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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ummer #1, 'Waiting'

내 여름은 온통 시끄러운 채 지나갔어도, 너는 항상 제자리였으니까. 아직 날 기다리고 있을거라 믿어.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애매하게 끝맺어진 편지 끝머리를 흰 지우개로 벅벅 지워버린다. 도대체 어디쯤이야, 써머. 닿지도 못할 말들을 중얼이다 알록달록 꾸며진 편지지를 찢어낸 뒤 동그랗게 굴려 던져버리는 폼이 익숙하다. 이래서 약속 같은 건 하는게 아니랬는데. 궁시렁대면서도 혀 아래서 나지막이 굴려지는 이름에는 애정이 가득하고, 헝클어진 머릿결은 약하게 스친 바람에도 흔들려 바스락거린다. 피곤한 눈을 감자 금세 잠에 든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네가 올까, 써머···. 감긴 눈 위로 쏟아지는 전등 빛이 깜빡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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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Summer #0, 'Blue'

써머, 너는 무슨 색이야?
네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푸른 색.

음···, 왠지 그럴 것 같았어.
···그럴 것 같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너는 꼭, 시원한 색일 것 같았어.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봐.
왜? 나는 써머, 하면 그런 색만 떠오르던데.
말 그대로, '써머' 니까. ···사람들은 생각이 너무 많아.
그게 뭐야, 그럼 난 사람도 아닌가?
아니, 넌 사람이지. 내가 유일하게 아끼는···.
네 다정한 목소리가 그리워, 써머. 넓게 펼쳐진 모래사장 위에 작은 글씨로 써내려가는 이름에는 그리움이 가득 묻어있었다. 바다만 보면 네가 생각나.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푸른 색의, 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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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등

내 인생의 전등은 없었다.
누명을 쓰게되, 수감 생활을 하게 된 나는 실패자로 낙인찍혔기에.
전등이란 존재마저도 없었다.
길가에 걷고있던 전등은 환히 내비추어 자신의 길을 끝까지 보여주려는 행세여서 더 마음에 갔나보다.
나는 실패자라서, 못할거야. 저 전등처럼 내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갈 수 있을까? 아냐, 못할거야.
자괴감의 꽃은 늘 비열했다. '-해서 못할거야', '-라서 싫어' 라는 등 마음 속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때, 한개의 전등만은 그렇지 못했다.
깜빡거리는 전등이 어떻게든 힘을 내보려 애쓰는데, 어찌 나처럼 똑같던지.
그 전등이 나에겐 친구같은 존재윘다.눈 하나짜리가 없는 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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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차가운 냉기가 
느껴지는
창문 앞에 앉아 있다보면,
어느새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다보니, 
지난 겨울에 같이 
첫눈을 맞았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반짝이는 전등을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나무를 보고 있자니,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계실
산타 할아버지가 
문뜩 떠오릅니다.
빠-알간 구세주 냄비, 
종소리를 듣고 있으니,
차가운 방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을 
불우한 이웃들이 
문뜩 제 눈에 비칩니다.
겨울. 
쌀쌀하고 차-가운 
겨울이 오면 
나는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