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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소식

혹시 대장암인가.
그렇다면, 희소식. 
드디어, 내게도 종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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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빛

끝나지 않을듯한 어둠속을 달리다가
드디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
불빛
고마워 잊지 않고 내게도 보여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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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죽음에 대처하는법

 삶은 죽음의 연속이다. 살기 위해 누군가의 마음에 흠집을 내고, 어느 사람은 무참히 찢기도 한다. 이 연속은 애석하지만 내게도 해당한다. 
 절대로 피할 수 없기에 마음이 찢길듯한 말을 들으면서도 버틸 수 밖에 없다. 찢어질듯한 행동과 정말로 죽는 행동은 고통부터가 다르니까. 그들은 그런 행동을 했지만 난 그러지 않았으니 포기 말아야지. 
 이기적일 수 밖에 없었다. 자기 보호는 무의식적으로 드러나 모두에게 미움을 받았다. 고통받고 싶지 않은 마음은 견고해져갔고, 그와중에 누군가의 죽음을 직면했다. 
 처음에는 모든 회로가 정지됐다. 그 이후에는 이게 정말 현실인가? 하는 생각을 품은 현실 도피. 오래지 않아 두려움에 사로잡혀 발이 떼지지 않았다. 이제야 모든 준비가 되어가는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모든건 한순간에 무너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죽음이란 무엇일까? 이렇게 갑작스레 찾아오는 것도 죽음인가. 삶은 이리도 허무했던가? ━잘 모르겠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은 매우 낯설었고, 저도 모르게 현장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도망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 장소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발을 옮기다 주변을 둘러 보았다. 여러 사람들이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그 사람들에 자연스레 흘러들어 갔다. 
 한동안 충격에 휩싸여 어떻게 생활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가지는 알 것 같다. 조금 시간이 흐른 지금, 웬만한 아픔과 충격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것을, 조금씩 무뎌진다는 것을. 
 나는 내 아픔을 시간에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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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은 집

 어릴 적부터 나는 집에서 나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친구들과 만나 노는 걸 좋아했고, 활달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밖에 있는 게 좋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놀아도 집에서 편하게 놀고 싶었다.
 청소년에 다다를 무렵- 13살 쯤에는 혼자있는 게 좋아졌다. 웬만하면 편안한 안식처인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고, 친구들과 만나 노는 것도 점점 흥미를 잃어갔다. 그래도 완전히 아웃사이더는 아니었다. 단지 노는 걸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지 친구가 있는 게 싫은 건 아니었으니까. SNS도 하고 연락도 주고 받으면서 친구관계는 유지해 왔다. 
 부모님은 딱히 걱정 안 하셨다. 어릴 적부터 나에게 믿고 맡기신 일이 다분했으니까 이것 또한 그런 것의 일부였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이 딸이 23세 평생 솔로인 건 걱정하고 계시지만….
 남자? 남자에 관심이 있었던 적은 살면서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첫사랑도 있었는지 기억 안 난다. 나도 내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혹시 무성애자인가?
 아무튼, 갓 성인이 되어서, 그럭저럭한 성적으로 그럭저럭한 대학에 입학했다. 또한 성적도 그럭저럭하게 받아왔으며, 필요한 모임은 갔다. MT, OT, 조별과제, 뭐 그런 건 갔다. 물론 좋지는 않았다. 특히 몇 밤 자고 오는 건….

 대학 3학년인 지금, 내 대학 동기들은 대부분 애인이 있다. 그래서 한가할 때면 자기 애인 자랑을 늘어놓는다. 너무 잘생겼다든지, 친절하다든지, 자기만 바라본다든지…. 
"야, 너도 이제 괜찮은 남자 좀 찾아봐야지." 
"글쎄, 나는 아직?" 
"너 그러다가 늙을 때까지 독신으로 산다?"
"근데 아직 끌리는 사람이 없어."
"세상은 넓고 남자도 많잖아. 그 중에 마음이 가는 사람 하나 정도는 있겠지."

"에휴, 이 철벽녀도 운명의 상대가 있으려나?"
"몰라…."
"야, 나는 얘가 애인 좀 생겨서 우리한테 자랑해 보는 게 소원이다, 소원."
"아, 나도."
'애인 있어요'를 틀어주고 싶다. 친히 내가 개사한 버전으로. 불러주고 싶은데, 그렇지만 차마 그러지는 못하겠다.
너희는 내가, 안쓰러운 건가봐.
좋은 사람 있다면, 한번 만나보라 말하지.
너흰 모르지, 내게도 멋진 애인이 있다는 걸.
너무 소중해, 꼭 숨겨 두었어.
내 그는, 나만 볼 수 있어.
내 눈에만 보여. 
……가끔씩 차오르는 한숨만 알고 있지.
그는 내 집이라는 걸….
 내 운명의 상대, 내 애인은 집이다.
사람들은 이런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집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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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

지루한 타일, 철이 부딪히는 소리, 희미한 시야,
뜨거운 열기,흩날리는 물안개.
칙칙하고, 습한 공간. 지옥같은 이 공간에,
나는 갇혀있었다.
화륵!
불꽃이 일고 기름이 튀긴다.
나는 눈을 옆으로 돌려 어깨에서부터 쭉 이어진
팔을 따라 시선을 옮긴다.
그 끝에 붙은 펜의 위에서 육즙으로 몸을 뒤덮은
고기가 춤춘다.
"진저! 22번 테이블! 멀었어?!"
건조하고 영혼없는 독촉, 키가 작아서 염치마저
소멸되어 버린거라고밖에 여길 수 없다.
예술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
"진저! 서둘러!"
꽈득.. 입을 앙다물고 이를 갈고 만다. 이 불편한
익숙함에 살 여력마저 깎여나가는 기분이었다.
무도회는 초대치 않은 난봉꾼에 의해 어처구니없이
막을 내리고 만 것이다.
"나왔어요, 에라 씨."
그래, 나왔지. 빚다가 한 쪽이 짖눌린 자기처럼,
유명한 작품의 뒷부분을 앞에 대충 덧댄 원고처럼.
"어휴, 빨리빨리 좀 하라구!"
에라 씨가 접씨를 받아 뒤뚱거리며 손님에게 
가자 나는 속으로 몇번이고 그 작달만한 몸을
찢어발기는 영상을 그리며, 다음 일을 받았다.
'젠장,젠장,젠장!' 이 말만이 일하는 내내 뇌리 속에
맴돌았다.
고된 일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
목이 타 한 손에 맥주를 쥐고, 입으론 오징어 
다리하나를 악물고 거친 발걸음을 옮긴다.
사실 난 예술가같은 겉만 거창한 인간은 못된다.
오늘, 더더욱 통감했다. 어설픈 자존심 외에,
이제 내 요리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원래부터 죽지 않고 굶지 않으려면 혼자 힘으로 벌어 쓸줄 알아야했고, 쓸모없는 내게도 재능이라는 게 있어서,얄팍한 솜씨를 등불삼아 근근히 살아가고있는 것이었다.
목을 조르거나 칼을 긋는건 노력과 용기가 필요하지만, 가만히 있으면서 목구녕에 음식만 넣어주면
나머지는 내 몸이 알아서 해주기때문에 나는 사는 것을 택했다.
헌데 이상하게 하다보니 요리라는 것에도
나름 정이 붙었는지 한 때는 세상이 반짝이는 것 같은
환상도 보았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소원해져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 것이다.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들어 
정부 고위인사,유명인들이 연달아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피해자들은 제각기 다른 수단으로 살해되었으며, 별다른 단서조차 남아있지 않아 수사에 차질이.."
콱!
참 별일이군, 정의의 사도 등장이냐?
아니, 잘난 놈들만 노리는 걸 보면 열등감에 찌든
한심한 녀석일지도 모르지.
나는 씹던 오징어 다리를 삼키고 맥주를 들이켰다.
"아~ 참으로 x같은 세상이다!"
털썩, 과로한 나머지 그대로 나자빠졌고 눈을 떠보니 이미 동이 튼 뒤였다.
오늘도 또다시,쓰레기 매립지같은 일터에 왔다.
첩첩이 쌓인 그릇과 설거지거리들, 에라씨의 독촉과작열하는 온도에 혐오감을 느껴 시계를 보채고픈 충동에 휩싸인 때에 갑자기 술렁이는 주방, 사람들이 몰린곳 사이로 훤칠하게 생긴 남성이 보였다.
수수하게 차려입었지만 탄탄한 몸과 정갈한 머리
탓인지 강단있고 세련되 보였다.
"제퍼드, 제퍼드 씨야!"
제퍼드, 한창 요리에 열중할 때 잡지에서 본적있다
독보적이고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요리는 물론
요리사의 미래까지도 평가한다는 미식가,
통칭 맛의 예언자다.
저 사람이 우리 레스토랑에 왔다는건, 역시
평가하러 온건가? 점장이 잘도 주선해왔군.
그새 관심을 잃고 다시 설거지를 하려던 그때,
탕! 
시끄러운 소음을 단숨에 베어버리고 휩싸인 정적,
그리고  비명이 터져나오려던 때 
다시한번 소리가 울렸다.
콰과고과과광! 
우뢰와도 같고 날랜 이리와도 같은 소리와 모습으로,
식당의 모든것에 피가 튀고 사람들의 몸엔 붉은 장미같은 총알자국이 생겼다.
모든 것은 순식간이었다.
예언자는 한 구의 쓰레기로 변했고 그건
레스토랑의 다른 사람들도 별 다를 게 없었다.
그러나 어째선지, 내 몸엔 장미는 커녕 먼지꽃 한 송이도 피지 않았다.
"...왜 날 쏘지 않았지?"
"변덕이야.. 네 눈빛, 나를 닮았어."
..여자? 의외였지만 그것은 더이상 중요치 않았다.
불청객이 다시 입을 열었으니까.
"날.. 따라오지 않겠어?"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아, 가지, 지루하지만 않다면."
여자는 끄덕이며 따라오라 손짓했고, 나는 그 뒤를 
따라 밖으로 나섰다.
그것이 나와, 리스의 첫만남, 산 송장이었던 내게
살아있는 의미를 찾게 해줄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