지막 계단을 밟고 선 사람처럼 위태롭게 휘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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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난 멀미가 좀 있어서 버스보다 지하철이 좋다.
초등학교때는 멀미가 진짜 심했고 중학교 다니면서 어쩐일인지 없어졌었는데 몇년전부터 다시 고통받고있다. 흔한 농담처럼 달팽이관에 살이 쪄서 그런걸까...
노화겠지.
아프다거나 힘들다는 말씀 한 번 안하시는 울 아버지도 몇년전부터 멀미때문에 힘들다 말씀하시는 것도 연세때문이겠지.
좀 슬프네.
효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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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드리

 한 달째 나사 하나가 빠져 있었다. 손에 집히는 대로 옷을 돌려 입고 아침마다 공들였던 머리 손질도 생략한 채 다녔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니 집안일이 산더미처럼 쌓여갔다. 그나마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은 좀 나았다. 바쁘게 일하다 보면 감정 샐 틈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상사들의 휴가가 겹쳐 사무실 자리 반이 비었는데 딱히 급한 일도 없다. 심심하면 걸려와 사람 미치게 하던 영양가 전무한 영업 전화도 뚝 끊겼다. 거기다 밖에는 날씨까지 화창해 주니 이건 망망한 무풍지대에 고립된 것 같은 환장이었다.
 “……딱 일주일만 안 깨고 자면 좋겠다.”
 아니면 빈사 상태가 되던지. 탕비실에 서서 텀블러 가득 커피를 따르고 중얼거린다. 여기에 코 박고 죽으면 과로사로 산재 인정되려나.
 “서 대리님.”
 누가 온 줄도 모르다가 꿈에서 막 깬 사람처럼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U 씨였다. 디자인팀 모 부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과부하로 죽어가던 팀을 위해 고오맙게도 겨우 하나 뽑아준 신입 사원. 사내 평균 연령을 훌쩍 낮추는, 칙칙한 사무실의 빛나는 형광등. U가 커피포트에 새 원두를 채우면서 물었다. 혹시 오늘 업무 바쁘세요?
 “급한 건 없어요.”
 “그럼 저랑 점심 먹으러 가실래요? 제가 살게요.”
 신입 월급이 얼마였더라. 아무튼 내가 사줘야지 얻어먹을 처지는 아닌데…… 정신 차려 보니 이미 근처의 샤브샤브 집이었다. U는 국물이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납작한 냄비에 살뜰히 채소를 잘라 넣으며 얘기했다.
 “저번에 지원해 주신 거 감사해서요. 계속 밥이라도 한 번 사드려야지, 생각했거든요.”
 “음? 아…… 그거. 별거 아니었는데요.”
 디자이너한테 퍼블리싱 떠넘긴 사장이 잘못한 거지, 나한테 감사할 일은 아닌데. 그래도 앞에서 사근사근 얘기해주는 걸 듣는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주세요. 이제 제가 할게요.”
 “에이 아니에요. 아, 이거도 드세요.”
 젓가락을 내려놓고 살짝 팔을 뻗었지만 그는 끝까지 가위와 집게를 양보하지 않았다. 그릇이 한가해지면 고기를 올려주고 마지막 코스로 죽을 먹을 때도 나에게 한 국자를 더 퍼줬다. 투철한 막내 정신일까 원래 성격일까. 어느 쪽이든 그래서 다들 예뻐라 하는 거겠지. 아직 몰라서 실수는 좀 해도 기본적으로 열심히 하고 가르쳐주면 금방 배워 가르치는 보람이 있었다. 누구와는 다르게.
 작년까지 같은 회사에 다니다 이직한 그 누구는 좋게 돌려 말하면 대기만성형, 사실대로 말하면 조금 답답하고 어리바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착하고 순박했다. 사람은 좋은데 자꾸 혼나는 게 안쓰러워서 몇 번 도와준 게 만남의 시작이 되었고, 그는 눈 돌리지 않고 평생 나만 볼 것처럼 굴었다. 나는 그 무구함을 멋대로 믿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의 방심도 섞여 있었다. 멍청했지. 알고 보니 그 착하고 순박한 사람은 이직 이후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었다. 내 집에서 나가던 날, 그 개새끼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한테 사랑이 남아있기는 했어? 나는 그가 쥔 24인치 캐리어가 기가 막혔다. 언제부터 그렇게 부지런했다고 자기 짐만 바리바리 챙겨놓았을까.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후회가 되는 것은 그 못난 얼굴을 흠씬 때리지 못하고 바보같이 보내준 것이다.
                                                                                                           *
 “커피는 내가 살게요.”
 양껏 맛있게 먹고 밖으로 나선 건 좋았는데, 근처의 카페들은 이미 만석에 거리에도 사람이 차고 넘쳤다. 얼른 커피만 받아 밖으로 나온 우리는 하릴없이 회사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날이 좋아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잖아. 잠깐 괜찮았던 기분이 다시 내려간다. 그냥 들어가자니 아쉽고 인파에 치이기도 싫고.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을 때였다. U가 나를 살짝 잡아끌었다.
 “대리님. 여기 들어갈까요?”
 “……여기요?”
 회사 근처의 동전 빨래방. 재미없는 농담인가 했는데 U는 정말로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더니 제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토닥인다. 얘 뭐지… 어정쩡한 기분으로 일단 앉았다.
 “저 밥 먹고 산책하다가 가끔 여기 오거든요.”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고…
 “저기 세탁기 돌아가잖아요. 가만히 보고 있으면요, 되게 마음 편해져요.”
 그래서 취향 존중이라는 게 있고… 이제 보니 좀 도라이인가… 잠깐 별생각이 다 들었지만 곧 무슨 얘기인지 알 것 같았다. 벽면을 채운 커다란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아가면서 내는 잔잔한 백색소음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우주선 창문처럼 동그란 유리문 너머 색색이 뒤섞이는 이불과 베개와 옷가지, 마음을 부드럽게 만드는 연한 섬유 유연제 냄새.
 “U 씨. 저 오늘 출근하다가요.”
 “네.”
 “회사 무너지라고 빌었거든요. 근데 오니까 괜찮네요. 한가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U가 웃는다. 저도요. 커피를 내려놓고 U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말끔히 닦인 유리 벽으로 가장 높은 태양 빛이 쏟아졌다. 시야를 전부 지워버릴 것 같은 정오의 햇볕. 뭉그럽고 간지러운 것들이 솟아난다. 가슴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면 손바닥 안에 가득 잡힐 것처럼. 다 타버렸다고 믿었던 심지에 다시 불이 붙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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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예뻐지고 싶다.
과거나 현재나 진득하게 내 마음 바닥에 들러붙은 욕망이다. 예쁘고 못생기고 딱히 생각하지도 않았던 시절이 있다. 내가 웃는 것 만으로도, 껴안는 것 만으로도 이뻐해주는 부모님이 계시니.
사실 나는 못 생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외모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매우 단순했다. '넌 왜 이렇게 다리가 굵어? 보통 남자 다리가 너보다 얇겠다.' 정말 지독히 단순하고 어떤 의미도 없는 한 마디에 상처 받아버렸다. 또래보다 마른편인데도 불구하고 체질상 이상하게 다리만 굵었다. 그리고 그게 내가 처음으로 외모에 대해 인지하고, 트라우마가 생겨버렸다. 바보같게도. 그리고 그 순간부터 나도 모르게 다른사람의 몸과 내 몸을 비교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거울을 보기 싫어졌다. 내 사진을 보며 놀리는 남자애들의 말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카메라를 피해 다녔다. 튀어나온 앞니들을 감추려 일부로 손으로 입을 가려 웃고 되도록이면 웃지를 않았다. 좋지 않은 시력으로 안경은 두툼해지고, 어느 순간부터 아무 생각없이 하나로 묶어 다니던 머리는 나를 '꾸밀줄 모르는 여자답지 못하는 여자애'라 부르더라. 하얀 아이들과 대조되게 내 피부는 언제나 짙은 갈색이었고, 미소 따위 없는 딱딱하고 재미없는 아이가 되었다. 반에서 남자아이들과 농담하고 잘 노는 예쁜 아이들을 보며 부러웠다. 나에게는 그저 외모에 대한 트라우마만 주었던 아이들이 그렇게나 사근사근해질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예뻐지고 싶었다. 치아 교정이 끝나고 거울 앞에 서서 어색하게 웃어본다. 거의 8년 만에 뻣뻣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너무 못생겨 보여서 다시 입가를 내렸다. 교정이 끝나면 많은게 달라질거라 생각했는데 나는 그대로였다. 입술이 빨갛면 나을까? 틴트를 발라본다. 그러다 입술만 벌건, 제게 맞지 않는 걸 입은 거 같아 문질러 지워버렸다. 예쁜 원피스를 입어본다. 삐적 마르고 다리만 퉁퉁한 내 모습이 꼴보기도 싫어 다시 벗어던졌다. 화장을 해보아도 어째서 거울 속 내 모습은 그리도 못생긴지... 그냥, 어디를 걸어가든 분명 존재하지 않을, 아니면 진짜 있을지도 모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내 머릿속이 만들어 낸건지, 아니면 환상으로 치부하고 싶은 현실인지. '넌 못생겼어. 안 어울려.'
한 친구를 만났다. 나보다 훨 통통하고 덜 예쁘지만 밝은 아이. 난 겁나서 입지도 못할 하늘하늘한 원피스, 짙은 화장, 환한 미소. 그제서야 깨달았다. 정말 어여쁘다고. 다른 사람 눈에는 몰라도 그 맑은 기운이 내게는 참으로 어여뻤다. 조금씩 그 아이를 따라해본다.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지어보고, 새벽에 수십번 입었다 벗었다 망설였지만 치마도 입어보고, 용기 내어 화장품 가게에 들어가 틴트와 비비를 사온다. 같이 찍자며 들이미는 카메라를 보고 아무렇지 않은 척 손가락으로 브이를 만들어본다.
거울 속을 봐도 난 여전히 달라진게 없다. 난 못생겼다. 예뻐지고 싶다.
움추리고 싶지 않다. 있는지도 불명확한, 나에게 전혀 상관없는 시선들을 신경쓰다 이쁜 옷 하나 못 입고, 립스틱 하나 발라보지 못했던 과거가 너무 바보같다.
예뻐지고 싶다.
다른 사람들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