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메뉴
Blank <Anqi Lu / Unsplash>

Lovers #25



사랑해...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 처럼,

단단하고

한결같이.


사랑해.

맨발로 밟아도 보드랍게 감싸줄 수 있는 풀밭 처럼


사랑해.

네가 세상에 지쳐 쉬고 싶을 때,

토닥여 머리카락을 흔들어 줄 수 있는 바람 처럼...






다른 글들
0 0

머리카락

탈모는 죄가 아냐..
-탈모르파티 중-
3 0
Square

머리카락 하나, 둘

                                         싹둑.
        머리카락 한 움큼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내 손에 들려있는 가위를 멀리 던져 버렸다.
        다른 손에 쥐던 내 머리카락도 멀리 버렸다.
        “부럽다. 네가 가진 자유가.. 나도 언젠가..”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가위를 소중하게 안아 들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가 유일하게 날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구나.”
                       가위를 멀리 던지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자르다가
                     손톱을 자르고, 발톱을 자르고
                   눈썹을 자르고, 손가락을 자르고
                    몸을 후벼 파고, 눈을 후벼 파고
                                 머리를 잘랐다.
아.
나는 이제서야
내가 원하는 자유를 모두 가졌어.
지금의 나는 행복해
0 0
Square

안녕, 내 첫사랑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좋아한 것을.
내가 좋아한 너의 목소리를.
내 이름 부르며 장난을 치던 그 목소리를.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그리워한 것을.
내가 그리워한 너의 머리카락을.
어깨에 닿으면 마음도 목도 간질거리던 머리칼을.
너는 알고 있을까, 내가 사랑한 것을.
내가 너를 사랑했던 모든 시간을.
받아줄게 아니라면 잊워줬으면 하는 바람을.
1 1

우울

그런 날이 있는 법이다.
그런 시간이 있는 법이다.
수채화 물감같은 잿빛 감정은 
늘 그럴 법한 때에 찾아온다.
가을 바람이 불고, 동네 아이들이 공을 차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노을의 시간에.
별다른 일이 있지도 않은데

이 바람냄새를 맡을만큼의 여유도 없을 때.
내 머리카락 끝까지, 운동화 끝까지 못나고 미워질 때.
어느새 삶에 고여있던 사랑이나 희망 따위가

원래부터 그랬다는 듯 메마른 바닥을 드러내는 때.
그럴 때면 그냥 숨죽여 있는다.
이 감정이 찰랑거리다 흘러넘치지 않도록.
내 남은 하루를 완전히 망쳐버리지 않도록.
음악 하나를 줄창 틀어놓고
풀이나 흙을 기는 개미 따위를 보는 것이다.
마음의 파동이 가라앉고
다시 땅을 디딜 힘이 날 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다.
0 0

너를 담는 것에 대해서

 커다란 화폭에 자그마한 너를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마 선과, 그 밑으로 내려오는 코끝. 이미 몇십번은 연습했던 인물 그림들.

 너를 담아낼 때도 똑같았다. 처음 얼굴형을 그리고 나서, 찬찬히 연필 선을 그려내면 나타나는 눈, 입, 그리고 코. 사실 더 빼먹은 것이 있다면 얇은 속눈썹,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연한 상커풀.너는 눈을 꿈뻑인다. 그리고 웃는다. 눈주름이 살짝 접히고, 네 눈 옆에 자리한 점도 찡긋한다. 너는 그렇게 매력적이다. 그냥 그대로도  너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분명, 인물화는 내가 제일 자신있는 분야인데-하고 생각했다. 얼빠진 내 얼굴에, 네가 웃어보이면 난 멍하니 따라 그렸다. 괜히 마음이 복잡해졌기 때문이었다.
지난 3월인가부터 너는 나의 모델이었다. 
너의 까맣게 난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릴 때, 나는 네 눈동자가 어디있는지 헤맸다. 네 눈이 향한 곳 끝에는 나는 잘 모르던 노트 몇권이 놓여있다. 너는 저 멀리를 보았다. 
 나는 그런 너를 또 그렸다.
너는 색채가 강한 그림보다는 적당히 물을 풀어넣은 그림을 좋아했다. 나는 너를 수채화로 담아내길 좋아했다. 연필선이 물에 물들어버린다. 가끔은 종이도 물에 울어버린다. 그런 그림들은 대게 너에게 보내버렸다. 편지에 꾹꾹 붙여서 보내버렸다.
1 0

길을 걸었다.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다.
핸드폰 액정만 뚫어지게 보고있던 나의 눈 앞에,
분홍 꽃잎이 하나 떨어졌다.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눈 앞에는 바람으로 인해 만들어진 꽃잎들의 축제가 열리고있었다.
아름다웠다.
분홍빛깔의 꽃잎들은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나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분홍색의 자그마한 
꽃잎들이 날아다니는 거리를 하나하나 눈에 담으면서 걸어갔다.
1 0
Square

첫사랑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
얆고 그윽한 눈썹.
사랑스러운 눈빛.
작고 오똑한 코.
미소짓는 입술.
귀여운 달걀형 얼굴.
상냥하고 따뜻한 목소리.
그대가 나의 첫사랑이죠.
0 0

비 오는 수체화#1

툭툭. 아, 어렴풋이 너의 머리에 닿더라. 한창 소나기가 내릴 모양인듯 가느다란 빗줄기가 굵어진다. 고장난 수도꼭지 마냥 물줄기가 떨어진다.너의 진한 고동색의 머리는 축축히 젖어갔다. 너의 그 흰 운동화도 조금씩, 천천히 짓누르듯 젖어갔다. 너는 꽤나 사슴같은 눈망울을 하고 고개 저었다. 살구빛 도는 뺨에 흐른건 빗줄기였을까. 아니면 눈물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식은땀이었을까. 네 눈은 슬프게 휘어져버렸다. 원래부터 웃는 상이 아니었던 너는 너무나도 슬프게 보였다. 비에 젖어들어가는 네가 도화지처럼 물을 머금고 곧 찢어져 버릴 것 같았던건, 회색빛으로 물들어가는 것 같았던 건. 

유난히 네가 하얘서이기 때문이었나. 
흐릿하던 너는 꼭 수채화 같았던 것을 기억한다.
여름날 밤 열대야에 덥다며 휘젓는 너의 흰팔이, 눈을 가만 꿈뻑이며 웃는 네얼굴이. 하늘과 옅은바람에 환상적이게도 녹아들었다. 희얀 도화지에 색색 물감이 물들어 버리듯. 한편으로는, 농도를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 곧바로 퍼져 한참을 뒤섞일 것처럼.
무르게도 거무스름한 하늘과 닿은 짙은 고동색 머리카락이 살랑 불면, 너에게서 일렁이는 물의 향기가 났다. 휘어진 네 눈에서도 그대로 흐를듯이. 그런 물의 향기가 났다. 퍼지지도 않으며 오직 네게 가까이 붙어 콧잔등을 부비면 나는 미세한 향기였다. 그 향기를 아는건 나뿐이었을까. 
기대고 있던 너의 등줄기는 언제나 부드럽고 물렀다.
"나를 사랑해요?"
그 누구라도 그런 너를 보면 사랑한다고 대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너는 참을 수도 없이 사랑하게 되어버리는 그런 사람이었다. 상대라는 종이에 너라는 물감이 스며들듯 치밀하게. 나도 너를 사랑했다. 그리고 곧바로 그렇다고 말했다. 너는 눈을 슬프게 흐린다. 나는 아직까지도 네가 그렇게 말했던, 눈을 흐렸던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겠다.
너는 내게 수채화만큼 어려운 사람.
 웃을때 눈가에 옅은 잔 주름이 생기고, 입술은 오므릴때 가장 예뻤다. 사슴같은, 까맣고 깊은 눈망울도 가졌고, 목선이 가느다랗던 너였다. 
그림에 담기도 어려운 사람.
꿈뻑이는 그 눈으로 나에게 물었더랬다. 
-뭐하고있어요?
나는 슬 웃으며 대답했다. 너를 그리고있어. 
-가만히 있어줄까요?
-...딱히, 네 모든 순간을 담는 중이었어.
너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배가 그런 능력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너는 고개를 젓거나, 끄덕이거나,순간 뒤돌아버렸다가 돌아보았다. 순간순간 그려지는 장면은 화폭이었으며. 너는 그중 빛나는  색이었다. 모든색을 삼켜버리는, 물들여버리는 몹시 아름다운 색. 

- 슬, 갈까.
-벌써 다 그렸어요? 보여줘.
-...사실 그냥 수채화였어.
0 0

감각

왜 난 너의 모든 것이 신경쓰이는 것인지. 머리카락 한 올 조차 바람에 휘날리는 게, 주황빛이 도는 입술과 목에 거는 카드 줄 같은 것들이 왜 나의 머릿속에 박히는 것인지, 나는 알 길이 없다.
입술만, 목소리만, 너의 눈빛만 이라도 나에게 주었으면 한다. 너의 안경이나 펜이나 살짝 닿는 손 끝이라도 내게 남겨주었으면 한다. 찰나의 마주침이라도 멀리 보이는 조그만 몸짓이라도, 아득한 밤의 나의 꿈속에 흐릿하게나마 나타나 주었으면 한다.
매 시간 매초마다 그 아이를 보고, 보고 있지 않을 때에도 생각나는 건 온전히 내가 미친게 아닐까 싶다. 나는 이 페이지 속에 고백해본다. 감히 너를 좋아하고 있다고.
오늘도 난 이 미친듯한 감각을 견뎌내본다.
1 1

봄이 그렇게도 좋더냐,
멍청이들아.

머리카락을 잔뜩 적시는 비마저도 그렇게 반갑더냐.
바보들아.

그래서 나는 멍청이고 바보야.
나도 봄이 좋거든. 따뜻하니까.
1 0

크리스마스

부시시한 머리카락을 넘기고 구겨진 베이지색 코트에 검은 목도리를 두루고 거리로 나서본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도 될까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터벅터벅 걷다보니 온갖 노래와 사람들이 지나간다. 이 추운 날 뭐가 그리도 기쁠까. 별 다른 목적지 없이 걷던 발걸음이 톡 멈춰선다. 하얀 배경과 어울리지 않는 초록색에, 날 봐달라는 것같은 빨간 장식, 위에는 있을리 없는 노란 별. 그래, 너도 이 많은 사람들 중에 혼자겠구나. 너도 혼자구나. 웃기지도 않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간다. 
3 0

품 속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밝은 빛에 연은 눈을 비볐다. 8시 반. 손목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을 확인하고 몸을 조금 뒤척인 뒤 다시 이불 안 율의 품 속으로 파고들었다. 몸에 귀를 가까히 하니 두근두근 하는 율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어제 일이, 오늘이 꿈 속 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율의 얼굴을 천천히 훑으며 머리카락을 우스꽝쓰럽게 흐트려 놓고 킥킥 거렸다.
 “아직 아침이잖아. 더 자자.” 품속으로 연을 끌어 당기며 눈도 뜨지 않은채 율이 웅얼거렸다. 잠에 빠진채여서인지 평소보다 더 나른하고 낮은 목소리였다. 연이 무었보다 사랑하는 목소리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느끼며 연은 율의 품속에서 다시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