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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왜 어째서? 도대체 왜? 첫번째, 두번째도 그랬잖아. 항상 초반에 갑자기 싫어졌다가  헤어진 거고, 이번엔 잘 버티고 다시 이렇게 만나게 된건데, 게다가 초반도 아닌 45일이나 됐는데, 왜? 전화 한통, 그 혼자 있냐는 말과 너무 적극적인 거 때문에? 과학쌤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이렇게 하루아침에 마음이 바껴? 뭐 헤어질 때는 이제 곧 시험이기도 하고.. 라고 핑계나 대게? 나도 너가 싫은건지 좋은건지 내 마음조차  모르는데 너 마음이라고 알 길이 없지. 끝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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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딱 30년을

시라는 것에
마음 뺏겨 지내왔는데
막상 돌아보니

제대로 된 글이 하나도 없는 듯하다
내려놓아야 할까?
아니면
20대 초반의 그 열정을 다시금 불피워봐야 할까...
감각도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지 오래인데
대체 무엇 때문에
접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시시해서 시
라는 말도 있지만
정작 마주하면

얼굴만 붉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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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나 돌머리...

아 된장. 원래 소스나 프레임워크 업뎃이 목적이 아니였고.. 글 상세 페이지 하단에 나오는 연관글들 로직 수정하려고 했던건데... 초반에 글이 너무 없어서(지금도 적지만) 최신글 몇개를 박아넣었는데 그게 아직도 살아있어서 없애려는 목적이였는데...
코드를 여는순간 매직!!!! 뻘짓만 드럽게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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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식욕

늘 맛있게 내려주는 커피만큼 괜찮을 줄 알았던 녹차는 기대보다 텁텁했다. 여기는 앞으로 커피만 시켜야겠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던 책을 펼쳤다.
소설은 아직 초반부였으나 주인공은 벌써 사람을 세 명이나 죽였다. 발 앞의 난도질 당한 시신. 기분 나쁜 온기가 남아있는 핏물. 뱃속 깊숙이 박혀 잘 빠지지 않는 칼을 부득부득 빼내는 묘사에 식욕이 완전히 달아났다.
“사람 죽인 적 있어요? ”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고양이 같은 표정을 한 여자가 앞에 앉아 있었다. 아는 여자다. 맨 윗층에 사는, 집주인의 딸.
“있으면 여기서 커피는 못 마시겠지.”
최대한 억양을 덜어내고 대답했다. 목소리에 자칫 온기나 냉기가 묻어나지 않도록. 목덜미처럼 드러난 감정만큼 손쉬운 먹잇감은 없기 때문이다.
여자의 시선이 나에게서 내가 들고 있는 책 표지로 옮겨갔다. 핥는 듯한 시선에서 나른한 전의를 느꼈다.
“매일 이런 것만 읽길래, 연구라도 하는 줄 알았죠. 제목에 들어가는 단어부터 그렇잖아. 사건, 살인, 시체, 죽음.”
여자가 책 제목으로 나를 찌르는 동안 나는 그녀의 흰 살결을 본다. 푸른색 셔츠 깃 위로 뻗은 가느다란 목. 두 손으로 잡고 누르면 툭 부러지지 않을까.
누군가 토스트를 주문했는지 카페 안에 고소한 냄새가 가득했다. 문득 고개를 든 식욕이 침을 삼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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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글을 쓰느라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꺼풀은 당장이라도 감길 것처럼 무거웠지만 꾹 참았다.
써놓은 글을 보면서, 철수는 자신을 칭찬했다. 잘했다고, 정말 잘했다고.
그는 베스트셀러를 내고싶지만 낸적은 없는 작가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기를 원하는 사람도 아니다. 한 번쯤 살다가 상 한 번 받아 보고싶은 그런 사람이다.
마치 학교를 다니다 임명장을 받는 것처럼. 의자에 등을 바싹 붙이고 앉아서는 팔짱을 꼈다.
책상에 올려둔 여러장의 원고지들이 눈에 띄었다. 세월이 흘렀어도 그는 손으로 글을 쓴다.
아니, 초반 작업만 연필로 글을 쓰고 후반 작업은 컴퓨터로 한다.
철수가 이번에 쓴 책의 제목은 <삶>이다. 
삶, 작가는 턱을 괴고 생각했다. 삶의 진정한 뜻은 뭘까?
돈을 벌고, 회사에 들어가서 일하고, 승진한 후에 자식을 낳아서 사는 게 삶일까?
머릿속이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얽혔다. 다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였다.
'삶이라...'
머리 좀 식히려고 그가 방에서 나왔다. 집에서 나오자 지나가는 몇몇의 사람들이 보였다.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연인, 자식과 웃으며 걸어가는 주부.
이들한테도 삶은 있겠지, 이들한테 삶이 무엇이느냐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을까.
불필요한 감성을 건드린 것 같아 철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시내를 지나가다 공원이 보였다. '숨쉬는 공원', 이름부터 특이한 이 공원은 언제 생긴 걸까.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과 도시락을 먹는 부부, 풍선을 들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데이트를 하러 나온 연인까지,
집에서는 찾기 어려웠던 삶의 뜻이 조금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삶, 그것은 여러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을 함축해서 나타낸 단어이다.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타인의 삶도 존중하는 자세야말로 진정한 삶이라고, 그는 확신했다.
"집 가서 싹 다 뜯어 고쳐야겠네."
철수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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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아쉬워서

20살에 너에게 모든걸 걸어보겠노라 생각했고
21살에 예쁜 딸을 낳았지 그때 혼인신고를 하지말았어야했다 아이를보고 예뻐서 어쩔지 몰라하던 너를보고 나한텐없었던 아빠를 잘해줄것같았던마음에
20대에 절반을 너에게  줬다 엄마없이 자란 너 에게조금이나마 위로가 될수있을까 우리엄마가 나한테준 내림 사랑을 너와 내새끼한테 다 퍼부었다  직장상사 때문에 화난다며 다짜고짜 일그만두고 집에온날 내새끼굶길까 걱정됬지만 밖에서 눈치볼까 
  기죽어서 집에들어 오진않을까 화도내지않고 돌갓지난애기 어린이집 맡기고 난  12시간 일했어  열심히 일하는 와이프 보고있으면  행여나 마음고쳐먹을까 하는 마음에 죽기살기로 일했다 남들이 여자인생평생에 한번할  결혼식 안하냐 묻는말에도  행여나 결혼식도 못해주는 형편에 남에집 귀한딸 대려갔냐는소리 너듣게하기싫어서 따분한결혼식 싫다고 웃으며  그돈으로 너랑애기랑 애기크면 해외여행다닐꺼다 큰소리쳤던 나였다, 너랑 연애하고 결혼하고 너를안지 어느덧8년이 다되가는  시점에 월급이라며 가져온돈 1년도 받지못했고 아픈 너네아버지 병수발까지 들고 미성년자 니동생 내동생보다 더 알뜰히 챙겼다
돈한푼안벌어오는니가 무슨베짱에 주점이나 드나들며 백만원짜리양주 마셨는지 모르겠고 
니새끼랑 다녀야할 좋은곳예쁜곳 술집여자들이랑 드나들었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이혼을하고온 날  내새끼한테 아빠뺏은게 미안해 펑펑울었고 그래도 그간든정에 빈자리가 너무느껴져 
잘못된선택을 했나 후회도했다  술먹고들어오면 집에물건이 다부서져도  나는 행여나 그러다 니손 다치진않을까 걱정하던 그런병신이였으니깐  보통바람나면 이혼해달라 빌어도 시원찮은데 너는 내가 하고싶다는 이혼조차 막았고 술만안먹으면 그래도 아빠노릇 남편노릇 하는 널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니더라 어린나이에 결혼해도 행복하게 사는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너에게 인생을 버리지말라며 진심으로 나를 사랑해주는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1년간 이혼문제로 씨름을했고 위자료한푼받지못하고 합의이혼으로 우린 끝났다 딱 한달짜리 판결
한달만에 몇년간에 생활이 판단되는게 무서워 숨기만했는데 이혼하고 딱 6개월이지난지금 그시간들이 지금은 어찌나 아깝고 화가나는지 모르겠다 제일 하고싶은게 놀고싶은게 그리고 제일용감하고 예쁠 나이 겁이없고 내자신만생각하기에도 너무나 버거울 이십대에초반을 전부 너에게 주고 이십대에 후반에 한발짝 다가선 지금 너에게 하고싶은말이야
양육비 주기싫어 잠수탄 너란걸 알기에 
아가씨에 나보다 애기엄마인 나로 이야기하자면
넌 정말불쌍하고  지독하게도 비참하게 살았으면좋겠어 니가너무불쌍해서 내가 내아이에 아빠인 너를 욕 하지않고 살수있도록 잘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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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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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당신이 아는 사람, 알지도 모르는 사람, 알았던 사람, 알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갑자기 이야기하려고 튀어나온 사람!
내 이야기 들어 보겠어? 
어어, 가만히 앉아 있어 봐. 마침 한가한 참이잖아? 
하하 아니라면 말고, 화낼일은 아니잖아.
가만히 이 앞에 앉아서 스크롤만 내리면 되는 일이야. 쉽지? 당장 해보라구.
나의 이야기는 '그때 그 남자를 죽였더라면' 으로 시작 하지.
누구에게나 후회되는 일은 있지 않겠어? 그래, 가볍게 그런 얘기인거야.
오, 이건 수평선이라는게 뭔지 한번 눌러본거야.
이런거군!
아, 내 이야기 하려던 중 아니었냐고?
그래그래. 맞아. 나는 말하다가 가끔 딴길로 새곤하거든. 
그래도 다시 돌아오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고 그저 읽히는 대로 읽으면 돼! 이건 그런 글이니까!
난 책임감이 부족해서 이걸 꾸준히 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일단 내 이야기를 시작할게.
아 그때는 난 너무 어렸지. 또래보다 키도 작은 아이였어. 부모님이 참 걱정을 많이 했지.
옷가게에 가도 엄마가 내 나이를 말하면 "어머, 나이보다 훨씬 약하네!" 라는 말을 꼭 들었지. 음, 아줌마들의 '약하다' 라는 말은 키가작고 말랐다는 뜻인 것 같아. 매번 듣다가 뜻을 짐작해봤는데 아무튼 그런 것 같애.
나는 친구들과 골목에서 노는 것을 좋아했지.
딱 2000년대 초반의 유치원생의 전형이었어. 내가 몸집이 약한 것만 빼고 말이야.
혹시 지금 내 나이를 계산하고 있니? 아마 이십대 언저리라고 계산될거야. 안 궁금했음 말고. 나라면 궁금했을것 같아서. 나는 년도 이야기가 나오면 나이를 계산하는 버릇이 있거든. 당신은 안그러니?
키가 작다는건, 또래들의 놀림감이 되는 일이야.
그 어린것들이 만만한 상대를 기가막히게 알아 채는거지. 이건 사람의 본능일까? 아님말구.
나는 작은 키 때문에 놀림 받는 내 자신이 너무 싫었어. 그땐 그랬다구. 지금이라면 뭐. 내 키를 놀리는 사람의 코를 때려줬을거야. 코피라도 내줬을거라고.
하지만 어릴적의 나는 아니었지.
당신은 무책임한 부모에게서 자란적이 있니?
정말 아이를 낳아 사랑으로 기르고 싶어서 계획하고 낳은 아이가 아니라, 그냥 이 쯤되면 아이를 가져야 할 것 같아서 낳은 아이가 되어본적이 있느냔 말이야.
참.좋은일은 아니지.
뭐, 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난 애들은 대부분 그렇게 태어났을거야. 아닌 애들도 있겠지만, 이야, 걔넨 참 복받았어?
그렇게 태어난 애들의 부모는 대게 육아에 무지하기 마련이야. 안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내 부모는 그랬어.
내가 편견을 가진건 아니지만 내 부모는 둘다 한부모 가정에 시골출신이였어. 그래서 더 그런지도 몰라.
나는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랐어.
조금만 잘못하면 윽박지르고, 짜증내고, 무관심하고, 울면 더 때리고, 말안듣는 애는 맞아야한다, 엄마는 우는 애가 제일 싫다고 했다, 너 이럴거면 당장 집에서 나가!
이건 가정 폭력이지. 나는 그때 아마... 어.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구나.
으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난 절대 애 안 낳을거야. 불쌍하잖아. 무슨 죄로 나한테서 태어나는 거람?
나는 내 생각을 말하면 혼나는 줄 알았어. 
싫은걸 거부하면 큰일 나는줄 알았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거라곤 저절로 나오는 눈물을 그냥 흘리는 것 뿐이었어.
그래서 나를 놀리는 애들 앞에서도 눈물만 뚝뚝 흘렸지. 선생님이 날 발견하고 그 애들을 혼내주러 올 때 까지 말이야.
아, 다시 생각하니까 정말 답답하네.
지나간 일인걸 뭐 어쩌겠어.... -이건 나한테 해주는 말이야.
내가 여느때처럼 골목에서 놀고 있었어. 그때 옆집에 살던 동갑친구 하나와 흙놀이를 하고 있었지. 나는 원복을 입고 있었어. 기억이 정말 선명해.
내가 사는 곳은 다세대 주택, 빌딩이 밀집한 곳이었어.
내가 놀던 골목은 바로 집 앞골목이었지.
아, 그때 소리라도 지를걸. 
엄마악!!!!!! 도와줘,살려줘!!!!!!!
그때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시기였던것 같아. 아니라면 그 남자가 입은 옷이 너무 더워 보인다고 생각했을리가 없어.
남자의 얼굴은 기억이 안나. 내 키는 그남자의 허리께도 안됐거든. 내 시야에 들어온건 남자의 목아래 부터 뿐이었어.
당신 만약에 주위에 아는 어린이가 있다면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꼭꼭 말해둬. 볼 때마다 말해줘.
내가 그때 그 남자가 그네를 타러 가자는 말에 바로 따라갔거든.
ㅋㅋ 만약에 유괴살인범이었어봐. 와 까딱했음 나 지금 이 글 못 썼다.
나는 그때 그네를 너무 좋아했어.
집앞에서 하는 흙놀이보다 그네가 더 좋았다고.
그래서 나는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어서 그 남자가 (게으른 엄마는 데려가 주지 않는) 그네가 있는 놀이터로 나를 데려가길 바랐지.
그런데 뭐지? 남자가 내 손을 잡고 바로 우리집옆 빌라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는거야.
그빌라가 지 집도 아닌지 원래는 이층까지만 올라갈 거였나봐. 나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어서 그네가 나타나길 바랐지.
난 너무 어린 아이였어!
근데 같이 놀던 남자애인 내 친구가 자기도 그네를 태워달라고 우릴 쫓아왔어. 
지금 보면 나한테는 다행인 일이었던거지.
"아저씨, 나도 그네탈래요. 네?"
친구야, 지금은 연락안하지만 그때 열심히 쫓아와줘서 고마웠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주변 어린이한테 꼭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고 해! 언제나, 어디서나!
얘가 계속 쫓아오니까 그 남자가 "넌 좀있다 태워줄게 거기 있어봐." 뭐 이런식으로 말했던것 같아.
그리고 계단을 좀더 올라가 어느 집 문 앞에서 자기의 바지 지퍼를 내리는게 아니겠어?
내복을 입고 있었어. 빨간색 내복.
그리고 그 내복도 내리려는데 내가 부모한테 얻어먹은 눈치가 발휘된건지 몹시 불길한 기분이 드는거야.
근데 뭐. 내가 울기 밖에 더 하겠어.
"알겠어. 이건 안 벗을게 이위로 만져봐."
씨발 그게 그네야? 그게 그네냐고.
나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한 손이 잡힌채로 가만히 있었지.
"10분만. 아니 5분만."
그러면서 내 손을 잡아다가 빨간 내복위로 자기 고추를 쓰다듬잖아. 이 씨발럼이.
내가 아무리 어렸어도 그 행동이 더럽다는건 어렴풋이 느꼈어.
나는 내 손을 꽉 쥐고 놔주지 않는 무서움에 결국 크게 울어제끼기 시작했지.
내 울음소리를 듣고 빌라에 사는 사람들이 나올까 당황했나봐. 그 남자는 빌라를 벗어나 가버리고 나는 친구와 같이 밖으로 나왔어.
친구는 내게 왜울어? 뭐한거야? 그네는? 물었지만
나는 말없이 집으로 갔어.
엄마는 또 누가 놀렸냐, 괴롭혔냐, 아까 같이 놀던 그 애가 그런거냐 했지만 나는 말없이 울기만 했어.
늘 하던대로 말이야.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무나 다행이야. 그정도로 끝나서.
내가 조금만 작게 울었어도. 남자가 그 빌라에 살았어도. 우는 내 입을 틀어막았어도.
나는, 어떻게 됐을까?
당신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니? 유치원생이 성인 남자에게 끌려가 고작 성추행만 당하고 끝난일이?
그래, 퍽이나 다행이지.
난 몇년이 지나도 뚜렷이 기억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는데. 아 정말. 그 남자 죽여버리고 싶다.
내 이야기 어때? 재밌었니? 
오우. 나도 재밌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야. 
너무 정색하지마. (정말 재밌어서 깔깔 웃었다면.. 난 인간 이하 말종은 상종하고 싶지 않네.)
이건 그냥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구.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말이야.
그리고 나의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니야.
하하. 이야기는 많아. 차고 넘치지!
꼭 이런 성추행당한 이야기만 있는 것도 아니야.
다음에 글 쓰면 또 읽으러 올래?
그럼 안녕!
나는 당신이 아는 사람, 알지도 모르는 사람, 알았던 사람, 알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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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청년

 겨울이 되자 유난히 자주 코피가 터졌다. 예고 없이 떨어지는 핏방울은 가지런히 개어두었던 빨래와 아끼던 목도리에 자국을 남기고 기껏 복사한 서류를 붉게 적셨다. 지리멸렬했던 한 해가 끝나 제야의 종이 나를 새해로 떠밀었던 순간에도 그랬다. 피가 좀처럼 멎지 않아 휴지 한 통을 다 쓸 만큼 애를 먹었다.
 
 달력을 넘기면서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이들 특유의 요란함이 왜 내게는 없는지 생각했다. 새해가 뭐. 당분간 연도를 쓰다 끝자리 숫자를 다시 고치게 될 거라는 점 말고는 와닿는 것이 없는데. 이제 나는 반이 바뀔 일도 없고 수강 신청을 할 일도 없으니 언제나 어제 같은 오늘, 작년 같은 새해였다. 가끔 짙은 안개 같은 무력감이 깔릴 때면 말해 보고 싶기도 했다. 선생님, 저는 이제 살아갈 이유를 모르겠어요. 우리는 왜 삶의 끝을 결정할 수 없을까요.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려니 마음이 안 먹힌다. 결국 가는 곳은 늘 교보문고였다. 마음이 복잡해지면 책 냄새를 맡으며 자기계발과 심리학 코너를 빙빙 도는 것이다. 이런 거 읽으면 좀 좋아질까. 무심코 중얼거렸는데 누군가 불쑥 대답했다.
 “그거보다는 이게 더 나을걸요.”
 깜짝 놀라서 옆을 쳐다보자 씩 웃는 얼굴이 보였다. 그가 하도 태연해서 내가 아는 사람이었나 잠시 고민했다.
 “이십 대 초반이시죠?”
 “그런데요.”
 “아,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M 출판사 직원인데요, 요즘 이십 대들은 어떤 책 좋아하는지 조사하고 있거든요.”
 내미는 명함보다 길고 가느다란 손마디와 매끄러운 손목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에는 도톰한 흰색 종이에 진초록으로 찍힌 글자가. M 출판사 마케팅부 D 대리. 받았으니 나도 줘야 하나? 잘은 몰라도 일단 지갑에서 명함을 꺼냈다.
 
 “와, 직장인이었어요? 어려 보여서 학생인 줄 알았는데.”
 “어린 건 맞아요. 스물둘.”
 D는 겨우 스물 예닐곱 정도로 보였지만, 사회생활에 익숙한 사람 특유의 유연한 반응, 세련됨, 오랜 시간 갈리고 축적되어 생겨난 둥근 석공 같은 단단함이 있었다. 요령 없이 서툴러서 죽고 싶은 나는 가질 수 없는 것. 붙임성도 좋아 낯가림이 심한 나를 그 자리에서 웃게 만들었다. 서점에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잘 어울렸다. 내가 들고 있던 책에서부터 요즘 뜨는 베스트셀러, 하는 일 얘기까지 이어지던 대화가 끝날 무렵이었다.
 
 “혹시 내일 시간 되나요? 오늘 주말이라 인터뷰 용지가 회사에 있어서, 괜찮으면 내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어….”
 내가 잠시 머뭇거리자 그가 마치 손수건을 권하듯 웃음을 건넸다. 인터뷰하면 책도 보내드려요. 활짝 올라간 입매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입술이 고우시네요,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할까 봐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하죠, 뭐.”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나이는 올해로 서른하나. 서초동에 살고, 날씬한 몸매에 윤기나는 갈색 털을 가진 아비니시아 고양이를 길렀다. 나는 보기보다 많은 D의 나이와 주인과 똑닮은 고양이의 생김새에 놀랐다. D가 그의 집에서 정반대인 내 회사 근처로 온다는 것을 말려 중간 지점에서 보기로 했다. 퇴근하고 역 출구로 나오자 약속 시간 전인데도 벌써 나를 기다리는 뒷모습이 보였다.
 “어. 어제 봤을 때보다 더 예쁘네요.”
 “오늘 미팅 있어서요.”
 “맞아, 직장인이지 참. K 씨가 어려서 자꾸 잊게 되네요.”
 봄은 아직 멀어서 여전히 해가 짧고 칼바람이 불었다. 우리는 조금 걷다가 발견한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D가 따듯한 커피 두 잔을 시키면서 물었다.
 “배고프죠? 뭐 빵 같은 거라도 먹을래요?”
 “아, 괜찮…”
 “여기 케이크도 많네. 혹시 단 거 싫어해요?”
 나를 살피는 두 눈이 묘하게 반짝거린다. 좋아한다고 대답하자 그는 한껏 기쁜 얼굴로 케이크 두 개를 추가했다. 
 납작한 가죽 가방에서 설문지와 펜을 꺼내든 D는 질문을 읽어주고 내 대답을 적었다. 처음에는 평범하고 예상 가능한 질문이 이어졌다.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인지,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뭔지, 특별히 관심 있는 장르가 있는지. 서로 흥미 있는 책이 맞물릴 때마다 잡담으로 빠져서 진행이 더뎠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한 달에 책 몇 권 정도 읽어요?”
 “요즘 바빠서 많이는 못 읽고… 한 달에 두 권쯤.”
 “진짜? 그거 엄청 다독 아니에요? 요즘 일 년에 세 권도 못 채우는 사람 수두룩해요.”
 “그래요?”
 “그럼요. 회사 다니면서 바쁜데 대단한 거죠.”
 나는 D의 공들여 손질된 단정한 머리카락, 커피를 불어 마시는 입술, 내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대답을 기다려주는 차분한 눈, 영영 질리지 않을 새그러운 웃음을 보았다. 시간이 많았으면, 질문이 좀 더 길게 이어졌으면 하고 헛되이 바랐다. 어느새 설문지는 마지막 장이었다.
 “이건 좀 추상적인 질문이라,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으면 건너뛰어도 돼요.”
 “네.”
 “K 씨는 책이 인생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선뜻 운을 떼놓고 잠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가랑눈이 내리고 있었다.
 “……저는 책이 삶의 근간이 된다고 생각해요.”
 이어서 떠오른 뒷말은 목구멍으로 삼키지 못하고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게 곧 무너질 삶이라도요.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도 뿌리가 필요하잖아요. D는 대답을 바로 적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미미하게 떠돌던 웃음이 곧 진하게 번졌다. 와, K 씨.
 “보기 드문 청년이네요.”
 짧은 시간 동안 목소리를 잃었다. 호흡을 잃고 시간을 잃었다. D의 말이 나를 순간 속에 박제했다. 나는 종교 대신 다른 것을 믿었다. 많은 이들이 하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 몸의 수분은 빗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심장을 관통하는 음악과 영화도 나를 구원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살아간다는 것은 선택의 연속이고 내게는 그것을 헤쳐나갈 에너지가 없다. 열정을 불태우고 증명하며 나아지지 않을 삶을 일구는 것은 너무나 혼곤한 일이다.
 “진짜로요. 우리 회사 데려가고 싶다. K 씨 글도 잘 쓰죠?”
 그럼에도 숨을 붙잡는 것은 그 부질없는, 어쩌면 인사치레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누군가의 말이었다. 한심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나 자신만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인간이었으므로.
 가끔 쓰는 일기와 졸업 후 질리도록 썼던 자소서, 취미로 쓰는 글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막차 시간 직전에 카페를 나왔다. 눈은 그치고 바닥만 젖어 있었다. 우리는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역까지 나를 데려다준 D는 주차장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요. 나는 꾸벅 인사하고 계단을 몇 걸음 내려가다 도로 올라가 그를 붙잡았다. 저기.
 “…또 연락해도 되나요?”
 
 D는 동그랗게 떴던 눈을 반달처럼 접어 웃었다. 그럼요. 다음에는 맛있는 거 사줄게요. 언젠가 비에 녹아 스러지는 것, 달의 인력, 영원히 팽창하는 우주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D야말로 드문 청년이었고 나는 나를 버리는 마음을 조금 누그러트렸다.